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1061 - Chapter 1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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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1화

은경애는 그릇을 들고 의문스러운 얼굴로 계단을 향해 걸어가는 장소월을 쳐다보았다... 갑자기 왜 얼굴색이 저토록 어두워진단 말인가!그 날짜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계단에 발을 내디딘 순간, 등 뒤에서 돌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결혼식장 마음에 드는지 봐봐.”장소월은 왼손으로 난간을 꽉 잡았다. 너무 힘준 나머지 곱게 다듬은 손톱이 손바닥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마음대로 해.”말을 마친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맥없이 올라갔다. 몸에 남아있는 힘을 모두 쥐어짜서야 간신히 위층까지 도착했다.결혼식장 인테리어를 선택한 뒤 전연우가 뒤돌아 그녀를 쳐다보았다.매니저가 말했다.“대표님, 걱정 마세요. 사모님께선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꽃은 반드시 아이보리색 장미로 준비하겠습니다.”장소월은 화실에 들어가 또다시 안에서 잠가 버리고는 정신을 잃은 듯 멍하니 의자에 앉아있었다.전연우는 계단을 오를 때 이미 그녀가 화실에 있을 거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다. 그가 들어가려 문고리를 잡아당겼지만, 문을 열리지 않았다.전연우의 눈동자가 어두워졌다.“소월이한테 뭐라고 말한 거예요?”은경애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저는 별말 안 했어요! 그냥 결혼식 날짜가 2월 14일로 정해졌다고 말했을 뿐인데... 아가씨 얼굴이 바로 어두워졌어요.”그 눈빛은 마치 누군가의 사망 소식이라도 들은 듯 서글펐다.“열쇠 가져와요.”은경애는 재빨리 비상용 열쇠를 가져왔다. 전연우가 문을 열어보니 눈앞엔 평소와 똑같은 듯한 모습의 장소월이 앉아있었다. 하지만 그림판에 떨어지는 붓의 움직임을 보니 한눈에 그녀의 불편한 마음을 알 수 있었다.전연우가 다가갔지만, 장소월은 자신의 세계에 빠져 인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전연우가 허리를 굽히고 팔을 뻗어 붓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아까... 무슨 생각 했어?”“다음 달로 잡았다는 그 결혼식 날짜... 내 친구 기일이야.”“...”왜 그에게 이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전생의 2월 14일이 그와 송시아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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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2화

장소월이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그럼 그날로 해.”‘전연우... 내 기일 날 모든 것을 완전히 끝내줄게.’오후 여섯 시, 퇴근까지 아직 30분이 남았다.소민아는 얼굴에 난 상처를 만지작거렸다. 소피아도 참 독한 사람이다. 하마터면 그녀의 예쁜 얼굴을 완전히 망가뜨릴 뻔하지 않았는가.백혜진이 부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민아 씨, 이 약 정말 사모님께서 사준 거예요?”소민아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당연하죠. 소월 언니가 얼굴에 연고도 발라줬어요. 그건 왜 물어요? 그냥 약일 뿐이잖아요.”백혜진이 코에 걸쳐있는 안경을 밀어 올리고는 조심스레 가까이 다가갔다.“사모님이 민아 씨 편을 들어줄 때 직원들의 후회막심한 얼굴을 민아 씨가 봤어야 해요. 민아 씨한테 그렇게 든든한 지원군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거예요. 참, 민아 씨, 물어볼 게 하나 더 있는데...”“뭔데요? 말해요.”백혜진이 물었다.“대표님이 정말 사모님을 무서워하는 거 맞아요? 회사 모든 일은 대표님 뜻대로 결정하시잖아요. 오늘 다른 비서님에게 들었는데 인사팀에서 민아 씨한테 내리려던 처벌 사모님께서 다 막아주셨대요. 하지만 소피아 씨는 아니에요. 회사에서 소란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경고 처분을 받았어요. 이번 달 보너스도 취소됐고요.”“그리고 작년에 갓 들어온 인턴들 보너스가 500만 원 정도 되잖아요. 예전 남천 그룹에 있다가 우리 회사로 넘어온 직원들은 듣기론 3000만 원도 넘는다고 하더라고요. 기술팀 고 사원은 작년에 차도 한 대 뽑았대요. 그리고... 남천 그룹 직원 복지도 저희보다 훨씬 더 좋은 것 같아요.”“남천 그룹, 성세 그룹 모두 대표님이 관리하는 회사인데 그쪽 연봉이 우리보다 다섯 배는 더 많아요. 지금 들어갈래야 들어갈 수도 없죠.”“대체 그 이유가 뭐예요?”소민아는 어리둥절해졌다.“그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그녀도 조용히 백혜진에게 조금 알려주었다.“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말아요. 소월 언니와 대표님의 관계는 조금 특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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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3화

