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71 - 챕터 280

1033 챕터

제271화

그때 진봉이 다가갔다.“대표님, 이제 가셔야 합니다.”장소월의 목에 걸려있는 달 모양의 목걸이를 본 강영수의 입꼬리가 만족스러운 듯 씩 올라갔다.“알았어. 그럼 난 먼저 회사에 갈 테니까 내가 돌아올 때까지 집에서 푹 쉬고 있어.”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강영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오부연은 생각에 잠겼다.그는 장소월이 집에 남게 된 것이 내심 기뻤다. 도련님의 병은 완치되기 힘든 병이다. 강씨 집안에서 갖은 방법을 써보았지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다들 몇 개월도 살지 못할 거라 여겼었다.몸의 병을 치료한다고 해도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상처는 빠른 시일 내에 회복될 수 없다.도련님으로 하여금 사람답게 살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장소월 밖에 없을 것이다.오부연은 도련님의 곁에 머무르는 사람이 그 여자가 아닌 장소월이길 바랐다!오부연이 말했다.“도련님께서 아가씨에게 방을 준비해주셨습니다. 절 따라오시죠!”장소월이 오부연과 함께 가정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갔다.두 사람이 한 방문 앞에 멈춰 섰다. 문은 열려있었다.“이곳이 바로 소월 아가씨의 방입니다. 도련님의 방은 바로 옆이고요.”“이곳에서의 생활이 익숙지 않을까 봐 걱정돼 방안 모든 물건을 장씨 집안 그래도 배치해 두었습니다.”장소월이 한 바퀴 훑어보니 확실히 오부연의 말대로였다. 그림을 건 위치까지도 완전히 일치했다.그녀가 장씨 저택에서 쓰던 물건을 모두 가져온 건가?저 침대도...?“드레스룸도 있어요.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곧바로 바꿔드릴게요.”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 편히 쉬세요. 무슨 일 있으면 분부하시고요.”“네.”오부연이 자리를 떠난 뒤, 장소월은 방으로 들어가 한 바퀴 훑어보았다. 장씨 집안에서의 방보다 훨씬 더 크고 화려했지만 그 풍경을 즐길 기분이 나지 않았다.장씨 집안을 떠날 때부터 이유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 그분 봤어요? 전에 도련님과 사귀었던 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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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만나보고 싶기도 했다.식사를 마친 뒤 장소월은 방으로 돌아갔다.핸드폰을 켜고 살펴보니 강용의 문자메시지는 저번 주에 멈춰있었다.제대로 공부는 하고 있을지...백윤서는 저번 기말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 1반에 오게 되었다. 강용의 성적은 어땠을까?장소월은 그의 시험 성적이 궁금해 문자를 보냈지만 몇 분을 기다렸음에도 답장이 오지 않았다.그녀가 포기하고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던 순간, 꺼졌던 화면에 불이 밝혀졌다. 강용의 답장인 줄로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소녀 한 명이 비참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가 도착해 있었다.오늘 대명산에 눈사태가 일어나 스키를 즐기러 갔던 사람들이 안에 갇혀버렸다고 한다.32명의 손님은 다쳤고, 8명은 불행하게도 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한 명은 행방불명이라 아직까지도 경찰에서 총력을 다해 찾고 있다.그 사람은 20세 연극영화과 학생 나청하였다. 누군가 그녀를 찾는다면 그 즉시 경찰에게 연락하라는 기사였다.나청하?장소월은 스크롤을 아래로 내려 사진을 살펴보았다.순간 그녀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틀림없이 저번에 스키장에서 만난 전연우의 여자친구였다.갑자기 죽었다고?장소월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손끝에서부터 소름이 돋아올랐다.장소월은 손을 부들부들 떨며 핸드폰을 내려놓았다.그녀는 더이상 생각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저녁 10시.강영수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거실로 들어왔다. 하인 아주머니가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도련님.”“소월이는요?”“소월 아가씨는 약을 드시고 잠드셨습니다.”강영수가 손을 휘저으며 하인을 보냈다.밤이 늦었으니 그녀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그는 주방에 들어가 2000만 원짜리 위스키 마개를 따고 술잔에 절반 정도 부었다. 요즘은 수면제를 먹지 않으니 알코올로 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그는 열한 시 반이 되어서야 방으로 돌아갔다.그는 굳게 닫혀있는 장소월의 방문 앞에 멈춰 섰다.이것도 나쁘지 않다. 그녀가 항상 그의 곁에 머무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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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강한 그룹 대표는 쉬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다. 