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421 - Chapter 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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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1화

장소월은 불안감에 휩싸인 초조한 얼굴로 수술실 문 앞을 지켰다. 수술을 시작한 지 어느덧 3, 4 시간이나 지났으나 강용에겐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았다.대체 어디에 간 걸까?그녀는 강용 주변 사람의 연락처는 아는 것이 없었다.돌연 장소월의 머릿속에 한 곳이 떠올랐다. 혹시 도원촌에서 엽시연과 함께 있는 게 아닐까?그곳을 제외하고는 마땅히 떠오르는 곳이 없었다.장소월은 다급히 예전 생선 구이집 사장님에게 전화를 걸었다.뚜뚜뚜.‘빨리 받아!’그때 도원촌.어디에서 왔는지 모를 건달 몇 명이 손님을 모두 내쫓고는 현광원을 둘러싸고 있었다.“당신들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강지훈이 손에 들고 있는 칼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별거 아니야. 아주 소소한 일일 뿐이거든. 하지만 고분고분 내 말에 따르는 게 좋을 거야. 이 칼엔 눈이 달리지 않았잖아? 안 그래?”“잠시 후 누가 전화 오면 뭘 묻든 모른다고만 해. 허튼소리를 했다간 저승에 발을 들여야 할 거야.”“네... 네...”현광원은 1m 89의 건장한 몸집의 남자였지만 이렇게 많은 건달들을 한꺼번에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더욱이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남자의 허리 쪽이 불룩한 것으로 보아 총까지 소지하고 있다고 추측된다. 때문에 절대 경거망동해서는 안 될 것이다.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프런트 앞 전화가 울렸다.강지훈이 눈짓을 하자 현광원은 쭈뼛거리며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여... 여보세요. 누구시죠?”“아저씨, 저 소월이에요. 혹시 엽시연과 강용이 거기에 갔나요? 오늘 강용 본 적 있어요?”현광원이 말했다.“나... 난 못 봤어. 그러니까 나한테 묻지 마. 난... 아무것도 몰라.”강지훈이 현광원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착하네. 잘했어. 또다시 물어도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알겠지?”“네. 압니다. 압니다.”강지훈이 부하들을 데리고 문을 나서며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보스, 이쪽 일은 해결했습니다.”“그래. 사람을 보내 계속 감시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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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2화

장소월의 설명을 들은 엽시연의 손이 흔들렸다. 이에 팔에 문신을 새기던 남자가 꽥 소리를 질렀다.엽시연이 다급히 말했다.“기다려. 내가 사람들을 데리고 찾아볼게.”“그래. 부탁해.”엽시연은 재빨리 예전 강용과 친하게 지내던 몇 명의 친구들을 모았다.그중 빨간 머리가 말했다.“형은 오랫동안 우릴 보러 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형이 여길 떠난 뒤엔 우리도 별로 연락하지 않았고요. 대부분은 형이 우리한테 전화했었죠. 형이 자주 가는 곳은 저희도 잘 몰라요.”“맞아요. 강용 형은 예전 우리와 썩은 채소잎을 주워 먹으며 어울려 다녔어요. 하지만... 그건 이제 오래전의 일일 뿐이에요.”썩은 채소잎을 주워 먹었다고? 장소월은 예전 강용의 삶이 그 정도로 가난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장소월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강용... 어렸을 때 고생 많이 했어?”빨간 머리가 말했다.“맞아. 하루에도 아르바이트를 몇 개나 했어. 일은 어찌나 잘하는지 바다에서 잡아 온 생선들을 옮기는 일엔 강용 형을 따라올 자가 없을 정도였어.”장소월은 전혀 모르는 강용의 모습이었다.엽시연이 소리쳤다.“지금 그런 얘기를 뭣 하려 해! 빨리 흩어져서 찾아야지!”장소월이 말했다.“나도 같이 가자!”“넌 나가지 마. 저번 일을 잊으면 안 돼. 도원촌은 안전한 곳이 아닌 데다가 넌 이곳에 익숙하지 않잖아. 우리가 찾아볼게. 찾으면 즉시 너한테 알릴게.”“꼭 좀 부탁할게. 고마워.”“고맙긴 뭘. 얼마 전에 밥도 얻어먹었잖아. 이 정돈 당연히 해야지.”“알아냈어요.”13살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달려 들어왔다.“형, 제가 알아봤는데 오늘 4시쯤 눈 쪽에 흉터가 있는 남자가 건달 한 무리를 데리고 현씨 아저씨네 가게에 쳐들어갔대요. 지금 가게는 문을 닫았고 집에도 찾아가 봤는데 아저씨는 없었어요.”엽시연이 말했다.“안 계신다면 아마 바다에 나가셨을 거야.”그들이 문을 나선 뒤 장소월은 생각에 잠겼다. 눈에 흉터가 있는 사람, 그리고 그 통화... 현씨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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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3화

