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01 - 챕터 1110

1173 챕터

제1101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전연우와 장소월의 결혼 소식...간단히 손을 잡는 모습을 보고서도 인시윤의 눈동자엔 증오와 질투의 불꽃이 활활 타올랐다.수술을 집도하고 있던 외국인 의사가 말했다.“아가씨, 긴장할 필요 없어요. 저흰 지금 얼굴에 남은 흉터를 치료하고 있는 중이에요. 저한테는 아주 작은 수술이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수술 뒤에 치료만 잘하면 본래 미모를 찾을 확률이 5, 60퍼센트는 돼요.”입을 움직일 수 없는 인시윤은 그 말을 듣고선 조용히 눈을 감았다.그녀의 얼굴은 지금 완전히 망가진 상태다.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사람을 대면할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었다.그 과정에서 얼마나 큰 고통이 자신을 저며오든, 또 어떤 잔혹한 대가를 치르든 그녀는 반드시 본래의 얼굴을 찾고 싶었다.그녀는 전연우와 제대로 된 결혼 생활을 해보지도 못했다.장소월... 장소월이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그녀는 기필코 자신의 것이었던 전부를 다시 가져오리라 마음먹었다.문밖 도우미가 집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차를 발견하고는 다급하게 위층으로 올라가 보고했다.“사모님, 큰일 났어요. 저번에 왔던 그 사람... 사위분 같았어요. 그분이 사람들을 데리고 왔어요!”인정아는 곧바로 도우미에게 따귀를 날렸다.“닥쳐. 그놈은 이제 우리 인씨 집안 사위가 아니라 내 원수야. 여기나 잘 지치고 있어. 아무도 이 문을 열게 하면 안 돼.”그 소리를 들은 인시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마취 때문에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녀의 몸이 격렬하게 떨려왔다.“안... 안 돼. 이런 꼴을 보게 할 수는 없어.”“아가씨, 움직이지 마세요. 지금은 정말 중요한 순간이에요. 함부로 움직이면 지금까지 했던 게 모두 무너질 수도 있어요.”인시윤의 거칠고 듣기 거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사람이 왔어요. 그 사람이 왔다고요. 그 사람에게 이런 모습 보이면 절대 안 돼요.”“저 데리고 나가 주세요. 얼른요!”“절대 안 됩니다. 기계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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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그래도 넌 시윤이를 해치면 안 돼. 전연우, 넌 이미 오래전에 시윤이에게 아픈 상처를 줬고 목숨까지 빼앗을 뻔했어. 지금은 또 시윤이를 죽이겠다고 하고 있고. 우리 인씨 가문과 강씨 가문에 미안하지도 않아?”인정아가 총알을 장전했다.“오늘 2층에 한 발자국이라도 올라가면 바로 쏴버릴 거야.”전연우가 말했다.“소월이가 아니었다면, 이곳은 일찌감치 폐허가 되고도 남았을 거예요. 감히 나한테 조건을 내걸어요?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요?”그때, 위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으악! 당신들 누구예요!”“당신들 뭐 하려는 거야!”얼마 후, 위층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쫓겨 내려왔다. 그중 한 도우미의 손에는 핏물이 가득 들어있는 그릇이 들려 있었다. 그 순간, 발을 헛디딘 그녀가 계단에서 굴러떨어졌다. 그 바람에 핏물도 함께 흘러내려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사... 사모님...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이 사람들 창문으로 들어와서 아가씨를 데려가려고 해요.”인정아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전연우를 쏘아보았다.“내 딸한테 손대면 죽여버릴 거야!”빗속에서 운전하고 있던 서철용의 귀에 머지않은 곳에서 전해져 오는 총소리가 들려왔다.인정아가 방아쇠를 당긴 순간, 전연우는 빠르게 몸을 피했고 총알은 꽃병을 뚫고 지나갔다.“그 총은 한 발밖에 쏠 수 없어요. 이젠 뭐로 절 막을 건가요.”이 별장 전체는 전연우의 완벽한 통제하에 있었다. 그의 말 한마디면 그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태였다.인정아가 절망스러운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넌 역시 피도 눈물도 없는 짐승 같은 놈이야!”전연우는 계단을 오르던 걸음을 멈추고 소매에 묻어 있는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그거야 누구를 상대하느냐에 달렸죠. 지금 이 상황에서도 강지훈이 인씨 가문을 지켜줄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슨 일을 하든 자신을 위해 퇴로는 몇 개 만들어야죠. 안 그래요?”“너...”인정아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전연우가 그걸 어떻게 안단 말인가...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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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나 지금 수술하고 있어요. 