회사 모든 부문에서 손을 잡고 서로 은애하는 한 쌍의 부부의 모습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더욱 무서운 건 강씨 저택이 경매에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 이제 인터넷에선 강씨 가문에 관한 소식은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다.예전 강씨 가문은 그야말로 진정한 명문가 집안이었다. 서울에서 뿌리박고 몇백 년을 강림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애석하게도 강씨 가문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소민아는 늘 그게 아쉬웠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생각하고 있었다. 강씨 가문이 무너진 것과... 전연우 사이엔 연관이 있을 거라고.몇 명의 직원들이 소민아에게 사과하기 위해 물건을 들고 다가왔다. 디저트와 액세서리, 심지어 버블티까지 있었다.소민아는 늘 그랬듯 사양 없이 모두 받았다.소민아는 버블티를 마시며 바깥에서 사무실로 들어오고 있는 기성은을 쳐다보았다. 보아하니 갓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것 같았다.소민아가 일어선 순간,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녀에게 고정되었다. 소민아는 버블티 한 잔을 들고 바로 기성은의 사무실에 들어갔다.기성은이 말했다.“아직 처분 결정이 내려오지 않았어요. 와서 날 꼬드기면 해결될 것 같아요?”소민아가 버블티를 그의 앞에 내려놓았다.“꼬드기다니요. 비서님에게 맞춰 연기하는 거잖아요! 회사 모든 사람들이 우리 사이를 알았는데 여자친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은 해야죠.”“언제 퇴근해요? 같이 나가죠! 남자친구분!”기성은은 메일을 열어 고위급 임원이 보내온 재무 보고서를 살펴보며 그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가져가요. 난 이런 거 안 마셔요. 퇴근은 알아서 해요. 나한텐 아무 영향 없으니까.”소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저 먼저 갈게요. 마침 볼 일도 있고요.”사무실에서 나가니 퇴근 시간까지 2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녀는 책상 위 물건들을 가방에 정리해 넣었다.그녀가 사무실에서 나서려는 순간...신이랑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여섯 시 반에 촬영이 있는데 찾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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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4화

촬영팀 직원들은 8층에서 바삐 돌아치고 있었다. 소민아와 신이랑이 올라갔을 때 그들은 이미 세트 준비를 마치고 그들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다.신이랑이 그녀 얼굴 상처를 가리켰다.“얼굴이 왜...”소민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강아지가 할퀸 거예요. 걱정할 필요 없어요.”누군가 카메라를 들고 와 그들의 대화를 끊었다.“민아 씨, 대단해요. 기 비서님과 사귄다면서요. 역시 민아 씨가 손이 빨라요. 더군다나 민아 씨한테는 든든한 뒷배도 있잖아요. 그거 알아요? 마케팅팀 팀장이 두 사람이 사귄다는 소식을 듣고 밤새 술을 퍼마셨다는 거. 취해서 야밤에 기 비서님한테 전화했다가 오늘 아침 된통 혼났어요. 아직도 마음 아파하고 있어요.”평소 핸드폰을 잘 갖고 나가지도 않는 기성은이 지금은 고개를 숙이고 문자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소민아가 흐뭇한 얼굴로 말했다.“저희 기 비서님이 절 너무 좋아해서 그런 걸 어쩌겠어요. 그리고 기 비서님 성격을 감당할 수 있는 건 저밖에 없어요. 다른 사람이 절대 끼어들 수 없죠.”촬영팀 책임자가 신이랑에게 말했다.“작가님, 조금 기다리셔야 할 것 같아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여우림 씨와 상의해야 해서요.”“저희가 두 분을 위해 휴게실을 마련했습니다. 안에 과일과 간식들도 있어요. 곧 준비가 될 거예요.”신이랑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소민아는 핸드폰으로 회사 어플에 접속해 출근 도장을 찍었다. 이것도 야근에 속하니 말이다.그녀는 신이랑과 함께 휴게실에 들어갔다. 정성스럽게 준비된 체리 등 과일을 보니 소민아는 감동에 눈물까지 나올 것 같았다.그녀가 몰래 체리 한 알 입에 넣었다.“이랑 씨, 그 편집장님은 오늘 왜 함께 오지 않은 거예요? 다행히 제가 퇴근하기 전에 만났으니 망정이니 아니면 어쩔 뻔했어요.”“오늘 무슨 촬영해요?”신이랑이 고개를 저었다.“기다려봐요.”소민아가 체리를 그에게 건네주었다.“먹을래요?”신이랑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민아 씨가 다 먹어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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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5화

