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연우는 어두운 눈으로 그녀를 주시했다.“안 자고 가는 거야? 집에 빈방 있어.”그가 왜 갑자기 그런 눈빛으로 장소월을 쳐다보는지 알 수 없었다.“아니야. 그냥 갈래.”장소월은 한 마디를 남기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전연우의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되었고, 떠나고 싶어 안달 난 모습을 보며 눈동자는 더욱 깊어졌다.백윤서는 문득 입을 열었다.“오빠,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왜 소월이가 자기 집에 있는걸 싫어하는 것 같죠? 여기를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여기는 소월이 집이잖아요.”강영수는 조수석 앞에 서서 걸어오는 사람을 향해 두 팔을 벌렸고, 장소월도 다가가 그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의 몸은 아주 차가웠다.그는 오늘 자주 입는 회색 정장 위에 검은색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어깨에 물방울이 맺혀있는 것을 발견했다.“왜 옷이 젖었어?”강영수는 검지를 구부려 그녀의 작은 얼굴을 만지더니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퇴근하고 너 데리러 오는 길에 비가 좀 왔어. 출발할까?”“장소월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오늘은 강영수가 직접 운전해서 왔다. 장소월이 조수석에 앉았지만, 조수석의 위치가 누군가에 의해 움직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는 거의 운전을 하지 않았고, 일반적으로는 장소월만 조수석에 앉았다. 지난번에 조수석에 앉았을 때보다 위치가 분명 뒤로 밀려 있었다.강영수는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해주며 물었다.“왜 그래?”“아니야. 의자가 좀 뒤로 밀린 것 같아서 내가 조절할게.”그러자 강영수의 안색이 변했다.“그래.”그는 액셀을 밟더니 또 입을 열었다.“오늘 일에 대해 이미 들었어. 안심해. 앞으로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할게.”장소월은 손톱으로 안전벨트를 긁으며 말했다.“영수야... 아직은 사람들이 우리 관계에 대해 아는 걸 원하지 않아. 그리고 그 잡지들은...”“왜? 그 사람들이 너를 곤란하게 했어?”남자는 핸들을 잡은 손을 꼭 잡았다.장소월은 남자의 목소리에서 그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고, 계속 말을
장소월은 약간 쓴 삼계탕을 한 그릇 마셨고, 강영수는 곁에서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었다.차 안에서 나눈 이야기에 대해 아무도 다시 언급하지 않았다.“맛있어?”“그럭저럭. 난... 이만 돌아가서 숙제할게. 너도 얼른 쉬어. 잘 자.”“잘 자.”강영수는 그녀가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손에 든 라이터를 들고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였다.오부연은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기류를 알아차리고 물었다.“도련님, 소월 아가씨와 싸우셨나요?”강영수는 다리를 꼬고 뒤로 기댄 채 말했다.“소월이가 그 기자들을 처리해 주길 원하는데, 내가 동의하지 않았어. 내가 아직도 많이 부족한가? 우리가 부적절한 관계도 아니고.”오부연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소월 아가씨는 아직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데 익숙하지 않을 듯하네요. 늘 혼자 다니며 다른 사람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그 연예 기자들이 이미 소월 아가씨의 삶을 방해했으니, 초조해하는 것도 당연하죠. 만약 소월 아가씨가 언젠가 강가에 시집온다면 꼭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죠. 지금 미리 적응해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죠.”그녀가 졸업하면 조만간 강한 그룹의 사모님의 될 것이고, 앞으로 더 많은 언론 기자들을 만나야 할 것이다. 만약 지금 감당할 수 없다면, 앞으로 그녀는 습관적으로 위축될 것이다.오부연은 강영수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말을 보탰다.“오늘 노부인께서 별장에 와서 소월 아가씨를 찾으셨어요. 팥떡이 드시고 싶으시다면서요.”강영수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나도 아까워서 요리를 시키지 않는데, 그 할멈은 참 염치도 좋아.”장소월은 숙제를 마치고 단어 몇 개를 외우고 바로 잠이 들었다.이튿날 새벽.정장 단추를 채우고 아래층으로 내려간 강영수는 식탁에서 낯익은 모습이 보이지 않자 거실 전체를 훑어보았다.“소월이는?”“소월 아가씨는 아침 일찍 나가셨어요. 시험장에 가본다면서요.”예전에 장소월은 먼저 자리에 앉아 강영수를 기다려 같이 식사를 하고, 그가 학교로 데려다주곤
