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월도 고개를 끄덕이며 허철에게 인사했다.“참, 2등, 나 이 문제 어떻게 푸는지 모르겠는데 좀 알려줄래?”장소월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왜 자꾸 날 2등이라고 부르는 거야?”단모연이 책을 펼쳐 장소월의 책상에 놓으며 말했다.“우리 이준이는 전교 1등이고 넌 2등이잖아. 그래서 그렇게 부르는 건데?”그런 거였어?장소월이 옆으로 시선을 돌리고는 고개를 저었다.“나도 모르겠어. 전교 1등한테 물어봐.”단모연이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이준이는 안 가르쳐줘.”“하지만... 나도 모르겠어. 이준아, 너 이 문제 어떻게 푸는지 알아? 우리한테 가르쳐주면 안 돼?”허이준이 책가방에서 똑같은 문제집을 꺼냈다.“가져가서 봐. 모르겠으면 물어보고.”허이준의 문제집을 살펴본 장소월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너... 벌써 다 푼 거야? 언제 푼 거야? 어떻게 이렇게 빨리 풀 수가 있지?”단모연이 입술을 꽉 깨물고 말했다.“이 미친놈은 문제집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다 풀었어.”이게 바로 전설 속의 천재라는 건가?장소월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매일 밤 열두 시가 되어서야 침대에 누웠다. 잠이 들기 전 몇 개의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쟨 과외도 안 해?”“과외는 무슨 과외야. 중학교 땐 더 미쳤었다니까. 3년 내내 나랑 짝꿍이었는데 매일 수업시간에 잠만 자고서도 시험만 봤다 하면 전교 1등이었어.”“그렇게 대단하다고?”“너희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재밌게 하는 거야? 나도 대화에 낄 수 있을까?”백윤서가 책가방을 안고 교실로 들어왔다.달아올랐던 분위기가 어쩐 일인지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렸다.장소월이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문제에 대해 토론했을 뿐이에요. 언니는 왜 온 거예요?”백윤서가 장소월의 옆자리에 앉으며 말했다.“그 감독님이 우리 교실에서 영화를 찍어야 한다고 해서 왔어. 네 책가방도 가져왔는데 빠뜨린 거 없는지 확인해봐.”장소월이 책가방을 받아안았다.“고마워요.”평소라면 장소월은 가장 늦게 하
그저 초췌한 얼굴로 낮은 목소리로 말할 뿐이었다.“네 물건 모두 정리해서 가져가. 그리고... 다시는 오지 마.”방에 들어가 보니 누군가 이미 청소를 해놓은 것처럼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그녀는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잠그고 책가방을 내려놓고는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웠다.바깥에서 싸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지만 머리가 너무 아파 전혀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이 얼마간 지속된 후, 그녀는 스르르 잠이 들었다.새벽 한 시.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의 적막을 깼다. 강영수가 차에서 내려 집을 올려다보니 거실 불이 아직 켜져 있었다.그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현관에 들어갔을 때 도우미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도련님, 소월 아가씨와 함께 계신 거 아니었어요?”강영수의 얼굴이 굳었다.“소월이 안 돌아왔어요?”돌연 그에게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도우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네. 아가씨가 운전기사한테 오늘 밖에서 잘 거라고 하셨대요. 그래서 전... 도련님과 함께 있는 줄로 알았어요.”강영수는 병원에서 나온 뒤 핸드폰을 봤었지만 부재중 통화나 읽지 않은 문자 메시지는 와있지 않았다.그가 한 번 또 한 번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줄곧 꺼져있는 상태였다.뼈를 에일 듯한 차가운 분위기가 그의 몸에서 분출되었다.“왜 똑바로 물어보지 않은 거야! 소월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다들 내 눈앞에서 꺼져버려야 할 거야! 멍하니 서서 뭐 하고 있어! 얼른 나가 찾아보지 않고!”“네... 도련님.”도우미는 강영수가 이토록 불같이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도우미가 나가자 다리가 또다시 발작을 일으키는지 강영수의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그는 소파에 앉아 손으로 이마를 짓눌렀다. 그는 너무나도 무섭고 불안했다. 오늘 김남주에게 가는 게 아니었다.만약 장소월이 그 일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는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경호원이 학교 부근의 호텔과 술집들을 샅샅이 뒤져보았으나 장소월의
