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수는 국을 마시며 덤덤한 표정이었고, 소매를 걷어붙인 팔의 반쪽에는 청색 문신이 드러났다. 국을 마실 때마다 구불구불 솟아오른 힘줄이 매우 신비롭고 보기 좋았다. “여기까지 무슨 일이야?”“그게 큰 사모님 쪽에...”오 집사는 말하면서 장소월을 힐끗 쳐다보더니 말을 잇지 못했다.강영수: “괜찮아, 말해.”본가에 있는 오래된 집사가 병가를 내서, 오부연은 최근 본가 별장의 일을 처리하느라 바빴다. “큰 사모님께서 요즘 감기에 걸려서 도련님을 뵙고 싶어 하세요. 그리고 소월 아가씨도요...”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다가 이 말을 듣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강가의 큰 사모님이 장소월을 만나려 한다?감기에 걸린 것일까? 아니면 다른 뜻이 있는 것일까?강영수는 손가락으로 식탁을 두드리며 생각에 잠긴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장소월에게 물었다.“할머니한테 가보고 싶어?”장소월은 손을 내려놓고 즉시 옷자락을 움켜잡았다.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고개를 숙이고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나... 미안해.”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숟가락도 바닥에 떨어졌다. 장소월은 재빨리 주워들고 말했다.“학원 수업 지각할 것 같아. 난 먼저 가볼게.”장소월은 가방을 챙겼다.강영수도 서둘러 일어났다.“내가 데려다줄게.”“괜찮아, 기사님이 바로 문 앞에 계셔. 나 혼자 가도 돼. 고마워.”“소월아!”강영수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장소월은 이미 사라졌다.모처럼 두 사람이 함께 아침을 먹을 수 있었는데, 강영수가 서두르며 몰아붙여서 장소월은 겁을 먹고 도망가버렸다.강영수는 좌절했다.그는 이마를 짚고, 장소월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다.장소월은 마치 고슴도치처럼 항상 경계하고 있었다. 그녀를 장가로부터 구해서 강가에 데려온 지금에도... 방에 틀어박혀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외출도 하지 않고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았다.강영수도 그저 그녀를 데리고 나가 다른 곳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하지만 그의 행동마다 장소월은 더욱
장소월은 도피형 인격으로, 정서적 고통에 직면하면 현실에서 도피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고통스럽고 괴로울 때, 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의 평온함을 달래기 위해 혼자 있는 것을 선택했다. 심지어 망각에 의지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야만 그녀는 마음이 조금 편할 수 있었다.그녀도 마주하고 싶었지만, 주변환경과 분위기가 그녀에게 심리적인 불안감을 줄까 봐 두려웠다.그래서 그녀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강영수가 끊임없이 그녀에게 다가가 내면의 세계에서 끌어내려고 해도, 장소월은 해낼 수 없었다.강가에서 밥을 먹는 것 외에 장소월은 대부분 시간을 혼자 방에 가두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했다.그림 그리기, 공부하기, 노래 듣기...아무도 만나지 않았다.천하일성.온주원은 그녀에게 풍악정에서 만든 디저트를 갖다 주었다.“이것 먹으면서 잠시 쉬어요.”장소월은 골프채를 내려놓고 물을 몇 모금 마신 뒤 케이크를 받았다.“감사합니다.”“오전 내내 우울해 보이던데, 단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질지도 몰라요.”장소월은 미소를 지었다.“어떻게 알았어요?”온주원은 옆에 있는 텀블러를 들고 입술을 오므리더니 말했다.“별로 어렵지 않아요. 안 좋은 일이 생기면 감정이 얼굴에 나타나고, 운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들이 꽤 많거든요.”“요즘 학업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런가 봐요. 골프 말고도 다른 흥취반 수업도 많아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할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온주원은 왼쪽 다리를 오른쪽에 걸치고 두 손을 무릎에 깍지 낀 채 고개를 끄덕였다.“음. 누구라도 스트레스를 받겠네요. 그런데 그중에 소월 씨가 좋아하는 게 하나도 없나요?”장소월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특별히 좋아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건 아버지가 못하게 하시니.”“혹시 그림 좋아해요? 저한테 그림 한 장이 있는데 보시겠어요?”“무슨 그림이요?”온주원이 팔목을 들어 시간을 보니 이미 수업시간이 지났다.“따라오세요.”온주원은 장소월을 데리고 위층의 전용 사무실로 올
