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391 - 챕터 400

1151 챕터

제391화

전연우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폭탄을 투하해 버리고 유유히 떠나는 서철용을 쳐다보았다. 그 말을 들은 백윤서는 곧바로 전연우에게 캐물었다.“연우 오빠, 왜 소월이에 대해 얘기한 거예요? 소월이한테... 무슨 일 있는 거예요?”기침 몇 번에 또다시 위통이 몰려왔다. 전연우는 이토록 나약하고 보잘것없는 모습을 아무한테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예전 그의 위병은 좀처럼 도지지 않았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장소월이 항상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술자리에서 누군가 전연우에게 술을 권할 때마다 장소월은 상대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었다. 그렇게 프로젝트를 망치고 돌아오면 항상 장해진의 엄벌을 받았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연우가 한 잔이라도 덜 마시도록 노력했다.아침, 점심, 저녁, 그녀는 매 끼니마다 직접 그에게 음식을 챙겨주기도 했다.장소월이 그를 멀리한 이후, 전연우는 늘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아무것도 아니야. 시간이 늦었는데 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백윤서는 자신에게 무언가 숨기고 있는 전연우의 모습에 실망했지만 더는 캐묻지 않았다.그녀가 전연우의 등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악몽을 꾼 탓에 잠이 안 와요. 그래서 나와서 걷고 있었어요.”전연우가 큰손을 그녀의 머리 위에 올리고 쓰다듬었다.“들어가서 자. 내일 학교에 가야 하잖아?”“내가 죽을 먹여줄게요. 술만 먹으면 아무것도 먹지 않잖아요.”백윤서가 보온병을 열어 따끈따끈한 야채죽 한 숟가락을 떠 호호 불고는 전연우의 입가에 가져갔다.전연우는 그녀의 눈가에 어려있는 기대감에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다 먹고 나니 어느덧 새벽 3시였다.백윤서는 그제야 느릿느릿 정리하기 시작했다.전연우가 말했다.“곧 날이 밝아. 여긴 기성은이 치우면 되니까 돌아가서 쉬어.”백윤서가 침대 옆에 고개를 숙이고 서서 말했다.“오빠, 혼자 자기 무서워요. 잠깐만 옆에 누워 있어 주면 안 돼요? 어렸을 때도 항상 제 옆에 있어 줬잖아요. 오빠가 옆에 있어야 마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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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백윤서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길에서, 백윤서는 뾰로통한 얼굴로 조수석에 앉아있었고 전연우는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두 사람은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숨 막힐 듯한 침묵이 차 안을 짓눌렀다.학교에 도착하자 백윤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기성은이 말했다.“윤서 씨, 아침밥을 가져가세요.”백윤서는 그의 말을 무시해버리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기성은이 걱정되는 마음에 입을 열었다.“대표님, 윤서 씨는 아직 어린 아가씨입니다. 그냥... 먼저 사과하는 게 어떨까요?”전연우가 천천히 눈을 떴다. 고개를 돌려보니 그의 눈에 익숙한 모습이 들어왔다.장소월이 만두를 들고 우유를 마시며 걸어오고 있었다. 그 순간 강아지 한 마리가 그녀의 옆으로 달려와 사납게 짖어댔다. 그녀는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만두와 우유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황급히 학교 안으로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경비원은 다급히 강아지를 쫓아냈다.그녀는 한동안 달린 뒤 고개를 돌려 강아지가 따라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몇 년 전 그녀는 광견에게 하마터면 물릴 뻔했었다. 하여 강아지에게 떨칠 수 없는 트라우마가 자리 잡은 것이다.겁에 질려 우왕좌왕하는 장소월의 모습에 전연우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가 피어올랐다.장소월은 교실로 가던 중 다시 6반에 돌아가 책상에 엎드려 쿨쿨 자고 있는 강용을 발견했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었다.“소월아, 소월아, 소월아!”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장소월이 고개를 돌렸다. 소현아가 만두 두 봉지와 우유를 들고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장소월은 걸음을 멈추고 소현아를 기다렸다.소현아가 들고 있던 음식을 그녀에게 건넸다.“이건 네 것이야. 조금 전 강아지 때문에 놀라 떨어뜨리는 거 봤어. 그래서 내가 같은 거로 사 왔어.”소현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고마워.”이미 사 왔으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장소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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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장소월이 교실에 돌아와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백윤서가 들어왔다.