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1121 - Chapter 1130

1149 Chapters

제1121화

소민아가 말했다.“전 괜찮으니까 걱정 마세요. 언니, 저 똑똑해요. 뭘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기성은이 팔을 들어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하고는 문을 두드리고 안으로 들어왔다.“시간 됐어요. 소민아 씨, 이제 나가야 해요.”“싫어요. 아직 소월 언니랑 얘기 안 끝났단 말이에요.”“급할 필요 없어요. 전연우가 오려면 아직 한참 더 걸릴 텐데 그동안 나랑 같이 있게 해줘요.”“그러니까요.”지금 소민아의 얼굴엔 기성은이 보기에 적의가 가득했다.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사모님, 불편한 곳이 있으면 절 부르세요. 문밖에 있겠습니다.”“그래요.”기성은은 득의양양한 소민아를 힐끗 쳐다보고는 무시해버리고 자리를 떴다.이 층 전체에 빌려 경호원을 배치했기에 아무도 드나들 수 없었다. 기성은의 귀에 병실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소민아는 확실히 아부를 떠는 데 능한 것 같았다.30분 뒤, 소민아는 대표님이 돌연 돌아올까 봐 얼른 물건을 챙겨 병실을 나섰다.복도에서 기성은이 경호원에게 무언가 지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나쁜 놈.”기성은이 손을 뻗어 그 기고만장한 여자의 뒷덜미를 잡았다.“이번 일은 일단 그렇게 처리해. 가봐.”“네.”소민아가 물었다.“날 왜 잡은 거예요? 놓아주지 않으면 소리지를 거예요!”기성은이 이마를 찌푸리고 씩씩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대체 언제 그 왈가닥 성격 고칠 거예요? 너무 시끄러워요.”“그래요. 저 목소리 높고 시끄러워요. 그게 뭐요? 기 비서님한테 손해 끼친 거 있어요? 그래요! 기 비서님 여자친구처럼 부드럽고 친절하지 못해요. 됐죠!”그녀는 기성은의 구두를 쾅 밟고는 성큼성큼 걸어갔다.구두에 찍힌 신발 자국을 보는 기성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소민아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죽어도 만나고 싶지 않았던 사람과 마주치고 말았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린 순간, 소민아는 온몸이 얼어붙었다.“대표님! 안녕하세요.”전연우는 여전히 강렬한 분위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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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화

“송시아는 이간질을 하려는 거예요. 이번엔 잘했어요.”뭐라고?대표님이 지금 그녀를 칭찬한 건가?소민아가 고개를 돌려보니 대표님은 이미 저 멀리 가 있었다. 이게 진짜라고?세상에, 소민아는 처음으로 대표님이 가까이 다가가기 편한 사람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기성은의 밑에서 일할 땐 하루가 멀다 하고 꾸지람을 들었었는데 대표님에게 직접 칭찬받는 날이 다 오다니.너무 감동적이다!장소월은 생각보다 일찍 돌아온 전연우를 보고는 소민아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쳤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다.그녀 손에 들려있는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본 전연우가 이마를 찌푸리고는 바로 빼앗아갔다.“의사 선생님 말 잊었어? 지금은 이런 거 먹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그냥 조금 맛만 봤어. 문밖에서 민아 씨 만나서 무슨 얘기 안 했지?”전연우는 그녀를 부축해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주고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약 먹고 조금 더 자. 어디 불편하면 나 부르고.”전연우는 줄곧 사람들의 우러러보는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살아왔다. 그의 권력과 지위에 눌려 아무도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여자 한 명을 보살피기 위해 침대 옆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전연우 정도의 사람이라면 손가락만 한번 까딱해도 수많은 여자들이 흔쾌히 그의 침대에 오를 텐데 말이다. 심지어 전연우가 원하는 것 모두 해줄 수 있을 것이다.장소월은 이미 그의 약점이 된 거나 다름없었다.그녀를 담보로 협박한다면 전연우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을 것만 같았다.사람들은 그들의 다정한 모습에 부러움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하지만 소위 말하는 사랑이란 그저 허상에 불과하다.오직 장소월만이 전연우가 얼마나 악마 같은 인간인지 알고 있다.장소월이 보기에 그가 이토록 잘해주는 건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전연우는 뼛속까지 장사꾼인 사람이라 이익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이다. 그와 같은 사람이 어떻게 진정으로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전연우도 그녀처럼 연극을 하고 있을 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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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여자는 나가다가 중간에 멈춰선 뒤 다시 그에게 돌아왔다. 