전화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장소월의 눈에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익숙한 사람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중 몇 명은 강지훈의 수하들이었다.장소월은 곧바로 커튼을 닫고 뒷문으로 나갔다.그녀는 집을 나서며 강씨 집안의 운전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통화가 시작된 지 1분도 되지 않아 핸드폰은 배터리가 없어 전원이 꺼져버렸다.전연우는 이 어촌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장소월은 다급하게 뒷문으로 집을 나섰다. 하지만 그녀가 한 걸음을 내딛자마자 차가운 칼날이 그녀의 목을 겨누었다. 으슥한 달빛 아래, 강지훈의 흉측한 흉터는 더더욱 공포스러웠다.“아가씨, 전 대표님께서 아가씨가 혼자 다니면 위험할 거라며 저희를 보내셨어요. 저희들과 함께 가시죠.”말도 안 되는 소리. 제일 위험한 건 바로 그들 자신이다.장소월이 겁에 질려 급히 문을 닫았다. 하지만 강지훈은 발로 문을 막고는 사납게 말했다.“아가씨, 좋은 말로 할 때 절 따라오세요! 계속 거부한다면 무슨 일을 당할지 몰라요.”그녀는 겁에 질려 뒤로 물러섰다.“당신들... 뭐 하려는 거야! 나 아버지한테 전화할 거야!”강지훈은 미치광이처럼 웃어댔다.“어르신은 아마 아가씨의 말을 들을 기회도 없을걸요?”장소월은 강제로 낡은 건물 입구에 끌려갔다. 여긴 예전 오 아주머니의 집이 아닌가? 그녀 역시 한때 이곳에 머물렀었다.강지훈이 문을 열고 말했다.“아가씨, 들어가세요.”방안은 조명을 켜고 있지 않아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장소월은 안에서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무서운 기운이 풍겨 나오고 있음을 느꼈다. 장소월은 즉시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강지훈은 그녀의 행동을 예상하기라도 했는지 곧바로 거칠게 여자의 목덜미를 움켜쥐고 안으로 밀어 넣고는 문을 닫아버렸다.장소월은 그렇게 바닥에 쓰러졌다. 몇 초 뒤, 그녀의 시선 속에 검은색 구두 한 쌍이 들어왔다. 남자가 허리를 굽혀 손 하나를 그녀의 눈앞에 내밀었다. 장소월은 손으로 바닥을 짚고 힘겹게 뒤로 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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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경고하는데 나한테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이미 영수에게 연락했어. 아마 곧 올 거야.”“소월아, 김남주가 돌아왔어. 강영수가 아직도 너한테 신경이나 쓸 것 같아?”“그럼 넌? 백윤서한테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거야? 오빠...”그 마지막 두 글자를... 장소월은 입술을 꽉 깨물고 간신히 내뱉었다. 남자의 가슴팍을 애써 밀어내던 그녀는 그의 몸에서 풍겨 나오는 은은한 담배 향을 맡았다. 담배 끊었다고 하지 않았나?그 말은 전연우의 입도 다물게 했다.“내가 예전에 널 좋다고 따라다닐 땐 날 쳐다보지도 않았었잖아. 이제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데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굴어? 전연우...”장소월은 마음을 애써 가라앉히며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너 설마 날 좋아하게 된 거야?”전연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그가 장소월에게 가까이 다가가더니 그녀의 목덜미에 뜨겁게 키스했다.“장소월, 네 생각 그대로야!”그의 목소리 또한 더욱 거칠어졌다.“하지만... 김남주가 돌아오고, 강영수가 날 떠난다고 해도 너와 난 절대 안 돼. 만약 날 한낱 노리개로 생각한다면 난 확 죽어버릴 거야...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너에게서 벗어날 거라고.”장소월의 목소리는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녀가 내뱉은 말 한 글자 한 글자는 전연우의 마음속에 비수처럼 박혀버렸다.남자는 이어 손가락을 그녀의 머리카락 속에 집어넣었다. 두 사람의 코끝이 맞닿았다.“장소월, 아직도 모르겠어? 넌 평생 날 벗어나지 못해.”전연우는 폭력적으로 그녀를 침대로 밀쳤다. 이어 그녀의 몸을 짓누르고 얼굴을 움켜쥐고는 키스를 퍼부었다. 순간 장소월의 옷 거지들이 침대 밑으로 연이어 떨어졌다.“이거 놔, 으악. 날 놔줘...”장소월은 온 힘을 다해 그를 향해 발길질했다. 그 틈을 타 그녀는 이불을 끌어당겨 자신의 알몸을 감쌌다. 그녀의 속눈썹이 눈물에 젖어 흘러내렸다.아까 침대에 놓여있던 속옷도 바닥에 흩뿌려져 있었다.장소월은 참혹한 자신의 처지에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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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5화