장소월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해요.”온주원은 팔짱을 끼고 담담하게 웃었다. 드디어 장소월이 웃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보아하니 그 친구가 절 속이지 않았네요. 그런데 소월 씨는 어떻게 이 그림이 진짜라고 확신하죠?”장소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모르겠어요. 그저 이 그림이 저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고 있어요. 하지만 이 그림이 진짜라고 확신할 수 있어요.”“그렇군요.”온주원은 조용히 웃었다.“소월 씨가 진짜라고 하니 믿을게요.”“보아하니 오빠는 그림을 선물한 사람의 생명의 은인인가 봐요? 아니면 이렇게 가치 있는 그림을 선물할 리가 없죠.”“부끄럽네요. 제 것이 아닌 물건을 받는 것도 신세를 지는 것이니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이죠.”“그건 맞아요. 생명의 은인이 맞나요?”온주원은 고개를 숙이고 가로저었다.“그만하고 우리 밥 먹으러 가죠. 저도 여기 오랜만에 왔어요. 새로운 메뉴가 많이 나왔다던데, 같이 가서 먹어볼까요?”“좋아요.”장소월은 온주원에게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도 오랫동안 알고 지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가 13살 때부터 골프를 배웠으니 이미 5년 동안 알고 지냈다. 5년 동안 온주원은 줄곧 그녀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했고 한 번도 선을 넘은 적이 없었다. 장소월의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적절한 선에서 장소월을 기쁘게 했다.마치 오늘의 그림처럼 말이다.장소월이 그림을 좋아하는 것을 온주원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식당에 도착했다.늘 먹던 자리였다.이 시간에 식사하러 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여기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가 아니면 지위가 높은 사람이었다.천하일성은 누구나 오고 싶다고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음식을 주문하고 장소월은 화장실에 갔다.어두컴컴한 복도, 군자죽란 룸에서 장소월은 기성은을 보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장소월은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 전연우도 천하일성에 있을 줄 몰랐다.볼일도 보지 못하고 장소월은 재빨리 화장실을 나왔다.“오빠,
장소월은 반항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이곳에는 다른 사람이 올지도 모른다.장소월은 몸에서 느껴지는 이상함을 참으며 말했다.“고객이랑 식사하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가서 방해해?”“문자를 보내도 되잖아?”전연우는 눈살을 찌푸렸다.장소월은 말문이 막혔고, 한참 후에야 말했다.“날 보면 이런 짓밖에 더 해? 내가 싫어하는 거 알잖아.”여자의 말이 끝나자, 남자는 발정 난 짐승처럼 그녀의 귀밑머리를 뒤척였다.양복에 어느 여자의 향수가 남았는지, 짙은 향수 냄새에 장소월은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남자는 끈적이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럼 뭘 좋아하는데? 키스?”말하면서 남자는 장소월의 턱을 잡고 그녀의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거침없이 키스했다. 방금 술을 마신 전연우의 입에서는 쓴맛이 느껴졌다.어린 소녀의 몸부림을 느끼며, 그의 짐승 같은 욕망은 더욱 고조되었다.장소월은 그의 손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느꼈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했다.“안돼... 여기선... 미쳤어!”“꽉 잡아. 10분이면 돼.”“... 안 돼.”“말들어!”남자는 그녀에게 상을 주는 것처럼 또 키스했다.바지의 지퍼가 스르륵 열렸다.“전연우! 나쁜 놈!”만나자마자 그녀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정말 장소월을 기생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30분 후,장소월은 온몸에 힘이 빠진 것 같았다. 전연우가 그의 몸을 부축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을 것이다.전연우는 천천히 그녀를 닦아주었다. 욕망을 표출하고 나니 술도 어느 정도 깨었다.순간, 전연우는 다리에 힘이 풀린 장소월을 안아 올렸다.장소월은 얼굴의 홍조가 가시기도 전에 두 손으로 전연우의 목을 잡았다.“어디 가려는 거야?”목소리는 힘이 없었다.“계속 여기 있다가 들키고 싶어?”전연우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전연우는 그녀를 다시 다른 룸으로 데려갔다. 전연우가 손님을 접대하는 룸은 바로 옆이었다.장소월은 혼자 룸에 앉아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많은 음식이
