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611 - Chapter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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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선생님, 제가 소개해드릴게요.”서현이 용기 내 걸어와 진지한 얼굴로 전연우에게 말했다.“이 그림을 보세요. 교수님께선 이 그림에 ‘생기’라는 이름을 지으셨어요. 이건 저희가 열대우림 깊숙한 곳에서 담은 경치예요. 여기에 그려져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하나... 모두 당시 보았던 생생한 모습 그대로예요. 사람들로 하여금 정말 숲속 한가운데에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죠. 하지만 사실... 당시 저희가 머물렀던 이곳은 정말 위험했어요...”모든 사람들이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숨을 죽인 채 서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직접 겪어온 경험을 이야기하니 마치 판타지 모험 속을 거닐고 있는 듯했다.“우린 총알개미도 만났어요. 처음엔 잘 알지 못했으나 알고 보니 독성이 가장 큰 10대 동물 중 하나더라고요. 개미의 일종인데 멀리서 보면 벌 같았어요. 하지만 단단하고 힘 있는 머리와 날카롭고 독을 지닌 꼬리를 갖고 있었죠.”이어 서현은 그들이 우림에서 마주했던 모든 일들을 상세히 얘기했다.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일들과 혼비백산해 정신을 잃을 뻔했던 일들까지 모두 말이다.기성은은 듣고도 믿기지 않았다. 오랫동안 장소월의 행적을 찾지 못한 이유가 바로 허 교수님 팀과 함께 다녔기 때문이었다.서현은 그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위험과 좌절을 겪었는지 하나하나 설명했다. 전연우는 그렇게 서현으로부터 장소월이 지난 4년 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듣게 되었다.그 경험은 일반인에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전연우는 예전에 주방에서 칼조차 잡지 못했던 아가씨가 그런 고생을 하고도 안전히 돌아왔다는 걸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전연우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약간 조롱 같기도 했다.잔뜩 부풀린 이야기거나 황당하게 지어낸 소설일 것이다.하지만 그건 전연우에게 상관없는 일이었다.“제가 알기론 허 교수님에겐 학생이 4명 있어요.”주시윤이 곧바로 말했다.“저희들의 후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장소월이요.”기성은의 동공이 확장되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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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장소월은 확실히 직원 통로로 빠져나갔다. 그녀 역시 단 한걸음 차이로 위험을 빗겨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마이바흐 세단이 전시회장을 떠나던 그때, 장소월은 마침 코너를 돌아 달리는 차와 등졌다. 하여 서로가 서로를 보지 못했다.전연우는 파리에 도착한 뒤 쉬지도 못하고 밥만 대충 먹은 채 달려왔다. 그럼에도 간발의 차이로 늦었을 줄이야.전연우가 눈을 질근 감았다.“지금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있어?”기성은이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저었다.“제가 보낸 사람들이 아파트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가씨가 돌아가시면 곧바로 연락할 겁니다.”“그래.”전연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4년이라는 시간도 견뎌왔건만, 짧은 이 몇 분을 기다리기가 너무나도 힘들었다. 그는 미친 듯이 장소월이 보고 싶었다.조용했던 차 안에 전연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 돌려. 아파트로 가자.”“하지만 저흰 약속이...”“취소해.”“네.”기성은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30분 뒤, 전연우는 장소월이 살고 있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한눈에 봐도 보잘것없이 낡아 있었는데 적어도 지은 지 4, 50년은 되어 보였고 치안도 좋지 않았다.기성은이 문을 두드렸으나 답이 없었다.“아가씨는 아직 돌아오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조금 기다리시죠.”전연우는 고개를 숙여 발아래 붉은색 매트를 쳐다보았다. 고급스러운 검은 구두로 매트를 밟아보니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기성은이 곧바로 허리를 숙여 매트를 옮겼다.“열쇠입니다! 대표님, 어떻게 아셨어요?”전연우는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문 열어.”별로 대단한 것도 아니다. 그저 그녀의 습관을 알고 있었던 것뿐이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덜렁이여서 학생증, 은행카드 등을 잃어버리기가 일쑤라 몇 번이나 다시 만들었는지 모른다.