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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2화

호숫가 조각상 아래, 곧 졸업할 학생들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소월아, 너 이 그림 콩쿠르에 나가면 분명 1등 할 거야.”

가을바람이 어깨 위 짧은 머리카락을 휘날렸고 눈 부신 햇살이 하얗고 투명한 그녀의 얼굴을 비추자 백조처럼 매끈히 뻗은 목에 걸려있는 은색 목걸이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장소월이 붓을 들고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고마워.”

4년이 지나 22살이 된 장소월은 18세 소녀의 앳됨을 벗고 어느덧 성숙함이 깃들어 있었다. 한번 미소를 지을 때마다 여자의 향기가 듬뿍 새어 나왔다.

옆에 있던 금발의 여자가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나 올해 졸업 작품 완성 못 할 것 같아. 나한테 실망감까지 들어. 허 교수님은 너 같은 학생이 있어서 참 좋으시겠어. 나와는 달리 이렇게나 많은 상을 땄으니...”

장소월이 풀이 죽어있는 그녀를 북돋아 주었다.

“새라, 조금만 더 노력하면 분명 할 수 있을 거야.”

오후 학교에 돌아온 뒤, 장소월은 졸업 작품으로 제출할 가장 만족스러운 다섯 장의 그림을 꺼냈다. 좋은 작품은 상을 받게 된다.

1등은 두둑한 상금뿐만 아니라 괜찮은 직장까지 얻는다고 한다.

졸업식이 끝나고 난 뒤, 급히 직장을 찾는 건보단 커피숍에 돌아가 아르바이트를 했다.

앞치마를 입고 있을 때, 함께 일하던 리사가 신문을 들고 흥분한 얼굴로 장소월을 향해 달려왔다. 손님으로부터 많은 팁을 받았을 때에만 보이던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이다.

“소월아, 이 남자 봐. 파리 글로벌 잡지에 처음 이름을 올린 한국 남자야.”

장소월은 리사가 소문난 얼빠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대체 얼마나 잘 생겼길래 저토록 흥분해있는 걸까?

장소월은 오랫동안 국내 소식을 찾아보지 않았다. 대부분의 소식은 모두 다른 사람의 입에서 전해 들었었다.

“그래? 축하한다고 전해줘.”

“소월아, 너 너무 냉정해. 얼굴 한 번만 보면 너도 반할 거야.”

“리사야, 남자한테 기대선 안 돼. 이제 그만 보고 일해.”

장소월이 머리를 묶으며 쟁반을 들었다. 리사는 포기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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