그녀는 전연우의 잔인함을 얕잡아봤다. 아무리 눈물로 애원해도 전연우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것이다.장소월은 강제로 조금 전의 그 속옷을 입고 무표정한 얼굴로 그의 다리 위에 앉았다.얇은 속옷은 이미 흥건히 젖어있었다.전연우는 투명하고 찐득한 그 액체를 장소월에게 보여주고는 그녀의 하얀 가슴에 발라놓았다.“원해? 빌어. 그럼 해줄게.”장소월은 오늘 절대 도망치지 못할 거라는 걸 예감하고 있었다.장소월의 온몸은 바들바들 떨렸다. 창문은 닫혀 있었지만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옷을 모두 다 벗고 알몸으로 앉아있은 지 30분이 지나니 입술까지 하얗게 질렸다.전연우는 참아왔던 욕망을 거칠게 분출하며 그녀에게 한 번 또 한 번 연이어 오르가즘을 선사했다. 이와 동시에 그녀의 아랫배에서 통증이 밀려왔다.이어 그녀는 자세를 바꾸었다. 전연우는 그녀의 두 손으로 벽을 지탱하게 하고는 두 다리 사이로 자신의 물건을 밀어 넣었다.마지막 신음 소리와 함께 장소월은 눈앞에서 폭죽이 터지는 것 같은 기분이 느껴졌다.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이 풀리자 장소월은 두 다리에 힘이 풀려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버리고 말았다. 시간은 이미 새벽 3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남자는 욕실에서 나온 뒤 단추를 잠그며 냉담한 얼굴로 널브러진 여자를 쳐다보았다.“일어나서 옷 입어!”그녀가 미동도 하지 않자 전연우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 그의 시선이 그녀의 다리 사이로 흐르는 검붉은 피에 닿았다.장소월이 신음했다.“너무 아파.”남자는 곧바로 간단히 피를 닦아낸 뒤 코트로 그녀의 몸을 감싸고는 차를 몰고 병원으로 향했다.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잠이 깬 서철용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리며 말했다.“너 미쳤어? 이 야밤에 무슨 전화야.”전연우는 종래로 이런 공포감은 느껴본 적이 없다.그가 너무 심하게 몰아붙인 걸까.그는 검사실에 들이닥쳤다. 일반적인 경우 검사실은 환자 가족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으나 서철용은 전연우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은밀한 곳의 검사는 전연우가 직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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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6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전연우는 극도의 짜증이 몰려왔다.“장소월, 난 분명히 말했어. 이건 시작일 뿐이라고.”“만약 네가 그따위 동정심으로 오지랖을 부리지 않았다면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야. 바꾸지 못한다면 포기하고 받아들이는 게 낫지 않겠어?”그가 장소월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말했다.“싫어! 내 몸에 손대지 마!”장소월이 분노에 찬 얼굴로 소리쳤다.그때, 서철용이 문을 두드렸다.“두 사람 잠시 싸움을 멈춰요. 전연우, 할 말 있으니까 나와.”전연우는 그녀를 힐끗 보고는 병실을 나갔다. 서철용은 손에 들고 있던 장소월의 검사 기록을 보여주었다.“장소월이 예전에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는 거 알고 있었어?”전연우가 말했다.“그게 뭔데?”서철용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모르는 것이 틀림없다.“우울증 환자는 약물로 마음을 안정시켜야 해. 아니면...”그때 간호사 한 명이 돌연 소리를 질렀다.“서 선생님, 저길 보세요. 환자분 뛰어내리려고 해요.”장소월은 의자를 밟고 창가에 올라가 있었다.전연우는 곧바로 병실로 뛰어 들어갔다.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서철용은 냉담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이렇게 빨리 포기할 줄은 몰랐다.'장소월... 넌 강영수를 곁에 둔다고 해도 전연우를 벗어날 수 없어.네가 경험한 건 전연우가 겪은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거든.'결정적인 순간, 전연우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이곳은 15층이라 떨어지면 의심의 여지 없이 목숨을 잃는다.장소월은 절망이 가득 남긴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우울증 환자의 자살 충동은 이렇듯 아무런 징조도 없이 생겨난다.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통에서 벗어나는 한 가지 방식으로 생각한다.자살이라는 두 글자는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맴돌며 악마처럼 달콤하게 유혹한다.장소월도 죽음에 이르지 않도록 자신을 통제하고 또 통제했다. 하지만 행동은 그녀의 의지를 따르지 않았다.장소월은 아무도 없는 어둠 속에서 혼자 걷더라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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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화

