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241 - 챕터 250

1177 챕터

제241화

“너 설마 우리 오빠와 강용을 모두 네 어장에 넣고 양다리를 걸치려는 거 아니지? 장소월...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차라리 속 시원히 말해보지 그래.”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했던 거였어?그렇다면 어젯밤 그녀와 강용이 함께 있는 걸 보았던 강영수도 그렇게 생각한 걸까? 그녀가 한쪽에 발 하나씩 걸치고 두 사람 사이를 오가고 있다고 말이다.장소월이 차분한 표정으로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네 그 질문에 대해 오늘 이 자리에서 똑똑히 말해줄게.”“내가 누구를 만나 뭘 하든 다 내 개인의 일이야. 다른 사람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네 오빠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는 거 알아. 나도 정말 고맙게 생각해. 하지만... 나에 대한 영수의 마음...”때문은 아니야.“강용을 멀리해야 한다고? 그건 너희 집안일이지 나 같은 외인과는 전혀 상관없어. 만약 네가 나한테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고 강요한다면 내 결정은 오늘과 똑같을 거야.”지금은 그녀가 강용에게 진 빚을 갚는 것이다.설사 그게 아니라고 해도 그들에겐 간섭할 권리 따위 없다.사실 알고 보면 강용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강용은 학교에서 돌아다니는 불쌍한 야생 고양이한테도 먹이를 챙겨주고, 음식을 담아주는 식당 아주머니한테도 매번 감사 인사를 하곤 한다.또한 아침에 채소를 팔러 나가는 할머니의 수레가 구덩이에 빠졌을 때는 몰래 뒤에서 수레를 밀어 할머니를 돕고 나서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홀연히 사라진다...그는 절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안하무인 사고뭉치 망나니가 아니다.“난 두렵지 않으니까 네 오빠한테 얘기해. 시윤아, 난 이미 내 인생의 계획을 세웠어. 그 누구도 내가 나아가는 앞길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수 없어. 서울대에 합격하는 거, 그거야말로 내가 목표로 삼고 해야 하는 일이야.”“난 아무한테도 마음을 주지 않아. 쓸데없는 감정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도 않고.”“네 오빠한텐 내가 분명히 얘기할게.”“밥은... 전연우랑 둘이서 먹어! 난 두 사람을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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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2화

도서관.장소월은 자신이 만든 수학 시험지 한 장을 꺼내 강용에게 건네주었다. 모두 기초적인 문제로 구성되어 있어 30분이면 풀 수 있는 반 장짜리 시험지였다.그녀는 강용이 문제를 푸는 동안 영어 단어를 외우고 논술 문제를 풀었다.강용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중도에 그의 곁으로 가지 않았다.30분이 지난 뒤, 그가 채 풀지 못한 것 같았지만 시험지를 가져와 살펴보았다. 가장 기초적인 공식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모양새였다.채점을 해보니 겨우 20점이었다. 그것도 답안지의 정연함을 높이 사 우정 점수를 준 것이었다.장소월은 점수를 시험지 오른쪽 위에 표기해놓고는 이해할 수 없음에 연속 한숨을 내쉬었다.“저기, 강용, 너 2년 동안 대체 뭘 한 거야?”강용은 펜을 툭 던지고는 다리를 꼬고 앉아 피식 웃으며 말했다.“놀았지!”“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하나도 모를 수가 있어? 너 그거 알아? 내가 너한테 내준 문제는 모두 수학 교과서 첫 페이지에 있는 문제야. 설마 책을 한 번도 펴보지 않은 거야?”“나랑 2년이나 같은 반에 다녔으면서 아직도 나에 대해 그렇게 몰라?”장소월은 당장에라도 그의 머리통을 쥐어박고 싶었다. 하지만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애써 참으며 하려던 말을 삼켜버렸다.강용은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왼손 손가락을 뻗어 그녀를 톡톡 터치했다.“아직 반년이나 남았으니까 늦지 않았어. 네가 가르쳐줘. 난 최선을 다해 기억해볼게.”지난 2년은 그녀에게 있어 나쁜 기억만 가득할 뿐, 좋았던 기억은 이미 희미하게 사라져있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눈동자에 담긴 감정을 숨겼다. 지금은 지난 일을 따질 때가 아니다.수능시험을 다 보고 나면 그들 사이엔 별다른 교류가 없을 것이다.장소월이 덤덤히 말했다.“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야. 너 뭐 천재라도 돼? 지금 고작 이런 문제도 풀지 못하면서 서울대에 가겠다고? 네 성적으론 지방대도 과분해.”그에게 과외를 해주기 위해 그녀는 흥취반 수업도 빠졌다.장해진이 이 일을 안다면 또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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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3화