여우림의 눈에 불편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들고 있던 서류를 신이랑에게 건넸다.“일단 이 구절들 외워두세요. 촬영할 때 필요할 거예요.”소민아는 과일을 먹으며 여우림이 신이랑의 옷을 정리해주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촬영 시작하면 긴장하지 말아요. 제가 옆에 있으니까 문제 있으면 수시로 얘기하고요.”“그래요.”신이랑은 고개를 숙이고 자료를 읽었다.“먼저 옷 갈아입어요.”신이랑이 탈의실에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간 뒤, 소민아가 고개를 돌려보니 몇 명의 직원이 더 와있었다.“소민아 씨, 촬영팀 일도 하는 거예요?”소민아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퇴근하는 길에 궁금해서 와본 거예요.”여우림은 입을 다문 채 팔짱을 끼고 탈의실 쪽을 지켜보다가 잠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랑 씨가 민아 씨와 있었던 일 말해줬어요. 두 사람 선봤다면서요.”“예전엔 항상 소개팅을 원하지 않아서 제가 대신 거절했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어요. 민아 씨가 이랑 씨 어머니 친구 딸이라서요.”“지금까지 이랑 씨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늘 가장 처음으로 절 찾아 털어놓았어요. 이랑 씨가 민아 씨한테 많은 도움을 줄 테니까 민아 씨도 계속 노력하세요. 이번 일이 잘 성사되면 집에서 평생 놀고먹어도 될 거예요.”소민아는 고개를 숙이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꽤 긴 시간 비서로 일해온 경력이 있기 때문에 여우림의 행동과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조롱과 비난이 은은하게 담겨있는 말이었다. 회사가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여우림 씨,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하세요. 우림 씨는 이랑 씨의 편집장일 뿐, 집사가 아니에요. 저와 이랑 씨의 관계가 어떻든, 발전할 희망이 있든 없든, 우림 씨는 왈가왈부할 자격 없어요. 우림 씨도 이제 서른 살이 훌쩍 넘은 어른이잖아요. 저희 젊은 사람들의 일엔 자꾸 관심 둘 필요 없어요.”소민아는 그녀에게 눈을 까뒤집어 보이고는 아예 체리 접시를 들고 자리를 옮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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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소민아는 체리가 하마터면 목구멍에 걸릴 뻔했다. 한참을 용을 쓴 뒤에야 간신히 뱉어냈다.촬영팀 직원은 종래로 나타나지 않던 사람의 등장에 너무 놀라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옆에 있던 직원이 조심스레 그녀에게 말했다.“이 옷은 기 비서님이 대표님의 결혼식에 참석할 때 입으려고 맞춘 정장입니다. 그런 옷을...”소민아는 곧바로 꼬리를 내리고는 웃는 얼굴로 기성은의 손을 잡았다.“고작 옷 한 벌일 뿐이에요! 정 싫으면 지금 제가 나가서 사 올게요.”“기 비서님 이렇게 속 좁은 분 아니잖아요. 얼마 전엔 지갑 통째로 저한테 줬으면서.”기성은은 고개를 숙이고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차이나는 키의 여자를 내려다보았다. 간절함이 담긴 그녀의 눈동자에 그는 더는 따져 묻지 않았다.“한 시간 뒤 지하주차장에서 날 기다려요.”소민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케이 수신호를 보냈다.“알겠어요.”기성은은 대표님에 버금가는 차가운 분위기를 내뿜고 있어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그는 걸음을 옮기다가 돌연 문 앞에서 멈춰 섰다.“지금은 근무 시간인데 자리에 앉아있지 않으니 회사 방침대로 2만 원 벌금이에요.”“밴댕이 소갈딱지.”“상사를 모욕했으니 벌금 2만 원 추가.”그녀는 지금까지 이런 사람은 종래로 본 적이 없다.신이랑이 흰색 정장을 갈아입고 나왔다. 소민아는 몇 초간 멍하니 쳐다보다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이랑 씨는 글도 잘 쓰고 옷발도 잘 받네요. 진짜 멋있어요!”“민아 씨 마음에 들면 됐어요.”신이랑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소민아는 그 말을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았다. 그저 신이랑이 옷을 잘 골라주었다고 칭찬하는 거로 여겼다.소민아는 신이랑의 촬영이 언제 끝나는지 알 수 없었다. 조금 쉬다가 가서 살펴보면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시간을 보니 여덟 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지금까지도 그녀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소민아가 멍하니 앉아있을 때 기성은이 문자를 보내왔다.[지하 주차장으로 와요.]한창 촬영 중이라 소민아는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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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7화

