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81 - 챕터 1090

1173 챕터

제1081화

“네, 사모님.”안방.장소월은 아이를 안고 앉아있었고, 은경애는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세상에, 세상에. 정말 놀라 죽는 줄 알았어요.”“아주머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뭘 봤길래 이렇게 무서워하는 거예요.”“아가씨, 있잖아요. 저 아가씨 말대로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장 어르신의 서재에 들어가 몸을 숨기거든요. 아까 누군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길래 서재에서 나왔어요. 전 내려온 사람이 아가씨인 줄 알고 어깨를 두드렸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이 고개를 돌린 순간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어요. 얼굴이 완전히 타버려서 얼마나 흉측하던지, 그냥 사람이 아니라 괴물 그 자체였어요!”“손엔 칼도 하나 들고 있었어요. 전기가 빨리 오지 않았다면 우리 중 누군가는 무사하지 못했을 거예요.”정말 그 사람은 장소월을 죽이려 했던 것이다. 최근 며칠간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고 느낀 건 결코 착각이 아니었다.대체 누구란 말인가!어두운 방 안, 몰래카메라에서 보내온 화면이 실시간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5성급 호텔에서 송시아가 목욕 가운 차림에 손에 와인잔을 든 채 다리를 꼬고 소파에 앉아 영상을 보고 있었다.“인시윤 저 바보 멍청이! 이렇게 좋은 기회에도 장소월을 없애버리지 못하다니!”동시에 영상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 여자 이미 차를 타고 출발했습니다. 따라갈까요?”송시아가 우아하게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됐어. 너도 이제 돌아가... 계속 거기에 있다가 전연우가 돌아오면 도망치고 싶어도 못 쳐.”“네. 알겠습니다.”영상이 꺼지고 송시아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 코 푸는 이 상황이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장소월은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지금의 인시윤은 그저 그녀 손바닥 위 노리개에 불과하다.인시윤을 조종하는 건 너무나도 쉬운 일이다.탁자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 화면이 밝아지고 문자가 도착했다. 살펴보니 네 글자가 와 있었다.[거래 실패.]“젠장, 전연우! 넌 분명 머지않아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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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2화

인시윤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기성은은 경호원으로부터 위치 정보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인시윤의 사진을 받았다.사진 속 인시윤은 그때 비행기 폭발 사고로 인해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화상을 입은 상태였다.본래의 얼굴을 되찾는 건 현재 국내 성형 기술로는 절대 불가능하다.기성은이 보낸 경호원이 인시윤을 해치우려 했지만 역시 한발 늦었다. 그녀는 이미 비밀리에 다른 통로로 빠져나간 것이다.인씨 저택에 관한 정보도 전해졌다. 기성은이 예상했던 것처럼 집엔 가구 몇 개만 남았을 뿐 도우미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사라지고 없었다.“대표님, 사람들은 모두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인씨 가문에 대해 더 조사하겠습니다.”따스하게 비춰오는 아침 햇살을 맞으며 전연우는 짙은 색 잠옷을 입고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창가에 서서 깊이 잠들어 있는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인시윤 찾으면 바로 나한테 연락해.”“네.”보아하니 이번 일은 절대 간단하게 넘어갈 일이 아닌 듯하다.인시윤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보다. 혼자 남원 별장에 들어와 그런 무식한 방법으로 장소월을 해치려 하다니.정말 미쳐버린 것이 틀림없다.전연우가 전화를 끊은 지 30초도 되지 않아 대포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전연우가 굳은 얼굴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인정아였다.“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내 딸을 놓아줄 건가? 시윤이는 자네 와이프였던 사람이네.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나? 난 이미 아들을 하나 잃었네. 시윤이까지 잃을 순 없어.”전연우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지만, 입 밖으로 뱉어낸 말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숨기기로 했으면 꽁꽁 잘 숨기세요. 들키면 끝이니까.”“그렇게 함께 놀아보고 싶다면 제가 직접 상대해 줄게요.”“다만 그 후과를 당신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전연우는 이번엔 정말 분노하고 있었다.감히 그의 집에서 장소월을 해치려 하다니.인시윤은 별장 안에 발을 들임으로써 전연우의 마지막 인내심을 건드려 버렸다.저번엔 인씨 가문에게 겁만 줬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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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3화