장소월은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겠지만, 강영수는 이미 서울 전체를 뒤집어엎을 수 있을 만큼 미쳐가고 있었다.새벽, 한 줄기의 빛이 창문을 비추며 들어왔다. 조용한 낡은 거리에 자리 잡은 가게들이 하나둘씩 아침 장사를 시작했고 이어 향기로운 음식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그때, 검은색 고급 세단 몇 대가 줄줄이 들어와 아파트 단지에 멈춰 섰다.오부연이 말했다.“소월 아가씨는 예전 이곳에서 한동안 머무른 적이 있습니다. 제 생각엔 이곳에 있을 것 같습니다.”밤새 한숨도 자지 못해 잔뜩 피곤해진 얼굴의 강영수가 다급히 차에서 내렸다. 낡고 더러운 거리를 보니 이마가 저절로 찌푸려졌다. 소월이가 어떻게 여기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군데군데 벽이 떨어져 있고 당장이라도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이 건물에 아직도 사람이 살고 있다니.그때, 장소월은 욕실에서 씻고 나온 뒤 머리카락을 말리고는 어젯밤 더러워진 소파 시트를 벗겨 세탁기에 넣었다.어제는 머리가 너무 아파 거실에서 봤던 장면에 대해 조금도 관여하지 않고 빠르게 잠이 들었었다.하지만 좀 추웠는지 아침에 깨어나 보니 코가 조금 막혔다.그녀는 수술을 한 뒤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그때, 누군가 쾅쾅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장소월은 누구인지 묻지도 않고 문을 열었다.장소월이 반응하기도 전에 강영수가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녀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영수야, 나 아파! 너 왜 온 거야?”강영수는 그녀를 본 순간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미안해!”장소월은 그의 말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옆에 서 있는 진봉과 오부연의 모습도 보였다. 아니... 다 데려올 필요는 없었잖아!한동안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은 뒤에야 강영수가 장소월을 놓아주었다.그녀는 새로운 소파 시트로 교체한 뒤 사람들을 소파에 안내했다. 그녀는 강영수에게 방금 끓인 따뜻한 물을 건네고는 그의 옆에 앉았다.“미안해요. 본의 아니게 여러분들을 걱정시켰네요. 어젯
장소월이 전화를 받고 오니 진봉과 오부연은 이미 나가고 방안엔 두 사람만 남아있었다.강영수는 확연히 어두워진 장소월의 안색을 보고 물었다.“무슨 일 있어?”장소월이 말을 얼버무렸다.“그냥 어젯밤 일을 물으셨어. 아무것도 아니야.”사실 그녀는 장해진에게 호되게 혼이 났다. 갖은 욕설을 모두 들었으니 낯빛이 밝을 리가 없었다.장소월이 말했다.“내가 죽을 끓여뒀는데 같이 먹을래? 아직 이른 시간이니 먹고 나서 조금 잘 수 있을 거야.”강영수가 깊은 눈동자로 지긋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아침밥을 먹은 뒤, 강영수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방 안은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고 침대 위엔 눈에 띄는 커다란 인형 하나가 놓여 있었다.장소월이 이불을 정리하며 말했다.“너희 집보단 협소해 좀 불편할 거야. 잠시 눈만 붙여.”강영수가 말했다.“내가 자면 넌 뭘 하려고?”“이왕 깼으니 거실에서 숙제를 하려고.”강영수가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나랑 같이 자자.”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장소월은 처음엔 거절하고 싶었으나 그가 밤새 자신을 찾아 헤맸다는 사실이 떠올라 마음이 약해져 고개를 끄덕였다.장소월은 등을 돌리고 침대에 누웠다. 남자의 뜨거운 몸이 등 뒤에서 그녀를 꼭 끌어안았지만 그녀는 인형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알람이 울리자 장소월은 조심스레 침대에서 내려왔다. 강영수는 아직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그녀가 슬리퍼를 신고 문을 나서려고 할 때 책상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녀의 것이 아닌 강영수의 핸드폰이었다.화면을 살펴보니 김남주라는 이름이 떠 있었다.익숙한 이름이었지만 곧바로 생각해내지는 못했다.그녀는 본래 강영수의 잠을 방해할까 봐 전화를 끌 생각이었지만 결국 끄지 않고 거실로 갖고 나왔다.거실 소파에 앉아있던 진봉이 장소월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소월 아가씨.”그의 시선이 장소월이 들고 있는 핸드폰으로 향했다.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을 가리키며 소곤소곤 말했다.“아직 자고 있어요. 조금 전 누