기성은이 설명했다.“주가은 씨는 서울시 시장 딸이에요. 회사 몇몇 프로젝트들은 시장 승인을 받아야 하고요.”젠장!소민아는 기성은에게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이고는 손에 들고 있는 물을 반병 들이키고 기성은의 몸에 던져버렸다.“죄송해요. 지금은 퇴근 이후라 혼자 가셔야겠네요. 전 두 분 오붓한 시간 방해하지 않고 가볼게요.”바로 옆에 엘리트 개인 병원이라 이 부근에서 식사를 해결하면 될 것이다. 이곳에서 집까지 걸어가려면 20분 정도 걸린다. 소민아는 호주머니에서 4천 원을 꺼내 기성은의 손에 꾸겨 넣었다.“차비예요.”이어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뒤 다시 문을 닫았다. 일련의 깔끔한 동작을 마치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걸어갔다.배고파 미치겠는데 밥도 먹지 못하고 기성은을 따라 이딴 곳에 오다니.소민아는 길거리 끝자락에 있는 중식당에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았다. 종업원이 서빙하러 오자 그녀는 음식을 가득 시켰다.기성은은 머지않은 거리의 식당에서 주문하고 있는 그녀를 지켜보았다.몇 분 뒤, 소민아가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때 차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민아는 분노가 차올라 젓가락을 반으로 끊어버렸다.아직도 뭘 기대한단 말인가!신이랑의 촬영이 끝났을 때, 소민아가 주문한 음식도 모두 올랐다.신이랑은 누군가를 찾는 듯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여우림이 물 한 병을 가져다주었다.“고생했어요. 이제 다 끝났어요. 이랑 씨가 좋아하는 식당 예약해뒀어요.”신이랑이 물었다.“그 사람은요?”여우림이 대답했다.“아까 갔어요. 민아 씨에게 할 말 있어요?”신이랑은 소민아가 놓고 간 약을 보고는 여우림에게 말했다.“먼저 가세요.”신이랑은 소민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혼자예요?”“네. 저 혼자예요. 이랑 씨도 올 거예요?”“그래요.”소민아가 보내온 주소를 받은 신이랑의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걸렸다.“저 먼저 갈게요.”“하지만...”신이랑은 바로 몸을 돌려 가버린 탓에 여우림의 굳은 얼굴을 보지 못했다.소민아는 음식이 식을까 봐 종업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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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8화

“조심해요.”신이랑이 호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조심하지 않아 그녀와 부딪힌 사람이 바로 사과했다.그때 녹색 신호등이 깜빡이자 신이랑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소민아는 깜짝 놀라 꼭 맞잡은 두 손을 쳐다보고는 길을 다 건너고 난 뒤 당황스러운 얼굴로 손을 빼냈다.“고마워요. 또 말만 하느라 길을 제대로 보지 못했네요. 다음엔... 꼭 조심할게요.”신이랑이 손을 다시 호주머니에 넣고 담담히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민아 씨 손... 좀 차갑네요.”소민아가 말했다.“저 원래 이래요. 태어났을 때부터 겨울만 되면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요. 하지만 이미 익숙해졌으니까 괜찮아요.”신이랑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침묵 속에서 걸어갔다. 얼마 후 소민아가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이랑 씨 집은 저랑 반대 방향 아니에요?”신이랑이 눈동자를 반짝이며 대답했다.“저 이사했어요.”“어디로요?”“곧 알게 될 거예요.”검은색 승용차 안, 주가은이 넋이 빠진 듯한 기성은을 보고는 말했다.“기성은 씨, 경매 곧 시작될 거예요.”기성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액셀을 밟았다.소민아는 줄곧 시선 하나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 방향에 따라 고개를 돌린 순간, 주가은의 맑은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익숙한 번호판을 달고 있는 차가 그녀 옆을 스쳐 지나갔다.소민아는 조금의 불편함 외에 별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기성은이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은 데엔 이유가 있었다... 그에겐 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상대는 시장의 따님이자 단아하고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다. 말투까지 부드럽고 친절하니 어떤 남자가 마다하겠는가.그녀가 줄곧 혼자 김칫국을 마신 것이다.됐다. 이제 그녀는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지금 그녀는 소월 언니를 위해 그와 연극을 하고 있다. 아니면... 그와 회사에서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신이랑 씨, 선봤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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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신이랑이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띠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신이랑은 벽을 더듬어 조명을 켰다. 