전연우만 아니었다면 이 모든 일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인정아는 마지막 순간, 결단을 내린 듯했다....어젯밤 너무 무리하며 놀았는지 경미한 유산기가 생겼다. 하여 송시아는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있었다.소민아가 진동하는 핸드폰을 가져다주었다.“부대표님, 전화 왔습니다.”송시아는 핸드폰을 건네받은 뒤 다른 핑계로 소민아를 내보냈다.“뜨거운 물 가져다줘요.”“네, 부대표님.”소민아는 병실을 나가고 문을 닫은 뒤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문 앞에서 통화를 엿들었다.어렴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잘 생각했어요. 지금의 전연우는 이미 오래전에 장소월에게 빠져 이성을 잃었어요. 장소월을 건드리지 않고서 전연우를 어떻게 움직이겠어요. 사모님, 예전 인씨 가문이 누렸던 영광을 돌이켜보세요. 지금은 모두 전연우 수중에 들어갔잖아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으세요?”송시아의 그 말이 인정아에게 자극을 준 듯했다.“송시아 씨와 손잡을게요. 하지만 그 전에 내 딸의 목숨은 꼭 지켜주겠다고 약속해요.”송시아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그건 걱정 마세요. 시윤 아가씨는 제가 비서로 일할 때부터 많은 도움을 준 분이에요. 아가씨가 절 뽑지 않았다면 제가 어떻게 오늘날 이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겠어요. 제 목표는 오로지 성세 그룹 대표 자리 하나뿐이에요.”“전연우가 무너지면 우리 둘 모두한테 좋아요. 인씨 가문도 예전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거예요.”전화를 끊은 뒤 송시아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걸렸다.“전연우, 장소월을 선택한 그 순간 혹독한 대가를 치를 거라고 말했지. 난 널 위해 그토록 많은 일을 해왔는데 넌 결국 장소월과 결혼해 버렸어! 바보 같은 자식, 너한테 원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좀 봐!”“이번 생에선 성세 그룹 대표 자리에 다른 사람도 앉아봐야 하지 않겠어?”“언젠간 반드시 내 눈앞에서 무릎 꿇고 애원하게 될 거야.”소민아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이런 정보를 들을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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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4화

소민아가 기성은에게 전화를 걸려던 그때, 마침 주가은을 부축해 병원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기성은이 보였다.소민아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에게 달려갔다.기성은이 왜 병원에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반드시 즉시 이 일을 그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소민아는 지하 주차장까지 기성은을 쫓아갔다.“기 비서님.”기성은이 몸을 돌려 다급히 뛰어오고 있는 소민아를 쳐다보았다.“기성은 씨, 할 얘기가 있어요. 지금 바로 말하고 갈게요.”주가은이 그의 손을 놓고는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민아 씨한테 급한 일이 있나 보네요. 가세요. 전 차에서 기다릴게요.”주가은은 소민아를 한번 쳐다보고는 차 조수석에 올라탔다.소민아는 기성은의 팔을 잡고 조용한 곳에 데려갔다.기성은이 물었다.“왜 병원에 있는 거예요?”“그 말을 하려던 참이었어요. 어젯밤 간호사로부터 저에게 연락이 왔어요. 송시아가 유산했으니 보호자가 필요하다고요. 그래서 병원에서 밤새 간호하다가 지금 나오는 길이거든요. 아까 나오기 전 송시아가 통화하는 걸 들었어요. 인씨 가문과 손잡고 대표님을 죽이겠대요. 또 소월 언니를 이용해 이간계를 쓰겠다고도 했어요. 그 사람들이 뒤에서 소월 언니한테 해코지할까 봐 너무 걱정돼요. 전 소월 언니 인품을 믿어요. 절대 다른 사람을 해치지 못해요.”“이 일엔 민아 씨가 끼어들 필요 없어요. 그동안 일을 그렇게 그르치고도 아직도 모자라요? 주위에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해요? 소민아 씨... 정직원이 됐으면 그냥 일이나 열심히 해요. 쓸데없는 오지랖 부리지 말고요.”일을 그르쳤다고?오지랖이라고?소민아는 화가 치밀어올라 바로 욕설을 퍼부었다.“미친 거 아니에요? 기성은 씨, 좋은 마음으로 얘기해준 사람한테 이게 무슨 태도예요! 그래요! 기 비서님은 저보다 직급도 놓고 대단한 사람이라 좋겠네요! 세상에, 제가 어떻게 당신 같은 사람과 아는 사이일까요? 됐어요. 오늘은 제가 괜한 참견을 했다고 쳐요.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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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5화