서철용이 물었다.“더 할 말 있어?”배은란이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아니, 없어.”사실 그녀는 줄곧 꿈에 나오는 그 사람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익숙한 느낌과 함께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지게 만드는 그 사람 말이다. 배은란은 자신이 대체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그녀는 서철용이 걱정할까 봐 줄곧 마음에 담아놓고 말하지 않았다.어쩌면 출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모두 이유 없는 환각일 수도 있다.며칠 뒤, 장소월은 경호원의 보호를 받으며 아래로 내려가 햇빛 쪼임을 했다.지금 그녀는 많이 건강해졌다. 이틀 뒤면 퇴원해도 될 것이다.장소월은 병원에 더는 머물고 싶지 않았다. 그저 몸조리를 하고 있는 것뿐이니 어디에서 해도 무방할 것이다.경호원이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일이 생겨 잠시 병원을 나가셨습니다. 한 시간 뒤면 돌아오실 겁니다.”“그 사람이 어디에 가든, 뭘 하든, 언제 돌아오든, 나한테 말할 필요 없어요.”경호원은 더는 말하지 않고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장소월은 인공 호수 위에서 유유자적 헤엄치고 있는 백조 두 마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은 태양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보기 드문 날씨였다. 몸이 살짝 따뜻해지는 것이 춥지도 덥지도 않게 알맞았다.이제 두 달만 더 지나면 봄이 온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새 그녀가 떠나온 지도 5년이 지났다.머지않은 곳, 한 사람이 자신을 꽁꽁 감싼 채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그녀 뒤에 서 있던 간호사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돌연 자리를 떴다.장소월은 별로 관심을 갖지 않고 한참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호원도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바짝 따라갔다.장소월이 병실에 돌아가 점심밥을 먹고 낮잠을 자고 깨어난 뒤에도 전연우는 돌아오지 않았다.아마... 송시아한테 갔겠지.며칠 동안 전연우의 핸드폰은 쉴 새 없이 울렸었다. 수도 없이 걸려오는 전화들을 전연우는 받지 않았지만 장소월은 누가 걸어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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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장소월은 위층에 올라가 서철용을 찾아갔다.서철용이 쪽지를 살펴보니 확실히 인시윤의 글씨체였다. 얌전히 치료를 받아야 할 때에 이런 수단으로 장소월을 끌어내다니. 서철용은 눈을 가늘게 찌푸리고 한참 고민한 뒤에야 입을 열었다.“가요. 인시윤 쪽에 정말 정보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경호원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내 사무실 안에 비밀 통로로 가면 돼요. 전연우가 돌아오면 내가 메시지 보낼게요. 10분 밖에 못 줘요. 10 분... 컥컥컥... 10분 안에 안 돌아오면 찾으러 갈게요.”장소월은 계속 기침을 하는 서철용을 쳐다보았다. 저번 사고 이후 기침이 낫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의사이니 이런 작은 병쯤은 혼자 치료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고마워요.”장소월은 그 한마디를 남기고 비밀 통로로 자리를 떴다.장소월은 순조롭게 인시윤의 병실에 도착했다. 간호사가 화상을 입은 그녀의 얼굴에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 오늘은 인시윤 외에도 인정아 한 명이 더 있었다.인정아는 급히 들어온 불청객을 증오가 가득 담긴 눈으로 쏘아보았다.“여긴 왜 왔어. 지금 너 보고 싶지 않으니까 꺼져.”인시윤의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제가 오라고 했어요. 먼저 나가 계세요.”인시윤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간호사는 약을 다 바른 뒤 의료품을 들고 몸을 돌렸다. 나가기 전 장소월에게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사모님.”장소월이 덤덤히 고개를 끄덕거렸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 인시윤이 조롱 섞인 말투로 말했다.“장소월, 나한테서 모든 걸 빼앗아간 기분이 어때?”“너와 전연우의 관계를 알고서도 뻔뻔스럽게 그 사람 옆에 있을 줄은 몰랐네. 장소월... 넌 역겹지도 않아?”장소월은 쪽지를 봤을 때부터 인시윤이 그리 쉽게 강영수의 상황에 대해 알려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장소월이 입술을 꽉 깨물고 완전히 망가져 버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예전 전연우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외모에 모든 신경을 쏟아부었던 인시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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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인시윤... 