도서관에서 일렁이는 오싹함은 다름 아닌 전연우의 몸에서 풍겨 나온 것이었다.인시윤이 못마땅한 얼굴로 강용을 쳐다보았다.“과외는 무슨 과외야. 내가 보기엔 영락없이 연애를 하고 있는데. 소월아, 너 설마 정말 이 잡종을 좋아하게 되기라도 한 거야? 너 왜 내 말을 안 듣는 거야?”인시윤은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 발까지 동동 굴렀다.그녀는 이어 책상 위 시험지를 보고는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20점?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더니. 강용, 넌 평생 우리 오빠 발아래에 밟혀 버러지로 살 거야.”강용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며 웃으며 말했다.“적어도 난 아부하며 머리를 조아리다가 도리어 처참히 배신당하진 않아.”“나쁜 놈!”인시윤이 돌연 손을 번쩍 들고 강용의 뺨을 내리쳤다.“철썩!”하는 소리가 도서관에 울려 퍼졌다.도서관엔 아직 몇 사람이 남아있었는데 소리를 듣자마자 모두 그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네까짓 게 감히 나한테 그런 말을 해? 고작 딴따라 자식놈이?”인시윤이 눈을 희번덕거렸다. 강용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한없이 얕잡아보는 자세로 말이다.“강용도 똑같은 사람이야!”순간 장소월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강용을 자신의 등 뒤로 잡아당겼다.“이곳은 도서관이야. 너희들은 나한테 영향을 줬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공부도 방해했어. 지금 당장 나가!”인시윤이 말했다.“너 이렇게 두둔하며 나설 정도로 강용을 좋아하는 거야? 강용, 너 대체 쟤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그래. 난 강용을 보호하고 싶어.”강용의 옷소매를 잡고 있는 장소월의 손은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처음으로 당당히 한 사람을 지키는 순간이었다.인시윤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지금 네 행동이 나뿐만 아니라 강씨 집안까지도 등 돌리게 만들 수 있다는 거 알아? 너희 장씨 집안은 전연우가 없었다면 일찌감치 몰락하고 말았을 거야. 그러고도 네 부잣집 아가씨 위치를 지킬 수 있을 것 같아? 난 정말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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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4화

장소월은 몇 명이 듣고 있든 전혀 개의치 않고 또박또박 말해나갔다.그녀는 강용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지 못한다...하지만 지금!이 순간만큼은... 강용의 편에 서고 싶었다.강용은 목숨까지 걸고 그녀를 구했으니, 용기를 내어 그를 보호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더욱이 그는 억울하게 인시윤에게 따귀까지 맞지 않았던가.장소월은 책을 가방에 넣고 강용과 함께 도서관을 나섰다.인시윤이 소리쳤다.“거기 서!”하지만 그들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다 끝났어요?”전연우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차가웠다.깊은 눈동자 속에 살을 파고들 듯한 기세의 한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인시윤은 본래 따뜻했던 도서관의 온도가 확연히 차가워지고 있음을 느꼈다.그녀가 처음으로 느껴보는 오싹한 분위기였다.“그... 그게 무슨 뜻이에요?”전연우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발걸음을 옮겼다.그가 너무 빨리 걸어 인시윤은 뛰어서야 따라잡을 수 있었다.그녀는 그가 행여 먼저 가버릴까 봐 급히 조수석에 올라타고 안전벨트를 맸다. 하지만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시동도 걸지 않고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난 당신을 도우러 온 거예요. 장소월을 데리고 가지 못한 화를 왜 나한테 내는 거예요!”인시윤의 목소리엔 억울함이 잔뜩 섞여 있었다. 처음으로 한 사람에게 이런 말투와 방식으로 말하는 순간이었다.그동안의 부드러운 말투는 도저히 그의 앞에서 유지할 수가 없었다.“전연우 씨... 소월이가 조금 전 했던 말이 전부 사실이에요?”그녀가 전연우의 준수하고 조각 같은 옆모습을 쳐다보며 물었다.“그 질문의 답을 알고 싶어요?”그가 고개를 돌려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순간 인시윤의 심장이 요동쳤다.그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깊은 눈동자에 빠져버린 것이다.그녀가 고개를 저었다...“알고 싶지 않아요. 연우 씨 집안일이니 저랑은 상관없어요. 연우 씨... 시간이 늦었으니까 빨리 절 집에 데려다주세요. 너무 졸려요.”말을 마친 인시윤이 손으로 입을 막고 하품을 했다. 조금 전 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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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5화