“들어오세요.”장소월은 외부인에게 그들의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그에게서 떨어지려 했지만, 남자는 역시 놓아주지 않았다.들어온 사람은 기성은이었다.“아가씨 옷 세탁이 끝났습니다.”전연우는 덤덤하게 말했다.“놓고 가세요.”“네.”옷을 놓고 기성은은 바로 밖으로 나갔다.장소월은 몸을 비틀었다.“이거 놔. 옷 갈아입을 거야.”전연우는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꼬집었다.“같이 밥 좀 먹어줘.”장소월은 얼굴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국 좀 먹을래?”숟가락이 그녀의 입에 닿았다.“나 배불러. 얼른 먹어.”“말 들어. 응?”위협적인 말을 하더니, 눈을 찌푸리고 마침내 그녀의 허리를 놓아주었다.남자의 시선은 날씬하고 매끄러운 여자의 뒷어깨에 향했다. 은은하게 키스 자국이 있고, 브이넥 중간에도 꽤 많은 자국이 있었다. 전연우는 자신의 걸작에 아주 만족했다.“배도 불렀다면, 우리...”전연우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의 불순한 눈빛을 느낀 장소월은 기회를 타서 그의 다리에서 도망쳤다.“천천히 먹어. 나 오늘 시간 없어.”씻은 옷을 집어 들고 장소월은 재빨리 화장실로 가서 문을 잠갔다.10분 후, 옷을 갈아입은 장소월은 누더기 옷을 전연우의 얼굴에 던졌다.남자는 짜증 내지 않고 얼굴의 옷을 움켜쥐고 말했다.“간이 배 밖으로 나왔네?”남자가 코를 대고 냄새를 맡으니, 옷에는 여전히 여자의 여온과 달콤한 향기가 남아 있었다.갑자기 아랫배가 팽팽해지더니, 욕망이 더욱 커졌다.그런 남자의 모습에 장소월은 귀밑까지 빨개지고 뜨거웠다.“미친놈!”정말 변태가 아닌가!장소월은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천하일성에서 뛰쳐나왔다.나가기 전, 장소월은 몸에 조금의 흠집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차에 올랐다.차를 타고 천성 빌딩에 도착했다.세 시간 정도 훈련하고, 도서관에 갔다.강용은 언제 도착했는지, 장소월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몇 세트의 시험지를 풀고 있었다.방학해도 장소월은 여유시간이 별로 없어 진도가 뒤처졌다.강
“무슨 자리를 빼앗았는데?”장소월은 강용을 보며 물었다.강용은 그녀의 책을 두드렸고, 장소월은 그의 말을 알아차렸고, 얼굴에는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윤서 언니 성적 잘 나왔잖아. 올림피아드 팀에 들어간 것도 열심히 공부해서 실력으로 들어간 거야. 원래 성적이 좋은 사람이 들어가는 곳이잖아?”“네가 윤서보다 못하진 않잖아?”장소월은 이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올림피아드 팀에 들어가고, 서울대 입학권을 갖는 건, 그녀의 학력에 금빛 이력을 더했을 뿐, 그녀가 팀을 나온다고 해서 그녀의 최종 목표가 변하는 건 아니었다.“너 윤서 언니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오히려 기뻐해야 하는 거 아니야?”“누가 그런 헛소문을 퍼뜨려?”“아니야?”장소월은 눈을 가늘게 떴다.당시 백윤서가 외국에서 돌아와 서울제2중학교로 갔을 때, 강용과 백윤서의 스캔들은 온 학교에 퍼졌었다.강용이 수업을 빼먹고 늘 백윤서의 곁을 맴돌았다.길에서, 술집에서, 그리고... 도원촌의 그 방 베란다에서 두 사람은 키스를 하지 않았던가?백윤서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알았을 때, 강용이 장소월을 어떻게 대했었는가?장소월의 목을 조르고 벽에 밀치고는,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위협적인 말을 내뱉었다.만약 이 모든 일이 강용이 백윤서를 좋아한다는 걸 증명할 수 없다면, 장소월은 더 이상 증거가 없었다.‘지금 젊은이들은 어리고 경솔해, 감정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니까!’“당연히 아니지!”“그래, 알았어.”장소월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제집을 풀었다.“나한테 더 궁금한 거 없어? 이유가 궁금하지도 않아?”장소월은 고개를 들고 평온한 눈빛으로 말했다.“네가 누구를 좋아하든 그건 네 일이야. 나한테 말할 필요 없어. 나도 다른 사람 사생활에는 관심 없으니까. 널 서울대로 보내겠다고 약속했고, 네 성적을 올리는 것 외에 다른 일들은 나랑 상관없어.”“사실 감정이라는 건 힘이 없어. 우리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너한테 더 많은 기회가 생길 거야. 그러