전연우가 비행기 사고는 자신과 상관없다고 말했어. 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지도 못해. 그 원한을 나한테 푸는 건 무의미한 짓이야.”“내가 왜 연우 씨를 미워하겠어? 그 사람은 내 남편이니까 무슨 말을 해도 다 믿을 거야. 내가 미워하는 건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간 너야.”인시윤이 마구 쏘아붙이다가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었다.“넌 내가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몰라. 난 그 사람을 위해... 내 모든 걸 바칠 수 있어. 너 대체 왜 돌아온 거야. 다 네 탓이야!”인시윤은 돌연 장소월을 잡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간절히 애원했다.“장소월, 내가 이렇게 빌게. 연우 씨랑 결혼하지 마. 그 사람 나한테 돌려줘, 응? 무릎이라도 꿇으라면 꿇을게.”장소월은 가슴이 저려왔다. 전연우 때문에 이렇게까지 미쳐버린 인시윤을 보고 있으니 전생의 자신이 떠올랐다. 인시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장소월의 손을 잡고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장소월은 코끝이 시큰거려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눈물을 닦고 난 뒤 천천히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혔다.“우린 예전부터 친구였잖아. 이러지 마... 나와 전연우에게 미래는 없어. 나도 줄곧 전연우 옆에 머물러 있지는 않을 거야.”“인시윤, 세상엔 전연우 한 명만 있는 건 아니야. 너한텐 엄마도 있고, 친구들도 있잖아.”인시윤이 환희에 찬 얼굴로 말했다.“너 약속한 거야? 그 사람과 결혼 안 하겠다고, 나한테 양보하겠다고! 맞지?”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대답을 해주었다.“맞아. 난 전연우 좋아하지 않아. 절대 결혼 안 해.”15분 뒤, 서철용은 안에서 전해져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후 안에서 급박한 소리가 들려왔다.장소월이 소리쳤다.“간호사님, 사람이 쓰러졌어요.”서철용과 인정아가 빠르게 병실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간호사가 왔을 땐 서철용이 장소월을 데리고 떠난 뒤였다.사무실에 돌아온 뒤 서철용이 그녀에게 물을 한 컵 따라주었다.“어땠어요? 인시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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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문밖에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장소월은 황급히 핸드폰을 감추려 했다. 하지만 너무 조급했던 탓에 제대로 잡지 못해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복도에서 기성은에게 지시를 내리고 난 뒤, 전연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힐끗 살펴보니 지도 어플에 주소가 하나 찍혀 있었다. 장소월은 애써 태연한 척 핸드폰을 주워들었다.“뭘 보는 거야?”전연우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묻고는 바로 장소월의 손에서 핸드폰을 빼앗았다.장소월이 검색한 곳은 이름도 없는 한 산속 마을이었다.그녀는 전연우의 몸에서 분출되는 한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이런 때일수록 침묵으로 일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럼 일부러 무언가 숨긴다고 생각할 테니 말이다.장소월은 태연한 얼굴로 컵에 물을 따랐다. 긴장되는 마음에 손바닥에 땀이 흥건해졌다.그녀는 물을 한 모금 삼킨 뒤에야 입을 열었다.“별거 아니야. 집에만 있는 게 너무 무료해서 어디 여행 갈 곳이 없나 검색해보던 중이었어.”정상적으로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전연우의 날카로웠던 눈동자가 차츰 부드러워졌다. 그는 다시 핸드폰을 그녀의 옆에 놓아주었다. 어쩌면 자신이 너무 예민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결혼식 날짜가 다가오고 있고, 그녀도 드디어 거의 몸을 회복했다. 전연우는 그녀가 무엇을 숨기고 있든 자신의 눈을 피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갖지 말아야 할 마음은 일찌감치 떨쳐내는 게 좋을 것이다.전연우가 입고 있던 정장을 벗자 그레이색 정장 조끼와 목에 맨 정교한 넥타이가 드러났다. 그는 옆 의자에 앉아 힘껏 장소월을 끌어당겼다.장소월이 그의 무릎 위에 앉았다. 전연우는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 검고 길게 자란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져주었다. 예전에 비하면 짧지만, 그래도 이젠 꽤 비슷해졌다.전연우는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제일 좋아했다.“나가고 싶으면 결혼식이 끝나고 러시아로 신혼여행 가는 건 어때? 너 거기 가고 싶어 했잖아.”