장소월이 시험장에 나타나지 않자 고건우는 조급함에 안절부절못했고 소현아는 그녀가 나타나기를 기도하며 학교 문 앞에서 간절히 기다렸다.학교 쪽에서 연락을 받고 강영수가 학교에 도착했다. 그 역시 조금 전에야 장소월이 또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강영수는 이번 시험이 그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며칠 밤을 새우며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았으니 말이다.이 일은 장해진도 놀라게 만들었다.장해진은 불법적으로 정보를 사고파는 지하 정보 조직을 갖고 있었다. 지금은 손을 씻고 그쪽 일에 별로 관여하지 않아 큰 힘을 휘두르진 못하는 상태였으나 강영수가 찾고 있다는 것을 알리니 30분도 채 되지 않아 소식을 받았다.장해진이 핸드폰에 도착한 문자를 보며 이마를 찌푸렸다.“강 대표님, 안심하세요. 소월이는 어젯밤 도원촌에 놀러 갔다가 조금 다치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했다고 해요. 지금은 연우가 보살피고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강영수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병원이라고요? 소월이가 왜 병원에 있는 건데요!”강영수의 등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진봉은 소월 아가씨는 이번엔 절대 쉬이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시험은 15분 뒤면 끝이 난다.장소월은 낮은 목소리를 듣고 천천히 눈을 떴다. 희미한 그녀의 시선 속에 링거병이 들어왔다.아직 죽지 않은 건가?그녀는 마지막 순간 전연우가 자신을 끌어당겼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론 정신을 잃고 말았다.이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착각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강영수를 본 것 같았다.강영수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내가 너무 늦었어.”그의 목소리는 환각이 아니었다. 강영수의 손에서 전해져 오는 차가운 체온까지 느껴졌으니 말이다.장소월은 냉담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괜찮아.”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바라보았다. 약간 눈이 부셨다.“요즘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할게...”강영수는 자초지종을 자세히 그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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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화

전연우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백윤서는 장소월이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도 기성은에게 물어 안 것이었다. 어젯밤 전연우가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백윤서는 시험을 마치고 병원에 왔다가 굳게 닫힌 방문을 씁쓸하게 바라보며 집으로 다시 돌아가려 했다.그때 마침 그곳에 온 서철용과 몸이 부딪혔다. 그 바람에 서철용이 손에 쥐고 있던 검사 차트가 모두 바닥에 흩어지며 떨어져 버렸다.백윤서가 당황하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그 중엔 장소월의 CT도 있었다.서철용이 말했다.“괜찮아요. 다 내가 제대로 잡지 못한 탓이에요.”그가 허리를 굽혀 서류들을 한 장 한 장 줍기 시작했다.그때, 종이 하나가 장해진의 발밑에 날아갔다. 그가 주워 살펴보니 자궁 척출 동의서였고 전연우의 사인까지 그려져 있었다. 장해진은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염주를 움켜쥐었다.“어르신?”장해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빛은 상대로 하여금 등골이 오싹해지게 만들었다. 서철용이 애써 웃음을 지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서철용은 강영수에게도 장소월의 상태를 알렸다.“대표님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과로 때문에 자궁 수술 자국이 파열된 거예요. 이젠 지혈되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 약만 주의해 드시면 돼요. 그리고.... 장소월 씨의 기분도 각별히 신경 써 주세요. 예전 검사 기록에서 심각한 우울증을 알았다는 것을 봤거든요. 오늘 우울증이 극에 달해 자살 시도까지 했어요.”진봉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네. 알겠습니다.”진봉이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고, 서철용은 병실로 돌아갔다.진봉이 강영수에게로 다가갔다.“조사를 마쳤습니다. 어젯밤 소월 아가씨는 강용을 찾으러 도원촌에 갔습니다. 심유 씨의 고질병이 깊어져 병원에서 동의서에 사인하라고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강영수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졌다.“그들 모자를 내가 너무 얕잡아 봤어. 소월이는 심유와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어제 심유는 제운 고등학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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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9화