예상보다 일찍 퇴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음 주면 올림피아드 경기가 진행된다.장소월은 오늘 다시 올림피아드 팀에 들어왔다.이번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천천히 남은 수업을 받으며 조용히 졸업하는 날만 기다리면 된다.1등만 하면 그녀가 원하는 일에서 절반의 성공을 이룬 거나 다름없다.오늘 장소월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공부했다. 점심시간, 소현아가 그녀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교실에 찾아왔고 두 사람은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그 길에서 장소월은 많은 학생들의 시선이 자신에게 향하고 있음을 느꼈다. 또한 그녀를 보고 있는 여학생들의 손엔 모두 잡지 하나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워낙 다른 사람의 일에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라 더는 관심을 쏟지 않았다.얼른 밥을 먹고 다시 올림피아드 반에 가야 한다.그때 소현아가 말했다.“소월아, 쟤들 이상하지 않아? 다들 널 보고 있어.”장소월도 이를 느꼈던지라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내 얼굴에 뭐 묻었어?”“아니. 매일 예쁘기만 한 걸.”소현아가 진지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난 뒤, 장소월은 소현아에게 공부를 가르쳐줄 시간이 없어 필기 노트만 건네주었다. 그녀가 알기 쉽게 다시 정리해 놓은 것이라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모두 기억한다면 60점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올림피아드 반에 들어가니 백윤서는 이미 일찌감치 도착해 있었다.그때, 장소월을 본 고건우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반겼다. 하나 추가한 책상도 그가 직접 정리해 놓은 것이었다.“이준이가 네 책을 가지러 갔으니까 조금만 기다려.”“네.”장소월이 책가방을 내려놓고 자리에 앉았다.“넌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어. 전교 2등이 하나뿐인 자리를 가져갔다고 다른 학교 선생님들이 투덜거리더라고. 저번 회의에선 우리 학교 많은 선생님들이 널 칭찬했어. 내가 다 뿌듯하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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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김남주가 긴 부츠를 신고 대표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프런트 직원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저 이상한 사람 누구예요?”강한 그룹에서 오랫동안 일한 직원이라면 모두 아는 사실이다. 그들의 대표님에겐 고등학교 때부터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 후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자친구는 대표님에게 이별을 고했고 또한 무슨 이유에서인지 두 사람은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그 사고로 인해 대표님은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다행히 강한 그룹에서 힘을 써 외부에 알려지는 걸 막았기 때문에 이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적었다. 다만 그 후 그 여자는 아무도 모르게 홀연히 사라져버렸다.예전 그녀와 대표님은 뜨겁게 사랑했었다. 회사에서 그녀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강씨 집안에선 그녀를 탐탁지 않아 했지만 강영수가 그녀를 지키고 있으니 감히 어찌하지 못했다.사라진 지 몇 년이나 흐른 지금, 그녀가 다시 돌아왔다!한 시간 동안 진행되었던 회의가 끝이 났다.진봉이 잡지 하나를 들고 걸어왔다.“지금까지 이미 10만 부나 팔렸습니다. 소월 씨는 아직 모르는 것 같습니다. 대표님, 잡지사에 소송을 걸까요?”잡지 표면엔 바닷가에서 다정히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있는 한 쌍의 연인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남자는 뒷모습만 보였지만 여자는 그 옆모습이 확연히 찍혀있었다. 옆에 서 있는 남자를 보는 여자의 눈빛엔 사랑과 따뜻함이 듬뿍 담겨있었다. 누가 봐도 남자를 깊이 사랑하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었다.그 두 사람이 바로 강영수와 장소월이었다. 그들이 해성에서 산책을 할 때 누군가 몰래 사진을 찍어 잡지 표면에 실은 것이다.이 잡지사는 전문적으로 커플 사진을 찍는 회사였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잡지사라 판매량이 많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번 표지 사진으로 인해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고 10만 부나 되는 잡지가 단시간 내에 빠르게 팔린 것이다.지금은 이미 매진 되어 어디에서든 찾아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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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진봉을 본 김남주가 손에 들고 있던 사진을 내려놓고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오랜만이야! 