성세 그룹은 적잖은 산하 회사를 소유하고 있고 증권, 부동산, 게임 등을 제외한 대부분 회사들은 모두 같은 건물에 입주해 있다. 신이랑이 성세 그룹 산하 소설 플랫폼 회사에 들어올 거라는 건 직원들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라인 시리즈라는 이름의 소설 플랫폼은 성세 그룹에서 유일하게 단독으로 분리해 나온 회사다. 대표님이 그런 선택을 한 건 분명 사모님 때문일 것이다.얼마 전 풍신 작가의 사인회에 사모님이 신이랑을 만나러 직접 걸음 했다는 소문도 돌더니, 이젠 풍신 작가 본인이 회사에 출근하게 되었다.세상에... 대표님은 사모님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이렇게 전례 없는 결정까지 하셨다.정말이지 믿기 힘든 일이다.소민아는 여전히 분노가 채 가시지 않아 비서실에 들어가지도 않고 줄곧 신이랑의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를 도와 글을 수정하다가 졸리면 소파에 누워 잠을 청했다.처음엔 조금 미안했지만 몇 시간이 지나니 그녀는 자연스럽게 신이랑이 혼자 쓰는 사무실에 드나들었다. 마치 자신의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한 기분이었다.신이랑의 사무실엔 푹신한 소파도 있고 신선한 과일도 매일 끊기지 않았다. 에어컨조차도 그녀 사무실의 것보다 더 따뜻했다.신이랑이 회의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소민아는 담요를 바닥에 떨어뜨린 채 소파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새로운 버전의 계약서를 살펴보던 신이랑은 담요를 주워 그녀 몸에 덮어주었다.그는 걸음을 옮기려다가 소민아가 거의 소파에서 떨어지려고 하자 손을 뻗어 다시 안전하게 눕혔다.하지만 그때, 소민아도 몸을 뒤척이려던 참이었던 지라 그의 손길과 움직임이 겹치는 바람에 허리를 접질렸다.“잠시만요... 허리가... 너무 아파요!”뭔가 잘못됨을 감지한 신이랑은 서류를 내려놓고 자세를 낮추고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왜요? 접질렸어요?”“네. 아파요. 움직이지도 못하겠어요!”“봐봐요.”신이랑이 그녀의 허리를 문질렀다.“이제 좀 괜찮아졌어요?”등에서 부드러운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네. 조금만 더 힘줘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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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6화

소민아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그의 시선을 피하고는 허리를 짚고 일어섰다.“아... 아니에요!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그랬어요. 다른 날엔 이렇게 게으름 피우지 않아요. 저 오늘 점심밥은 집에서 가져왔으니까 다음에 같이 먹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누가 뒤에서 쫓아오기라도 한 듯 빠르게 빠져나왔다.그녀가 거절한 건 회사 사람들이 또 제멋대로 그들을 입에 올릴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이기도 했다.저번 기성은과 함께 비상계단에 있었던 일도 한동안 시끄럽게 들끓지 않았던가. 기성은이 강압적으로 일을 덮지 않았다면, 그녀는 이미 대표님에게 불려가 한바탕 혼났을 것이다.소민아의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다. 그녀가 먹을 것을 사러 가던 중 화장실을 지나칠 때, 안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진 봤어요? 소민아 씨가 신 편집장님 사무실에서 자는 걸 누가 찍어 올렸잖아요. 소민아 씨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편집장님도 기 비서님도 저렇게 꽉 잡고 있는 거죠. 저번에 기 비서님이 소피아 씨를 시켜 우리한테 입 간수 잘해야 한다고 경고하셨잖아요. 아니면... 사내 연애한다는 사실이 어떻게 이렇게 쉽게 넘어갈 수가 있겠어요. 그리고... 아직 기 비서님과의 사이도 명확하지 못한데 남자를 또 한 명 꼬드기고 있네요.”“그러니까요.”여자가 거울을 비춰보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정리했다.“아무리 봐도 내가 소민아보다 훨씬 더 나아요. 그렇게 훌륭한 남자 두 명이 그깟 소민아 한 명 때문에 애를 태우다니, 참.”“소민아 씨가 두 사람에게 무슨 독을 풀었는지 당최 모르겠네요.”소민아는 화가 치밀어 올라 소매를 걷어 올리고는 씩씩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 순간 목소리가 끊겨버렸다.그냥 참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어디에 있든 그녀는 동료들의 미움을 한몸에 받는 사람이다. 지금 비서실 모든 직원들이 그녀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보기만 하면 슬슬 피해 다닌다.평소 가장 친했던 백혜진도 요즘엔 무척이나 조심스러워하며 그녀를 대한다.소민아가 1층으로 내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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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7화

