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이 지나서야 국수가 오 아주머니 앞에 차려졌다.전연우는 방에 들어와 침대 위에서 교복이 처참하게 찢긴 채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도가 지나쳤다. 단추는 어디에 떨어졌는지 모두 뜯겨 있었다.얼굴엔 눈물 자국이 가득해 너무나도 가엾은 모습이었다.전연우를 본 장소월은 옆에 있던 베개를 그에게 던져버렸다.“전연우, 넌 짐승이야!”전연우는 단번에 베개를 손에 잡고는 말했다.“넌 내가 짐승이라도 좋아하잖아?”“지금은 아니야! 전연우! 이제 널 좋아하지 않아!”장소월이 울부짖었다.“좋아하고 안 하고는 네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야. 강씨 집안에 들어갔다고 내가 널 어떻게 하지 못할 거란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아!”전연우가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눈물에 젖어 얼굴에 눌어붙은 머리카락을 떼어주며 말했다.“강씨 집안? 계속 거기에 머무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장소월, 네 성이 무엇인지 잊지 마!”장소월이 힘껏 그의 손을 밀쳐냈다. 목에 나 있는 붉은 상처는 모두 그가 만든 것이다.“전연우, 너 벌 받을 거야!”남자의 눈에 어둡고 위험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고집스럽고 완강한 그녀의 모습 때문에 더더욱 짜증이 밀려왔다.그녀의 말은 전연우로 하여금 그 일을 떠올리게 했다.그녀가 다 알았을까?그럴 리가 없다.정말 알고 있다면 그와 한없이 멀어졌을 것이다.그 일은 죽을 때까지 깊은 땅속에 묻고 영원히 빛을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그녀는 장씨 집안 아가씨이고, 그는 장씨 집안에서 기른 입양아다.처음부터 그녀를 해치지 않고 평생 곁에 둔 채 자신을 의지하며 살게 했다면 좋았을 텐데. “지옥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널 데리고 갈 거야. 장소월... 넌 날 사랑하기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았어. 아니야?”그의 말은 마치 저주처럼 그녀의 귀를 휘감았다.“소월이가 고분고분 말만 잘 듣는다면 이 오빠도... 널 좋아할 거야.”장소월이 반항했다.“네 사랑 따위 필요 없어! 더러워!”그녀가 이 공간에서 벗어나려
장소월은 의식을 상실한 낡은 인형처럼 공허한 눈으로 멍하니 한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남자는 옷장에서 검은색 셔츠를 꺼내 침대에 던졌다.“옷을 벗어서 세탁해. 더러워진 침대 시트도 함께.”전연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하얀색 양말을 의자에 걸쳐놓고는 방에서 나간 뒤 문을 닫았다.장소월은 더는 그의 방에 머무르지 않고 백윤서와 함께 썼던 방에 들어가 입고 있던 교복을 모두 벗어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리고는 욕실에 들어가 더러워진 다리를 끊임없이 씻어냈다.절망이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 자꾸만 머릿속에서 남자가 성욕을 분출하는 도구가 되어버렸던 광경이 떠울랐다.다행히 그 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오늘 전연우가 그녀에게 했던 모든 건 그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악몽으로 자리 잡았다.만약 그가 정말... 그녀를 범했다면!그녀는 절대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장소월은 샤워를 마친 뒤 예전 이곳에서 입었던 옷을 입었다. 그의 물건이라면 손을 대는 것조차 역겨웠다.그녀가 욕실에서 나오자 전연우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한 얼굴로 국수를 밥상에 내려놓았다.“빨리 와서 밥 먹어.”“먹고 싶지 않아. 난 갈 거야.”장소월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전연우는 같은 말을 두 번 중복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가 반항한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겠는가?“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목소리가 무거워졌다.장소월은 이제 그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가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몸에서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장소월은 천천히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전연우가 젓가락을 건네주자 고개도 들지 못하고 손만 뻗어 젓가락을 받았다.국수 그릇엔 계란 후라이가 있었는데 그녀는 노른자를 좋아하지 않는다.전연우는 냄비 안에 남은 모든 국수를 그릇에 담았다. 두 사람이 밥상에 마주 앉아 처음으로 함께 밥을 먹는 순간이었다.장소월은 아주 느린 속도로 먹고 있었다. 시시때때로 해오는 그의 터치를 모두 참아내야만 했다.“다 먹고 내가 데려다줄게. 가는 길에 백화점에 들러 옷도 사자. 그렇게 얇은