거실 바닥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고 책상 위 책들은 정연하게 놓여 있었다. 현관에 놓인 물건들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이곳과 비교하면 그녀의 집은 돼지우리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소민아가 물었다.“약 어디에 뒀어요? 제가 가져올 테니까 이랑 씨는 소파에 앉아서 쉬어요.”대답이 들리지 않아 고개를 돌려보니 신이랑은 어느새 소파에 앉아 잠들어 있었다.소민아는 어쩔 수 없이 혼자 그의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찾아서야 드디어 약을 발견했지만,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다시 넣어두었다. 그리고는 거실에 나가 뜨거운 물을 끓인 뒤 그가 잠에서 깨면 바로 따뜻하게 마실 수 있게 보온 버튼을 눌렀다.소민아는 앞으로 다가가 그의 신발을 벗긴 뒤 조심스레 소파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옆에 앉아 조용하게 잠들어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니 마치 귀엽고 순종적인 대형견 같았다.“잘 자요. 이랑 씨.”그 말을 남기고 소민아는 조용히 문을 닫고 떠났다.너무 이른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10시도 채 되지 않았다. 이렇게 일찍 자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정말이지 어르신들과 똑같은 생활패턴이다.소민아도 잠이 솔솔 몰려왔다. 어제 밤새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이다. 그녀가 시큰거리는 목을 두드리며 샤워하러 화장실에 들어가려 할 때였다.돌연 핸드폰이 울렸다. 보지 않아도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알 수 있었다.소민아는 무시해버린 채 샤워를 마치고 나오고는 피곤한 얼굴로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문자 하나와 부재중 통화 하나가 와 있었다. 기성은이었다.[나와요.][저 잘 거예요. 할 얘기 있으면 내일 해요. 기성은 씨, 사람은 좀 쉬어야 하는 법이에요. 지금은 당신과 연기할 시간 없어요.]소민아는 문자를 보낸 뒤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놓고 충전 선을 꽂고는 무음으로 전환해버렸다. 아파트 단지엔 아직 라이트가 켜져 있는 차 한 대가 정차되어 있었다.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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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0화

소민아는 순간 그의 뜻을 알아차리지 못해 한동안 멍하니 고민하다가 말했다.“그럼 저 대신 소피아 씨를 정직원으로 전환해 주세요. 여기 남는 건 의미 없으니 3일 뒤에 떠날게요. 소월 언니를 위해 받아들인 건데, 끝났다니까 저도 그만두면 되겠네요.”기성은은 흔치 않게 감정이 가득 실린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화가 난 듯한 모습이었다.기성은이 말했다.“성세 그룹이 민아 씨가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고, 나가고 싶으면 나가는 곳인 것 같아요?”소민아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손으로 기성은의 책상을 짚고 그를 내려다보았다.“기 비서님... 설마 절 보내기 싫은 건 아니죠?”기성은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는 화를 낼 징조라는 걸 소민아는 알고 있었다. 아무튼 기성은은 그녀에게 부드럽게 대했던 적이 없으니 별로 겁먹을 것도 없었다.웃음을 거둔 뒤, 소민아가 몸을 펴고 진지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기 비서님, 이번엔 저 진심이에요. 처음엔 비서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덤볐어요. 하지만 이제 이 일이 저한테 맞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아까운 정직원 자리 저한테 낭비하지 마세요.”기성은이 말했다.“공고가 이미 내려왔기 때문에 수정 못 해요. 회사 규정에 대해 민아 씨도 잘 알 거예요. 일방적으로 회사 방침을 어기면 1억 손해배상 해야 한다는 걸요. 이미 소피아 씨한테 민아 씨 계약서 가져오라고 했어요. 사인하든 말든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 나가세요!”“1억이라고요? 어떻게 이런 극악무도한 회사가 있을 수가 있어요? 차라리 그냥 강도질을 하지 그래요!”“지금은 근무 시간이에요. 언행 조심해요.”소민아는 잔뜩 화가 나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서랍 안 직원 수첩을 펼쳐보았다. 회사 결정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조항이 확실히 쓰여 있었다. 회사가 어려워져 문을 닫아야만 퇴사할 수 있다고 한다.성세 그룹은 일반적으로 직원들과 정직원 계약을 맺는다. 인재의 유실로 인한 손해를 막기 위함이었다.소민아는 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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