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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전연우는 바닥에서 겉옷을 주워 들어 의자에 걸쳐 놓았다.

“또 왜 성질을 부리는 건데?”

그는 빨개진 그녀의 눈시울을 바라보며 어두워진 눈빛으로 설명했다.

“그 사람은 내 비서일 뿐이야. 너도 알 거 아니야?”

묘한 말이었다. 어쩐지 다른 의미가 있는 것만 같았다.

장소월은 몸이 굳었다. 전연우는 그녀를 꿰뚫어 볼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장소월은 냉소했다.

“그 여자가 누구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오빠한테 꺼지라고 한 건 단순히 오빠가 더럽고 역겨워서야!”

눈에 차는 여자라면 전연우는 절대 상대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소월은 그런 그가 역겨웠다.

“오빠가 안 가면 내가 갈게.”

장소월은 다시 한번 그들의 앞에서 송시아의 웃음거리가 되고 싶지 않았다.

장소월이 가방을 들고 그를 지나쳐 갔지만 전연우는 그런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벨트를 풀고 흰 가운으로 갈아입은 뒤 슬리퍼를 신고 욕실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경호원이 문을 지키고 있는 게 보였다. 장소월은 화를 내며 힘껏 문을 닫았다.

도망칠 구석이 없었다. 창문에서 뛰어내릴 생각도 해봤지만 이곳은 88층이었다.

눈앞의 광경에 전연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바닥에는 피가 흥건했는데 아직 채 마르지도 않았다. 거울은 산산이 조각났다. 전연우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사람을 불러 깨끗이 청소하게 했다.

호텔 직원은 욕실을 깨끗이 청소한 뒤 고개조차 들지 못한 채 부랴부랴 떠났다.

방 안에서는 숨 막힐 듯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화장대 앞에 앉아있었고 전연우는 흐려진 얼굴로 그녀의 뒤에 섰다. 그의 몸에서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다.

“... 또 자학하면서 제발 보내달라고 날 협박할 셈이야?”

장소월이 대답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전연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욕실 안의 피는 어떻게 된 거야?”

장소월은 차갑게 대꾸했다.

“코피 흘린 거야. 휴지 가지러 가려다가 실수로 거울을 깨뜨렸고.”

“다 씻었으면 얼른 가. 여기 남아있지 말고. 나도 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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