그들은 차에 앉아 백화점에 갔다.장소월은 전연우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곧바로 위층에 올라가는 줄 알았으나 전연우가 향한 곳은 1층 보석 구역이었다.전연우가 매장 앞에 도착하자 직원은 전연우를 아는 듯 말을 걸었다.“전 선생님, 저번 주에 예약했던 Cartier가 이미 도착했습니다. 마음에 드는지 보시죠.”이어 그녀의 시선이 장소월에게로 향했다.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아름다운 아가씨가 바로 선생님의 여자친구군요! 이 보석이 잘 어울릴 것 같아요.”장소월이 다급히 부인했다.“오해예요. 전 동생이에요.”여자친구? 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오빠, 나 먼저 올라갈게.”한 걸음을 채 내딛기도 전에 그녀의 손목이 전연우에게 잡혀버렸다. 그가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꺼내 들었다.“해봐.”“싫어!”장소월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애를 썼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가 어두워진 눈빛으로 말했다.“미안해요. 요즘 투정을 부리고 있어서 그래요.”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는 항상 이런 식이다. 누구에게든 겸손한 모습으로 미소를 띠고 말한다.그가 장소월의 머리카락을 걷어내고 목걸이를 걸어주었다.심플하고 고급스러운 목걸이였다. 장소월은 이 브랜드를 패션 잡지에서 본 적이 있다. 세계 10대 보석 회사에서 만든 신상 아이템이었는데 한정판이라 돈이 있어도 구매하기 어렵다. 지금 가격은 6천만 원 정도인데 10년 뒤면 그 가치가 몇억까지 치솟을 것이다.장소월은 그가 어디에서 이런 큰돈이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설사 그에게 더 많은 돈이 있다고 해도 전혀 갖고 싶지 않았다.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기분이었다.조금 전 그녀에게 못된 짓을 해놓고선 이제 이토록 값비싼 목걸이를 선물하려 하다니!대체 그녀를 무엇으로 생각하는 걸까.눈꼴이 시리게 이미 걸려있는 목걸이를 본 순간 전연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직원이 곧바로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전 선생님의 눈은 정말 정확하네요. 아
이 돈... 그녀는 반드시 잊지 않고 그에게 돌려줄 것이다.그에게 조금의 빚도 지고 싶지 않았다.전연우가 쇼핑백을 들고 걸어갔다. 두 사람은 조금 전의 일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장소월의 눈에 옆 가게의 스카프가 들어왔다. 부드러운 촉감에 정교한 바느질이 그녀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다. 가격표를 보니 이것 또한 몇십만 원이었다.전연우가 말했다.“사고 싶으면 사.”“됐어. 아주머니가 이 가격을 안다면 아까워 하고 다니지도 못할 거야.”장소월은 물건이 아무리 좋아도 꼭 필요한 게 아니면 사지 않는 오 아주머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잠시 고민하다가 장갑 두 개를 사기로 결정했다.하나는 빨간색이었고 다른 하나는 검은색이었다. 도합 십만 원 정도 되는 가격이라 별로 비싸지 않았다.쇼핑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장소월은 30분도 되지 않아 커다란 쇼핑백 두 개를 들고 백화점에서 나가려 했다.자신의 것은 부족한 것이 없었기에 사지 않았다.“연우 아저씨?”“소월아.”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인시윤이 뒤에 네 명의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을 대동하고 걸어왔다.인시윤은 부잣집 아가씨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발엔 하이힐을 신고 몸엔 올해 가장 유행하는 샤넬 원피스를 입고서 말이다.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발산되는 고급스러움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이런 우연이! 두 사람도 쇼핑하러 왔어요?”전연우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아가씨.”인시윤이 자연스럽게 전연우의 팔짱을 꼈다.“내가 나오자고 할 땐 거절하더니 지금 딱 걸렸죠? 아직 식사 시간 전이니 같이 쇼핑이나 더 할래요? 잠깐 쇼핑하다가 같이 밥 먹으러 가요. 소월아, 네 생각은 어때?”장소월은 인시윤이 더욱 끈질기게 전연우를 조르기를 바라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난 다른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해. 두 사람이 같이 쇼핑해! 오빠... 검은색 장갑을 나한테 줘.”인시윤은 장소월의 거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말했다.“가지 마! 너 우리 오빠를 만