장소월은 맨 뒷자리에 앉았고, 그녀의 앞자리에 앉은 단모연이 가끔 와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바로 이때, 장소월의 휴대폰이 울렸고 누군가 사진을 보내왔다.사진을 본 장소월은 온몸이 차가워졌고, 손은 주체할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모르는 전화번호로 온 사진 속 그는 호텔의 흰색 침대에서 자고 있었는데 상반신을 벌거벗은 채 이마에 손을 얹고 있었다. 기록된 시간과 날짜를 보니 작년 설쯤으로 최근에 찍은 사진이었다.귓가에 굉음이 둘리더니 갑자기 강영수가 그녀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내가 뭐하러 가는지 안 물어봐?”“3일 후면 바로 돌아올 거야.”“소월아, 뭘 보는데 넋이 나갔어?”단모연의 목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끊었다.장소월은 놀라서 휴대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녀는 황급해서 어찌할 줄 몰라 가슴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남들이 볼까 봐 두려웠지만, 다행히 휴대폰 화면이 아래로 향해 떨어졌다.장소월이 당황하는 모습을 처음 본 학생들은 그녀에게 시선이 쏠렸다.단모연은 허이준의 시선을 느끼고 서둘러 설명했다.“내가 놀라게 한 것 아니야.”허이준: “휴대폰 안 망가졌어?”장소월은 곧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응, 괜찮아.”사실 휴대폰 화면은 깨져서 금이 갔고, 가장 자리도 약간 갈라진 흔적이 있었다.장소월은 이 일을 소화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누가 보냈을까?이런 사진을 그녀에게 보낸 목적이 무엇일까?오늘 시험장을 보고 나면 모레 시험이었다. 이 일로 인해 영향받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장소월은 자꾸 생각의 굴레에 빠졌다.왜냐하면, 그녀는 강영수가 절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장소월은 휴대폰 전원을 아예 꺼놓고 두 번 다시 열 용기가 없었다.백윤서가 다가왔다. 장소월의 안색과 행동이 눈에 띄게 이상했기 때문이다.“소월아, 너 어디 아파?”“괜찮아요.”“하지만... 요 몇 교시 동안 선생님이 널 불렀지만, 계속 정신이 딴 데 팔려서 대답하지 않았잖아.”주위에 너무 많은 두 눈이 그녀를
이때, 한 통의 전화가 그녀의 생각을 어지럽혔다.낯선 번호였고, 장소월은 누군지 몰랐지만 마음속에는 어느 정도 답이 생겼다.원래 낯선 숫자였지만, 어찌 된 일인지 갑자기 ‘송시아’라는 이름으로 변해있었다.장소월은 숨도 고르지 못하고, 치맛자락을 움켜쥐며 전화를 받았다. 귓가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대략 5초 정도 침묵이 흘렀다. 장소월은 자신의 엄청난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여보세요, 장소월입니다. 누구시죠?”상대방은 키득키득 웃더니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이것은 명백한 도발이었다. 장소월은 마치 뺨을 얻어맞은 것 같았다.김남주일까?이미 돌아왔을까?그날 장소월이 보이지 않자, 강영수가 그녀를 찾았을 때,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눈빛과 그 눈 밑의 이상한 낌새는 또 무엇일까?장소월은 몸을 구부리고 머리를 늘어뜨렸다. 무력감이 자신의 온몸을 휘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전생의 일이 오늘날에도 그녀에게 똑같이 재되고 있는 것 같았다.“소월아...”소현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그녀는 마치 누군가를 찾는 듯 숨을 헐떡였다. 마침내 낯익은 모습을 발견하고는 조심스럽게 걸어가 장소월의 앞에 웅크리고 앉았다.“소월아, 괜찮아?”소현아는 손으로 그녀의 등을 어루만지며 물었다.“어디 아파?”장소월은 눈을 닦더니 고개를 들었다.“여긴 왜 왔어?”소현아는 걱정스러운 눈빛이 가득했다.“방금 네가 좀 이상한 것 같아서, 걱정돼서 따라왔어.”장소월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나 괜찮으니까 돌아가.”“잠깐만 네 옆에 있을게.”소현아는 장소월의 옆에 앉아 주머니에서 우유 한 병을 꺼내 건넸다.“너한테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달콤한 걸 마시면 조금 나아질지도 모르잖아. 만약 울고 싶으면 내가 안아줄게.”“난 울고 싶지도 않고 포옹도 필요 없어. 우유 고마워. 이제 교실로 돌아갈래.”소현아는 떠나는 장소월의 뒷모습을 보고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손가락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이 말을 잘못한 것이
