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 조각상 아래, 곧 졸업할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소월아, 너 이 그림 콩쿠르에 나가면 분명 1등 할 거야.”가을바람이 어깨 위 짧은 머리카락을 휘날렸고 눈 부신 햇살이 하얗고 투명한 그녀의 얼굴을 비추자 백조처럼 매끈히 뻗은 목에 걸려있는 은색 목걸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장소월이 붓을 들고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고마워.”4년이 지나 22살이 된 장소월은 18세 소녀의 앳됨을 벗고 어느덧 성숙함이 깃들어 있었다. 한번 미소를 지을 때마다 여자의 향기가 듬뿍 새어 나왔다.옆에 있던 금발의 여자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나 올해 졸업 작품 완성 못 할 것 같아. 나한테 실망감까지 들어. 허 교수님은 너 같은 학생이 있어서 참 좋으시겠어. 나와는 달리 이렇게나 많은 상을 땄으니...”장소월이 풀이 죽어있는 그녀를 북돋아 주었다.“새라, 조금만 더 노력하면 분명 할 수 있을 거야.”오후 학교에 돌아온 뒤, 장소월은 졸업 작품으로 제출할 가장 만족스러운 다섯 장의 그림을 꺼냈다. 좋은 작품은 상을 받게 된다.1등은 두둑한 상금뿐만 아니라 괜찮은 직장까지 얻는다고 한다.졸업식이 끝나고 난 뒤, 급히 직장을 찾는 건보단 커피숍에 돌아가 아르바이트를 했다.앞치마를 입고 있을 때, 함께 일하던 리사가 신문을 들고 흥분한 얼굴로 장소월을 향해 달려왔다. 손님으로부터 많은 팁을 받았을 때에만 보이던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소월아, 이 남자 봐. 파리 글로벌 잡지에 처음 이름을 올린 한국 남자야.”장소월은 리사가 소문난 얼빠라는 걸 잘 알고 있다.대체 얼마나 잘 생겼길래 저토록 흥분해있는 걸까?장소월은 오랫동안 국내 소식을 찾아보지 않았다. 대부분의 소식은 모두 다른 사람의 입에서 전해 들었었다.“그래? 축하한다고 전해줘.”“소월아, 너 너무 냉정해. 얼굴 한 번만 보면 너도 반할 거야.”“리사야, 남자한테 기대선 안 돼. 이제 그만 보고 일해.”장소월이 머리를 묶으며 쟁반을 들었다. 리사는 포기하지 않고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