전연우는 장소월의 입술에 마약이라도 바른 것처럼 완전히 중독되어 버린 것 같았다. 이제 더는 끊을 수도 되돌릴 수도 없었다.부부생활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장소월은 이미 그의 폭력성에 익숙할 대로 익숙해졌다. 잠자리를 할 때도 애무 한번 없이 자신의 카타르시스만 느끼고 끝마치곤 했다.그녀가 고통에 몸부림칠수록 그는 더더욱 흥분했다.전연우는 참지 못하고 조수석 문을 열어 그녀를 의자에 밀어 넣었다.“안 돼! 여긴 주차장이야! 사람들이 올 거라고!”“그럼 빨리하면 되지!”“미쳤어. 너 진짜 미쳤어!”그녀는 똑같은 일을 두 번이나 겪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다른 쪽 문을 열고 도망치려 했다!하지만 남자는 조수석에 앉은 뒤 차 문을 닫고 긴 팔로 그녀를 끌어당겼다.주차장엔 차가 가득 주차되어 있었다. 누군가 온다면 분명 보게 될 것이다.장소월은 너무 힘들어 눈물까지 흘러내릴 뻔했다.“집에 가자. 집에 가서 해! 여기선 안 돼!”전연우는 성욕이 끓어올라 이미 바지 지퍼를 내리고 무서운 물건을 드러낸 상태였다. 그는 장소월의 검은색 스타킹을 폭력적으로 뜯어내고는 자세를 고쳐잡고 앉았다.남자는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들고 편안한 표정으로 그 느낌을 즐기고 있었다.“네가 말만 잘 듣는다면 넣지 않아...”그 나긋하고도 압박감 가득한 목소리에 장소월은 모욕감을 느껴 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참았다.30분 뒤.전연우는 휴지를 뽑아 장소월의 옷에 남아 있는 액체를 닦아냈다. 그는 무기력하게 축 처져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오늘 그녀의 몸에서 가장 민감한 부위를 맛보았다.이제 진짜 칼이나 총이 아니라도 그녀를 괴롭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제 만족해?”장소월은 나른해진 팔을 들어 올려 온 힘을 다해 그의 뺨을 내리쳤다.“전연우, 난 네 성욕을 해결해주는 도구가 아니야.”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전연우는 화를 내지 않고 그녀의 옷을 정리해주었다.“... 내가 강씨 저택에 데려다줄게. 다른 남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하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는가?그에게 있어 그녀는 한순간의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녀가 돌연 마음을 돌린 것이 내키지 않아 이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이건 호감도 아니고, 사랑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잠시 달아오른 소유욕일 뿐이다.앞으로 백윤서와 함께 하지 않는다고 해도 인시윤이 있다. 또한 어쩌면... 송시아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신선함이 사라지면 그녀는 가차 없이 버려질 것이다.그의 인생에 얼마나 많은 여자가 있든, 얼마나 많은 백윤서가 있든 상관없다.장소월은 절대 다시 그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평생 혼자 외로이 늙어갈지라도 말이다...그녀는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을 것이다.구영관.두 사람이 들어가자 종업원이 전연우가 예약한 룸으로 안내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그가 또 더러운 짓을 할까 봐 두려워진 장소월은 다급히 종업원에게 말했다.“룸은 필요 없어요. 홀에서 먹으면 돼요.”전연우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홀에 앉죠.”“두 분 절 따라오세요.”두 사람은 홀 안 창가 쪽 위치에 마주 앉았다.종업원이 말했다.“이건 보리차입니다. 맛보세요.”장소월이 대답했다.“감사합니다.”전연우가 메뉴판을 살펴보니 모두 특별할 것 없는 집밥이었다.“네 추천으로 온 곳이니 뭘 먹을지 골라봐.”장소월은 그를 무시해버린 채 메뉴판을 훑어보고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 몇 개를 주문했다.종업원이 주문서를 작성하다가 물었다.“손님, 두 분이 드시기에 적은 양 아닐까요?”장소월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이 사람이 먹을 건 직접 주문하라고 하세요.”“네. 손님.”전연우도 대충 매운 음식 몇 가지를 주문했다. 두 사람의 입맛은 많이 달랐다. 종업원이 자리를 뜬 뒤.“왜 그래? 아직도 화가 안 풀렸어?”장소월은 그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전연우, 난 백화점도 갔고 지금 이렇게 밥 먹으러도 왔어. 대체 뭘 더 원하는데? 난 처음부터 말했어. 난 오빠한테 어떠한 위협도 될 수 없다고. 장씨 집안을 갖고 싶다면 가져. 난 하나도 아쉬울
