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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반 시간 후에 내가 데려다줄게.”

“필요 없어.”

자신을 놓아준 전연우를 보면서 장소월은 약간 놀랐다.

그가 이렇게 쉽게 자신을 놓아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가 언제 그녀의 말을 이렇게 잘 들었는가?

장소월은 이를 악물고 속으로 그를 욕했다.

‘짐승 같은 놈!’

장소월은 땅을 밟자마자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 그대로 주저앉았다.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는 기분 좋다는 듯 웃었다.

방에 불이 켜져 있었다. 전연우는 가운 하나만 입고 있었는데 헐렁한 옷깃 탓에 단단한 가슴근육이 다 드러났다. 그는 여유롭게 침대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흰 연기를 뿜어내며 느긋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빠가 도와줄까?”

장소월은 그를 무시한 채 고통을 참고 침대를 짚고 땅에서 일어나 옷을 가지고 욕실로 들어갔다.

거울에 비친 그녀의 피부는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었다. 손에 쥐고 있는 치마는 그 흔적들을 가릴 수가 없었다.

그녀는 순간 무력감을 느꼈다. 거울 속의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능욕이라도 당한 것처럼 초췌하고 창백했다.

모든 일이 그녀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다,

시간을 계산해보면 백윤서는 이미 졸업했을 테고 전연우는 오래전에 그녀와 결혼했을 것이다. 그는 여기에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다. 제도에서 남천 그룹을 물려받고 그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야 했다.

장소월은 욕실에서 삼십 분 동안 어물어물하다가 옷을 입고 욕실에서 나왔다. 그녀는 책상 위에 있는 가방을 열어 확인했는데 중요한 물건들은 다 그대로 있었다.

전연우는 느릿느릿하게 정장을 입고는 고개 숙여 소매에 있는 단추를 잠그고 떠나려는 장소월에게 말했다.

“학교에 연락해 물어봤는데 어제 금방 예술 전시회를 열어서 오늘 휴식일이라던데. 학교로 돌아가는 건...”

전연우는 옷을 입고 그녀 앞에 다가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미 졸업했잖아. 소월아, 떠나고 싶다 거든... 다음엔 더 좋은 이유를 찾도록 해.”

장소월은 다른 곳을 바라보며 태연하게 말했다.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비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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