장소월이 물었다.“안 씻어?”강용이 몸을 일으키며 눈썹을 치켜올렸다.“너 뭐 하려고? 흑심은 버려! 네가 날 덮칠까 봐 겁나.”저 머리로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단 말인가?그녀는 방으로 들어가 가운 하나를 그에게 건넸다.“새로 산 거야. 한 번도 입지 않았어.”강용이 가운을 받으며 말했다.“핑크색이네.”장소월이 먼저 세수를 하러 들어갔다. 어제 강용 때문에 제대로 씻지 못한 탓에 오늘 학교에서 샤워를 했었다.그녀는 얼른 씻고 난 뒤 화장실을 그에게 양보했다.그녀가 방으로 돌아가 문들 닫으려고 할 때.“나도 서울대에 갈 거야.”등 뒤에서 강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장소월의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알았어. 이제 자. 잘 자.”“잘 자.”다음 날 아침.정리를 마치고 방에서 나온 장소월의 눈에 주방에 서 있는 남자의 건장한 몸집이 들어왔다. 한 손은 호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은 젓가락으로 국수를 꺼내고 있었다.지금까지 강용을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는 도련님인 줄로 여겼다.장소월은 처음으로 남자가 주방에서 밥상을 차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어떤 남자들은 뼛속 깊이 주방일은 여자만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그 사람 역시 단 한 번도 그녀를 위해 음식을 만들어준 적이 없다.“빨리 와서 받아.”그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장소월은 책가방을 내려놓고 그에게 다가가 얼굴을 살폈다. 뺨에 난 손자국은 많이 옅어졌지만 다른 곳은 여전히 붉게 부어올라 있었다.“뭘 삶는 거야?”“냉장고에 아무것도 없던데 내가 뭘 삶겠어!”마지막 남은 계란 하나도 어제 그가 먹어버렸다.하여 있는 거라곤 고추와 토마토밖에 없었다.장소월은 토마토의 붉은색 과즙과 어우러진 국수를 맛보았다. 조금 시긴 했지만 꽤나 맛있었다.그녀는 지금까지 토마토 고추 볶음으로 만든 국수 요리는 먹어본 적이 없었다.“괜찮네. 맛있어.”“한 그릇에 천 원이야.”장소월은 하마터면 사레에 들릴 뻔했다.“너 강도야? 됐어. 돌려줄게. 안 먹어.”강용은 앞치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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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6화

큰비가 내리던 날, 그녀는 4,5명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였었다. 몸에 걸치고 있던 옷은 거의 모두 찢겨 새하얀 피부가 드러나 있었다.사진 속 얼굴은 영락없이 장소월이었다.그녀는 이 사진이 어디에서 온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소문은 빠르게 퍼져 이제 학교 모든 학생들이 알게 되었다. 그들은 모두 그녀가 강간을 당한 줄로 여겼다.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지나가던 학생이 바이러스라도 만난 듯 그녀를 멀리 피했다.“어쩐지 학교를 3개월이나 나오지 않더라니... 더러워!”장소월은 분노를 꾹 참으며 교실로 돌아갔다.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한결이 그녀를 교무실로 불렀다.교무실에 들어가니 선생님들까지도 평소와 다른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단독 상담실.한결이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지금 학교에 떠돌고 있는 얘기 너도 들었지? 나한테 설명해줄 거 있어?”장소월은 말하지 않았다.“그래서, 모두 다 사실이야?”“제가 이제 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한다고 한들 소용 있나요?”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법이다. 때문에 그 어떤 설명도 그들에겐 아무 소용도 없다.한결은 한동안 침묵하고는 말했다.“너 요즘 시끄러운 일들이 너무 많았어. 학교 윗선에서 이번 루머가 해결하기 전까지 널 휴학시키기로 결정했어. 올림피아드 팀 쪽은 고 선생님이 한 명을 더 모집할 거야. 이 결정에 반대 의견 있어?”“없습니다.”“그래. 그럼 부모님한테 연락해 데리러 오시라고 해.”“괜찮습니다. 저 혼자 갈게요.”장소월은 교실에 돌아와 짐을 챙겼다. 그녀는 시험지를 풀고 있는 학생들에게 영향이 가지 않도록 조용히 행동했다.오늘 인시윤은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그녀가 떠나갈 때, 모든 반들은 한창 수업을 하고 있었다.하지만 1반 앞을 지나가니 1반 모든 학생들이 걸어 나왔다. 강단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선생님이 계셨음에도 말이다.“너희들 뭐 하는 거야, 얼른 자리에 돌아와 앉아!”선생님의 호통에도 아무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몇 명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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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7화