“이제 와 되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전연우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집에 가서 푹 쉬어. 겨울 캠프는 내가 이미 취소했어. 밖에 나가 놀고 싶으면 내가 같이 가줄게.”“또 마음대로 내 일을 결정한 거야?”장소월이 힘껏 그의 손을 뿌리쳤다.“대체 내가 몇 번을 말해야 해! 전연우, 난 이제 조금도 널 좋아하지 않아! 못 알아듣겠어?”예전 그녀가 아무리 그에게 잘해줬어도 그는 늘상 무심하고 냉담하기만 했다.다시 태어난 뒤 모든 걸 포기하고 그와 멀어지려 하고 있지만, 그는 오히려 그녀를 놓아주지 않고 자꾸만 가까이 다가온다.전생에선 그녀를 장씨 집안을 얻는 도구로 생각했다면 이번 생에선 무엇으로 여기는 걸까?성욕을 해결해주는 장난감?전연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몸에서 풍기는 음산한 기운은 선명히 느낄 수 있었다.얼마 후 남자가 빨간색 불이 들어온 신호등 앞에 멈춰서고는 말했다.“다음에 나올 땐 이 목걸이를 걸고 나와.”다음?다음을 생각한다고?장소월이 냉정하게 쏘아붙였다.“난 다시는 널 만나지 않을 거야.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 할게.”이어 그녀가 조롱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백윤서가 우리가 했던 일을 안다면 어떻게 할까? 뒤에선 나와 몸을 섞고 앞에선 백윤서를 좋아하는 게 역겹지도 않아?”전연우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버렸다. 그는 길을 건너간 뒤 곧바로 브레이크를 밟고 길옆에 차를 세웠다. 이어 안전벨트를 풀고 조수석으로 건너가고는 두 손으로 여자의 옷을 풀어헤쳤다.“이렇게 된 이상 차라리 이번 기회에 널 가져야겠어.”“너 미쳤어! 전연우, 난 고작 18살이야. 감히 내 몸을 범한 일이 아버지한테 알려진다면 넌 죽은 목숨이야!”장소월이 그의 손을 꽉 부여잡고 말했다.“그럼 더 좋지. 당당하게 너와 결혼할 수 있잖아? 앞으로... 학교에 가지 말고 집에서 집안일만 하면서 애나 키워!”얇은 입술 사이로 지독한 말이 툭툭 튀어나왔다.“내가 잘못했어! 그건 안돼!”그는
장소월은 차 문을 열고 지체없이 차에서 내렸다.경비원은 현관 앞에서 순찰을 돌고 있었다.“소월 아가씨.”장소월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하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적어도 십여 분을 더 걸어야 강영수가 사는 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경비원은 귓가에 있는 이어폰을 누르고 멀리 걸어가는 장소월을 보며 말했다.“맞습니다! 소월 아가씨가 돌아왔어요! 검은색 아우디 A6차량이 소월 아가씨를 데려다주고 갔어요!”강영수: “차 안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봤어요?”“아니요, 그분은 차에서 내리지 않았어요.”“알겠어요.”상대방은 전화를 끊었다.십여 분의 거리를 장소월은 족히 30분을 걸어서야 도착했다.하인은 현관에 소리 없이 나타난 사람을 보고 걱정스레 다가갔다.“아가씨, 드디어 오셨네요. 방금 큰 도련님께서 여러 번 전화하셨어요.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계속 물어보셨어요. 얼른 도련님께 전화하세요!”장소월은 온몸이 나른해서 힘없이 말했다.“알겠어요. 이따가 다시 전화할게요. 저 일단 위층으로 올라갈게요.”하인은 장소월의 눈이 방금 울었는지 빨간 것을 발견했고, 몸에 입은 양복 외투도 강영수의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모르는 사람이 봐도, 장소월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하인은 감히 더 묻지 못했다.장소월은 방으로 돌아와 문을 잠갔다.그녀가 휴대폰을 꺼내 확인해보니, 이미 배터리가 없어 전원이 꺼져 있었다. 충전기를 꼽고, 욕실로 가서 더럽혀진 몸을 깨끗이 씻었다.장소월은 무려 두 시간을 씻은 후에야 욕실에서 나왔다. 굴곡진 몸매에서는 여전히 물방울이 흘러내리고, 맨발로 카펫을 밟고, 긴 머리는 흠뻑 젖어 있었다. 커다란 창문을 보니 마치 거울 같았다. 그녀의 몸에 가득 찬 키스 자국 외에도 그녀가 힘껏 닦을 때 손톱에 긁힌 자국까지 남아 그야말로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아가씨, 도련님께서 준비하라고 하신 닭고기 수프를 갖고 왔어요. 식으면 맛이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