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621 - 챕터 630

1133 챕터

제621화

전연우는 그녀에게 검은색 금박 명함을 건네주었다. 리사는 과장되게 입을 가리고 거듭 ‘고맙습니다!’라고 했다.장소월은 명함 위에 눈에 띄게 ‘성세 그룹’이라고 적혀있는 걸 보았다.그녀는 가슴이 철렁했다...장소월이 고개를 돌리자마자 전연우가 그녀의 이상함을 눈치챘다.‘전연우가 성세 그룹 대표라고? 설마 정말 돌아온 거야?’그녀는 억지로 포가디에 올라탔다. 리사도 데리러 온 가족들과 함께 돌아갔다.차에 앉은 그녀는 이 차가 10억 정도 되는 차라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거북이처럼 조용히 목을 움츠리고 앉아있었다.“신고할 줄도 알고, 담이 커졌네. 왜 어디 가든 계속 오빠를 속태우게 만드는 거야? 응?”전연우의 손이 그녀의 몸에 닿기도 전에 그녀는 겁먹은 듯 피하면서 그와 거리를 두었다.“전연우, 당신 혹시 돌아온 거야?”전연우는 긴장해 하는 장소월을 보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였다. 그는 옆에 있는 와인을 열어 한 잔 따르고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와인 한 모금 마시고는 호주머니에서 그녀가 끊어버린 목걸이를 꺼냈는데, 어느새 이미 수리되어 있었다.“이리 와. 내가 끼워줄게.”“필요 없어!”“내가 직접 다가가서 끼워줄까, 아니면 너 스스로 얌전히 말 들을래?”장소월은 혐오하는 눈길로 그를 보며 말했다.“날 강요하지마. 내가 싫다고 했잖아.”“어디로 데려가려는 건데? 나 아파트로 돌아갈 거야.”“30평밖에 안 되는 곳이 뭐가 좋다고 돌아가?”전연우는 그녀를 끌어와 자신의 다리에 앉히고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다신 떼어내지 마.”장소월은 발버둥을 쳤다.“지금 걸어줘도 나중에 벗어던질 거야. 전연우... 난 도저히 모르겠어. 날 찾아서 대체 뭐하려는 거야? 날 이용할 만큼 이용했잖아. 난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을 뿐이야. 이곳에서 잘살고 있는데 제발 날 내버려 두면 안돼?”“지금 잘살고 있잖아. 더는 내 인생에 끼어들 필요 없잖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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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장소월은 전연우가 자신을 대하던 태도가 언제 이렇게 바뀌었는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그녀가 강영수와 함께 있을 때였던지 혹은 그녀와 강영수가 곧 약혼하려던 때였는지...그는 지금처럼이 아니라 그녀를 증오해야 했다.장소월은 자신이 백윤서를 목숨을 잃게 만들지 않고 백윤서가 살아있어서 전연우의 태도가 바뀐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두 사람이 함께 잤다고 해도 장소월은 이런 관계로 인해 전연우가 그녀에게 감정이 생겼다는 걸 믿지 않았다.사랑?그가 미치지 않고서야 불가능한 일이다.그는 누구에게도 그가 우습게 여기는 감정을 베풀지 않는 사람이었다.전연우 같은 사람에게는 진심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다.그가 이렇게 하는 건 소유욕 때문일 것이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걸 원치 않았다. 사 년 전 장가네, 그리고 그녀와 그녀의 아버지도 그의 계획 중의 일부분이었다.그녀가 돌아가는 순간 사 년 전처럼 그가 만들어놓은 악몽 속에서 지내게 될 것이다.전연우는 그녀를 데리고 호텔로 돌아갔다. 장소월은 뒤에서 그를 따갔다. 뒤에는 여섯 명의 경호원이 따라오고 있었는데 그녀는 달아날 곳이 없었다.화려한 라운지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88층에 있는 로얄 스위트룸으로 올라갔다.어두운 복도에는 구름을 밟는 것처럼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있었다.전연우가 카드를 꺼내 방문을 열려고 할 때, 피곤한 장소월은 문을 들어서자마자 발정 난 짐승으로 변하는 전연우를 떠올리고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나 당신이랑 같은 방 쓰기 싫어.”전연우가 명령을 내렸다.“기 비서, 가서 방 하나 더 내.”“네, 대표님.”장소월은 시름을 놓은 듯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연우는 방을 열고 들어가 피곤한 얼굴을 하고 정장을 벗었다. 그가 불을 켜려고 할 때, 어두컴컴한 방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그에게 다가가 두 팔로 그의 목을 둘러안았다.“왜 오늘 데리러 안 왔어요?”‘이 목소리는...’장소월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는 익숙한 얼굴을 보면서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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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그녀는 전연우를 넘어 기세등등하게 장소월을 향해 걸어갔다. 그리고 시비 거는 듯 입꼬리를 올리고는 말했다.“오랜만이에요, 장소월 씨.”