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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9화

허태현과 전시회관 관장이 회의실에서 나왔다. 그들 옆에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중절모를 쓴 남자가 검은색 지팡이를 짚고 우아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허태현이 그에게 장소월을 소개하자, 루이스 관장이 그녀의 손을 잡고 손등에 키스했다.

“장소월 씨, 허 교수님한테 말 많이 들었어요. 아주 천재적인 화가라고 하더라고요. 이건 내 명함이에요. 앞으로 화실을 차리는 데에 자금이 필요하면 나한테 연락해요.”

루이스가 유창하지 않은 한국어로 말했다.

장소월은 허 교수님을 쳐다보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루이스의 명함을 받았다.

장소월이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과찬이십니다. 전 천재가 아닙니다. 그저 다른 학생들에 비해 조금 더 노력할 뿐입니다.”

루이스가 웃으며 말했다.

“장소월 씨 정말 겸손하네요. 난 이미 소월 씨의 작품을 봤어요. 수준이 대단하던데요.”

“감사합니다...”

허 교수는 전시회장을 완전히 그녀에게 맡겼다. 인터뷰가 잡혀 있어 가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자리를 떴다. 장소월은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제 사람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장소월은 2층 전시회장으로 올라갔다. 2층엔 유럽풍 작품들이 걸려있었는데 모두 서현 등 세 사람의 작품이었다. 반면 장소월의 입상했던 작품은 모두 1층에 자리했다.

2층은 아주 조용했다. 장소월은 커피 세 잔을 들고 걸어가던 중 세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한 명도 올라오지 않는데 우리 그냥 돌아가자. 아래층 VIP들은 소월이 한 명으로 충분할 거야. 소월이는 이뻐서 참 좋겠어. 운이 좋으면 돈 많은 남자를 잡아 사모님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교수님은 우리가 못생겨서 창피하신 거야. 호텔에 돌아가 게임이나 할까?”

“주시윤, 너 양심 있어? 방금 그 말 소월이가 들으면 얼마나 실망하겠어. 허 교수님은 이번 전시회를 위해 4년을 준비했어. 세계 각지 절경을 그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위험을 무릅썼는지 몰라? 소월이는 교수님을 따라다니면서 한 번도 우리한테 불평불만을 쏟은 적이 없어. 사막에서 죽을 뻔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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