“대표님.”강영수는 고개를 들더니 여전히 어두운 안색이었다.“무슨 일이야?”“여기 사인이 필요한 서류가 몇 개 있습니다.”“두고 가.”진봉은 책상 위에 서류를 올려놓다가 무심코 걸지 않은 전화가 보였다. 장소월의 번호였다.‘설마 소월 아가씨 때문에 화나신 건가?’그녀 말고 아무도 강영수의 감정을 이렇게 동요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소월 아가씨가 보고 싶으면 바로 전화하시면 되지. 이렇게 오래 화낼 필요는 없을 텐데? 두 사람 싸웠나?’“또 다른 볼 일 있어?”불쾌한 목소리였다.“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뭔데, 말해.”진봉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소월 아가씨와의 일 때문에 지금 회사 전체가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사사로운 감정을 업무에 끌어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됩니다.”강영수의 입가에 사악한 미소가 번지더니, 눈 밑에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지금 나한테 훈계하는 거야? 너한테 월급을 주는 사람은 나야. 할 말 끝났으면 당장 나가.”“죄송합니다, 대표님. 회사를 위해서 끝까지 말해야겠습니다. 남주 아가씨의 존재는 분명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습니다. 귀국하신 건 아직 소월 아가씨께서 모르고 있지만, 만약 대표님이 아직도 남주 아가씨와 만나고 계신다는 걸 알게 되면, 아무리 대표님의 과거사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도, 소월 아가씨는 겉으로는 신경 쓰지 않는 척할 수 있지만, 마음속에는 벽이 생길 겁니다. 소월 아가씨에게 사실대로 고백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겁니다.”강영수의 눈빛은 극도로 어두워졌다.“이런 일은 네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돼. 나가!”손에 들고 있던 서류들을 집어 들어 진봉에게 던졌지만, 그는 피하지 않고 모두 견뎌냈다. 날카로운 서류의 가장자리가 그의 이마에 미세한 상처를 입혔다.강영수가 예전처럼 변덕스럽고 포악하게 행동하는 것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마치 이전의 자포자기하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진봉은 고개를 끄덕이고 밖으로 나가 사무실 문을 닫았다.강영수는 제어
장소월은 휴대폰 화면을 누르며 오늘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장소월은 그들이 지금 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 없었다.만약 아직 김남주에게 미련이 남아 계속 연락하고 있다면 대체 왜 강영수는 그녀와 사귀고 있을까?단순히 말도 없이 떠나버린 김남주에게 화를 내기 위함일까?그렇다면 장소월은 그들 사이의 도구가 되는 격이다.장소월은 남자의 정신적인 배신을 받아들일 수 없지만, 만약 강씨 가문을 떠나 다시 장씨 가문에 돌아가는 것이 두려웠다. 전연우의 손에 들어가 끝없이 모욕당할 것이 분명했다.지금의 그녀는 두 가지 선택밖에 없었다. 하나는 화를 참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 계속 강씨 가문의 보호를 받으면서 학교에 다니는 것, 다른 하나는 강영수와 헤어지고 장씨 가문으로 돌아가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것.이런 것들을 생각하니, 장소월의 마음속에는 이미 답을 얻었다.8시 30분 수업이 끝나고, 익숙한 차량이 제시간에 학교 앞에 서 있었다.장소월은 조수석 뒷자리에 앉았고, 차에 타고 있던 그는 이어폰을 끼고 다리에 노트북을 놓고 회의를 하는 것 같았다. 장소월은 방해하지 않으려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그들은 아직 냉전을 하고 있었고, 강영수가 업무를 마치고 나니 장소월은 어느새 잠들었다.강영수는 사실 신경이 온통 그녀에게 쏠려 방금 회의 내용을 조금도 듣지 못한 채 황급히 회의를 끝냈다.강영수는 옆에 걸치고 있던 그레이 양복을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장소월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고, 마침 그녀에게 다가온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오늘 그의 몸에서는 차고도 낯선 기운이 가득했다.예전에는 그의 몸에 있는 문신을 보아도 별다른 거리낌이 없었지만, 오늘은 조금 무서웠다.장소월은 곧바로 반응하고 곧 떨어질 것 같은 양복 외투를 위로 당기고 말했다.“고마워.”세글자를 내뱉는 순간, 남자의 몸에서는 더 찬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꼈다.“천만에.”강영수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바로, 그녀의 거리감 느껴지는 고맙다는 말이었다.진봉은 백미러로