학교 문 앞은 전문 운전기사를 대동하고 아이를 데려다주는 학부모와 차들로 붐비었다. 강한 그룹의 차를 알아본 순간, 모두 양옆으로 비켜서며 길을 내주었다.장소월이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제운 고등학교 학생들 중 장소월이 강씨 집안 사생아와 친하게 지낸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강씨 집안 후계자와도 인연이 있었을 줄이야.강한 그룹 대표가 친히 장소월을 학교에 데려다줬으니, 이는 그녀는 이미 강씨 집안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이유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은 감히 그녀의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장소월은 불편함에 견딜 수가 없었다.“나 먼저 들어갈게.”강영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저녁 수업이 끝나면 데리러 올게.”“그래.”장소월은 야간자습을 해야 했기에 학교를 마치는 시간과 그의 퇴근 시간이 거의 비슷해졌다. 때문에 마땅히 거절할 방법이 없었다.마침 지나가다 그 모습을 본 인시윤은 그다지 놀랍지는 않았지만 못마땅함을 감출 순 없었다.저번 그녀와의 일 때문에 장소월이 자신과 인연을 끊을까 봐 두려워진 강영수는 인씨 집안으로 찾아가 그녀에게 단단히 경고했다.그녀는 한 번 혼나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 강용은 어떻게 됐을지 알 수 없다.어머니는 그녀더러 오빠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저번 오빠와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장소월 덕분이었다.그녀는 이미 강용 때문에 장소월과 얼굴을 붉혔다.인시윤은 이제 와 어떻게 장소월에게 입을 열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오빠, 소월이가 강가네에 갔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학교에 올 거예요?”전연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건 시윤 씨가 걱정할 만한 일이 아니에요. 얼른 들어가요. 지각하면 안 되잖아요.”“알겠어요. 오빠.”장소월은 6반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때 강용은 여느 때처럼 반팔 티셔츠를 입고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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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교실은 예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다.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올림피아드 팀 그녀 자리에 백윤서가 들어갔다는 것이었다.그 사실이 장소월을 가장 착잡하게 만들었다. 그토록 노력했건만, 이제 와보니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1반의 진도는 아주 빨라 교과서의 내용은 모두 끝마쳤고 학생들은 복습 단계에 들어서 있었다.그녀는 며칠 동안 등교하지 못했기에 그동안 뒤처졌던 내용을 빨리 배워야 했다.그보다 더 머리가 아픈 건 강용 문제였다.백윤서도 1반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진도를 따라가야 했기에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오전 마지막 수업이 끝난 뒤에야 백윤서가 장소월을 찾아왔다.“소월아, 함께 밥 먹으러 가자!”장소월이 고개를 들고 그녀를 쳐다보았다.“난 잠시 뒤에 갈게요. 먼저 가요!”백윤서가 바삐 움직이는 장소월의 두 손을 보며 물었다.“공부 계획표? 이거 뭐야?”장소월이 설명했다.“강용한테 줄 거예요. 성적이 잘 나오지 못했더라고요. 과외를 해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중도에 포기하면 안 되잖아요.”“그렇구나. 알았어! 그럼 먼저 갈게! 또 수업이 있어서!”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계획표를 만든 건 강용으로 하여금 목표를 세워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알게 하기 위함이었다.모두 다 완성한 뒤 그녀는 6반으로 향했다.오늘은 약간 흐린 날씨였는데 포슬포슬 빗방울까지 떨어졌다.텅 빈 교실에 강용 혼자만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그녀가 걸어가 강용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강용, 나랑 도서관에 가자.”강용이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날 귀찮게 하지 마.”영 석연치 않은 말투였다.장소월이 그의 옆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앉고는 그의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열은 안 나는데?”“강용, 혹시 요즘 무슨 일 있었어? 너 서울대에 가고 싶다고 했잖아? 계속 이러면 서울대 문턱도 못 밟아...”그녀의 잔소리에 완전히 잠이 깬 강용은 앞머리를 정리하며 그녀를 쳐다보았다.장소월의 눈에 그의 눈 밑에 나 있는 붉은 상처가 들어왔다.