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401 - 챕터 410

1033 챕터

제401화

장소월은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겠지만, 강영수는 이미 서울 전체를 뒤집어엎을 수 있을 만큼 미쳐가고 있었다.새벽, 한 줄기의 빛이 창문을 비추며 들어왔다. 조용한 낡은 거리에 자리 잡은 가게들이 하나둘씩 아침 장사를 시작했고 이어 향기로운 음식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그때, 검은색 고급 세단 몇 대가 줄줄이 들어와 아파트 단지에 멈춰 섰다.오부연이 말했다.“소월 아가씨는 예전 이곳에서 한동안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제 생각엔 이곳에 있을 것 같습니다.”밤새 한숨도 자지 못해 잔뜩 피곤해진 얼굴의 강영수가 다급히 차에서 내렸다. 낡고 더러운 거리를 보니 이마가 저절로 찌푸려졌다. 소월이가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군데군데 벽이 떨어져 있고 당장이라도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이 건물에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다니.그때, 장소월은 욕실에서 씻고 나온 뒤 머리카락을 말리고는 어젯밤 더러워진 소파 시트를 벗겨 세탁기에 넣었다.어제는 머리가 너무 아파 거실에서 봤던 장면에 대해 조금도 관여하지 않고 빠르게 잠이 들었었다.하지만 좀 추웠는지 아침에 깨어나 보니 코가 조금 막혔다.그녀는 수술을 한 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그때, 누군가 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장소월은 누구인지 묻지도 않고 문을 열었다.장소월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영수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녀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영수야, 나 아파! 너 왜 온 거야?”강영수는 그녀를 본 순간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미안해!”장소월은 그의 말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옆에 서 있는 진봉과 오부연의 모습도 보였다. 아니... 다 데려올 필요는 없었잖아!한동안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은 뒤에야 강영수가 장소월을 놓아주었다.그녀는 새로운 소파 시트로 교체한 뒤 사람들을 소파에 안내했다. 그녀는 강영수에게 방금 끓인 따뜻한 물을 건네고는 그의 옆에 앉았다.“미안해요. 본의 아니게 여러분들을 걱정시켰네요. 어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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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장소월이 전화를 받고 오니 진봉과 오부연은 이미 나가고 방안엔 두 사람만 남아있었다.강영수는 확연히 어두워진 장소월의 안색을 보고 물었다.“무슨 일 있어?”장소월이 말을 얼버무렸다.“그냥 어젯밤 일을 물으셨어. 아무것도 아니야.”사실 그녀는 장해진에게 호되게 혼이 났다. 갖은 욕설을 모두 들었으니 낯빛이 밝을 리가 없었다.장소월이 말했다.“내가 죽을 끓여뒀는데 같이 먹을래? 아직 이른 시간이니 먹고 나서 조금 잘 수 있을 거야.”강영수가 깊은 눈동자로 지긋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아침밥을 먹은 뒤, 강영수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은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고 침대 위엔 눈에 띄는 커다란 인형 하나가 놓여 있었다.장소월이 이불을 정리하며 말했다.“너희 집보단 협소해 좀 불편할 거야. 잠시 눈만 붙여.”강영수가 말했다.“내가 자면 넌 뭘 하려고?”“이왕 깼으니 거실에서 숙제를 하려고.”강영수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나랑 같이 자자.”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장소월은 처음엔 거절하고 싶었으나 그가 밤새 자신을 찾아 헤맸다는 사실이 떠올라 마음이 약해져 고개를 끄덕였다.장소월은 등을 돌리고 침대에 누웠다. 남자의 뜨거운 몸이 등 뒤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았지만 그녀는 인형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알람이 울리자 장소월은 조심스레 침대에서 내려왔다. 강영수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그녀가 슬리퍼를 신고 문을 나서려고 할 때 책상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녀의 것이 아닌 강영수의 핸드폰이었다.화면을 살펴보니 김남주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익숙한 이름이었지만 곧바로 생각해내지는 못했다.그녀는 본래 강영수의 잠을 방해할까 봐 전화를 끌 생각이었지만 결국 끄지 않고 거실로 갖고 나왔다.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진봉이 장소월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소월 아가씨.”그의 시선이 장소월이 들고 있는 핸드폰으로 향했다.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가리키며 소곤소곤 말했다.“아직 자고 있어요. 