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고이서는 벌컥 화를 내려 했지만, 의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치매에도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그래서 윤이서 씨는 지난 일은 잊었음에도 전혀 어리숙해 보이진 않았던 거죠.” 의사의 설명을 들은 고이서는 그제야 크게 깨달았고, 조금 전에 이서에게 화를 내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겼다. “감사합니다, 선생님.”고이서가 이서에게 말했다.“이서야, 이만 가자.” 이서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의사를 바라보았지만, 이내 고이서를 따라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이서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의사의 전화를 받았다. [이상언 선생님의 연락처를 알고 싶습니다.] 이서는 말문이 막혔다.‘상언 오빠의 연락처가 이렇게 유용하게 쓰일 줄은 몰랐어!’ 한편, 이서가 정말 치매 환자라는 소식을 접한 윤재하가 얼른 입을 열었다.“그럼 하루빨리 윤이서한테 양도 협의서를 써달라고 해야지!” “이미 지시해뒀으니까 오후쯤이면 양도 협의서를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윤이서가 그 서류에 서명하기만 하면 윤씨 그룹은 우리의 것이 되는 거라고요!”성지영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드디어 이날이 오는구나!” 고이서는 오후가 되어서야 양도 협의서를 받았고, 곧장 이서의 방문을 두드렸다.한편, 이서는 하나와 한참 동안 채팅을 나누고 있었는데, 노크 소리를 듣고서 재빨리 모든 기록을 삭제했다.“들어와.” 문을 열고 들어선 고이서의 손에는 주스 한 컵이 들려 있었다.“이서야, 널 위해서 특별히 준비한 생과일주스야. 오늘 하루 종일 바쁘게 움직이느라 아주 피곤했지?” 고이서는 살며시 양도 협의서를 내려놓았지만, 이서는 그것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었다.‘아, 저것 때문에 나를 치매 환자로 만들려고 한 거구나!’ ‘내가 치매에 걸리면 나를 몰아내고 윤씨 그룹을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허, 제법인데?’“고마워.” 잠시 침묵하던 고이서가 입을 열었다.“이서야, 네가 전에 했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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