강영수.”강영수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다.“누가 너한테 돌아오라고 했어?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말했잖아!”김남주가 피식 웃으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스르륵 쓸어내리고는 그의 앞에 멈춰 섰다.“날 보고 싶어 했던 건 너잖아? 너 설날 밤 내내 내 곁에서 날 지켜줬었잖아. 잊었어?”“시끄러워. 진봉, 경호팀에 연락해 끌어내. 앞으로 한 발자국도 회사에 들이지 마. 또다시 이 여자를 들어오게 한다면 프런트 직원 모두를 해고시킬 테니까 명심해.”진봉이 말했다.“네. 대표님.”강영수는 더는 그녀를 보고 싶지 않아 몸을 돌려 사무실에서 나왔다.김남주가 그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영수야, 내가 왜 널 떠났는지 알고 싶지 않아?”그 말에 강영수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동시에 진봉은 김남주의 눈빛에서 무언가 무너지고 있음을 느꼈다.강영수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점점 멀어져가는 강영수의 모습에 김남주는 심장이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강영수, 넌 평생 나한테서 벗어날 수 없을 거야!”진봉이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김남주 씨,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대표님은 이제야 겨우 괜찮아지셨습니다. 더는 찾아와 힘들게 하지 마세요. 대표님께서 주신 그 돈이면 남은 평생 편히 살 수 있잖아요.”김남주가 다시 선글라스를 쓰고 차갑게 그를 노려보았다.“진봉, 당시 나와 영수가 헤어진 데엔 네 공로도 작지 않았어.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하지만... 아가씬 다른 남자 때문에 대표님을 버렸잖아요. 대표님께서 예전 아가씨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 잘 알 거예요. 지금 사진 속 저 여자분에게도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저 여자분에게 다른 마음은 먹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지금의 대표님은 예전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당신은 이제 영원히 대표님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될 수 없어요.”진봉의 말은 모두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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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하지만... 강영수 이 자식 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거야!김남주는 혼자 외롭게 해외에서 살다가 자신이 고용한 파파라치로부터 사진을 받았다. 강영수가 다른 여자와 다정히 손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귀국해버린 것이다.그녀는 이 모든 것이 진실인지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다.조금 전 사무실 책상 위 사진을 본 뒤에야 전부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높이 솟아있는 강한 그룹 건물을 올려다보니, 김남주는 눈물이 왈칵 차올랐다.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따라서 검은색 아이라인도 천천히 씻겨 내렸다. 얼마나 걸었을까, 김남주는 아예 길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그녀와 멀리 떨어져 지나쳤다.몇 분 뒤, 검은색 승용차가 김남주의 앞에 멈춰 섰다.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차에서 내렸다.“김남주 씨, 사모님께서 김남주 씨가 돌아온 걸 아시고 뵙자고 하십니다. 차에 타세요.”김남주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수석에 앉아 차에 있는 휴지로 눈물을 닦고는 다시 화장을 했다.“몇 년이나 흘렀는데 그 노친네는 아직도 안 죽었나 봐?”운전기사가 흠칫 놀라며 말했다.“아가씨, 말조심하세요!”김남주는 조금 전 목놓아 울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예전에도 그렇게 말했어. 너희들 대표님도 나한테 뭐라고 못하는데 네가 뭔데 날 꾸짖어!”운전기사는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30분 뒤, 김남주를 태운 차가 강씨 저택에 도착했다.그녀는 익숙하게 안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집안에 들어가려 하자 도우미가 그녀를 멈춰 세웠다.“아가씨, 노부인께서 이쪽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김남주는 아래턱을 빳빳이 올리고 도우미를 따라갔다.검소한 차림의 백발의 노부인이 마당 안 벤치에 앉아 팥죽을 먹고 있었다.“오랜만이에요! 아직 생전이실 줄은 몰랐네요!”노부인은 그녀를 무시해버린 채 계속하여 팥죽을 즐겼다. 그녀가 허허 웃으며 옆에 서 있는 도우미에게 말했다.“소월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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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넌 졌어.”