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월은 고개를 숙였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와 손등에 떨어졌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그림 그리느라 사부님 고생 많이 하셨겠네.”“할아버지께선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산다고 하셨어. 하지만 이번엔... 나와 할아버지 모두 네가 한 번쯤은 오로지 너 자신만을 위해 살길 바라.”“너한텐 결혼 생활에 속박되는 것보다 넓은 곳에서 자유를 즐기며 사는 게 더 어울려.”“만약 떠나고 싶다면...”장소월이 눈시울이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허이준, 난 이제 못 떠나.”그 말 이후 기나긴 침묵이 내려앉았다.소현아가 먹을 것을 한가득 안고 들어왔다.“소월아, 소월아... 와봐, 내가 맛있는 거 갖고 왔어.”침대에 널려있는 간식을 보니 장소월은 사색에 잠겼다. 모두 그녀가 예전 좋아하던 것들이었다.“이것들 다 어디에서 가져온 거야?”소현아가 문을 가리켰다.“옆방 네 화실에서 가져왔어. 장롱 안에 간식들이 꽉 차 있던데?”설마 전연우가 그녀를 위해 준비해둔 건가?그런데 왜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단 말인가?은경애가 소현아의 뒤를 쫓아 들어왔다.“아이고, 세상에. 이 간식은 건드리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소현아는 감자 칩 한 봉지를 뜯으며 은경애를 노려보았다.“그래도 먹을 건데요? 소월이는 아주머니처럼 깍쟁이가 아니거든요!”“괜찮아요. 먹게 놔둬요.”장소월이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물었다.“현아야, 강지훈... 너한테 잘해줘?”소현아는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그럭저럭... 나한테 맛있는 걸 줄 때만 좋은 사람인 것 같아.”장소월의 시선이 그녀의 배로 향했다...아래층에서 폭죽 소리가 들려왔다.은경애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어머, 함이 왔나 보네요.”은경애는 급히 방으로 돌아가 별이를 안았다.마당으로 고급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소민아는 들러리 드레스를 입고 지름길로 재빨리 위층으로 올라갔다. 전연우는 정장을 차려입고 평소보다 부드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손에 꽃을 든 채 들
“소월 언니, 언니가 떠나든 남든 전 언니가 행복하길 바라요.”“그래요.”그녀는 정말 현아 언니를 찾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회사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보단 나을 테니 말이다.전연우는 들러리들이 고생한다며 통 크게 한 사람당 몇천만 원이나 되는 봉투를 쥐여주었다.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소민아였으나, 이번엔 무엇 때문인지 조금도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별이는 장소월의 옆에 앉아 고개를 빼꼼 내밀고 헤헤 웃으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몇 개 자라지 않은 이 사이로 침이 흘러내렸다. 장소월은 손수건으로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었다.별이의 얼굴은 그녀의 어릴 때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만약 그녀가 불임이 아니었다면, 만약 전연우가 보육원 앞에서 주워온 아이가 아니라면, 장소월은 별이가 정말 자신의 아이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전연우가 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장소월은 그의 검은색 구두를 보자마자 심장이 불안하게 요동쳤다. 전연우가 천천히... 그녀의 면사포를 들어 올렸다. 오랜 세월 간절히 아내로 원했던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그 아름다움에 정신이 혼미해졌다.예쁘다는 말로 형용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저도 모르게 심장이 쿵쾅거리고 온몸이 떨려왔다.전연우는 그녀의 아래턱을 살짝 들어 올려 빨간 입술에 키스했다.“너무 예뻐.”장소월은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전연우는 직접 그녀에게 신발을 신겨주고는 번쩍 안아 들었다. 그때, 별이가 돌연 벌떡 일어나 장소월의 어깨를 잡고는 그녀 얼굴에 뽀뽀를 했다.“엄마... 엄청 예뻐요...”옹알이 같은 흐릿한 발음의 그 말에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평소의 전연우라면 별이에게 질투의 감정을 느껴 매서운 눈총을 날렸을 테지만, 지금 그는 아이에게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신부를 안아 아래층으로 내려가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운전기사가 차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장소월은 차 안에 앉아 마지막으로 남원 별장을