“하지만 이 늙은이는 지금 팥죽이 딱 먹고 싶네요.”“제가 가서 준비해드릴게요.”장소월이 가방을 내려놓자 강영수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강씨 집안의 오랜 하인이시라면 규칙을 잘 알고 계실 텐데요. 저녁 늦게 드시면 소화도 잘 안 됩니다. 아주머니, 데려다주세요.”“네, 도련님.”“잠시만요... 아주머니, 불린 팥이 아직 더 있나요?”“있습니다.”장소월: “오늘 학교 숙제가 별로 많지 않아요. 제가 바로 냄비에 끓여드릴게요. 대략 40분 정도면 돼요.”어르신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럼 수고해주세요.”“별말씀을요.”나이가 들수록 수면이 적어지는 법이다.장소월이 부엌으로 가고 어르신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너랑 소월이는 이 그릇에 있는 쌀과 팥처럼 두 가지만 넣고 끓이면 순수한 맛이지만 다른 재료가 하나라도 섞이거나 적으면 맛이 변하는 거야. 이 할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스스로 잘 생각해봐. 죽은 끓일 필요 없다고 전해. 모레 시험이니 이틀 동안 방해하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시험 끝나고 다시 얘기해. 괜히 애 기분 망치지 말고.”“소월이는 인내심이 강한 아이야.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철이 들었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 아이야. 하지만 네가 잘못을 해서 저 아이 마음이 돌아선다면 그때는 다시는 저 아이 마음을 되돌릴 수 없을 거야.”“소중히 여겨. 지금으로선 우리 가문의 손자며느리가 될 자격이 충분한 아이니까.”적어도 그 여자보다 수 천 배는 훌륭했다.어르신이 떠난 뒤, 강영수는 다른 하인들을 물리고,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는 여자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그녀와 냉전을 하고 나서 강영수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였다. 장소월이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고, 단순 방패막으로 삼고, 이용과 목적을 위해 옆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강영수는 거의 걷잡을 수 없이 미쳐버렸다. 어쩌면...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그는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았지만, 장소월이 진짜 자신을 떠난다면 더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릴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의 사랑을 받고 그의 보호를 받고 싶었다.사람은 모두 이기적이다...만약 그가 없다면, 장소월은 장씨 가문으로 돌아가서 어떤 현실에 직면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강영수가 아직 김남주에게 미련이 남았다고 해도, 장소월은 아무것도 모른 척할 수 있다.그녀는 지금 강영수가 필요했다.장소월이 남자를 이용하든, 남자가 장소월을 누군가의 대체품으로 생각하든 서로 필요한 존재였다.그래서 장소월은 그에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왜냐하면 그녀도 정말 그를 좋아하고 싶고 그와 잘 지내고 싶기 때문이다.그를 좋아한다는 전제하에, 장소월은 자기 일을 완성해야 했다.헤어진 후에도, 누군가에 의해 의지하며 살아가지 않기 위해서.그녀와 강영수 사이에 절대적인 공평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앞으로 강영수는 그녀가 원하는 장소월의 모습만 보게 될 것이다.결혼이든 연애든, 외도는 막고 싶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괜찮아. 조만간 익숙해 질 거야. 어차피 난 자주 외출하지도 않고, 대부분 시간은 학교에 있잖아.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않으면 그만이야.”장소월은 성숙한 모습을 보였고, 강영수를 즐겁게 할 줄도 알았다.텅 빈 거실을 보고는 물었다.“할머니 돌아가셨어?”“응, 치매라서 한밤중에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셔. 아주머니한테 시켜서 돌려보냈어.”“그래? 할머니 너무 멀쩡해 보이셔서 치매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장소월은 그를 밀어내고 말했다.“팥죽은 안 만들어도 되겠네. 난 먼저 방에 가서 숙제할게. 아직 조금 남았어.”“그래.”장소월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너도 일찍 쉬어.”“응.”강영수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 사실 그녀의 덤덤한 태도보다는 계속 자신에게 화를 내기를 원했다. 적어도 그녀가 자신을 신경 쓰고 있다고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바로 이때, 강영수의 휴대폰이 울렸고, 그는 사진 한 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