조금 전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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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장소월은 학교에 돌아가자마자 학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소현아도 그녀에게 달려와 어젯밤의 일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고작 하룻밤 외박한 일이 이렇게나 크게 번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소현아 뿐만 아니라 평소 접촉이 없었던 학생들까지도 걱정하는 척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올림피아드 시합이 코앞이니 그녀는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고 공부에만 열중했다.서울 강남 병원.김남주가 과일을 먹으며 계속하여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녀는 강영수가 겉으론 관심 없는 척하지만 속으론 지극히 그녀를 생각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장소월인지 뭔지 하는 여자는 그저 그녀의 질투를 일으키는 도구일 뿐이다.때문에 어젯밤 늦게까지 이곳에서 그녀를 지켰을 것이다. 처음은 그렇다고 쳐도 두 번째는?강영수로 하여금 마음속에 그녀가 있다는 걸 인정하게 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만약 강영수가 그녀와 결혼할 마음을 먹는다면 3년 전의 내기에서 이기게 된다.강영수는 절대 쉽게 두 사람이 했던 약속을 잊지 않을 것이다.강영수가 잠에서 깼을 땐 이미 오후 3시 반이었다.시계를 보며 방에서 나가니 향긋한 밥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진봉이 그를 불렀다.“대표님.”강영수의 눈에 밥상에 차려져 있는 음식이 들어왔다.진봉이 말했다.“소월 아가씨가 점심에 오셔서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대표님이 잠들어 있는 걸 보고는 휴식을 방해하기 싫다며 깨우지 않으셨습니다.”“대표님, 아침에 김남주 씨가 전화를 걸어왔어요. 전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진봉이 입술을 깨물며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소월 아가씨가 봤습니다. 핸드폰이 울리니 대표님께서 깨실까 봐 갖고 나오셨어요.”강영수는 전에 쓰던 번호를 버리고 새로 바꾸고 난 뒤 그녀의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었다. 그는 감남주가 대체 어떻게 자신의 번호를 알았는지, 또 어떻게 장소월에게서 온 문자까지 지워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강영수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더니 당황스러움이 비추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별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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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강영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리고 난 뒤 번호를 차단하고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김남주에 관한 건 아무것도 상관하지 마.”“네. 대표님.”이게 맞다. 장소월 씨는 그 김남주보다 몇백 배 더 훌륭하다.김남주는 수십 번의 전화를 걸어서야 강영수가 자신을 차단했다는 것을 확신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는 반드시 달려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김남주는 무언가 생각난 듯 간호사 한 명을 불러 핸드폰을 건넸다.“내가 말한 대로 해줘요.”간호사는 이 이상한 여자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요구대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30초도 되지 않아 전화가 끊겼다.“저기... 없는 번호라고 합니다.”“그럴 리가 없어요!”김남주는 분노하며 자신의 손으로 직접 번호 하나하나 확인하며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역시 차가운 그 기계음이었다.“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니...”“제기랄!”김남주는 연이어 욕설을 퍼붓고는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다른 번호로 연락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대포폰을 쓰고 있는지라 이것 역시 없는 번호였다.그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만 그녀와 연락을 취한다는 것을 그녀는 잠시 잊고 있었다.김남주는 화가 치밀어 올라 핸드폰을 내던져버렸다.무슨 이유에서인지 학교는 연이어 며칠 동안 수업이 있든 없든 8시 반 이전에 학생들을 돌려보냈다. 올림피아드 반 수업이 끝난 뒤 장소월은 백윤서, 소현아와 함께 걸어갔다.그때 다른 반 학생들도 마침 수업을 끝마치고 나오고 있었다.“쟤가 바로 장소월이야. 진짜 부러워. 말 한마디로 학교에서 정한 하교 시간까지 앞당기다니.”“그러니까 말이야! 어젯밤 장소월이 없어졌다고 강영수가 밤새 찾아다녔잖아. 난 그때 노래방에 있었는데 너무 요란해 깜짝 놀랐어. 