이후 전연우는 그 모든 것들을 하나의 카드로 만들어 열쇠고리에 걸어주었다.하지만 그녀가 집 열쇠마저 잃어버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도우미가 집에 없었던 그 날, 그녀는 또 수업 땡땡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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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창밖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이미 독촉 전화를 세 개나 받고 들어온 기성은이 우물쭈물하며 말했다.“대표님, 파티가 시작된 지 30분이나 지났습니다. 이제... 정말 가야 합니다.”전연우는 일기장 마지막 페이지까지 보고 난 뒤 고개를 들었다. 시계를 보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나있었다.4년 동안의 경험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겨 있었다. 남자는 그중 한 페이지를 찢어 기성은에게 건넸다.“이걸 서울 강씨 집안에 보내.”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거대한 크루즈 위에서 성대한 연회가 벌어지고 있었다. 무대 위엔 유혹적인 옷을 입은 여자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세계적인 유명 연예인이거나 톱모델들이었다. 남자들은 각자의 파트너와 함께 술잔을 부딪치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장소월은 주방에서 디저트를 만들었다. 처음 그녀는 프랑스어를 할 줄 몰랐기에 면접을 볼 자격도 갖추지 못했었다. 만약 그녀가 출중한 요리 실력으로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지 않았다면 결코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길거리에서 굶어 죽었을지도 모른다.그녀는 아르바이트를 하면 대부분 주방일을 맡았다. 가끔씩 시간을 내 조금씩 프랑스어를 익혔고 이젠 유창한 프랑스어 실력을 자랑하고 있었다.이곳 주방장인 후크가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장소월을 바라보았다.“소월 씨는 정말 나의 행운의 여신이에요. 소월 씨가 아니었다면 너무 바빠 미쳐버렸을 거예요. 정말 다행이에요.”장소월이 배시시 웃으며 접시를 받았다.“이런 두둑한 일당을 받을 기회는 저에게도 흔치 않은 거예요.”그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장소월이 매달 남은 돈 모두를 보육원에 기부하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가면을 쓴 리사가 디저트 존을 채울 디저트를 가지러 들어왔다.“오늘 사람이 진짜 많아. 다들 네가 만든 디저트가 맛있다더라. 내가 나가기만 하면 가져다 달라고 성화야. 소월아, 나 이제 진짜 나가기 싫어.”주방 유니폼이 없으니 장소월은 어쩔 수 없이 검은색 종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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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장소월은 손을 씻은 뒤 물을 털어냈다.“전 잠깐 쉬고 올게요. 멀미가 좀 나서요.”“그래요.”그녀가 가고 싶어 하지 않자 후크도 강요하지는 않았다.후크가 종업원과 함께 나갔다.앨리스는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다른 한 손으론 포크를 전연우의 앞에 내밀었다.“맛보세요. 이건 그쪽 한국 음식이니까 먹어본 적 있을 거예요.”전연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거절한 뒤 하얀색 요리사 유니폼을 입은 건장한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주방장님 오셨어요. 앨리스 씨.”그를 본 앨리스는 의외라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한국인인 줄 알았어요.”후크가 말했다.“확실히 한국에서 온 미녀분이 만든 거예요. 하지만 몸이 좋지 않아 쉬러 가는 바람에 제가 오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연우 씨, 어디 가요?”장소월은 속이 메슥거렸다. 처음엔 괜찮았으나 멀리 나갈수록 파도가 거세져 울렁이기 시작했다. 장소월은 화장실에서 속에 있는 걸 모두 토해낸 뒤 세수를 하고 밖에 나갔다.조명이 망가졌는지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는 복도에서, 장소월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의 머리에서 모자가 떨어져 내리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허리를 굽혀 모자를 주운 뒤 그녀에게 돌려주려 했다. 그녀가 허리를 펴고 보니 여자가 남자 한 명을 끌고 어두운 구석으로 가고 있었다.여자의 유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여기 정말 크죠. 갖고 싶지 않아요? 연우 씨?”장소월이 걸음을 멈추었다. 누군가 심장을 짓누르기라도 한 듯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연우?오랫동안 보지 못해 희미해졌던 그 사람의 모습이 순간 선명해졌다.아니... 전연우일 리가 없다!