“우리 강씨 집안은 지금까지 너라는 외부인에게 할 만큼 했어.”노부인이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넌 여전히 그대로구나. 할 말 끝났으니 이제 가. 아줌마, 손님 가신다.”노부인의 말투는 너무나도 단호했고 눈빛엔 냉담함과 혐오감이 가득했다.노부인은 확실히 김남주가 싫었다. 그 여자가 아니었다면 영수는 학창시절 그토록 많은 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아줌마가 말했다.“네. 사모님.”“아가씨, 이쪽으로 오세요.”김남주는 도저히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어 소리쳤다.“제가 이 일을 영수에게 알려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당신이 아니었다면 저와 영수의 관계는 지금처럼 망가지지 않았을 거예요.”노부인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5년 전 넌 우리 강씨 집안에 발을 들이지 못했어. 지금도 마찬가지야. 난 절대 네가 또다시 내 손자를 해치게 놔두지 않을 거야.”김남주는 그렇게 강씨 저택에서 쫓겨났다. 위풍당당하던 자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대신 처참히 무너져버린 패배자의 모습만 남아있었다.그녀는 강영수가 이렇게 쉽게 자신에 대한 마음을 놓았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김남주는 한 번 또 한 번 익숙한 번호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건 없는 번호라는 야속한 기계음뿐이었다.그녀가 돌연 얼굴을 굳히더니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당신과 손잡을게요. 하지만 절대 그 사람을 다치게 하면 안 돼요.」문자를 보내고 발걸음을 뗀 순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졌다. 고개를 들어보니 하늘 전체가 어둠에 잠식되어 버린 것 같았다.김남주는 돌아오기 위해 연속 며칠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 하여 순간 정신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장소월은 하교할 때가 거의 되어서야 왜 학생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았는지 알 수 있었다.소현아가 매점에서 잡지 하나를 사와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 자신과 강영수가 해성에서 다정히 산책하는 모습이 표지에 담겨있었다.대체 왜 몰래 찍은 것도 모자라 표지에까지 올려 곳곳에 뿌린단 말인가.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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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재미도 없고 흥미도 없어요.”“연예계에 얼굴을 들이밀었다간 아버지한테 맞아 죽을게 분명해요.”“조선 시대엔 연기하고 노래하는 딴따라가 바로 기생이었잖아.”한결이 멋쩍은 얼굴로 감독님을 바라보았다.감독님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네네네. 여러분들은 모두 귀한 집 도련님 아가씨라는 거 알아요. 그저 관심이 있는지 물으러 왔을 뿐이에요. 강요하지 않아요.”그때, 감독님의 눈에 창가 쪽 자리에 앉아있는 장소월이 들어왔다. 순간 그의 눈이 반짝였다.“장소월 씨?”장소월이 펜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네? 절 아세요?”감독님은 반가운 얼굴로 앞으로 걸어갔다.“어떻게 모를 수가 있겠어요. 이번 영화는 강 대표님의 투자로 진행되고 있는걸요. 연기에 관심 있다면 여주인공 역할을 줄게요. 마음에 들지 않는 장면이 있다면 저희가 밤을 새우더라고 수정할 거예요.”장소월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죄송해요. 전 연기엔 관심이 없으니까 다른 사람을 찾아보세요. 도무지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어서 전 고 선생님의 사무실로 가볼게요.”감독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겠어요. 이건 제 명함이에요. 혹시라도 관심이 생기면 언제든 날 찾아와요. 나한테 대본이 아주 많거든요. 오기만 하면 남자 주인공은 소월 씨가 선택할 수 있게 해줄게요.”장소월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두 손으로 명함을 받았다. 이후 문제집을 안고 교실에서 나갔다.지금까지 그녀와 강영수의 관계를 아는 건 학교 안 사람으로 국한되었다. 하지만 잡지에 실린 이후 웬 감독님이 찾아왔고 이걸 시작으로 한 명씩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최근 장소월은 강영수와 함께 학교에 오는 길에서 마스크를 쓰고 은밀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녀는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까발리는 파파라치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는 종래로 다른 사람의 가십에 관심을 가진 적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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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장소월도 고개를 끄덕이며 허철에게 인사했다.“참, 2등, 나 이 문제 어떻게 푸는지 모르겠는데 좀 알려줄래?”