곧 나을 거예요... 예전과 똑같이 될 거라고요.”불에 타 얼마 남지 않은 몇 가닥의 머리카락... 그녀의 손, 목 등 눈에 보이는 피부는 온통 화상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전연우는 그녀의 얼굴이 흉측하든 말든 전혀 관심이 없었다.“그날 강영수는 못 살았어요?”비행기가 추락하던 그 날...전연우는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인시윤의 반응을 포착했다. 그녀가 말했다.“비행기에 이상이 생겼을 때, 오빠는 하나밖에 없는 낙하산을 저한테 줬어요. 하지만 제가 도망치기도 전에 비행기는 바다에 추락해 버렸어요. 이후... 그 이후의 일은 저도 모르겠어요.”전연우가 가장 잘하는 것이 바로 한 사람의 본심을 꿰뚫어 보는 것이다. 인시윤이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아닌지 전연우는 선명히 알 수 있었다.인시윤은 분명 거짓말을 하고 있다.전연우도 더는 그녀를 몰아붙이지 않았다.인시윤이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보았을 때, 그는 이미 멀리 떠나가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경호원이 걸어왔다.“대표님, 이 사람들...”전연우가 한 번 눈짓하자 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대표님은 이번엔 정말로 뿌리까지 철저하게 제거하려나 보다.인정아는 걸상에 꽁꽁 묶여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전연우가 내려오자 그녀는 애써 발버둥 치며 앞으로 나갔다.“내 딸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전연우! 시윤이한테 무슨 짓을 한 거냐고!”“시윤이는 지금 조금의 충격도 받으면 안 된단 말이야!”“화가 났으면 나한테 풀어!”전연우는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서늘한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걱정 말아요. 아무도 빠뜨리지 않을 테니까.”경호원이 휘발유 한 통을 들고 와 뚜껑을 열었다.그 모습에 인정아는 더더욱 이성을 잃고 소리쳤다.“우릴 다 죽일 생각이야? 전연우! 이러고도 하늘이 무섭지 않아?”“쓸데없이 소리를 지를 시간에 남길 유언은 없는지 생각해보는 게 낫지 않아요? 난 참을 만큼 참았어요.”바깥의 비는 여전히 거세게 쏟아지고 있었다.서철용은 마침 중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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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전연우, 대체 너한테 무슨 말을 해야 할까!”인시윤이 눈만 남겨놓고 얼굴을 꽁꽁 싸맨 채 경호원들에게 묶여 내려왔다. 거실에 와보니 도우미와 엄마도 자신과 같은 처지로 앉아 있었다.마음속 공포심이 부풀어 올랐다. 문밖에서 바람이 불어오니 짙은 휘발유 냄새가 코를 스쳐 지나갔다.전연우는 지금 이 시간 인씨 가문 사람들을 모두 불태워 죽이려 하고 있다.“우리 시윤이... 해지치 마.”인시윤은 전연우가 또다시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너무 무서워 눈물을 흘렸다.그날 사고에서 그녀를 집어삼켰던 불길이 인시윤에겐 크나큰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다.하여 그녀는 지금 완전히 겁을 먹었다.‘시윤’이라는 이름을 들은 서철용은 고개를 돌려 휠체어에 앉아 있는 여자를 쳐다보았다. 인시윤이 맞는지 아닌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것이다.서철용은 전연우가 장소월 때문에 이렇게까지 미쳐버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십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는다면 수없이 사형을 집행당한다고 해도 그 죄를 씻지 못할 것이다.“역시 소월 씨 말이 맞았네. 넌 높게 올라갈수록 더더욱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어. 소월 씨는 저번 일도 떨쳐내지 못하고 마음속에 담고 있어. 그런데도 또 이런 일을 벌여? 내일 이 소식이 외부에 전해지면 소월 씨는 분명 처음으로 널 의심할 거야.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 것 같아?”“소월 씨가 나한테 전화해서 가보라고 부탁했어. 소월 씨가 직접 왔다면 어땠을까?”“강영수의 죽음...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잖아. 소월 씨는 줄곧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그 죄책감 때문에 몰래 강영수의 아이를 찾아 속죄하려 하고 있고. 하지만 넌!”“대체 지금 뭐 하는 거야! 이 사람들 다 죽으면...”“그다음으로 저세상에 가는 사람은 소월 씨일 거야. 확신해.”서철용이 소리쳤다.“멍하니 서서 뭐 하는 거야! 당장 이 사람들 풀어줘. 오늘 아무 일도 없었던 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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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서철용이 매정하게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는 얼굴에 묻어 있는 피를 닦았다.