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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아니요. 그냥 뭘 그릴지 잠시 떠오르지 않은 것뿐이에요.”

은경애가 말했다.

“아이고. 아가씨, 제가 아가씨랑 함께 지낸 세월이 얼마인데요. 아가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제가 훤히 꿰고 있다고요.”

“대표님께서 밖에 나가 술과 여자들과 어울릴까 봐 걱정되시는 거죠?”

빠직.

장소월이 돌연 팔에 힘을 주더니 붓을 두 조각으로 끊어버렸다.

“됐어요. 그만 하세요.”

늘 온순한 성격이었던 그녀가 갑자기 벌컥 화를 내니 은경애는 화들짝 놀랐다.

실은 은경애 같이 오랜 세월을 살아온 사람의 눈에는 선명히 보였다. 예전 그 어떤 힘든 일이 있었을지라도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차츰 무뎌지기 마련이다. 아가씨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많은 증오와 원한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분명 천천히 해소되고 말 것이다.

은경애는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평소의 습관, 그리고 무의식적인 행동으로 보아 아가씨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미 대표님을 받아들였다.

대표님은 도련님에게 무뚝뚝하긴 하지만 친자식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다.

반면 아가씨는 겉으론 친절하게 대하지만, 진정으로 아이를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은경애는 어쩔 수 없이 별이를 안고 화실에서 나갔다.

그때, 옆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장소월이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서철용이 보내온 문자메시지였다. 천추 산장의 각 비상구 위치와 그녀가 도망칠 때 사용할 이동 노선이 그 내용이었다.

[전연우는 영리해서 두 곳에서 동시에 예식장을 준비하고 있어요. 최종적으로 어떤 곳을 선정할지 예측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소월 씨가 도망치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겠죠. 내가 두 곳 모두에 사람을 배치해 두었어요. 두 번의 도망칠 기회가 있지만 두 번 다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서... 다른 시간에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장소월은 엄청난 길이의 문자를 보니 긴장감에 가슴이 꽉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

[그래요.]

장소월은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만약 도망치다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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