장소월은 학교에 돌아가자마자 학생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소현아도 그녀에게 달려와 어젯밤의 일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고작 하룻밤 외박한 일이 이렇게나 크게 번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소현아 뿐만 아니라 평소 접촉이 없었던 학생들까지도 걱정하는 척 그녀에게 말을 걸어왔다.올림피아드 시합이 코앞이니 그녀는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고 공부에만 열중했다.서울 강남 병원.김남주가 과일을 먹으며 계속하여 전화를 걸고 있었다. 그녀는 강영수가 겉으론 관심 없는 척하지만 속으론 지극히 그녀를 생각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장소월인지 뭔지 하는 여자는 그저 그녀의 질투를 일으키는 도구일 뿐이다.때문에 어젯밤 늦게까지 이곳에서 그녀를 지켰을 것이다. 처음은 그렇다고 쳐도 두 번째는?강영수로 하여금 마음속에 그녀가 있다는 걸 인정하게 하는 게 왜 이렇게 어렵단 말인가?만약 강영수가 그녀와 결혼할 마음을 먹는다면 3년 전의 내기에서 이기게 된다.강영수는 절대 쉽게 두 사람이 했던 약속을 잊지 않을 것이다.강영수가 잠에서 깼을 땐 이미 오후 3시 반이었다.시계를 보며 방에서 나가니 향긋한 밥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진봉이 그를 불렀다.“대표님.”강영수의 눈에 밥상에 차려져 있는 음식이 들어왔다.진봉이 말했다.“소월 아가씨가 점심에 오셔서 대표님을 위해 준비한 것입니다. 대표님이 잠들어 있는 걸 보고는 휴식을 방해하기 싫다며 깨우지 않으셨습니다.”“대표님, 아침에 김남주 씨가 전화를 걸어왔어요. 전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진봉이 입술을 깨물며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소월 아가씨가 봤습니다. 핸드폰이 울리니 대표님께서 깨실까 봐 갖고 나오셨어요.”강영수는 전에 쓰던 번호를 버리고 새로 바꾸고 난 뒤 그녀의 번호를 저장하지 않았었다. 그는 감남주가 대체 어떻게 자신의 번호를 알았는지, 또 어떻게 장소월에게서 온 문자까지 지워버렸는지 알 수 없었다.강영수의 눈동자가 어두워지더니 당황스러움이 비추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별다른
강영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리고 난 뒤 번호를 차단하고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김남주에 관한 건 아무것도 상관하지 마.”“네. 대표님.”이게 맞다. 장소월 씨는 그 김남주보다 몇백 배 더 훌륭하다.김남주는 수십 번의 전화를 걸어서야 강영수가 자신을 차단했다는 것을 확신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그는 반드시 달려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김남주는 무언가 생각난 듯 간호사 한 명을 불러 핸드폰을 건넸다.“내가 말한 대로 해줘요.”간호사는 이 이상한 여자를 바라보다가 그녀의 요구대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30초도 되지 않아 전화가 끊겼다.“저기... 없는 번호라고 합니다.”“그럴 리가 없어요!”김남주는 분노하며 자신의 손으로 직접 번호 하나하나 확인하며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역시 차가운 그 기계음이었다.“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이니...”“제기랄!”김남주는 연이어 욕설을 퍼붓고는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다른 번호로 연락했다. 하지만 상대방은 대포폰을 쓰고 있는지라 이것 역시 없는 번호였다.그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만 그녀와 연락을 취한다는 것을 그녀는 잠시 잊고 있었다.김남주는 화가 치밀어 올라 핸드폰을 내던져버렸다.무슨 이유에서인지 학교는 연이어 며칠 동안 수업이 있든 없든 8시 반 이전에 학생들을 돌려보냈다. 올림피아드 반 수업이 끝난 뒤 장소월은 백윤서, 소현아와 함께 걸어갔다.그때 다른 반 학생들도 마침 수업을 끝마치고 나오고 있었다.“쟤가 바로 장소월이야. 진짜 부러워. 말 한마디로 학교에서 정한 하교 시간까지 앞당기다니.”“그러니까 말이야! 어젯밤 장소월이 없어졌다고 강영수가 밤새 찾아다녔잖아. 난 그때 노래방에 있었는데 너무 요란해 깜짝 놀랐어. 큰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라도 찾은 줄 알았다니까. 장소월 한 명 때문에 전교 모든 학생들이 한 시간 일찍 집에 가게 됐어. 나한테 그런 대단한 남자친구 있다면 난 매일 옆에서 딱 붙어서 떨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그녀와 강영수가 사귀는 사실을 별로 큰일로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더욱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점점 더 많은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예전 그녀는 학교에서 그야말로 보이지도 않는 투명한 존재나 다름없었다.