큰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라도 찾은 줄 알았다니까. 장소월 한 명 때문에 전교 모든 학생들이 한 시간 일찍 집에 가게 됐어. 나한테 그런 대단한 남자친구 있다면 난 매일 옆에서 딱 붙어서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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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그녀와 강영수가 사귀는 사실을 별로 큰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점점 더 많은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예전 그녀는 학교에서 그야말로 보이지도 않는 투명한 존재나 다름없었다.장소월은 강영수가 자신이 일찍 집에 돌아가 쉬길 원하는 마음에 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런 특혜를 받고 싶지 않았다. 또한 자신 때문에 학교에서 이미 지정된 규정을 바꾸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그저 조용히 남은 학교생활을 마치고 싶을 뿐이었다.학교 문 앞에 도착하자 수많은 플래시가 그녀를 향해 반짝였다. 기자 몇 명이 달려와 그녀의 얼굴에 마이크를 들이밀었다.“장소월 씨, 언제부터 강한 그룹 대표와 사귄 거예요?”“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강한 그룹 대표님과 어떻게 알게 된 거죠?”“어젯밤 강한 그룹 대표님이 서울 전체를 들썩이게 했던 건 모두 장소월 씨를 찾기 위함이었어요. 대체 어디에 계셨던 거예요?”“...”장소월은 종래로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빼곡히 줄지어 선 사람들이 끊임없이 질문을 퍼부었다. 그녀는 너무 당황해 제대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백윤서는 인파를 뚫고 나가 현장을 떠났고 소현아만 남아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당신들 뭐 하는 거예요! 더이상 다가오지 말아요!”“얼른 돌아가세요.”기자가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장소월 씨, 말씀해 주세요.”“말씀하세요. 말씀하세요.”“여러분!”무겁고도 날카로운 목소리가 순식간에 시끌벅적하던 소음을 잠재웠다. 고개를 돌려 남자를 본 기자들은 그의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물고는 길을 내어주었다.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에 장소월의 얼굴은 백지장같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강영수든 장해진이든 기자회견은 별로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그 사람은 전연우였다. 그가 걸어오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순간 전생에서의 그와 현생에서의 그가 겹쳐 보였다. 지난 지 오래된 일이 돌연 그녀의 머릿속에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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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기자들은 차를 향해 끊임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백윤서는 그녀에게 물 한 병을 주며 걱정스레 말했다.“소월아, 얼굴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아?”장소월은 건네받았지만 마시지 않았다.“괜찮아요.”그녀는 창밖을 내다보며 물었다.“우리... 어디 가요?”백윤서도 어디로 가는지 몰라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그러게요. 연우 오빠, 우리 어디로 가요?”“소월이는 어디로 가고 싶어?”전연우가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지만, 말 속에는 또 다른 암시가 있는 듯했다. 장소월은 손에 있는 물병을 다시 옆에 두고 지금 차가 달리고 있는 방향이 장씨 저택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남자가 백미러를 통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느꼈지만, 장소월은 시선을 피하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길가에서 세워줘요. 영수가 데리러 올 거예요.”“혼자 둘 수 없어. 아직 9시도 안 됐으니 일단 남원 별장에 돌아가서 얘기해.”그의 말은 장소월에게 거절의 여지를 주지 않았고, 장소월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소월은 소현아에게 답장을 했다.「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그럼 다행이야.」그리고 강영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그는 회사 일을 다 처리하고 그녀를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소현아에게서 또 메시지가 도착했다.「참, 너희 오빠 오늘 너무 멋졌어! 기자들한테 그런 말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널 데리고 가다니. 그 기자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넌 모를 거야!」장소월은 얼굴을 찡그리고 답장했다.「무슨 말을 했는데?」「내일 인터넷 뉴스를 보면 알게 될 거야. 내가 잘 표현을 못 하겠어.」