서울에 있는 그가 어떻게 이곳에 나타나겠는가!장소월은 애써 자신을 안심시켰다.“앨리스 씨, 이거 선 넘는 거예요.”남자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 찰나, 장소월은 화들짝 놀라며 손에 쥐고 있던 모자를 바닥에 떨어뜨렸다.영원히 잊을 수 없는 그 목소리였다.장소월은 그 순간 머리가 백지장같이 새하얘졌다.누군가 다가오는 걸음 소리가 들려와서야 장소월은 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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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나 먼저 갈게.”리사가 그녀를 잡으며 말했다.“후크 주방장님이 손님에게서 팁을 받았어. 이건 네 몫이야.”장소월은 그녀의 말이 한 글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엔 그저 ‘도망’ 두 글자만 둥둥 떠다닐 뿐이었다.“고마워. 매니저님한테 얘기해줘.”리사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소월아, 안 좋은 소식이 하나 있어. 조금 전부터 비가 크게 내리고 파도가 거세진 바람에 크루즈에 문제가 생겼대. 그래서 우리 내일은 돼야 나갈 수 있어.”장소월의 얼굴에 경련이 일었다.“어떻게... 이럴 수가.”리사가 무거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전 파티가 끝났어. 손님들과 종업원 모두 이곳에서 하룻밤을 지내야 해.”장소월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녀는 전연우가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장소월과 리사는 협소한 직원 전용 객실로 안내되었다.유리창 너머로 파도가 끊임없이 기승을 부렸고 무시무시한 번개와 소나기도 계속되었다.한 번 우레가 울 때마다 귀가 찢기는 것 같았다,그들 방바닥은 환경이 좋지 않아 물기가 약간 있어 축축했지만 하루 종일 바삐 돌아친 탓에 리사는 곧바로 잠이 들었다.반면 장소월은 머릿속에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용돌이쳐 도저히 잠들 수가 없었다.꽤 긴 시간이 지났건만 장소월은 윙윙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여전히 잠들지 못했다. 리사는 밤새 몇 번이나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한 번은 나갈 때 문을 닫지 않아 바닷바람이 객실에 몰려왔다.리사는 오늘 직원 식당에서 밥을 먹고 배탈이 난 듯했다. 화장실에서 돌아오는 길, 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경호원 한 명이 그녀를 막아섰다.“당신 누구예요?”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경호원은 그녀의 입을 막고 다른 방으로 끌고 가버렸다.복도에서 무거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한 걸음 한 걸음 문이 채 닫히지 않은 객실로 가까워지고 있었다.남자가 방으로 들어갔다. 창밖엔 보라색 번개가 하늘을 가르며 어둠을 비추었다. 그로 인해 남자의 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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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야한 분위기가 점점 더 깊이 퍼져갔다. 불어오는 바닷바람마저도 야릇한 느낌을 주는 듯했다.장소월은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오고 간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이 전연우한테 얼마나 시달림받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무런 감각도 느끼지 못했고 통증마저도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깨고 기절하고를 계속 반복했다.밖에 해가 뜨기 시작했을 때, 장소월은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어 그대로 깊은 잠에 빠졌다.새벽 다섯 시 반, 전연우는 갓 씻은 장소월을 안고 욕실에서 나왔다. 욕실 수증기 안개 속에서 나온 그녀의 하얀 피부에는 성한 곳이 없었다.전연우는 그녀를 가볍게 침대 위에 내려놓고는 침대 머리맡 서랍 안에 있는 연고를 찾아 그녀의 두 다리 사이에 발라주었다. 빨갛게 부어올랐는데 약간의 출혈도 있었다. 찢어진 정도는 심하지 않았다. 눈 감고 있는 장소월이 앓는 소리를 내며 아픈 듯 눈살을 찌푸렸다. 남자는 더 살살 약을 발라주었다.또 한 시간이 지났다. 전연우는 눈을 붙일 시간도 없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기성은이 보고했다.“대표님, 배가 육지에 닿았습니다. 출발하셔도 됩니다.”“가서 새 옷 한 벌 준비해와.”기성은이 멈칫하고는 답했다.“네.”기성은 이내 새 옷 한 벌을 가지고 돌아왔다. 사이즈가 장소월에게 딱 맞았다.전연우는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고 옷을 입히고는 그녀를 안고 크루즈에서 내렸다.커다란 부가티 안에서 장소월은 전연우의 다리에 누워 자고 있었는데 전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장소월은 호텔에 돌아간 후에야 편이 잠을 잘 수 있었다.해가 또 저물었다.피에 물든 듯한 저녁노을이 보였다.방의 두꺼운 커튼 사이로 희미한 빛이 비춰 들어왔다.장소월은 손가락을 까딱했다. 