“잊지 마. 내 성이 장씨라는 걸 말이야. 너희들이 말하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떤 더러운 일이든 저지르는 극악무도한 그 장씨 집안 말이야.”그녀는 은행 카드로 그의 얼굴을 톡톡 두드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집에 가서 네 아빠한테 물어봐. 장씨 집안과 척을 질지 말지 말이야.”“날 건드린 그 3명이 어떻게 됐는지 잊지 마.”그녀가 한글자 한글자 또박또박 내뱉었다.그들은 하마터면 모두 잊어버릴 뻔했다.이씨 가문은 이미 완전히 몰락했다. 이씨 가문 사모님은 예전 저질렀던 죄까지 밝혀져 얼마 지나지 않아 5년 판결을 받았다... 이미주에게도 아무런 소식이 없다.유씨 가문과 허씨 가문은 상황이 더더욱 심각하다. 모두 몇십억의 빚을 지고 흔적도 없이 도망쳐버렸다.장소월의 그 말을 들은 순간, 많은 사람들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그들은 모두 사업가의 자제들이기에 어떤 회사가 망해버렸는지, 누가 감옥에 갔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대부분은 그들과 사업상 협력을 한 적이 있었기에 크고 작게 영향을 받았으니 모를 리가 없다.장소월에게 짓궂게 굴던 학생이 다급히 태도를 바꾸었다.“...우린 그저 장난을 쳤을 뿐이야. 진짜로 받아들이면 재미없지. 장소월, 우린 한때 같은 반 학생이었잖아. 화 풀어.”어디에 가든 이런 사람들은 꼭 있다. 돈만 있으면 다른 사람의 머리 꼭대기에 앉을 수 있다고 여기는 그런 사람 말이다.“장씨 집안 귀하신 따님이라고 그렇게 득의양양한 거야?”서늘한 목소리가 인파 속에서 들려왔다. 장소월이 고개를 들고 쳐다보니 허철이 걸어오고 있었다.사람들이 모두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그에게 길을 내어주었다.“언젠가 꼭 내 손으로 너희 장씨 집안을 무너뜨릴 거야!”장해진은 어둠 속에서 수많은 살인을 저질렀다. 그 죄를 모두 묻는다면 사형 10번으로도 부족할 것이다!“그날을 기다리고 있을게.”그런 날이 오길 가장 기대하는 사람이 바로 그녀다.장해진이 서울시의 암과도 같은 존재라면 허씨 집안은 장씨 가문과 대항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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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8화

