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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4화

“12시엔 인시윤 아가씨와의 점심 식사가 예약되어 있습니다.”

“저녁 6시, 자선 파티에 참석하셔야 합니다.”

“5일 뒤엔 중요한 파티에 참석하러 파리에 가셔야 합니다. 초청장은 이미 대표님의 사무실에 가져다 두었습니다.”

99층에 도착하자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

기성은은 옆쪽 비서 사무실로 들어갔고 송시아는 전연우와 함께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

4년 동안 송시아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이 남자를 피라미드 가장 꼭대기에 올려놓았다. 반면 강씨 집안은 천천히 쇠퇴했고 이제 전연우가 서울의 지배자가 되었다.

송시아는 커피를 내린 뒤 책상을 돌아 그의 앞에 놓아주었다. 책상 아래 버튼을 누르자 대표 사무실 문이 닫혔다.

송시아는 곧바로 남자의 다리에 앉았다.

“대표님이 원하시는 거 제가 모두 이루어 드렸어요. 이제 몇 년이 지났으니 저한테 약속했던 거 지켜야 하지 않겠어요?”

송시아의 손이 그의 건실한 가슴팍을 훑어내렸다.

그에 반해 전연우는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요즘 일이 덜 바쁜가 보네.”

음산한 눈빛에 못마땅함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 기분을 선명히 드러내진 않았다. 또한 그녀를 밀어내지도 않았다.

“성세 그룹은 이제 안정적인 상승 단계에 들어섰어요. 제가 말한 대로만 실행하면 대표님이 얻게 되는 건 훨씬 더 많을 거예요.”

“4년이 지났는데, 설마 아직도 절 못 믿는 거예요? 오직 저만이... 대표님과 어울릴만한 사람이에요.”

그 점만큼은 전연우도 부인할 수 없었다.

그가 현재 이 위치에 오른 데엔 송시아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그녀는 처음 나타난 그 순간부터 그를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미리 완벽한 계획을 짜놓은 것처럼 전연우가 원하는 것을 전부 실현해 주었다.

“송 비서가 출중한 능력으로 날 이곳까지 올려준 게 고작 내 와이프 자리가 탐나서였어? 너한테 다른 속셈이 없다는 거 내가 믿을 것 같아?”

전연우가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치켜들었다. 빨간 입술을 노려보는 그의 눈동자는 어둡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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