그녀는 차에 깔린 것처럼 온몸이 시큰해났다. 옆에서 뜨거운 체온이 느껴졌는데 누군가가 그녀의 허리를 안고 있었다.장소월은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었고 ‘오빠’라고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불렀다. 그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짐승이었다.장소월은 불쾌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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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반 시간 후에 내가 데려다줄게.”“필요 없어.”자신을 놓아준 전연우를 보면서 장소월은 약간 놀랐다.그가 이렇게 쉽게 자신을 놓아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가 언제 그녀의 말을 이렇게 잘 들었는가?장소월은 이를 악물고 속으로 그를 욕했다.‘짐승 같은 놈!’장소월은 땅을 밟자마자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는 기분 좋다는 듯 웃었다.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전연우는 가운 하나만 입고 있었는데 헐렁한 옷깃 탓에 단단한 가슴근육이 다 드러났다. 그는 여유롭게 침대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흰 연기를 뿜어내며 느긋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오빠가 도와줄까?”장소월은 그를 무시한 채 고통을 참고 침대를 짚고 땅에서 일어나 옷을 가지고 욕실로 들어갔다.거울에 비친 그녀의 피부는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손에 쥐고 있는 치마는 그 흔적들을 가릴 수가 없었다.그녀는 순간 무력감을 느꼈다. 거울 속의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능욕이라도 당한 것처럼 초췌하고 창백했다.모든 일이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시간을 계산해보면 백윤서는 이미 졸업했을 테고 전연우는 오래전에 그녀와 결혼했을 것이다. 그는 여기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다. 제도에서 남천 그룹을 물려받고 그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했다.장소월은 욕실에서 삼십 분 동안 어물어물하다가 옷을 입고 욕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책상 위에 있는 가방을 열어 확인했는데 중요한 물건들은 다 그대로 있었다.전연우는 느릿느릿하게 정장을 입고는 고개 숙여 소매에 있는 단추를 잠그고 떠나려는 장소월에게 말했다.“학교에 연락해 물어봤는데 어제 금방 예술 전시회를 열어서 오늘 휴식일이라던데. 학교로 돌아가는 건...”전연우는 옷을 입고 그녀 앞에 다가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이미 졸업했잖아. 소월아, 떠나고 싶다 거든... 다음엔 더 좋은 이유를 찾도록 해.”장소월은 다른 곳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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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웨이터가 마지막 메뉴를 올렸다.“입맛에 맞아?”전연우는 물 한 모금 마시고는 그녀를 보았다.장소월의 가방이 옆에 있는 의자에 놓여있었는데 그녀는 가방을 들고 바로 떠나고 싶었지만 경호원들이 있는 탓에 달아난다고 해도 어디로 달아나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나 여기 있기 싫어. 나도 할 일이 있어.”“무슨 일? 말해 봐.”장소월은 젓가락을 꽉 쥐고 말했다.“다음 주에 북사구 오색만에 가야 하는데 아직 준비 못 한 일이 많아서 이곳에 날 계속 남겨두면 아무것도 못 하잖아.”전연우는 조용히 그녀의 말을 다 듣고 그녀에게 세 글자만 말했다.“가지 마.”장소월은 그녀가 무언갈 하려고 할 때마다 전연우가 왜 자꾸 참견하려고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는 더는 학생이 아닌데 말이다.“이건 내 일이야. 당신이 뭔데 내 결정을 간섭하려고 해? 지금 우리 둘 관계로 말한다고 해도... 당신...”전연우가 그녀의 말을 끊고 손에 있던 젓가락을 놓으며 의자에 기대어 앉아 물었다.“그럼 한번 말해 봐. 우리가 무슨 관계야?”전연우는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그의 말이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두 사람 사이의 부정당한 관계를 승인하라고 물어보는 건가?그녀는 그가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라고.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치맛자락을 꽉 쥐고 억지로 말했다.“당신은... 영원히 나와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오빠야.”전연우는 사악한 웃음을 드러냈다. 그는 티슈로 입을 닦은 후 일어나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장소월은 신경을 곤두세웠다. 전연우가 그녀의 뒤에 서서 손가락을 튕기자 기성은이 검은색 벨벳 액세서리 상자를 가지고 왔다. 열어보니 안에는 정교한 심플한 쇄골 체인이 들어있었다. 