그는 이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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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강용도 도착했다.역시 그 말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나 보다.강용은 오자마자 책가방을 책상에 내던졌다. 하마터면 바닥에 떨어질 뻔했지만 다행히 장소월이 잡아 옆 의자에 놓아두었다.“이왕 왔으니까 시작하자.”강용은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먼저 수업할래, 아니면 얘기할래?”“네 생각엔?”장소월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대답을 듣기 전엔 아마 수업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장소월은 도서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책가방에서 화첩 하나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이 화첩을 본 사람은 날 제외하고 네가 처음이야.”강용은 한장 한장 펼쳐보았다. 모두 연필로 그린 풍경화였고 그림마다 장소가 표기되어 있었다.“어때?”“꽤 볼만 하네.”“뭐 부족하다가 생각되는 거 없어?”“너 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이 장소들은 모두 내가 가고 싶어 하는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야. 또한 내가 서울대에 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이 그림에 색을 입히지 않은 건 언젠가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조금씩 칠하기 위함이야.”“나 정말 가 보고 싶어.”“강용, 이 세상엔 내가 보지 못한 것이 너무 많아. 나한테 있어 감정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야. 난 혼자라도 외롭지 않아. 오히려 곁에 아무도 없는 자유로움이 좋아.”“그게 우정이든 아니면... 사랑이든!”“강용, 내 말 이해할 수 있어? 내가 바라보는 건 앞으로의 먼 미래이지, 지금 눈앞의 것이 아니야!”“네가 말한 강씨 집안... 확실히 보통 사람은 닿을 수도 없는 곳이야. 또한 네 형은 정말 좋은 사람이지.”“하지만 나한텐 그것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있어. 난 지금 천천히 내 미래와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고.”“강용, 사실 너와 난 똑같이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고 싶어 하고 있어... 우린 이러면 안 돼...”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밝은 미래를 위해 살아간다. 아무런 목표도, 영혼도 없는 미라가 아니다.“지금 가장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장소월이 수학 문제집을 펴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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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강용수가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네 결정을 존중한다고 얘기했잖아. 이건 나와 강용 사이의 일이니까 너랑은 상관없어.”장소월은 그 누구의 편에도 서지 않을 것이다. 또한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강용이든 강영수든 말이다.그녀는 오직 자신만 사랑할 것이다!“고마워!”강영수가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뭐가 고맙다는 거야?”장소월이 그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알면서.”강영수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가자!”“그래.”차에 올라 에어컨을 켜니 찬 공기가 금세 사라졌다.“나 오 집사한테 야식을 준비해두라고 할 거야. 너 뭐 먹고 싶어?”“오 아주머니가 준 만두가 좋겠어. 오랫동안 냉동해두면 맛없어져.”“그래. 다른 건?”“충분해. 저녁에 너무 많이 먹으면 살쪄.”강영수가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 대로 할게.”시간은 빠르게 흘러 정신을 차려보니 강씨 저택에서 머문 지 어느덧 2주나 지나갔다.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평화로운 나날이었다.단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나청하의 일이었다.지금까지 부러진 팔 하나를 찾았는데 유전자 검사를 통해 나청하, 그녀의 신분을 확정했다.장소월의 예상대로 나청하는 죽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잘살고 있던 사람이 이렇게 갑자기 허망하게 죽다니.그녀는 전연우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떠오르지 않았다.그는 그런 독한 짓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다.“소월아?”기사를 찾아보고 있던 장소월은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백윤서가 핸드폰을 주워 그녀에게 돌려주었다.“뭘 그렇게 집중해서 본 거야? 소월아, 곧 겨울 방학이야. 이번 겨울 캠프에 갈 거야? 선생님이 의향이 있으면 빨리 신청하래.”“난... 아직 고민 중이야.”