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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9화

신이랑이 비밀번호를 입력하자 띠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신이랑은 벽을 더듬어 조명을 켰다. 거실 바닥은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했고 책상 위 책들은 정연하게 놓여 있었다. 현관에 놓인 물건들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이곳과 비교하면 그녀의 집은 돼지우리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소민아가 물었다.

“약 어디에 뒀어요? 제가 가져올 테니까 이랑 씨는 소파에 앉아서 쉬어요.”

대답이 들리지 않아 고개를 돌려보니 신이랑은 어느새 소파에 앉아 잠들어 있었다.

소민아는 어쩔 수 없이 혼자 그의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찾아서야 드디어 약을 발견했지만,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다시 넣어두었다. 그리고는 거실에 나가 뜨거운 물을 끓인 뒤 그가 잠에서 깨면 바로 따뜻하게 마실 수 있게 보온 버튼을 눌렀다.

소민아는 앞으로 다가가 그의 신발을 벗긴 뒤 조심스레 소파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옆에 앉아 조용하게 잠들어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니 마치 귀엽고 순종적인 대형견 같았다.

“잘 자요. 이랑 씨.”

그 말을 남기고 소민아는 조용히 문을 닫고 떠났다.

너무 이른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 10시도 채 되지 않았다. 이렇게 일찍 자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정말이지 어르신들과 똑같은 생활패턴이다.

소민아도 잠이 솔솔 몰려왔다. 어제 밤새 한숨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이다. 그녀가 시큰거리는 목을 두드리며 샤워하러 화장실에 들어가려 할 때였다.

돌연 핸드폰이 울렸다. 보지 않아도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알 수 있었다.

소민아는 무시해버린 채 샤워를 마치고 나오고는 피곤한 얼굴로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문자 하나와 부재중 통화 하나가 와 있었다. 기성은이었다.

[나와요.]

[저 잘 거예요. 할 얘기 있으면 내일 해요. 기성은 씨, 사람은 좀 쉬어야 하는 법이에요. 지금은 당신과 연기할 시간 없어요.]

소민아는 문자를 보낸 뒤 침대 옆 탁자 위에 올려놓고 충전 선을 꽂고는 무음으로 전환해버렸다.

아파트 단지엔 아직 라이트가 켜져 있는 차 한 대가 정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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