“상처 깨끗이 처리하고 병원으로 와요. 약속은 꼭 지키는 게 좋을 거예요. 아니면... 그 누구도 인시윤 씨 돕지 못할 테니까.”말을 마치고 그는 전연우의 차에 올라탔다.“너 오늘 약 안 먹었어? 왜 이렇게 충동적이야.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네. 결혼 준비나 열심히 하면 되지, 꼭 와서 불까지 지르며 사람을 죽여야겠어? 소월 씨가 걱정된다면서 나한테 전화하지 않았다면 나도 몰랐을 거야. 너 진짜 하늘 무서운 줄도 알아야 해.”전연우는 느릿하게 손을 닦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모습에 서철용은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소월 씨는 매번 예감이 참 정확해. 네가 밤에 나갈 때마다 안 좋은 일이 생긴다더라고.”전연우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시끄러워.”서철용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게 다 널 위해 하는 말이잖아!”서철용은 전연우의 팔목을 잡고 맥을 짚어보았다. 얼마 후, 그가 손을 놓으며 말했다.“몸 상태는 꽤 괜찮아. 양기가 조금 왕성하게 돌 뿐이야. 당분간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그리고 깨끗이 씻고 나서 집에 가. 휘발유 냄새가 진동해.”“소월 씨는 네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는 순간 알아챌 거야.”옆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아마도 잠들었을 것이다.이렇게 피곤해하면서 여기까지 와서 왜 이런 일을 벌인단 말인가.전연우! 이렇게 사랑할 거였으면서 왜 그때 장소월에게 그토록 모질게 했던 거야. 이제 그녀는... 절대 다시 그에게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전연우가 남원 별장에 돌아갔을 땐 이미 열한 시였다.은경애가 말했다.“아가씨, 시간이 늦었어요. 이제 방에 들어가서 주무세요. 아니면... 몸이 버티지 못할 거예요.”“전 괜찮아요. 아주머니는 별이 데리고 가서 먼저 쉬세요.”“대표님 돌아오신 것 같아요. 아이고, 드디어 오셨네요. 그럼 됐어요. 전 이만 올라갈게요.”부부 사이에 분명 할 말이 있을 것이다. 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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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의사가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장소월은 의식을 되찾았다. 흐릿한 시선 속 전연우가 문 앞에서 도우미에게 무언가 지시하고 있었다.전연우가 안으로 들어오자 장소월은 침대에 손을 짚고 일어나 앉았다. 전연우가 만지려 하자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가서 몸에 찌든 냄새 깨끗이 씻어내고 와.”전연우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의사 선생님한테 듣기로 너 오늘 저녁밥 안 먹었다면서? 도우미한테 죽 끓이라고 했으니까 곧 될 거야.”“다음부턴 밥은 꼭 잘 챙겨 먹어야 해. 난 샤워하러 갈게.”장소월은 그와 말 한마디도 섞고 싶지 않았다.전연우가 샤워실에 들어가자 그녀는 힘없이 이불을 거두고 걸상에 걸어놓은 그의 정장을 집어 들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확실히 휘발유 냄새였다. 그녀의 예상이 맞았다. 그는 또 야밤에 나가 사람을 해치고 온 것이다.장소월은 분노에 차올라 정장을 던져버리고는 작업실에 들어가 서철용에게 전화를 걸었다.서철용은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녀의 전화를 받았다.감정을 애써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전연우가 어디에 갔었는지 알죠? 대체 뭘 하고 왔길래 몸에서 휘발유 냄새가 진동하는지 말해주세요. 전연우...”장소월은 한참이 지나서야 본래의 목소리를 되찾고 말했다.“또 사람을 죽인 거예요?”서철용이 그녀의 감정을 가라앉혀주며 말했다.“소월 씨, 침착해요. 내가 다 말해줄게요.”‘소월 씨, 요즘 누군가 계속 보고 있는 것 같다던 느낌이 맞았어요. 착각이 아니었어요... 인시윤이 줄곧 어둠 속에서 몰래 소월 씨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었던 거예요. 정전이 되었던 그날 봤던 그 사람 역시... 인시윤이었어요...’“소월 씨... 인시윤은 죽지 않았어요!”그 말을 들은 순간 장소월은 심장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 눈동자 속엔 기쁨과 경악 등 복잡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서철용이 말을 이어갔다.“저번에 인시윤이 소월 씨를 해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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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장소월은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외부에서 소란이 생겨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다만 그녀는 무서운 악몽을 꾸고 있었다.