그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나 화장실에 다녀올게.”장소월은 문을 나서는 순간 한 사람과 부딪혔다.“으악!”통증에 이마를 어루만졌다.“아직도 앞을 안 보고 다녀?”이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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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장소월이 그의 뒤를 따라 학교 문을 나설 때, 강영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장소월은 전연우의 뒷모습을 힐끗 보고는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오늘 방학했지? 진봉한테 널 데리러 가라고 했어. 우리 같이 점심 먹을까?”장소월이 말했다.“나... 오 아주머니가 아프셔서 오빠 집에 가봐야 해.”“그래? 알았어. 조심해서 가. 저녁에 데리러 갈게.”“응. 그래.”장소월이 전화를 끊고 차 옆에 걸어가 뒷좌석 문을 열려고 한 순간, 전연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앞에 앉아.”장소월은 그제야 쭈뼛거리며 조수석에 앉았다.돌연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몸을 기울여 그녀의 안전벨트를 매주었다.장소월은 긴장감에 호흡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에게는 뼛속까지 깃든 두려움을 품고 있다. 더욱이 지금은 나청하의 죽음까지 알고 있지 않은가.집으로 가는 동안 그 누구도 나청하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가든 아파트에 도착한 뒤, 전연우는 건물 아래 슈퍼 문 앞에 차를 세웠다.“내려. 마트 가야 해.”“난 안 갈래. 차에서 기다릴게.”“부탁이라도 해야 해?”장소월은 더는 말하지 못하고 결국 차에서 내렸다.예전 그녀가 마트에 가자고 전연우를 졸랐을 땐 종래로 와준 적이 없다. 반면 백윤서와는 백화점 쇼핑도 종종 함께하곤 했었다.이제 그녀는 전연우에게 조금의 바람도 없었다.전연우는 해산물 구역으로 가 해산물을 가득 담은 뒤 채소와 과일도 꽤나 집었다.장소월은 옆에 서 있는 해산물 구역 책임자에게 양념장과 마늘을 요구했다. 이곳 해산물은 값이 많이 나가는 것이니 당연히 서비스를 조금은 넣어줄 수 있다. 처음으로 그와 함께 마트에 온 오늘, 장소월은 그는 정말 장을 볼 줄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변질된 것들, 시든 것들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하여 대부분은 모두 장소월이 고른 것이었다.이어 전연우는 그녀를 데리고 간식 구역으로 걸어갔다.“뭐 먹고 싶어?”장소월이 고개를 저었다.“난... 이런 거 먹으면 안 돼.”장소월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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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아니에요. 영수는 저한테 정말 잘해줘요. 매일 등교, 하교 때마다 절 데려다준다니까요.”“그럼 마음을 놓을 수 있겠네요.”오 아주머니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도련님과 함께 온 거예요?”“네.”“밥 먹었어요? 내가 지금 만들어줄게요.”오 아주머니가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장소월이 다시 그녀를 침대에 앉혔다.“제가 하면 돼요. 강씨 저택에서 심심할 때 저도 음식을 해봤어요.”“그럼 안 되죠. 아가씨가 도우미한테 밥상을 차려주는 법이 어디에 있어요.”“장씨 집안에서만 아가씨예요. 지금은 오빠 집에 있으니까 그저 장소월일 뿐이에요. 금방 할 수 있으니까 기다려요.”장소월은 방을 나선 뒤 잊지 않고 문을 닫았다.그녀는 주방에 들어가 앞치마를 입고는 냉장고에서 식자재를 꺼냈다. 시간이 늦었으니 간단한 국수 요리를 할 생각이었다.청경채와 고기를 썰었다.옷을 갈아입고 방에서 나온 전연우의 눈에 주방에서 바삐 돌아치는 장소월의 모습이 들어왔다.그는 몇 번이나 이 광경을 꿈속에서 마주했다.매번 몸을 돌릴 때마다 그녀의 부드러운 미소가 아른거렸다.하지만 그날 병원에서 나왔을 때부터 그 소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버렸다.남자는 마음속의 복잡함을 감추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윽...”장소월의 손가락에서 피가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다. 칼에 베인 것이다.순간 남자가 그녀의 손을 덥석 잡고는 수도꼭지에 가져갔다.차가운 물이 상처에 닿으니 배로 더해지는 통증에 그녀가 손을 움츠렸다.전연우가 이마를 찌푸렸다.“칼질도 못 하면서 사람을 보살피겠다고?”그는 힘이 너무 강했다. 장소월이 몇 번이고 손을 빼내려 했으나 도저히 벗어날 수가 없었다.“영수가 날 주방에 가지 못하게 했어.”장소월이 말했다.“그래서 집에 오지 않은 거야?”전연우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내가 왜 그 집에 갔는지 알아? 영수는 종래로 나한테 상처를 주지 않기 때문이야.”날 해치는 건 전연우 당신뿐이거든.전연우는 돌연 무슨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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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한 시간이 지나서야 국수가 오 아주머니 앞에 차려졌다.전연우는 방에 들어와 침대 위에서 교복이 처참하게 찢긴 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도가 지나쳤다. 