그녀는 무언갈 암시하듯이 손을 내밀었다.얼굴이 창백해진 장소월은 가슴이 답답해나며 아파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돌아 나갔다.휘청거리는 발걸음으로부터 그녀가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송시아는 담담하게 웃으며 손을 거둬들였다. 그녀는 황급히 도망치는 장소월을 보면서 팔짱을 끼고 턱을 쳐들었다.‘전생에 넌 쓸모없는 쓰레기일 뿐. 전에도 날 이기지 못했는데 이번에도 넌 날 이길 수 없어!’‘전생에 서른한 살도 넘기지 못하고 죽었는데 이번 생에는 몇 살까지 사는지 지켜볼게.’송시아라는 세 글자는 장소월에게 있어 치유될 수 없는 상처와 같았다.전생에...그녀의 아이는 태어나지도 못하고 죽어버렸다. 장소월은 아이를 보지도 못했다.기성은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건 유골함뿐이었다.장소월은 아이를 자신의 엄마와 함께 묻었다.그녀는 그 일로 반년 동안 병으로 누워있었고 여러 번 견디다 못해 죽을 것만 같았었다.병원에서 치료받았지만 낫지 않아 전연우에게 알리지도 않고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갔다.그들의 방에서는 남녀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닫히지 않아 그녀는 모든 걸 목격했다.송시아는 머리를 풀고 남자 위에 올라타 있었다.“장소월이 못 낳아주는 아이를 내가 낳아줄게요...”“연우 씨, 이번에는 곧 우리 아이가 생길 거예요.”장소월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꽉 잡고 욕실에 있는 물건을 거울을 향해 힘껏 던졌다. 장소월이 이성을 잃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 그녀가 붕괴의 극점에 이른 상황을 제외하고는.그녀의 방은 전연우의 옆 방이었다.깨진 거울 조각이 땅에 널브러져 있었다. 거울 속에는 온통 고통스러워하는 장소월의 얼굴이었다.갑자기 코에 피가 흘러나왔는데 입안도 피 냄새로 가득했다. 가슴으로부터 메스꺼움이 강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피를 닦고 물을 트는 순간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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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전연우는 바닥에서 겉옷을 주워 들어 의자에 걸쳐 놓았다.“또 왜 성질을 부리는 건데?”그는 빨개진 그녀의 눈시울을 바라보며 어두워진 눈빛으로 설명했다.“그 사람은 내 비서일 뿐이야. 너도 알 거 아니야?”묘한 말이었다. 어쩐지 다른 의미가 있는 것만 같았다.장소월은 몸이 굳었다. 전연우는 그녀를 꿰뚫어 볼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장소월은 냉소했다.“그 여자가 누구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오빠한테 꺼지라고 한 건 단순히 오빠가 더럽고 역겨워서야!”눈에 차는 여자라면 전연우는 절대 상대를 거절하지 않았다.그리고 장소월은 그런 그가 역겨웠다.“오빠가 안 가면 내가 갈게.”장소월은 다시 한번 그들의 앞에서 송시아의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장소월이 가방을 들고 그를 지나쳐 갔지만 전연우는 그런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벨트를 풀고 흰 가운으로 갈아입은 뒤 슬리퍼를 신고 욕실로 걸어갔다.문을 열자 경호원이 문을 지키고 있는 게 보였다. 장소월은 화를 내며 힘껏 문을 닫았다.도망칠 구석이 없었다. 창문에서 뛰어내릴 생각도 해봤지만 이곳은 88층이었다.눈앞의 광경에 전연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는데 아직 채 마르지도 않았다. 거울은 산산이 조각났다. 전연우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사람을 불러 깨끗이 청소하게 했다.호텔 직원은 욕실을 깨끗이 청소한 뒤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부랴부랴 떠났다.방 안에서는 숨 막힐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화장대 앞에 앉아있었고 전연우는 흐려진 얼굴로 그녀의 뒤에 섰다. 그의 몸에서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다.“... 또 자학하면서 제발 보내달라고 날 협박할 셈이야?”장소월이 대답했다.“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전연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욕실 안의 피는 어떻게 된 거야?”장소월은 차갑게 대꾸했다.“코피 흘린 거야. 휴지 가지러 가려다가 실수로 거울을 깨뜨렸고.”“다 씻었으면 얼른 가. 여기 남아있지 말고. 나도 쉴 거야.”다음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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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하지만 장소월은 아니었다.“송시아 씨는 오빠 정부잖아.”