그들은 남원 별장에 도착했다.평소 이 시간에 장해진은 일찍 올라가서 쉬거나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장소월은 그를 만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니면 또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세 사람이 앞뒤로 현관에 들어섰을 때, 오 아주머니는 부엌에서 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윤서 씨 왔어요? 저번에 술떡을 먹고 싶다고 해서 오늘 좀 빚었어요. 어서 와서 맛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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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만둣국 다 됐어요.”오 아주머니는 만둣국 두 그릇을 들고 부엌에서 나와 장소월의 앞에 놓았다.“아가씨가 고수를 좋아하지 않으니 고기소만 넣었어요.”장소월은 그릇에 떠 있는 초록빛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주머니... 저 파 안 먹어요.”오 아주머니는 잠시 멍해지더니 웃으며 이마를 쳤다.“내 정신 좀 봐. 아가씨가 온 지 너무 오래돼서 까먹었어요. 다시 만들어올게요.”장소월은 말할 수 없는 서운함을 느꼈다. 오 아주머니는 종래로 그녀의 입맛을 잊은 적이 없었다.“괜찮아요. 제가 골라내서 먹으면 돼요.”장소월은 휴지를 꺼내 테이블에 펼쳐 놓고 파를 집어내기 시작했다.순간 침묵이 흘렀다.장소월이 책을 접고 고개를 돌려보니, 전연우가 젓가락을 들고 그녀를 도와 파를 골라주고 있었다.“여전히 귀찮은 애야.”“사실 아가씨는 사모님을 닮았어요. 사모님도 파를 좋아하지 않으셨어요.”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만둣국을 먹었지만, 왜 그런지 예전만큼 맛있지 않았다.백윤서는 술떡을 절반 먹고 금방 질려서 전연우 앞에 밀었다.“오빠, 너무 달아요. 제 거 좀 먹어줘요. 전 오빠 거 맛 볼래요.”“오빠, 우리 세 사람 진짜 오랜만에 같이 밥 먹는 거예요. 전에 저랑 소월이가 남은 음식은 늘 오빠가 처리해줬잖아요. 음식을 낭비하면 안 된다고 잔소리하던 시절이 그립네요.”오 아주머니는 부엌에 정리하러 갔고, 세 사람만 거실에 남았다.백윤서는 전연우 그릇의 만둣국을 먹었지만, 전연우는 그녀의 술떡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사실 전연우도 장소월처럼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반 그릇을 먹은 장소월은 배가 불렀고 일어나 주방에 가려고 했다.“소월이 다 못 먹겠으면 내 그릇에 넣어.”장소월은 그릇을 든 손을 꼭 잡았다.백윤서도 한마디 보탰다.“어차피 나 배 안 불러. 나 줘.”장소월은 눈꺼풀을 늘어뜨리고 입을 열었다.“나 감기 걸렸어요. 옮으면 어떡해요.”말을 마치고 부엌으로 가서 남은 음식을 버렸다.그녀는 설거지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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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전연우는 어두운 눈으로 그녀를 주시했다.“안 자고 가는 거야? 집에 빈방 있어.”그가 왜 갑자기 그런 눈빛으로 장소월을 쳐다보는지 알 수 없었다.“아니야. 그냥 갈래.”장소월은 한 마디를 남기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전연우의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되었고, 떠나고 싶어 안달 난 모습을 보며 눈동자는 더욱 깊어졌다.백윤서는 문득 입을 열었다.“오빠,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왜 소월이가 자기 집에 있는걸 싫어하는 것 같죠? 여기를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여기는 소월이 집이잖아요.”강영수는 조수석 앞에 서서 걸어오는 사람을 향해 두 팔을 벌렸고, 장소월도 다가가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의 몸은 아주 차가웠다.그는 오늘 자주 입는 회색 정장 위에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어깨에 물방울이 맺혀있는 것을 발견했다.“왜 옷이 젖었어?”강영수는 검지를 구부려 그녀의 작은 얼굴을 만지더니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퇴근하고 너 데리러 오는 길에 비가 좀 왔어. 출발할까?”“장소월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오늘은 강영수가 직접 운전해서 왔다. 장소월이 조수석에 앉았지만, 조수석의 위치가 누군가에 의해 움직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는 거의 운전을 하지 않았고, 일반적으로는 장소월만 조수석에 앉았다. 지난번에 조수석에 앉았을 때보다 위치가 분명 뒤로 밀려 있었다.강영수는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해주며 물었다.“왜 그래?”“아니야. 의자가 좀 뒤로 밀린 것 같아서 내가 조절할게.”그러자 강영수의 안색이 변했다.“그래.”그는 액셀을 밟더니 또 입을 열었다.“오늘 일에 대해 이미 들었어. 안심해. 앞으로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할게.”장소월은 손톱으로 안전벨트를 긁으며 말했다.“영수야... 아직은 사람들이 우리 관계에 대해 아는 걸 원하지 않아. 그리고 그 잡지들은...”“왜? 그 사람들이 너를 곤란하게 했어?”남자는 핸들을 잡은 손을 꼭 잡았다.