장소월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전연우가 말했다.“저녁에 너한테 줄 선물을 하나 준비했어. 분명 좋아할 거야.”그녀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천추 산장에 도착하자 화려한 꽃들로 장식된 레드카펫이 끝없이 깔려있었다. 이번 결혼식은 서울의 역사 이래 전무후무한 가장 성대한 결혼식이었다. 길을 걷고 있던 사람들 모두 걸음을 멈추고 줄지어 통과하는 백여 대의 고급 차량을 지켜보고 있었다.또한 오늘 서울 모든 곳의 대형 스크린에 두 사람의 결혼식이 생중계되고 있었다.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부러움과 감탄을 자아냈다...성세 그룹 대표 전연우는 첫 번째 사모님과 결혼식을 올릴 때에는 결코 이와 같이 행하지 않았었다.오늘 주례는 한의준이 맡았다. 장소월이 제기한 요구라 전연우는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두 사람은 무사히 결혼식을 마쳤다. 아무도 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없어 물 흐르듯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인정아가 씩씩거리며 결혼식 현장에 뛰어들려 했지만, 문 앞 경호원들에게 막혀버렸다.“청첩장이 없으면 들어가지 못합니다. 죄송하지만 사모님은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내가 누군지 알면서도 감히 날 막아? 비켜서! 난 전연우를 만나야 해! 지금 당장 만나야 한다고!”경호원의 이마가 깊게 찌푸려졌다.“사모님, 계속 이렇게 소란을 피우면 강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찰에 신고해 구치소에 가두고 결혼식이 끝나서야 풀려나게 할 수도 있습니다.”“너희들이 감히!”“저희도 대표님의 분부대로 하는 것뿐입니다. 부디 저희들을 난처하게 하지 마세요.”인정아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다시 차로 돌아왔다. 그때 남자 한 명도 몰래 함께 차에 타고는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안 됩니다, 사모님. 지금 천추 산장은 경계가 너무 삼엄합니다. 배달원으로 위장해 들어가려 해도 안 되더라고요. 입구 하나하나 모두 경호원들이 막고 있어요.”그렇게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채 결혼식이 끝나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인정아가 이마를 짚고서 말했다
90퍼센트가 마취제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 그 액체는 단 몇 방울만으로도 건강한 성인 남성으로 하여금 의식을 잃게 할 수 있다.이 와인은 전연우를 위해 사전에 준비해둔 것이었다.장소월은 다이아몬드가 박혀있는 우아한 색감의 드레스를 차려입고는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전연우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정치계와 금융계 모든 거장들이 만연에 웃음을 띤 채 그들에게 축복의 말을 전했다...전연우는 그 사람들과 유창하게 대화를 이어갔지만, 장소월은 그저 말 못 하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그렇게 한 테이블씩 인사를 하던 도중, 두 사람의 피부가 저도 모르게 맞닿았다. 장소월은 그의 몸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 술 때문이다.전연우는 확실히 적잖게 술을 마셨다. 반면 장소월은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 차로 술을 대신했다. 드디어... 귀찮은 절차가 모두 끝이 났다.장소월은 새벽 네 시에 깨어난 뒤로 전연우가 만들어준 국수 한 그릇 외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방에 돌아오니 배고픔과 피곤함이 몰려왔다. 전연우는 기성은이 가져온 해장국을 먹고 있었다. 기성은이 중요하다며 서류 하나를 내밀자 그는 눈을 감고 소파에 누워 머리를 꾹꾹 눌렀다.“그건 다음에 얘기해. 바깥 상황은 어때?”옆에서 느릿느릿 밥을 먹고 있는 장소월을 보니 기성은은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끝내 참을 수밖에 없었다.아직 또렷한 정신이 남아 있는 전연우는 소파에서 일어나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갔다. 몸이 약간 휘청거려 기성은에게 지탱하며 바깥으로 나갔다.희미하게나마 그들의 목소리가 장소월의 귀에도 들어왔다.기성은이 오늘의 일을 전연우에게 보고했다.“CCTV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되고 있습니다. 이상한 사람이 발견되지도 않았고요. 경호원들도 모두 저희 사람들입니다.”전연우는 두통이 또 발작한 것 같았다.“그래도 경계를 풀어선 안 돼. 기억해. 그 누구도 이 건물에 접근하게 해선 안 돼.”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가봐.”“네,