장소월은 그 말을 할 때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전연우는 그녀를 바라보았고 장소월은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내가 자궁을 적출당했다고 해서 오빠 멋대로 몇 번이고 날 가지고 놀 수 있는 건 아니야.”“난 사람이야. 오빠 장난감이 아니라. 나도 아프다고.”“내가 실컷 시달리다가 죽으면 그제야 만족하겠어?”전연우는 확신하듯 말했다.“넌 그러지 않을 거야.”장소월이 말했다.“그렇게 될 거야.”“오빠도 알다시피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잖아.”“오늘 내게 손을 댄다면 내일... 오빠가 마주하게 되는 건 온전치 못한 시체일 거야.”“88층에서 뛰어내리면 하나도 안 아프겠지.”장소월의 우울증은 한 번도 완치된 적이 없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자유와 동경의 하늘이 그녀가 살아가는 원동력이었다.만약 언젠가 날개가 뜯겨서 그에게 감금된다면 전생과 똑같아질 것이다.그러면 사는 의미가 없어진다. 그냥 똑같이 괴로움 속에서 몸부림치면서 살게 되는 것이다.장소월의 말들이 효과가 있었는지 전연우는 문을 박차고 떠났다.그제야 불안이 해소됐다. 장소월은 자신이 목숨으로 그를 위협하면 전연우가 한발 물러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언젠가 전연우는 그녀에게 타협을 강요하며 그녀를 독점하려 할 것이다.옆방에서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조용해졌다. 송시아는 복도 밖 베란다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가운을 여미고 조용히 그에게로 다가가 백허그했다. 그녀는 그의 등에 뺨을 붙이며 말했다.“그 여자 찾아가지 마요. 나 질투 난단 말이에요.”“연우 씨는 나만의 것이어야 해요.”“난 연우 씨가 원하는 건 뭐든 줄 수 있어요. 아이도 낳아줄 수 있어요.”전연우의 눈빛에서 한기가 감돌았다.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아이가 아닌가?장소월은 이제 아이를 가질 수 없었다.몸을 돌린 전연우는 새까만 눈동자로 송시아를 지긋이 바라봤다.“내가 원하는 게 아이라는 걸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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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전연우가 또 무슨 미친 짓을 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방문이 열리자 문을 억지로 부순 사람은 톱을 들고 떠났다.장소월은 잠이 덜 깬 채로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긴 머리카락은 헝클어졌고 섹시한 쇄골 사이에 반달 모양의 아름다운 주얼리가 드리워졌다. 장소월은 무덤덤한 눈빛이었다.“또 뭘 하려는 거야?”전연우는 침대맡 서랍에 약병 하나가 놓인 걸 보았다. 그걸 들어서 보니 수면제였다. 그러니까 장소월이 지금까지 잔 이유는 수면제를 먹었기 때문일 것이다.흰 가운을 입은 의사가 여러 명의 조수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전연우 씨, 이분 괜찮아 보이시는데...”전연우가 그의 말허리를 잘랐다.“일단 나가 있어요.”방 안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장소월은 전연우의 눈빛을 읽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가 왜 이렇게 많은 사람을 데려온 건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멀쩡한 문을 부수다니.전연우가 커튼을 열자 눈 부신 빛이 안으로 들어왔고 장소월은 손을 들어 햇빛을 가리면서 눈을 감았다.“지금이 몇 신 줄 알아?”풀어헤쳐진 긴 머리카락이 장소월의 얼굴을 가렸다. 햇빛을 받은 피부는 투명할 정도로 하얘서 빛이 나는 것만 같았다.“오빠가 날 여기 가뒀는데 내가 자는 것 빼고 뭘 할 수 있겠어?”그녀에게서 생기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장소월은 마치 당장이라도 시들 것 같은 장미꽃 같았고, 힘없이 축 처진 꽃잎은 언제라도 시들 것만 같았다.장소월은 다시 누웠다. 그러나 누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연우가 다시 그녀를 일으켜 앉혔다.“옷 입어. 나랑 같이 내려가서 밥 먹자.”전연우는 그녀의 손을 꽉 쥐었다. 그의 눈동자에서 영문 모를 분노가 불타올랐다.장소월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진짜 오빠라도 된 것처럼 아빠를 대신해 날 가르치려 들지 마.”장소월은 자기 손을 빼내면서 비아냥댔다.“내게 오빠는 영원히 한낱 강간범일 테니까.”전연우가 사람을 데리고 와서 문까지 박살 낸 걸 보면 어젯밤 했던 말이 효과가 있는 듯했다. 전연우는 그녀가 방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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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전연우 씨.”송시아는 세련된 숄과 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손에는 큐빅이 가득 박힌 가방을 들고 있었다. 