장소월은 강영수가 자신이 일찍 집에 돌아가 쉬길 원하는 마음에 한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그런 특혜를 받고 싶지 않았다. 또한 자신 때문에 학교에서 이미 지정된 규정을 바꾸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녀는 그저 조용히 남은 학교생활을 마치고 싶을 뿐이었다.학교 문 앞에 도착하자 수많은 플래시가 그녀를 향해 반짝였다. 기자 몇 명이 달려와 그녀의 얼굴에 마이크를 들이밀었다.“장소월 씨, 언제부터 강한 그룹 대표와 사귄 거예요?”“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강한 그룹 대표님과 어떻게 알게 된 거죠?”“어젯밤 강한 그룹 대표님이 서울 전체를 들썩이게 했던 건 모두 장소월 씨를 찾기 위함이었어요. 대체 어디에 계셨던 거예요?”“...”장소월은 종래로 이런 상황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빼곡히 줄지어 선 사람들이 끊임없이 질문을 퍼부었다. 그녀는 너무 당황해 제대로 숨을 쉴 수조차 없었다. 백윤서는 인파를 뚫고 나가 현장을 떠났고 소현아만 남아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당신들 뭐 하는 거예요! 더이상 다가오지 말아요!”“얼른 돌아가세요.”기자가 포기하지 않고 말했다.“장소월 씨, 말씀해 주세요.”“말씀하세요. 말씀하세요.”“여러분!”무겁고도 날카로운 목소리가 순식간에 시끌벅적하던 소음을 잠재웠다. 고개를 돌려 남자를 본 기자들은 그의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물고는 길을 내어주었다.한 번도 본 적 없는 광경에 장소월의 얼굴은 백지장같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강영수든 장해진이든 기자회견은 별로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그 사람은 전연우였다. 그가 걸어오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으니 순간 전생에서의 그와 현생에서의 그가 겹쳐 보였다. 지난 지 오래된 일이 돌연 그녀의 머릿속에 떠
기자들은 차를 향해 끊임없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백윤서는 그녀에게 물 한 병을 주며 걱정스레 말했다.“소월아, 얼굴색이 안 좋아 보이는데 괜찮아?”장소월은 건네받았지만 마시지 않았다.“괜찮아요.”그녀는 창밖을 내다보며 물었다.“우리... 어디 가요?”백윤서도 어디로 가는지 몰라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그러게요. 연우 오빠, 우리 어디로 가요?”“소월이는 어디로 가고 싶어?”전연우가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지만, 말 속에는 또 다른 암시가 있는 듯했다. 장소월은 손에 있는 물병을 다시 옆에 두고 지금 차가 달리고 있는 방향이 장씨 저택이라는 것을 발견했다.남자가 백미러를 통해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느꼈지만, 장소월은 시선을 피하고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길가에서 세워줘요. 영수가 데리러 올 거예요.”“혼자 둘 수 없어. 아직 9시도 안 됐으니 일단 남원 별장에 돌아가서 얘기해.”그의 말은 장소월에게 거절의 여지를 주지 않았고, 장소월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소월은 소현아에게 답장을 했다.「나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그럼 다행이야.」그리고 강영수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그는 회사 일을 다 처리하고 그녀를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소현아에게서 또 메시지가 도착했다.「참, 너희 오빠 오늘 너무 멋졌어! 기자들한테 그런 말을 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널 데리고 가다니. 그 기자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넌 모를 거야!」장소월은 얼굴을 찡그리고 답장했다.「무슨 말을 했는데?」「내일 인터넷 뉴스를 보면 알게 될 거야. 내가 잘 표현을 못 하겠어.」그들은 남원 별장에 도착했다.평소 이 시간에 장해진은 일찍 올라가서 쉬거나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장소월은 그를 만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아니면 또 꾸지람을 들어야 했다.세 사람이 앞뒤로 현관에 들어섰을 때, 오 아주머니는 부엌에서 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윤서 씨 왔어요? 저번에 술떡을 먹고 싶다고 해서 오늘 좀 빚었어요. 어서 와서 맛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