“이랑 씨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멀지 않은 곳 테이블에 앉은 몇 명의 직원들이 소현아를 계속 힐끔거리며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말을 하고 있었다.소민아는 몇 입 먹지도 않고 감자탕이 도착했다는 핑계로 얼른 자리를 떴다.역시 이제부턴 구내식당에 오지 말아야겠다. 음식이 아무리 맛있어도 저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송시아는 여전히 병원에서 치료받는 중이었다. 금방 오전에 왔다 갔던 사람이 다시 나타날 줄은 몰랐다.“민아 씨 오라고 한 적 없는 거로 기억하는데요.”송시아의 날카로운 눈빛에 소민아는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코를 슥 문질렀다.“전 부대표님의 비서잖아요. 옆에 보살펴주는 사람이 없는데 제가 어떻게 걱정을 안 할 수가 있겠어요. 부대표님께서 좋아하시는 감자탕 가져왔어요. 어서 맛보세요.”소민아가 그릇을 가져와 감자탕을 덜어 두 손으로 송시아에게 건넸다.“송... 부대표님, 왜... 왜 그런 눈으로 절 보시는 거예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송시아는 의심스러운 눈길을 거두어들이고 그릇을 받았다.“내 기억으로 민아 씨는 무남독녀였던 것 같은데... 언니나 오빠는 없어요?”소민아가 숨김없이 대답했다.“사촌 언니 한 명 있어요. 소현아라고 하고요. 제 부모님이 너무 바쁘셔서 어렸을 때부터 전 대부분 사촌 언니 집에서 자랐어요.”송시아가 머리를 숙이고 숟가락으로 감자탕을 한 입 떠먹었다.“그래요?”하지만 송시아는 소민아에게서 자신 여동생의 그림자를 발견했다.그 아이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지금 소민아와 너무나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늘 고개를 푹 숙이고 시선을 피하곤 했다.예전 송시아가 허둥지둥하며 할 줄 아는 것도 별로 없는 소민아를 단번에 선택한 것도 이 이유였다.그녀의 눈동자가 송시아에게 더없이 익숙한 느낌을 안겨준 것이다.“오늘 저녁 시간 있어요?”소민아가 대답했다.“네, 있죠!”송시아는 감자탕을 한 모금 마시고는 말했다.“저녁에 나랑 같이 파티장에 가요. 예쁘게 꾸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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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8화

“소민아 씨 말 참 재밌게 하네요. 그냥 내 말대로 가져가서 사고 싶은 거 사요. 직원 복지라고 생각하고 미안해할 필요도 없고요. 컥컥컥...”송시아가 기침하자 소민아는 바로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었다.“부대표님, 먼저 목을 좀 적시세요. 잠시 뒤에 약 가지러 가야 하죠? 제가 다녀올게요.”송시아가 물을 한 모금 삼키고는 말했다.“그래요.”소민아가 병실에서 나갈 때까지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송시아는 몇 초 뒤에야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 쓸데없는 생각일 것이다.저녁, 소민아는 송시아가 준 카드를 가지고 고급 브랜드 매장에 가서 옷을 샀다. 평소 바지만 입던 그녀는 갑자기 치마를 입으니 너무 불편해 계속 치마를 만지작거렸다.송시아가 팔짱을 끼고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왜요? 예전 기성은의 밑에 있을 안 입어봤어요? 클라이언트 만나러 갈 때 민아 씨 안 부르던가요?”소민아가 약간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부대표님, 절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거 아니에요? 기 비서님은 제가 우둔하고 느리다고 계속 차 안에서 대기하라고만 하셨어요.”송시아가 더는 말하지 않자 소민아는 연이어 말했다.“부대표님, 의사 선생님께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지금 나가서 사람들 만나면 몸에 무리가 갈 거예요.”“사소한 병일 뿐이에요. 천천히 다스리면 돼요. 하지만 돈은 영원히 날 기다려주지 않아요. 기회를 놓치고 나면 내 손에 돈을 쥐여주는 사람도 없을 테고요.”송시아가 손을 뻗어 소민아의 벨트를 정리해주다가 그녀 손목에 난 상처를 보고는 돌연 손을 덥석 잡았다.“이 상처 어떻게 생긴 거예요?”너무나도 큰 송시아의 반응에 소민아는 깜짝 놀라 당황하며 말했다.“어렸을 때 밥을 하다가 조심하지 않아 데였어요. 부대표님, 왜 그러세요?”송시아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준비됐으면 나 따라와요.”소민아는 차를 몰다가 백미러로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송시아를 보고는 천천히 속도를 늦추었다.40분 뒤, 천추 산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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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9화