장소월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왜 자꾸 날 2등이라고 부르는 거야?”단모연이 책을 펼쳐 장소월의 책상에 놓으며 말했다.“우리 이준이는 전교 1등이고 넌 2등이잖아. 그래서 그렇게 부르는 건데?”그런 거였어?장소월이 옆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고개를 저었다.“나도 모르겠어. 전교 1등한테 물어봐.”단모연이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이준이는 안 가르쳐줘.”“하지만... 나도 모르겠어. 이준아, 너 이 문제 어떻게 푸는지 알아? 우리한테 가르쳐주면 안 돼?”허이준이 책가방에서 똑같은 문제집을 꺼냈다.“가져가서 봐. 모르겠으면 물어보고.”허이준의 문제집을 살펴본 장소월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너... 벌써 다 푼 거야? 언제 푼 거야? 어떻게 이렇게 빨리 풀 수가 있지?”단모연이 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이 미친놈은 문제집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다 풀었어.”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라는 건가?장소월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매일 밤 열두 시가 되어서야 침대에 누웠다. 잠이 들기 전 몇 개의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쟨 과외도 안 해?”“과외는 무슨 과외야. 중학교 땐 더 미쳤었다니까. 3년 내내 나랑 짝꿍이었는데 매일 수업시간에 잠만 자고서도 시험만 봤다 하면 전교 1등이었어.”“그렇게 대단하다고?”“너희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하는 거야? 나도 대화에 낄 수 있을까?”백윤서가 책가방을 안고 교실로 들어왔다.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어쩐 일인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장소월이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문제에 대해 토론했을 뿐이에요. 언니는 왜 온 거예요?”백윤서가 장소월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그 감독님이 우리 교실에서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해서 왔어. 네 책가방도 가져왔는데 빠뜨린 거 없는지 확인해봐.”장소월이 책가방을 받아안았다.“고마워요.”평소라면 장소월은 가장 늦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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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그저 초췌한 얼굴로 낮은 목소리로 말할 뿐이었다.“네 물건 모두 정리해서 가져가.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방에 들어가 보니 누군가 이미 청소를 해놓은 것처럼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잠그고 책가방을 내려놓고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웠다.바깥에서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머리가 너무 아파 전혀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이 얼마간 지속된 후, 그녀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새벽 한 시.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의 적막을 깼다. 강영수가 차에서 내려 집을 올려다보니 거실 불이 아직 켜져 있었다.그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현관에 들어갔을 때 도우미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도련님, 소월 아가씨와 함께 계신 거 아니었어요?”강영수의 얼굴이 굳었다.“소월이 안 돌아왔어요?”돌연 그에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도우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네. 아가씨가 운전기사한테 오늘 밖에서 잘 거라고 하셨대요. 그래서 전... 도련님과 함께 있는 줄로 알았어요.”강영수는 병원에서 나온 뒤 핸드폰을 봤었지만 부재중 통화나 읽지 않은 문자 메시지는 와있지 않았다.그가 한 번 또 한 번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줄곧 꺼져있는 상태였다.뼈를 에일 듯한 차가운 분위기가 그의 몸에서 분출되었다.“왜 똑바로 물어보지 않은 거야! 소월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다들 내 눈앞에서 꺼져버려야 할 거야! 멍하니 서서 뭐 하고 있어! 얼른 나가 찾아보지 않고!”“네... 도련님.”도우미는 강영수가 이토록 불같이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도우미가 나가자 다리가 또다시 발작을 일으키는지 강영수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는 소파에 앉아 손으로 이마를 짓눌렀다. 그는 너무나도 무섭고 불안했다. 오늘 김남주에게 가는 게 아니었다.만약 장소월이 그 일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경호원이 학교 부근의 호텔과 술집들을 샅샅이 뒤져보았으나 장소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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