강영수가 강용을 지하실에 가둔 이유는 단 하나, 그에게 작은 처벌을 안겨주기 위함이었다.저번 장소월이 실종되었을 때, 그녀의 셋방 건물 아래에 있던 그의 수하들은 모두 강용이 걸어 나오는 것을 똑똑히 목격했다. 또한 어떤 사람들은 싸우는 소리까지 들었다.일은 그의 상상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장소월은 학교 부근의 셋방에 머무르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 제운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이 그곳에 드나들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강용을 제외하고는 그럴 만한 사람이 없다.강영수는 예전 장소월이 강용과 어떤 사이였든, 지금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병실 밖으로 나갔다가 줄지어 서 있는 정장 차림의 경호원을 본 은경애는 불길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하룻밤 함께 지내보니 저 사모님은 꽤 괜찮은 분인 것 같았다. 심유는 많진 않지만 하루 일당에 해당하는 수고비까지 그녀에게 쥐여주었다.장소월이 은경애의 전화를 받고 있을 때, 강만옥은 장소월의 병실에 찾아와 따뜻한 물을 그녀의 침대 옆에 놓아주고 있었다.“사람을 걱정시키는 데에 뭐가 있단 말이야. 별일 없어서 정말 다행이야. 시험은 이미 지나갔으니 너무 상심하지 마. 수능을 잘 보면 되잖아.”“네.”장소월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아직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푹 쉬어. 무슨 일 있으면 말해. 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그럼 부탁할게요.”“가족끼리 부탁은 무슨.”확실히 가족이다. 저번 주 장해진과 강만옥은 혼인신고를 했으니 말이다.장해진은 고지식하고 보수적인 사람이다. 하여 재혼은 떠들썩하게 치르면 안 된다는 생각에 결혼식은 치르지 않았다.장소월은 베개 밑 핸드폰의 진동을 느꼈다.강만옥이 나간 뒤 핸드폰을 꺼내 보니 전화는 이미 꺼져있었다.발신자를 확인해보니 은경애였다.은경애는 그녀에게 음성메시지를 남겼다.「아가씨, 보살피라고 하셨던 그 사모님은 깨어나셨어요. 하지만... 강영수 도련님 정말 무서운 분이셨군요. 갑자기 온몸에 상처가 난 사람을 끌고 병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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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환자복을 입은 심유의 청초한 얼굴에서 두 갈래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가 침대를 잡고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영수야, 아줌마가 이렇게 부탁할게. 용이는 아직 철이 없어 아무것도 몰라.”강용이 붉어진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울부짖었다.“무릎 꿇지 말라고 했잖아요. 못 들었어요?”참으로 웃기고 어이없는 모자의 모습이다.당시 심유가 그의 가정을 깨뜨렸을 때, 오늘과 같은 날이 올 수 있다는 걸 예상했어야 했다. 이별을 선택했다면 멀리 떠날 것이지, 왜 근처에서 맴돌다가 강일주의 눈에 띈단 말인가!이게 다 그녀가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고 혼자 사생아를 낳아 키운 것 때문이다.강영수가 있는 한, 이 잡종은 영원히 강씨 가문의 인정을 받지 못할 것이다.바로 그때, 강영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해보고는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조금 전 잔뜩 날이 세워져 있던 모습은 순식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이야?”전화를 건 사람은 장소월이었다.“지금 어디야?”강영수는 강용을 힐끗 보고는 오싹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병원에 있어.”상대방은 한동안 침묵했다. 이어 핸드폰 너머로 장소월의 허약하고도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학교 옆 가게 만두가 먹고 싶어. 사다 줄 수 있어? 파는 빼고.”“그래. 알았어. 금방 가져다줄게.”“응. 기다릴게.”강영수는 전화를 끊은 뒤 승리자의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서 차가운 눈빛으로 강용을 내려다보았다.“너한테 두 가지 선택지를 줄게. 하나는 서울에서 머물며 네 어머니가 죽어가는 걸 지켜보는 거야. 내가 알기로 네 어머니는 얼마 버티지 못해. 다른 하나는 해외에 나가 내가 허락하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는 거야. 하지만 난 매달 네 어머니의 병원비를 보내줄 거고 네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과 생활비도 책임질 거야.”강용의 눈에 시뻘건 핏줄이 줄기줄기 서렸다. 절대 굴복하지 않을 듯한 그의 날카로운 눈빛은 마치 길들이지 못하는 야생 동물과도 같았다.“이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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