단추는 어디에 떨어졌는지 모두 뜯겨 있었다.얼굴엔 눈물 자국이 가득해 너무나도 가엾은 모습이었다.전연우를 본 장소월은 옆에 있던 베개를 그에게 던져버렸다.“전연우, 넌 짐승이야!”전연우는 단번에 베개를 손에 잡고는 말했다.“넌 내가 짐승이라도 좋아하잖아?”“지금은 아니야! 전연우! 이제 널 좋아하지 않아!”장소월이 울부짖었다.“좋아하고 안 하고는 네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야. 강씨 집안에 들어갔다고 내가 널 어떻게 하지 못할 거란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전연우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눈물에 젖어 얼굴에 눌어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며 말했다.“강씨 집안? 계속 거기에 머무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장소월, 네 성이 무엇인지 잊지 마!”장소월이 힘껏 그의 손을 밀쳐냈다. 목에 나 있는 붉은 상처는 모두 그가 만든 것이다.“전연우, 너 벌 받을 거야!”남자의 눈에 어둡고 위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고집스럽고 완강한 그녀의 모습 때문에 더더욱 짜증이 밀려왔다.그녀의 말은 전연우로 하여금 그 일을 떠올리게 했다.그녀가 다 알았을까?그럴 리가 없다.정말 알고 있다면 그와 한없이 멀어졌을 것이다.그 일은 죽을 때까지 깊은 땅속에 묻고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그녀는 장씨 집안 아가씨이고, 그는 장씨 집안에서 기른 입양아다.처음부터 그녀를 해치지 않고 평생 곁에 둔 채 자신을 의지하며 살게 했다면 좋았을 텐데. “지옥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널 데리고 갈 거야. 장소월... 넌 날 사랑하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았어. 아니야?”그의 말은 마치 저주처럼 그녀의 귀를 휘감았다.“소월이가 고분고분 말만 잘 듣는다면 이 오빠도... 널 좋아할 거야.”장소월이 반항했다.“네 사랑 따위 필요 없어! 더러워!”그녀가 이 공간에서 벗어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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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장소월은 의식을 상실한 낡은 인형처럼 공허한 눈으로 멍하니 한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남자는 옷장에서 검은색 셔츠를 꺼내 침대에 던졌다.“옷을 벗어서 세탁해. 더러워진 침대 시트도 함께.”전연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하얀색 양말을 의자에 걸쳐놓고는 방에서 나간 뒤 문을 닫았다.장소월은 더는 그의 방에 머무르지 않고 백윤서와 함께 썼던 방에 들어가 입고 있던 교복을 모두 벗어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리고는 욕실에 들어가 더러워진 다리를 끊임없이 씻어냈다.절망이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 자꾸만 머릿속에서 남자가 성욕을 분출하는 도구가 되어버렸던 광경이 떠울랐다.다행히 그 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오늘 전연우가 그녀에게 했던 모든 건 그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악몽으로 자리 잡았다.만약 그가 정말... 그녀를 범했다면!그녀는 절대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장소월은 샤워를 마친 뒤 예전 이곳에서 입었던 옷을 입었다. 그의 물건이라면 손을 대는 것조차 역겨웠다.그녀가 욕실에서 나오자 전연우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한 얼굴로 국수를 밥상에 내려놓았다.“빨리 와서 밥 먹어.”“먹고 싶지 않아. 난 갈 거야.”장소월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전연우는 같은 말을 두 번 중복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가 반항한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겠는가?“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목소리가 무거워졌다.장소월은 이제 그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가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몸에서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장소월은 천천히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전연우가 젓가락을 건네주자 고개도 들지 못하고 손만 뻗어 젓가락을 받았다.국수 그릇엔 계란 후라이가 있었는데 그녀는 노른자를 좋아하지 않는다.전연우는 냄비 안에 남은 모든 국수를 그릇에 담았다. 두 사람이 밥상에 마주 앉아 처음으로 함께 밥을 먹는 순간이었다.장소월은 아주 느린 속도로 먹고 있었다. 시시때때로 해오는 그의 터치를 모두 참아내야만 했다.“다 먹고 내가 데려다줄게. 가는 길에 백화점에 들러 옷도 사자. 그렇게 얇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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