전연우가 불꽃 속에 총을 들고 서 있었는데 그의 몸은 온통 검붉은 피로 뒤덮였고 발밑엔 시체들이 무더기로 누워 있었다.장해진, 강만옥, 강영수, 강씨 노부인, 인시윤, 인정아, 그리고... 강용까지...모두 그에게 짓밟혀 죽어버린 것이다.또 별이는 바닥에서 기어 다니고 있었다.장소월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전연우는 멈출 줄을 몰랐다. 그렇게 장소월은 한명 한명 고통 속에서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았다.“안돼!”그녀가 깜짝 놀라며 깨어났다.그 소리에 은경애는 다급히 옆방으로 달려왔다.“아가씨, 드디어 깨셨네요. 오전 내내 주무셨어요. 두 시간만 더 지나면 저녁 식사시간이에요. 조금 전 대표님께서 전화하셨는데 아가씨가 아직 주무신다고 하니까 아픈 건 아닌지 걱정하시더라고요. 지금 이쪽으로 오고 계세요. 대표님은 정말 아가씨를 끔찍이 아끼세요.”장소월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길게 잤을 줄은 정말 몰랐다.그녀가 흐릿하고 무거운 머리를 어루만졌다.“어젯밤에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런가 봐요.”급히 집에 돌아온 전연우가 가장 처음 확인한 것은 바로 장소월의 몸 상태였다.괜찮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그녀를 병원에 데리고 가 검사를 받았다.장소월은 그가 과장된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눈동자에 비치는 걱정의 마음 중 진심이 몇 퍼센트나 들어있는지 알 수 없다.장소월은 혈액 검사를 하려 의자에 앉아 소매를 걷었다. 전연우는 장소월의 외투를 받아들고 매서운 눈빛으로 주사기를 들고 있는 간호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경험이 많은 간호사였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절대 그의 공포스러운 시선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간호사는 감히 아무 말도 내뱉지 못했다.“아프지 않게 해요.”전연우가 서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대표님, 사모님, 걱정 마세요. 금방 끝날 겁니다.”장소월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저 사람은 신경 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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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꺼져. 다가오지 마.”목이 망가진 듯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말을 내뱉었을 땐 이미 한발 늦은 뒤였다. 장소월이 잘 보이지 않아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비춘 것이다. 가까이 가보니 온몸이 화상 자국으로 뒤덮인 여자가 앉아 있었다.너무나도 흉측한 그녀의 모습에 장소월은 깜짝 놀라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 소리를 들은 전연우는 여자 화장실이라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바로 뛰어 들어갔다.장소월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전연우의 손에 이끌려 바깥으로 나왔다.“다친 데는 없어?”전연우가 그녀의 몸을 살펴보았다.장소월은 조금 전 그 얼굴을 떠올리니 또다시 덜컥 겁이 났다. 그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난 괜찮아.”“그 여자 화상이 엄청 심했어. 보자마자 깜짝 놀랐어. 우리... 집에 가자.”그야말로 지옥에서 걸어 나온 귀신과도 같았다.장소월은 귀신이 있다는 걸 믿지 않지만, 그녀의 모습을 형용할 수 있는 단어가 귀신 밖에는 떠오르지가 않았다.장소월이 나간 뒤, 인시윤을 돌보던 도우미가 그녀를 찾으러 화장실에 왔다.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원래 깨끗했던 환자복 위에 알 수 없는 액체가 한 움큼 묻어 있었고, 역한 비린내가 풍겨왔다.인시윤은 지금껏 이토록 굴욕스러운 적이 없었다. 전연우가 아니었다면 인시윤은 장소월 같은 하찮은 집안 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 점점 더 우아하고 아름다워지는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인시윤은 마음속에 광기가 일었고, 질투심이 천천히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그 얼굴을 망가뜨리고 싶었다.만약 장소월의 얼굴도 그녀와 같이 망가진다면, 전연우는 한 번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을 것이다.장소월이 전연우의 곁에 머물 수 있는 것은 단지 조금 반반한 얼굴 때문이다.장소월... 전연우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 사람이 사랑하는 것은 단지 너의 그 얼굴일 뿐이야.