그는 정말이지 답도 없는 미치광이다.바깥에서 떠들썩하게 하늘을 수놓는 폭죽 소리가 장소월의 흐느낌을 완전히 덮어버렸다.두 사람은 여전히 뜨겁게 엉켜있었다.얼마 후... 전연우가 나른하게 누워있는 여자를 안아 올렸다. 끈적거리는 체액이 남자와 여자를 한 몸으로 이어주고 있었다.장소월의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날카로운 턱에 눌어붙었다. 투명한 땀방울은 성욕을 자극하는 새하얀 목에서 쇄골까지 흘러내렸다. 낮게 가라앉은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서 울려 퍼졌다.“소월아... 봤어? 네가 보고 싶다던 불꽃놀이야.”“오늘 서울 전체의 모든 폭죽은 오로지 널 위해 피어오르는 거야.”“네가 이 세상 끝까지 도망친다고 해도, 난 널 다시 데려올 수 있어.”전연우가 마지막 한 글자를 내뱉은 순간, 장소월은 완전히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결혼식이 끝난 뒤, 기성은과 소민아는 하객들을 배웅하는 일을 맡았다.소민아는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줄곧 불안한 마음을 안고 있었다.그때 파란색 원피스에 가디건을 걸친 단아한 외모의 주가은이 걸어왔다.“기 비서님,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기성은이 말했다.“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걸요. 주가은 씨, 조심히 들어가세요.”소민아는 하객들이 거의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는 더는 닭살 돋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싶지 않아 혼자 자리를 떴다.결혼식에서 받은 답례품 박스를 들고 목에 스카프를 두른 신이랑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이랑 씨, 가려고요? 내가 데려다줄게요.”신이랑은 오늘 회사 여직원들에게 잡혀 적잖게 술을 마셨다. 그 결과 옆 테이블에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사람들이 속출했다.“이랑 씨 대단하네요. 저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 쓰러 눕히다니요.”신이랑이 괴로운 얼굴로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힘없이 말했다.“뭘요. 민아 씨... 오늘 너무 예뻐요.”소민아의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그래요? 하지만 곧 큰일이 닥칠 거예요.”그 순간, 신이랑은 돌연 정신을 잃고 소민아의 몸에 쓰러져버렸다.“이랑 씨, 왜 이러는 거예요?”옆
주가은은 그에게 다가가려다 조심하지 않아 치맛자락을 밟는 바람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 다행히 기성은이 빠르게 반응해 신속하게 달려가 그녀를 부축했다. 주가은은 예민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던지라 시선이 저도 모르게 두 사람의 몸이 접촉된 곳으로 향했다. 기성은은 그녀의 뜻을 얼른 눈치채고 손을 놓았다.“바닥이 미끄러워요. 조심해요.”주가은이 웃으며 말했다.“역시 하이힐은 못 신겠네요. 고마워요, 기 비서님.”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별말씀을요. 차가 곧 도착할 거예요. 조심히 가요.”기성은은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주가은이 말했다.“아까 저 여자분 많이 신경 쓰시는 것 같던데, 혹시 좋아하는 거예요?”기성은은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긍정의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냥 예전 가르쳤던 덜렁대는 인턴 일뿐이에요. 가은 씨한테 못난 모습을 보였네요.”주가은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저도 저 여자분에 대해 들은 적 있어요. 송 부대표님의 비서잖아요. 제삼자로서 보기에 기 비서님은 확실히 저 여자분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산장 밖에서 익숙한 검은색 차량이 천천히 들어왔다.“기 비서님, 차가 도착했네요. 전 이만 갈게요. 비서님한테 빚진 밥 한 끼는 반드시 날 잡아 갚을게요.”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주가은을 산장 문 앞까지 데려다주고는 차가 떠나는 것까지 지켜보았다.이제 결혼식은 완벽히 끝났다고 말할 수 있었다.하지만 기성은은 여전히 경계를 풀 수가 없었다. 돌발 상황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으니 말이다.문밖을 지키고 있는 경호원들은 방음이 잘 되지 않아 방에서 새어 나오는 야릇한 소리에 귀까지 새빨개진 채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새벽, 깊이 잠들었던 장소월은 창밖에서 들려오는 닭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산장에선 놀러 온 손님들에게 신선한 음식을 대접하기 위해 가축을 직접 기르고 있었다.하반신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뼈를 파고드는 듯한 고통이 만연했고