장소월은 고개를 떨구었다. 그녀가 괜한 생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날씨 때문인지, 강가를 떠난 후 항상 숨이 차서 견딜 수 없었다.강영수의 메시지를 받지 못해서 서운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집에 얹혀사는 억압감 때문이었다.장가가 아무리 나쁘다고 해도, 엄연한 자신의 집이었다.하지만 강가는 필경 남의 집이다.오늘 아침, 강영수가 단지 할머니를 보러 가자고 했을 뿐인데, 장소월이 도망갔으니, 분명 화가 났을 것이다.강가에 며칠이나 묵었지만, 이렇게 간단한 일도 할 수 없다니...이런 일에 부딪히면, 장소월은 늘 혼자 헛된 생각을 했다.오부연: “도련님, 소월 아가씨 오셨어요.”강영수: “그래.”벤틀리는 문 앞에 멈추었다. 강영수는 짙은 체크 무늬 스웨터를 입고, 넓은 어깨와 늘씬한 몸매를 뽐내며 손에 검은 우산을 들고 조수석의 문을 열었다. 장소월은 그의 우산 안으로 들어갔다. 비는 방금처럼 크게 내리지 않았다.“잘 다녀왔어?”장소월은 고개를 끄덕였다.“응.”강영수는 그녀의 어깨를 껴안고 거실 현관으로 들어가며 우선을 접어 오부연에게 건넸다.강영수는 미간을 찌푸렸다.“머리가 왜 이렇게 젖었어? 가서 마른 수건 좀 가져와.”“괜찮아, 별로 안 젖었어. 금방 마를 거야.”말이 끝나기 바쁘게 장소월은 재채기를 했다.강영수: “아줌마, 가서 생강차 좀 끓이세요. 너무 쓰면 안 돼요.”“네, 도련님.”장소월은 자신의 집에서 종래로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었다.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그럴 필요 없어요. 감기약 먹고 자면 돼요.”하인이 마른 수건을 가져오자 강영수는 마른 수건으로 그녀의 머리를 닦아주었다.주변 사람들은 상황을 보고 모두 자리를 떠났고, 두 사람만의 공간을 만들어주었다.장소월은 긴장한 나머지 옷자락을 움켜쥐고, 우두커니 서서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강영수는 장소월의 눈을 보며 말했다.“오늘 일은 내 생각이 짧았어. 미안해.”“아니야. 내 잘못이야. 사람 만나는 게 익숙하지 않아
9시, 장소월은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마치고 잘 준비를 했다.갑자기 침대 옆 캐비닛에 충전하고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장소월은 머리를 닦으며, 흰색 털 잠옷을 입고 다가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눈빛은 차가워지더니 미간을 찡그리고 다시 휴대폰을 놓고 무시했다.상대방의 전화는 끊임없이 한 번 또 한 번 끈질기게 걸려왔다.다섯 번째 전화가 자동으로 끊겼다.‘띵.’메시지가 도착했다.장소월이 확인하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온몸이 싸늘한 추위에 휩싸인 듯 손이 떨리고 있었다.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더러운 사진이었다.장소월은 이를 악물고, 다시 휴대폰이 울리자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도대체 어쩌자는 거야?”낮은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들려왔다.“뭐 하고 있었어?”“그런 사진을 보내고 고작 한다는 말이 이거야? 전연우, 진짜 한가해?”그쪽은 아주 조용했다. 이 시간이면 아마 서재에 있을 것이다.“보고 싶어...”전연우의 쉰 목소리가 약간 애틋하게 들려왔다.장소월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전연우는 종래로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네 향기가 그립고, 그리고... 네 몸도...”역시나! 전연우는 여전했다!“그만해! 나 지금 영수랑 같이 있어. 다른 사람한테 들키고 싶지 않다면 입 닥치라고!”“영수랑? 둘이 뭐해?”장소월은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나한테 과외해주는 것 빼고 뭐가 더 있겠어? 너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더러운 짓만 하는 줄 알아? 영수 나왔어, 끊을게.”장소월은 말을 마치고, 전연우가 보낸 사진을 삭제하고 아예 휴대폰 전원을 꺼버렸다.가든 아파트.누군가 전연우 서재의 문을 두드렸다.전연우는 동영상을 끄고 말했다.“들어와.”“오빠, 아주머니가 아직 아프셔서 내가 야식을 준비했어요.”백윤서는 말하면서 문제집 한 권도 들고 들어왔다.“그리고, 나 모르는 문제가 있는데 오빠가 가르쳐주면 안 돼요?”“어느 문제?”“이거. 몇 번이나 계산했는데 답이 안 나와요.”백윤서는 의자를 옆으로 끌어당겨 그의 왼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