장소월은 이미 오래전 가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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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거짓말.전연우는 몸을 뒤집어 일으키더니 그녀의 얼굴에 연이어 키스를 퍼붓기 시작했다. 입술에서 시작해 천천히 그녀의 목으로 내려갔다.“잠이 안 오면 다른 가치 있는 일이라도 해야지.”“아니. 안 돼, 전연우. 나 진짜 화장실 가고 싶어. 그리고... 나 아직 몸이 채 회복되지 않았어. 잠자리하면 안 돼.”그런 장소월의 말에도 전연우는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그는 어느새 장소월의 잠옷 단추를 모두 풀어헤쳤다.이불 안으로 차가운 바람이 비집고 들어왔다. 장소월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도저히 피할 수가 없어 그의 욕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매끄러운 액체가 나오지 않았는지 조금 거칠었던 탓에 장소월은 억지로 아픔을 참아야만 했다. 잠자리가 끝나고 나니 이미 한 시간이 지나 있었다. 전연우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여자를 안고 욕실에 들어갔다. 하반신에 흘러나온 선홍빛 피를 본 전연우의 이마가 찌푸려졌다.“아팠으면서 왜 말 안 했어?”차가운 욕조에 앉아 있던 장소월이 깊이 들어오려는 전연우의 손을 잡았다.“됐어. 그만해. 나 샤워하고 싶어. 몸이 불편해.”전연우는 거친 손바닥 위에 바디위시를 짜놓고는 장소월의 여린 피부에 문질렀다. 장소월은 힘없이 그의 몸에 기대어 있었다. 그는 빠르게 그녀를 씻긴 뒤 머리를 말려주었다. 그녀를 침대에 눕히니 마침 기성은이 약을 들고 들어왔다.전연우가 이불을 거두고 손가락을 상처 부위에 가져가자 장소월은 통증에 신음했다.“됐다니까. 하지 마. 너무 아파.”주위가 조금 부어있었다. 전연우는 장소월의 몸 상태 때문에 꽤 오랜 시간 동안 성욕을 참아왔다. 오늘 밤 한순간 자신을 통제하지 못해 그녀에게 상처를 입힌 것이다.“괜찮아. 조금 찢어졌을 뿐이야. 너무 깊은 상처는 아니야.”“다음엔 조심할게.”전연우가 그녀에게 키스했다. 장소월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녀의 이런 연약한 모습이 남자의 본능적인 욕구를 더더욱 자극했다.전연우는 그녀의 귀에 살짝 키스하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동안 내가 얼마나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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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전화를 끊은 후 장소월은 벽에 걸려있는 사진을 깨끗이 닦은 뒤 빠르게 잠자리에 들었다.남자는 깊은 밤이 되어서야 집에 들어왔다.자동차 엔진소리가 들려오고 눈부신 라이트가 번쩍였다. 전연우는 피곤함이 역력한 얼굴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르며 차에서 내려왔다.단숨에 3층까지 올라가 침실 문을 열었다.깊은 잠에 빠졌던 장소월은 침대 한쪽이 꺼져내려 가는 것을 느낀 뒤에야 조금 정신을 차렸다.전연우는 외투를 벗고 오늘 갓 갈아놓은 침대 시트에 누워 이불과 장소월을 한 번에 끌어안았다. 그녀 몸에서 풍기는 꽃향기를 맡으니 하루종일 쌓였던 피로가 모두 풀리는 것 같았다.장소월은 잠이 채 깨지 못한 듯 간신히 눈을 뜨고는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이게 무슨 냄새야. 가서 씻고 와.”“그래. 금방 갈게.”장소월은 너무 졸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잠이 들었다. 전연우는 옆으로 흘러내린 그녀의 잠옷 어깨끈을 다시 올려주었다.얼마 후 남자가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에 들어갔다.전연우는 샤워를 마친 뒤 머리를 말리고 다시 침대에 누웠다. 전연우는 그녀를 품에 꼭 껴안은 채 잠을 청했다.지평선 너머로 태양이 천천히 떠오르고 밤새 하늘을 지켰던 어둠이 빛을 받아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바깥엔 서리가 내렸지만, 집안엔 보일러가 틀어져 있어 온도가 적당했다.장소월이 슬리퍼를 신고 아래층에 내려가 보니 도우미들이 이미 아침상을 차려놓고 있었다. 메뉴는 잔치 국수였다.최근 장소월은 혼자 집에 있었기에 입는 것과 먹는 것 모두 최대한 간단히 해결했다.예전 거실에 내려와 보면 항상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지만, 요즘은 연속 며칠 동안 그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전연우는 늦잠을 자는 날이 별로 없다.지금은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전자기기의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전연우는 여전히 원래의 루틴을 지키고 있었다. 매일 아침 잠에서 깨어나면 오늘의 신문을 보는 그 루틴 말이다.장소월이 소파 앞 탁자를 바라보며 물었다.“오늘은 신문 배달 안 왔나 보네요.”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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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아니요. 그냥 뭘 그릴지 잠시 떠오르지 않은 것뿐이에요.”은경애가 말했다.“아이고. 아가씨, 제가 아가씨랑 함께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요. 아가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제가 훤히 꿰고 있다고요.”