장소월은 은색 쪼각달 모양의 펜던트를 보자마자 온몸이 굳었다.전연우는 몸을 약간 숙이고 그녀의 목에 은색 체인을 걸어줬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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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장소월은 프랑스 패션의 도시로 알려진 오스만 상업 도로에 있는 한 쇼핑몰에 갔다. 그녀는 전에 이곳에서 며칠 동안 카운터 판매원으로 일했었다.장소월은 호텔에서 보내준 픽업 차에 앉아 쇼핑몰로 갔다.쇼핑몰에 들어간 후, 장소월은 옷을 고르는 척했다. 그녀는 경호원이 전연우에게 자신의 행방을 보고하는 듯 사진을 찍는 걸 보았다.장소월은 옷을 고른 후 여성 속옷 가게에 가서 많은 물건을 샀다.차에 앉은 남자는 폰의 진동을 느끼고 꺼내 보니 카드 결제 메시지였다. 그는 폰을 끄고 다시 호주머니에 넣었다. 한 번에 일억 정도 쓰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기성은이 보고했다.“저녁 아홉 시 반쯤 송 비서가 공항에 도착한다고 합니다.”전연우는 담담하게 답했다.“응.”“그럼... 모레 연회에도 평소처럼 송 비서를 데리고 가시나요?”전연우는 눈을 감고 잠시 쉬려고 했다.“드레스는 준비됐어?”“사이즈를 정해야 하는데 브랜드 쪽에서 고른 후 호텔로 보내줄 겁니다.”“응.”전연우는 간단히 답하고는 더는 말하지 않았다.전연우가 회의실로 들어갔다. 이 회사는 해외 지사였는데 임원이 위에서 프레젠테이션하고 있었고 회의는 한 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회의실 밖에 있는 기성은은 경호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이미 예상하였지만 그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는 테이블 센터에 앉아있는 전연우에게 다가가 낮은 소리로 장소월이 쇼핑몰에서 경호원을 따돌렸다는 소식을 전했다.그녀가 달아나는 게 확실히 놀랄 일은 아니었다.그러나 지금은 그녀가 멋대로 굴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쇼핑몰에서 도망쳐 나온 장소월은 택시에 앉아 돌아가는 길에 전연우가 그녀에게 준 목걸이가 행여나 문제라도 있을까 봐 떼어내려고 했는데 떼어지지 않았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값비싼 목걸이를 끊어버리고 밖으로 던졌다.경호원은 추적한 위치를 따라 쫓아가 봤는데 한 노숙자가 그 목걸이를 가지고 있었다.장소월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리사는 아파트로 돌아온 장소월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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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한 무리 경호원들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리사의 비명소리를 들은 장소월은 급하게 방문을 잠그고는 그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옷장과 책상으로 문을 막았다.그녀는 황급히 전화를 들고 신고하려고 했다.경호원이 밖에서 그녀를 경고했다.“아가씨, 저항하실수록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계속 안 나오시면 문을 부술 수밖에 없습니다.”전연우의 부하들은 무슨 일이든 해내는 사람들이었다. 그녀의 방문은 별로 견고하지 않은 평범한 나무문이었는데 그들이 억지로 들이닥친다고 해도 그녀로서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전연우의 사람들이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문밖에 있는 경호원들이 문을 부딪치면서 펑펑하는 소리가 났다. 장소월은 등으로 책상을 지탱하고 있었다.이십 분 정도 지났을 때 밖이 조용해졌다.리사가 와서 문을 두드렸다.“소월, 경찰이 왔어. 경찰서에 가서 기록을 작성해야 한대.”장소월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진정되었다.그녀는 문을 막고 있던 물건들을 옮기고 밖으로 나갔다. 경찰 몇 명이 갑자기 들이닥친 경호원들을 검문하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함께 경찰서에 갔다.장소월은 취조실에 앉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리사만 경호원들의 만행을 비난하며 하소연했다.장소월은 자신이 무서워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돌아가기 싫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그녀가 떠난 지 여러 해가 되는데 전연우는 왜 그녀를 찾으려 하는 거지? 또 그녀의 입에서 무엇을 알려고 하는 거지?경호원이 갑자기 나타났다는 건 전연우가 오래전부터 그녀를 감시하고 있었단 것이다...심문이 끝난 건 한 시간 후였다.아홉 시, 전연우는 금방 회의를 마쳤다.호텔로 돌아가려고 할 때,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기성은은 전연우의 명령대로 방향을 돌려 경찰서로 갔다. 놀라웠지만 별말을 하지 않았다. 오자마자 일을 벌이는 사람은 장소월밖에 없었다. 그녀 외에는 누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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