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호리병의 목소리가 갑자기 긴장에 휩싸였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서는 전혀 믿지 않았는데, 어둠의 호리병의 태도는 분명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이서는 한걸음에 다가가 어둠의 호리병이 가리고 있던 것을 힐끔 쳐다봤는데, 그곳엔 온갖 약초 같은 것들이 쌓여 있었다. “그게 뭐예요?” 이서는 호기심에 약초를 하나 집어 들어 냄새를 맡아보았는데, 어둠의 호리병이 재빨리 약초를 뺏으며 외쳤다. “먹으면 안 돼요!” 이서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어둠의 호리병을 쳐다보았고, 어둠의 호리병의 얼굴에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서는 더욱 궁금해졌다. “대체 뭐길래 그래요??” “약초예요. 남자에게만 효과가 있는 약초인데, 여자가 먹으면 코피를 흘리기도 하고 심하면 생명에 지장이 있을 수도 있다고요.” 이서는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약초를 던져버렸다. “진짜 그렇게 위험하다고요?” “네.” 어둠의 호리병은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중얼거렸다.“오늘 밤이면 알게 될 거예요.” 이서는 어둠의 호리병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했지만, 주방에 추연실이 보이지 않는 걸 확인하고 말했다.“그래요, 그럼 하던 일 마저 하세요. 저는 아주머니를 찾아서 저녁을 준비해야 하거든요.” “네, 절대 밖에 나가진 마세요!” 어둠의 호리병은 당부하듯 말했고, 이서는 대충 손을 흔들며 주방을 나갔다. 이서가 사라지자, 한숨 돌린 어둠의 호리병은 손에 쥔 약초를 모두 전기밥솥에 넣었고, 약초로 가득 찬 밥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너무 많이 넣었나?” 하지만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하 대표님 정도 되는 사람이면 이 정도는 넣어야 효과가 있을 거야.”어둠의 호리병은 물을 붓고 밥솥의 뚜껑을 닫았다. 한편, 이서는 추연실에게 저녁을 부탁한 후 거실로 돌아왔고, 지환은 소파에 앉아 회사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이서는 지환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가 잠시 물을 마시는 틈에 말을 걸었다.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