“대표님께서 밖에 나가 술과 여자들과 어울릴까 봐 걱정되시는 거죠?”빠직.장소월이 돌연 팔에 힘을 주더니 붓을 두 조각으로 끊어버렸다.“됐어요. 그만 하세요.”늘 온순한 성격이었던 그녀가 갑자기 벌컥 화를 내니 은경애는 화들짝 놀랐다.실은 은경애 같이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의 눈에는 선명히 보였다. 예전 그 어떤 힘든 일이 있었을지라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차츰 무뎌지기 마련이다. 아가씨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증오와 원한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분명 천천히 해소되고 말 것이다.은경애는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평소의 습관, 그리고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보아 아가씨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미 대표님을 받아들였다. 대표님은 도련님에게 무뚝뚝하긴 하지만 친자식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다.반면 아가씨는 겉으론 친절하게 대하지만, 진정으로 아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은경애는 어쩔 수 없이 별이를 안고 화실에서 나갔다.그때, 옆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장소월이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서철용이 보내온 문자메시지였다. 천추 산장의 각 비상구 위치와 그녀가 도망칠 때 사용할 이동 노선이 그 내용이었다.[전연우는 영리해서 두 곳에서 동시에 예식장을 준비하고 있어요. 최종적으로 어떤 곳을 선정할지 예측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소월 씨가 도망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겠죠. 내가 두 곳 모두에 사람을 배치해 두었어요. 두 번의 도망칠 기회가 있지만 두 번 다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서... 다른 시간에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장소월은 엄청난 길이의 문자를 보니 긴장감에 가슴이 꽉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그래요.]장소월은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만약 도망치다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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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사람들은 모두 잃어버린 반지를 찾는 데에 집중하느라 전연우가 들어왔다는 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그렇게 바닥에 엎드려 있으면 감기 걸려.”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전연우가 한 손으로 그녀를 안아 들고 소파에 앉았다.장소월은 그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왜 발걸음 소리도 안 냈어?”전연우가 맨발인 상태의 그녀를 보고는 이마를 찌푸리고 손으로 차가운 발을 감싸주었다.“뭘 찾는 거야?”그녀가 대답을 하지 않자 전연우는 팔을 휘저어 도우미들을 모두 내보냈다.장소월이 눈을 내리뜨리고 말했다.“미안해. 네가 준 반지 잃어버렸어.”“고작 그것 때문에 이래? 잃어버려도 괜찮아.”그건 자그마치 6조라는 어마어마한 가치를 자랑하는 반지다. 장소월이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겠는가. 그녀는 보상이라는 단어조차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현재 그녀의 물건 중 대부분은 전연우가 준 것이다. 그녀에게 모아둔 돈 몇천만 원이 있다 하더라도 전연우의 눈에는 정장 한 벌 못 사는 보잘것없는 푼돈일 뿐이다.장소월은 그의 말에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꾹 닫고 있었다.“정말... 미안해. 하지만... 도저히 보상해줄 방법이 없어.”전연우의 눈동자에 순식간에 한기가 내려앉았다.“나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거 알잖아. 소월아... 우린 부부야. 네가 나한테 해야 하는 말은 미안해가 아니라 사랑해야!”장소월은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그녀는 선택적으로 그의 말을 무시해버리고는 일어섰다.“반지를 어디에 뒀는지 잠시 떠오르지 않는 거야. 더 찾다 보면 어느 날 나타날지도 몰라.”장소월은 뒤돌아 그와 눈을 마주칠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가 발걸음을 뗀 순간 거친 손 하나가 손목을 덥석 잡았다. 전연우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아. 결혼식 올리고 난 뒤에 천천히 찾으면 돼. 소월아... 우리한텐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장소월은 억지로 그의 손을 뿌리치고는 도망치듯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자신을 향해 뜨겁게 활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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