소피아가 자리에서 일어서 룸 밖으로 나갔다. 소민아가 한 무리 아저씨들과 친밀한 자세로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그중 몇 명은 낯이 익었다. 전에 협력한 적이 있는 회사 임원이었다.소피아의 입가에 조롱 섞인 미소가 지어졌다.‘소민아, 너에게도 늙은 남자들에게 농락당하는 날이 오는구나.’그들이 멀리 사라지자 소피아는 룸에 돌아와 기성은에게 말했다.“기 비서님, 제가 나가보니까 이미 내려가고 없더라고요. 다만 제가 잘못 봤는지 모르겠는데...”“소민아 씨를 본 것 같아요. 건중 테크놀로지 대표랑 다른 사람들도 같이 있더라고요.”기성은이 물었다.“소민아 씨가 여기 왜 있어요?”소피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모르겠어요. 제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어요. 소민아 씨는 지금 송 부대표님의 병원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여기에 왔을 리 없겠죠.”“기 비서님, 이렇게 빨리 가시려고요? 비서님과 이 천추 산장 개발에 관한 일로 자세하게 상의드리려 했는데요.”천추 산장의 총 책임자가 다가와 말했다.기성은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구 선생님, 아직 이른 시간이니 얘기하시죠.”“정말 영광이에요. 성세 그룹 같은 대단한 회사에서 저희 보잘것없는 산장에 관심을 가져줄 줄은 정말 몰랐어요.”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번에 온 건 저희 대표님 때문입니다. 결혼식을 산장에서 진행하려고 알아보던 도중 사모님께서 마침 이곳을 마음에 들어 하셨습니다. 하여 대표님께서 절 보내 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하셨습니다.”“하하하... 사모님께서 만족스러워하셨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걱정 마십시오. 완벽한 야외 결혼식을 준비하겠습니다. 절대 실망 안 하실 겁니다.’천추 산장은 호텔과 각종 오락 시설이 갖춰진 리조트 산장이었다.이곳은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어 세상과 단절된 느낌을 안겨준다. 들어선 순간 그야말로 천당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그때 2층 룸 안, 신이랑도 와 있었다.여우람이 들고 있던 계약서를 신이랑의 앞에 놓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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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0화

너무나도 강경한 신이랑의 태도에 여우림의 얼굴엔 당황스러움이 역력했다. 그녀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이랑 씨, 설마 성세 그룹에 들어간 이유가 소민아 씨는 아니죠?”대답이 없으니 긍정이나 다름없었다.그 순간 여우림은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리 차를 들이켜도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가 않았다.“소민아 씨와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러는 거예요. 이랑 씨...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훨씬 더 긴데, 그 정이라도 좀 생각해주면 안 돼요?”신이랑은 시종일관 태연한 태도였다. 그가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민아 씨가 이 책 좋아해요. 난 받아들일 수 없어요. 저작권 계약은 원래대로 15년에 끝마치는 거로 해요.”신이랑은 외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시간이 늦었어요. 난 이만 돌아가 출근해야 해요.”“이랑 씨, 200억 어때요. 이게 내 한계예요.”룸에서 나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동시에 그녀의 목소리까지 들려왔다.“싫어요. 이거 놔요... 이거 놓으란 말이에요...”“민아 씨!”신이랑이 빠르게 성큼성큼 걸어가 끌려가고 있는 소민아를 잡아 자신의 등 뒤에 숨겼다.“당신들 누구시죠?”“이 자식 너 뭐야?”상대방도 많이 취한 것 같았다. 신이랑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신고하려고요. 천추 산장이에요.”신이랑이 신고하자 그들은 모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분분히 자리를 떴다.“당신 내가 기억할 거야!”사람들이 모두 사라지자 신이랑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는 신고하지 않았다. 그저 그들에게 겁을 주려고 했던 행동일 뿐이었다.신이랑은 고개를 돌려 소민아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너무나도 얇은 그녀의 옷을 본 그는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입혀주었다.“민아 씨,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소민아는 너무 취해 세상 모든 사물이 비스듬히 기울어져 보였다. 심지어 바로 눈앞 사람 얼굴도 흐리멍덩하게 보일 지경이었다.그때 마침 기성은도 천추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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