장소월은 겁에 질려 그에게 가까이 가지 못했다.“미... 미안해! 이번 생에도 네 옆에 남는 같은 실수를 할 수는 없어.”그녀가 고개를 저었다.“전연우, 솔직히 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 넌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 계속 이렇게 지내다간 우리 두 사람 다 힘들어질 거야.”마취제의 약효는 너무나도 강력했다. 전연우는 모든 집중력을 끌어올려 간신히 또렷한 의식을 유지했다.“너 여기에서 한 발자국만 나가면 내가 강영수 뼛가루도 남기지 않고 없애버릴 거야.”전연우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실은 그는 아직까지도 강영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오직 장소월만이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장소월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미안해.”“어디 한 번 나가봐. 내 전화 한 통이면 넌 어차피 도망 못 쳐.”장소월의 동공이 순간 확장되었다. 그의 손이 침대 옆 탁자 위 핸드폰에 다가가자 그녀는 곧바로 앞으로 달려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절대 전화를 걸게 놔둬선 안 된다. 전연우가 더 많은 사람들을 부르면 장소월에겐 도망칠 일말의 기회도 남지 않게 된다.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이미 전연우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걸.사실 그 핸드폰은 배터리가 없어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전연우는 한 손으로 장소월을 잡아챘다. 마취약에 중독되긴 했으나 그 힘은 무서울 정도로 강력했다.장소월은 믿을 수가 없었다.“날 속였어!”“소월아... 그렇게 많이 당했으면서 아직도 교훈을 얻지 못했어?”“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장소월은 끊임없이 발버둥 치다가 그를 밀쳐버리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문 앞까지 도망쳤을 때, 전연우가 살기가 번뜩이는 눈빛으로 완전히 이성을 잃은 미치광이처럼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끌어당겼다.하늘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장소월은 정신이 혼미해진 채 침대에 쓰러져버렸다.전연우의 손에는 언제 꺼냈는지 모를 단도가 들려있었다. 그의 손바닥엔 칼에 베인 상처도 나 있었다.그는 자신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의식을 유지했던 것이다!장소월은 그
“안 돼. 이러지 마... 오지 마...”지금 전연우는 이성을 잃은 미치광이 그 자체였다. 장소월은 그의 체력이 바닥난 기회를 틈타 바로 그의 등 뒤 문을 향해 뛰었다.“으악!”하지만 그의 손이 또다시 그녀의 발목을 잡는 바람에 또다시 넘어지고 말았다.깨끗했던 옷이 그 순간 전연우가 흘린 피에 물들어버렸다. 장소월은 피로 얼룩진 그의 얼굴 위 차갑게 일렁이는 시뻘게진 눈을 본 순간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의 손이 천천히 장소월의 목을 움켜쥐었다. 전연우의 얼굴에서 피 한 방울이 목을 타고 떨어져 내렸다. 장소월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그의 손을 잡았다.“전연우... 제발 놔줘...”“또 도망칠 거야?”장소월은 힘들게 눈을 감았다.“...”“말해! 또 도망칠 거냐고!”“왜 아직도 도망치려 하는 거야! 내가 너한테 충분히 잘해주고 있잖아!”고통스러워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는 전연우의 마음도 괴롭기 그지없었다.장소월이 정신을 잃기 1초 전, 전연우가 손에서 힘을 풀었다. 이어 그녀의 옷을 끌어 내리고는 엎드려 힘껏 어깨를 깨물었다.“악!”장소월이 슬프게 울부짖었다. 문밖에 서 있던 경호원들은 우당탕탕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들어가려 했으나, 그 어떤 움직임이 있더라도 절대 들어오지 말라는 대표님의 말이 떠올라 들어가지 않았다. 그들은 사모님의 신음소리를 듣고서야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다시 뒤로 물러섰다.대표님은 정말 정력이 어마어마하다. 어젯밤 내내 해놓고선 또 시작하시다니.농후한 피 냄새가 전연우의 입안을 가득 메웠다.“소월아... 너 죽으면 이 오빠 옆에 줄곧 있을 수 있겠지? 너 강영수 보고 싶다며. 그럼... 내가 강영수를 죽여서 네 옆에 묻어줄게.”“너 정말... 미쳤어!”전연우는 그녀의 가는 목을 어루만졌다. 새하얀 피부에 어젯밤 다정했던 흔적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건만, 왜 또 이 지경까지 되었단 말인가.“죽으면 소월이는 다시는 도망가지 못할 거야!”장소월은 전연우의 정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의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