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80화

장소월은 의식을 상실한 낡은 인형처럼 공허한 눈으로 멍하니 한 곳만 응시하고 있었다.

남자는 옷장에서 검은색 셔츠를 꺼내 침대에 던졌다.

“옷을 벗어서 세탁해. 더러워진 침대 시트도 함께.”

전연우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하얀색 양말을 의자에 걸쳐놓고는 방에서 나간 뒤 문을 닫았다.

장소월은 더는 그의 방에 머무르지 않고 백윤서와 함께 썼던 방에 들어가 입고 있던 교복을 모두 벗어 쓰레기통에 던졌다. 그리고는 욕실에 들어가 더러워진 다리를 끊임없이 씻어냈다.

절망이 가득 담긴 눈빛이었다. 자꾸만 머릿속에서 남자가 성욕을 분출하는 도구가 되어버렸던 광경이 떠울랐다.

다행히 그 선을 넘지는 않았지만 오늘 전연우가 그녀에게 했던 모든 건 그녀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악몽으로 자리 잡았다.

만약 그가 정말... 그녀를 범했다면!

그녀는 절대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장소월은 샤워를 마친 뒤 예전 이곳에서 입었던 옷을 입었다. 그의 물건이라면 손을 대는 것조차 역겨웠다.

그녀가 욕실에서 나오자 전연우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한 얼굴로 국수를 밥상에 내려놓았다.

“빨리 와서 밥 먹어.”

“먹고 싶지 않아. 난 갈 거야.”

장소월은 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전연우는 같은 말을 두 번 중복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가 반항한다고 달라질 게 뭐가 있겠는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

목소리가 무거워졌다.

장소월은 이제 그에게 트라우마가 생겼다. 그가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몸에서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

장소월은 천천히 걸어가 자리에 앉았다. 전연우가 젓가락을 건네주자 고개도 들지 못하고 손만 뻗어 젓가락을 받았다.

국수 그릇엔 계란 후라이가 있었는데 그녀는 노른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전연우는 냄비 안에 남은 모든 국수를 그릇에 담았다. 두 사람이 밥상에 마주 앉아 처음으로 함께 밥을 먹는 순간이었다.

장소월은 아주 느린 속도로 먹고 있었다. 시시때때로 해오는 그의 터치를 모두 참아내야만 했다.

“다 먹고 내가 데려다줄게. 가는 길에 백화점에 들러 옷도 사자. 그렇게 얇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