널따란 호텔 로비에서 그녀가 가장 눈에 띄었다.자신을 무시하고 지나치는 전연우의 모습에 송시아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전연우는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송시아를 못 본 척 지나쳤다.호텔 측에서 곧 기사를 보내 두 사람을 병원으로 모셨다. 차 안에서 장소월은 갑자기 온몸이 추졌워다. 전연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있다가 얇은 담요를 가져와서 덮어준 뒤 그녀를 힘껏 끌어안았다.“... 추워.”전연우는 식은땀에 젖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괜찮아. 이제 곧 병원에 도착할 거야.”문뜩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 그의 마음을 가득 채웠다.그건 평생 겪어본 적 없는 당황스러움이었다.병원에 도착한 뒤 장소월은 수액을 맞다가 눈을 떴다.징크스 의사가 말했다.“드디어 깼네요.”“소월 씨 남자 친구는 병원비 내러 아래층으로 내려갔어요. 소월 씨, 소월 씨 남자 친구는 소월 씨 상태를 알고 있나요? 지금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받아야 해요. 지금 의료 수준으로는 치료할 수 있어요.”징크스는 장소월의 주치의였다. 그녀는 정말 오랜만에 병원에 온 것이었는데 전연우가 자신을 이 병원으로 데리고 올 줄은 예상치 못했다.장소월은 힘없는 손으로 징크스의 가운을 붙잡았다.“그 사람한테 얘기하지 말아 줄래요? 부탁이에요.”징크스는 안타까운 얼굴로 그녀를 설득했다.“소월 씨, 소월 씨는 반드시 입원해서 치료받아야 해요. 소월 씨는 제 환자잖아요. 전 소월 씨를 책임져야 한다고요.”장소월이 말했다.“그럴게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안 돼요. 조금만 더 시간을 줄래요?”“정말 못 말리네요. 소월 씨, 소월 씨 몸이니까 잘 보살펴야 해요.”“고마워요.”장소월은 손을 놓았다. 여전히 가슴이 답답했다.전연우가 장소월의 상태를 물었을 때, 징크스는 그녀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를 숨기고 별로 심각하지 않은 것처럼 얘기했다.“기혈이 부족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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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전연우는 침묵했다. 인정하기라도 한 듯 말이다.장소월은 뒤에 있던 베개를 그의 얼굴에 던졌다.“진짜 역겨운 변태 새끼. 짐승만도 못한 새끼.”장소월이 욕해도 전연우는 개의치 않는 얼굴로 바닥에서 베개를 주운 뒤 먼지를 털어서 그녀의 등 뒤에 놓아주었다.“의사 선생님이 너무 흥분하면 안 된다고 하셨어.”“대표님, 죽 사 왔습니다.”기성은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그리고...”“소월 씨, 오랜만이에요.”기성은의 뒤에 인시윤이 있었다. 그녀는 과일바구니를 들고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인시윤은 전연우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진 걸 발견했다.“연우 씨가 소월 씨를 찾았다는 얘기를 들었거든요.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프랑스까지 찾아와봤어요. 소월 씨가 무사한 걸 보니 마음이 놓이네요.”인시윤이 언제 왔는지, 조금 그들이 나눈 대화를 어디까지 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장소월은 곧바로 덤덤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사실 은근히 거리를 두었다.사실 장소월은 인시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전연우가 좋은지 말이다.그러나 그녀는 그런 질문을 할 자격이 없었다.아이까지 있는데 안 좋을 게 뭐가 있겠는가?“너무 급하게 와서 가져온 게 없네요. 그래서 밑에서 과일 좀 샀는데 먹을래요? 내가 사과 깎아줄게요.”장소월은 입꼬리를 살짝 당겼다.“고맙지만 그럴 필요 없어요.”“미안해요, 미리 연락도 안 하고 와서. 조금 놀랐겠어요. 혹시 쉬는 데 내가 방해한 건 아니죠?”“아뇨.”장소월은 그녀가 병실에 들어왔을 때부터 굳어있는 걸 발견했다. 그녀는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침대 옆에 앉아있는 전연우를 바라보고 있었다.인시윤은 전연우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장소월이 기억하기로 인시윤은 아주 대범하고 자유로운 사람이었다. 인시윤에 대한 장소월의 기억은, 인시윤이 빨간 머리를 했을 때 멈춰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인시윤은 긴 머리를 잘라서 단발이었다. 홍콩 영화에서나 볼 법한 스타일에 옷차림마저도 정숙한 것이 사람이 완전히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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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장소월은 확실히 배가 고팠다. 그가 나타나서부터 몇 번이나 끼니를 걸렀기 때문이다.그래서 지금 위가 아플 정도였다.