장소월은 남자의 목소리에서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계속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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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장소월은 약간 쓴 삼계탕을 한 그릇 마셨고, 강영수는 곁에서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었다.차 안에서 나눈 이야기에 대해 아무도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맛있어?”“그럭저럭. 난... 이만 돌아가서 숙제할게. 너도 얼른 쉬어. 잘 자.”“잘 자.”강영수는 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손에 든 라이터를 들고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였다.오부연은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알아차리고 물었다.“도련님, 소월 아가씨와 싸우셨나요?”강영수는 다리를 꼬고 뒤로 기댄 채 말했다.“소월이가 그 기자들을 처리해 주길 원하는데, 내가 동의하지 않았어. 내가 아직도 많이 부족한가? 우리가 부적절한 관계도 아니고.”오부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소월 아가씨는 아직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을 듯하네요. 늘 혼자 다니며 다른 사람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그 연예 기자들이 이미 소월 아가씨의 삶을 방해했으니, 초조해하는 것도 당연하죠. 만약 소월 아가씨가 언젠가 강가에 시집온다면 꼭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죠. 지금 미리 적응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죠.”그녀가 졸업하면 조만간 강한 그룹의 사모님의 될 것이고, 앞으로 더 많은 언론 기자들을 만나야 할 것이다. 만약 지금 감당할 수 없다면, 앞으로 그녀는 습관적으로 위축될 것이다.오부연은 강영수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말을 보탰다.“오늘 노부인께서 별장에 와서 소월 아가씨를 찾으셨어요. 팥떡이 드시고 싶으시다면서요.”강영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나도 아까워서 요리를 시키지 않는데, 그 할멈은 참 염치도 좋아.”장소월은 숙제를 마치고 단어 몇 개를 외우고 바로 잠이 들었다.이튿날 새벽.정장 단추를 채우고 아래층으로 내려간 강영수는 식탁에서 낯익은 모습이 보이지 않자 거실 전체를 훑어보았다.“소월이는?”“소월 아가씨는 아침 일찍 나가셨어요. 시험장에 가본다면서요.”예전에 장소월은 먼저 자리에 앉아 강영수를 기다려 같이 식사를 하고, 그가 학교로 데려다주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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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장소월은 맨 뒷자리에 앉았고, 그녀의 앞자리에 앉은 단모연이 가끔 와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바로 이때, 장소월의 휴대폰이 울렸고 누군가 사진을 보내왔다.사진을 본 장소월은 온몸이 차가워졌고, 손은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모르는 전화번호로 온 사진 속 그는 호텔의 흰색 침대에서 자고 있었는데 상반신을 벌거벗은 채 이마에 손을 얹고 있었다. 기록된 시간과 날짜를 보니 작년 설쯤으로 최근에 찍은 사진이었다.귓가에 굉음이 둘리더니 갑자기 강영수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내가 뭐하러 가는지 안 물어봐?”“3일 후면 바로 돌아올 거야.”“소월아, 뭘 보는데 넋이 나갔어?”단모연의 목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끊었다.장소월은 놀라서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녀는 황급해서 어찌할 줄 몰라 가슴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남들이 볼까 봐 두려웠지만, 다행히 휴대폰 화면이 아래로 향해 떨어졌다.장소월이 당황하는 모습을 처음 본 학생들은 그녀에게 시선이 쏠렸다.단모연은 허이준의 시선을 느끼고 서둘러 설명했다.“내가 놀라게 한 것 아니야.”허이준: “휴대폰 안 망가졌어?”장소월은 곧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응, 괜찮아.”사실 휴대폰 화면은 깨져서 금이 갔고, 가장 자리도 약간 갈라진 흔적이 있었다.장소월은 이 일을 소화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누가 보냈을까?이런 사진을 그녀에게 보낸 목적이 무엇일까?오늘 시험장을 보고 나면 모레 시험이었다. 이 일로 인해 영향받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장소월은 자꾸 생각의 굴레에 빠졌다.왜냐하면, 그녀는 강영수가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장소월은 휴대폰 전원을 아예 꺼놓고 두 번 다시 열 용기가 없었다.백윤서가 다가왔다. 장소월의 안색과 행동이 눈에 띄게 이상했기 때문이다.“소월아, 너 어디 아파?”“괜찮아요.”“하지만... 요 몇 교시 동안 선생님이 널 불렀지만, 계속 정신이 딴 데 팔려서 대답하지 않았잖아.”주위에 너무 많은 두 눈이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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