인시윤이 병실로 돌아온 후, 간호사가 그녀에게 옷을 갈아입혔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지금껏 차마 잡아보지 못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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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그녀에게 또 복통이 찾아왔다는 것을 서철용은 알 수 있었다. 그는 말을 더 많이 함으로써 그녀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서철용이 프로의 손길로 그녀의 배에 안마를 해주었다. 그 결과 배은란은 통증이 많이 줄어들었다.“계속해.”“어젯밤 전연우를 제지하기 위해 나갔던 거야.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인시윤은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전연우 씨가 죽이려 했다는 거야? 왜? 인시윤은 그분의 아내였던 사람이잖아. 어떻게 그런 마음을 먹을 수가 있어?”서철용이 웃음을 터뜨렸다.“아내? 그냥 이용했던 것뿐이야. 난 예전 전연우 같은 냉혈한에겐 약점이 없는 줄 알았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일은 더더욱 없을 거고. 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준 사람이 생겼고, 자연히 약점이 생겨버렸지. 내가 소월 씨를 언급하니까 바로 멈추더라고. 예전의 그 성격대로였다면 인씨 집안은 불에 타 재가 되고 말았을 거야.”“전연우 씨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인 줄 몰랐어. 그런데 인시윤은 왜 데려와 치료해주는 거야?”서철용이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그녀의 얼굴을 꼬집었다.“역시 내 와이프 대단해. 바로 이렇게 핵심 질문을 던지다니.”배은란이 쑥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장난치지 말고 빨리 말해.”“어젯밤 인시윤한테 강영수에 대해 물었었거든. 무언가 알고는 있는데 일부러 숨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난 그 당시 비행기 사고 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내고 싶어. 지금 상황으로 봐선 강영수는 죽지 않았어. 어쩌면 그걸 아는 사람은 인시윤 단 한 명일 수도 있어.”배은란이 그에게 물었다.“말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은데 어떻게 정보를 캐낼 생각이야?”서철용은 입술을 깨물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가느다란 눈에 한 가닥의 안광이 번뜩였다.“지금은 한 단계씩 차례로 밟아보는 수밖에 없어.”다음 날, 서철용은 인시윤의 검사 결과 차트를 보고 모든 수치가 정상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수술을 진행했다.서철용이 메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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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서철용이 되물었다.“무슨 문제 있어요?”간호사가 고개를 저었다.“아닙니다. 약 가지러 갈게요.”이건 오랫동안 꺼내 보지 않은 약이다. 지금 환자에게 처방한다고?“전 대표님, 사모님...”사무실 문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은 서철용은 고개를 숙이고 씩 웃었다.“귀한 손님이 오셨네!”두 사람이 들어오자 서철용은 물 두 컵을 따라 장소월의 앞에 놓아주었다.“여기엔 설탕을 넣었어요. 몸을 따뜻하게 해줄 거예요.”“고마워요.”“여긴 무슨 일로 왔어요?”장소월이 전연우에게 말했다.“먼저 가서 일 봐.”전연우는 잠시 나가야 했다. 그녀를 혼자 보내기엔 마음이 놓이지 않았기 때문에 이곳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었다.저녁 여섯 시가 되니 하늘은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최근 날씨도 많이 추워졌다.전연우는 입고 있던 정장을 벗어 그녀에게 입혀 주었다.“함부로 다니지 말고 여기에 있어. 곧 데리러 올게. 착하지. 내 말대로 해.”장소월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지만, 서철용은 이미 두 사람의 친밀한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옆에 있는 사람의 감정도 좀 생각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전연우가 말했다.“소월이 잘 지키고 있어. 없어지면 절대 너 가만 놔두지 않아.”“얼른 가. 다 큰 어른이 뭐 길이라도 잃을까 봐 그래?”전연우가 나가자 장소월은 백팔십도 바뀐 표정으로 조금 전 그가 만졌던 얼굴을 슥 문질렀다.“저 인시윤 만났어요.”“이거 새것이에요. 아무도 안 썼어요.”담요를 꺼내 그녀 옆 소파 위에 놓아주던 서철용이 그 말을 듣는 순간 멈칫했다.“아직은 인시윤을 만나기에 적합한 시기가 아니에요. 소월 씨... 만나지 말아요. 인시윤은 소월 씨에게 원한을 갖고 있어요. 얼굴까지 완전히 훼손되었으니 하지 못할 일이 없을 거예요.”장소월은 따뜻한 물이 담긴 유리컵을 손으로 감쌌다.“알아요. 다만 묻고 싶은 게 있어서...”“그게 뭔지 나도 알아요. 강영수 소식을 묻고 싶은 거죠? 소월 씨... 인시윤은 말하지 않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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