장소월은 결국 억지로 죽 한 그릇을 비워야 했다. 지금은 속이 울렁거리면서 토하고 싶었다.전연우는 사과를 깎아서 먹이려고 했는데 갑자기 코피가 이불 위로 떨어졌다.“움직이지 마.”장소월이 코피를 닦으려는데 전연우가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그는 장소월을 부축해 고개를 들어 올리게 한 뒤 휴지로 그녀의 가슴팍을 닦아줬다. 옷에도 피가 묻은 것이다.“... 또 뭘 먹은 거야? 왜 코피가 나?”장소월은 대답하지 않았다.전연우는 바삐 돌아쳤다. 그는 호출 벨을 눌러서 간호사를 부른 뒤 이불을 바꾸고 링거를 들었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그녀를 안아 들었다.매번 코피를 흘릴 때마다 장소월은 온몸에 힘이 빠져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았다.이 사람이 정말 전연우일까?예전의 그는 절대로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전연우가 이번에 그녀와 잘해보려고 아무리 애써도 그들은 이제 불가능했다.장소월은 머릿속이 어지러웠고 또 잠이 쏟아졌다.저항할 수도 없었고 또 피곤했다.전연우는 그녀를 세면대 위에 앉힌 뒤 깨끗한 타올에 물을 묻혀 그녀의 몸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줬다.그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하는 모습은 마치...모든 일을 끝냈을 때, 간호사도 침대 정리를 마쳤다. 장소월은 조용히 침대 위에 누웠다. 그녀는 이미 잠든 상태였다.전연우는 침대 옆에 서서 휴지로 손을 닦은 뒤 쓰레기통에 버렸다.“깨나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요.”간병인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오후에는 회의가 있어 병원에 있을 수가 없었다.성세 그룹 해외 지사.기성은이 먼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주변에 사람들이 없자 기성은은 곧바로 잘못을 인정했다.“죄송합니다, 대표님. 인시윤 씨가 제게 연락해서 대표님 스케줄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찾아올 줄은 몰랐어요.”전연우는 언짢은 기색을 드러내면서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이번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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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송 비서님, 대표님이 의사 선생님 제외하고는 아무도 방해하지 않게 하라고 하셨습니다.”송시아는 병실 문 앞에서 경호원들에게 가로막혔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책임을 다하는 건 좋은 일이죠. 하지만 너무 융통성 없이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건 안 좋아요. 뒤늦게 내 탓 하지는 말아요. 난 전연우 씨 곁의 사람이니까. 날 봤으면 대표님을 본 것과 똑같다고 생각해야 할 거예요. 오늘 전연우 씨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고 해도 난 꼭 들어가려고 했을 거예요.”문 앞의 두 경호원은 서로를 바라보며 머뭇거렸다.“죄송합니다. 대표님께서 떠나시기 전 특별히 당부했었습니다. 절대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요. 이건 저희 직책이니 저희를 난처하게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송 비서님.”“정말 충직한 개네요.”송시아가 비아냥댔다.그녀는 팔짱을 두르고 도도하게 턱을 들며 말했다.“그러면 안에 들어가서 전해요.”“송시아가 만나려 한다고.”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경호원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약을 먹고 있던 장소월은 갑자기 들리는 발소리에 깜짝 놀라서 서둘러 약을 숨겼다. 안으로 들어온 사람이 전연우가 아닌 걸 확인한 그녀는 안도했다.“무슨 일이죠?”경호원이 말했다.“아가씨, 송 비서님께서 만나고 싶다고 하십니다.”그 이름은 장소월에게 악몽이나 다름없었다.장소월이 대답했다.“아무도 안 만날 거니까 돌아가라고 하세요.”말을 마치자마자 송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장소월 씨, 우리 그래도 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잖아요. 왜 아직도 이렇게 날 무서워하는 거죠?”경호원이 말했다.“송 비서님,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장소월은 이불을 꽉 쥐었다. 심장이 떨렸다. 그녀는 옆에 있는 경호원을 보고 말했다.“괜찮아요. 일단 나가 있어요.”“우리가 아는 사이인가요?”송시아는 마치 승자처럼 그녀의 침대 옆에 앉았다. 그녀는 일부러 걱정하는 척하면서 이불을 끌어 올려 줬다.“지금은 우리 둘뿐이니까 시치미 뗄 필요 없어요. 그냥 터놓고 얘기하죠.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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