“날 데리러 온 거라면 헛걸음했어. 난 이곳에서 혼자 지내는 게 좋아.”장소월이 그린 것은 파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져 있는 해바라기 꽃밭이었다. 금빛 햇살이 꽃밭을 따스하게 비추고 해바라기들은 햇살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광명과 희망이 충만한 광경이었다.그림은 사람의 마음을 가장 효과적으로 대변해준다. 마음이 불안정한 사람들은 왕왕 먹구름이 빼곡히 박혀있고 폭풍우가 내리는 밤하늘을 그리곤 한다. 하지만 장소월은 내면에서의 밝고 찬란한 희망만 끄집어내 그림으로 표현해냈다.그녀의 그림 실력은 꽤나 빼어났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그녀가 원하는 어떠한 미술학교든 갈 수 있을 것이다.장해진은 그녀가 붓을 드는 것을 금지시켰다. 그럼에도 언제 이런 실력을 키웠는지 전연우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지만 이내 장소월은 종래로 누군가의 강요를 듣지 않고 복종하지 않는다는 것을 떠올렸다.“지금 나와 돌아갈래, 아니면 사람들을 불러올까?”전연우는 소파에 앉자마자 책상 위에 놓인 종이를 발견했다. 학부모 회의 통지서와 캠프 신청서였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정보를 작성했고 남은 건 학부모 사인 하나뿐이었다.전연우의 얼굴에 서늘함이 스쳐 지나갔다.“내가 돌아가 당신의 백윤서를 괴롭힐까 봐 두렵지도 않아?”장소월은 그림에 무언가 부족한 것 같아 자세히 살펴보았다. 전연우의 대답을 기다리기도 했지만 그는 입을 열지 않았다.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당신의 간섭만 없다면 난 그 어느 때보다 잘 지낼 수 있어.”이건 그녀의 진심이었다.그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연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녀를 죽도록 미워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그녀의 앞에 나타난다.학교에 소문을 내고 사진을 올린 일은 전연우를 제외하면 아무도 하지 못한다.지금 그녀는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건달들과 몸을 섞은 더러운 물건이 되어있다.하여 학교에서도, 올림피아드 팀에서도 쫓겨났다.그녀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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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그 말에 기름을 따르던 강용의 손이 순간 멈칫했다.장소월은 조심하지 않아 유리에 손끝을 베었다. 피가 흘러내렸지만 덤덤한 얼굴로 휴지로 닦아내고는 말했다.“하지만 강용은 이미 대가를 치렀잖아? 오빠에 비하면 강용은 그저 성격이 조금 거칠 뿐이야. 친구 사이에 투덕거리는 건 흔한 일이지.”그는 손과 발이 부러져 몇 개월이나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나쁜 짓을 했음에도 죽을 때까지 처벌을 받지 않는다.그녀는 더는 이 화제를 이어가고 싶지 않아 전연우에게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오빠, 같이 밥 먹을래? 쟤 음식 솜씨 좋아.”전연우는 그녀의 두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순수하고 무해해 보였지만 낯선 거리감도 자리 잡고 있었다.전연우는 그녀가 이렇듯 상냥한 말보다 마음속의 감정을 꺼내 자신에게 토해내기를 바랐다. 지금처럼... 거짓된 모습이 아니라 말이다.“하지만 집에 남는 그릇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오빠는 접시에 담아 먹어야 해. 그릇 하나는 강용이 직접 갖고 온 거야.”전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검은색 정장의 단추를 잠그며 싸늘하게 말했다.“너한테 3일을 줄 테니까 짐을 정리해. 내가 데리러 올게.”장소월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곧바로 거절했다.“난 돌아가지 않아!”“네 뜻대로는 안 돼. 의부님은 나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잖아.”전연우가 집에서 나갔다.강용이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말했다.“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야. 얼른 와서 거들어.”그는 고추를 씻으며 고추 고기볶음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생각을 거두고 주방으로 걸어갔다.그렇다, 그녀는 집에 돌아가야 한다. 그들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 모두를 주시할 것이다.이제 장소월은 자신을 기다리는 것이 무엇일지 예상할 수 있었다.조용한 밥상 위.장소월이 고추를 한 입 깨물었다.“내일...”“아직 오늘 음식도 채 먹지 않았는데 벌써 내일 끼니 생각을 해? 너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니야?”그는 일부러 화제를 돌렸다. 강용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잘 알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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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식사를 마친 뒤, 장소월은 강용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그녀는 그의 성적 향상을 지켜보고 있었다.저번에 치른 지리 시험에서 강용은 그녀가 준 필기대로 공부해 꽤 높은 점수인 89점을 받았다. 마지막 두 문제의 풀이 과정에서 몇 점을 깎였다.문과는 모두 암기 과목이라 그에겐 별로 어렵지 않았다.예전 성적이 형편없이 낮았던 건 그저 공부와 담을 쌓았기 때문이었다. 공부하겠다는 결심만 선다면 강용은 그 누구보다도 잘할 것이다.오후 세 시, 장소월은 흥취반 수업에 갔다.강용도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향했다.강용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장소월을 찾아갔다가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 곧바로 다른 사람이 된 것마냥 책가방을 바닥에 던지고는 의자를 뒤로 젖히고 두 다리를 책상 위에 걸쳐놓았다. 널찍한 교복 바짓자락이 종아리까지 내려왔다. 말 안 듣는 불량학생 기운이 짙게 풍겨 나오고 있었다.“어디에 있어?”허철이 걸어왔다.“또 왔어? 너 계속 이렇게 괴롭히다간 쟤 미쳐버릴지도 몰라. 그만둬. 장소월은 지금 아무렇지도 않잖아? 학교에서 쫓겨난 것도 쟤와는 상관없는 일이잖아.”강용은 어깨 위에 올려놓았던 손을 툭툭 털며 입술을 꽉 깨물고 허철과 시선을 마주했다. 방서연은 그의 손목을 잡고 구석으로 끌어간 뒤 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얌전히 사람으로 살 것이지, 꼭 말도 못 하는 개가 되고 싶어 한단 말이야.”강용이 짜증이 잔뜩 섞인 얼굴로 일어나 책상을 쾅 내리치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학생들을 한 바퀴 훑어보았다.“앞으로 똑똑히 기억해. 장소월을 괴롭힐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야. 누가 감히 내 뒤에서 허튼소리를 지껄인다면 학교 뒤 호수에 집어넣어 그 더러운 뇌를 깨끗이 씻어내게 만들 거야.”강용이 말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장소월에게 카드를 건네며 비아냥거렸던 곽원주였다.당시 강용은 학교에 있지 않았다. 하지만 장소월에 관한 일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듯했다. 곽원주는 강용에게 짓눌려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강용은 학교에 오기만 하면 한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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