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41 - 챕터 1150

1173 챕터

제1141화

장소월은 겁에 질려 그에게 가까이 가지 못했다.“미... 미안해! 이번 생에도 네 옆에 남는 같은 실수를 할 수는 없어.”그녀가 고개를 저었다.“전연우, 솔직히 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 넌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 계속 이렇게 지내다간 우리 두 사람 다 힘들어질 거야.”마취제의 약효는 너무나도 강력했다. 전연우는 모든 집중력을 끌어올려 간신히 또렷한 의식을 유지했다.“너 여기에서 한 발자국만 나가면 내가 강영수 뼛가루도 남기지 않고 없애버릴 거야.”전연우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실은 그는 아직까지도 강영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오직 장소월만이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장소월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미안해.”“어디 한 번 나가봐. 내 전화 한 통이면 넌 어차피 도망 못 쳐.”장소월의 동공이 순간 확장되었다. 그의 손이 침대 옆 탁자 위 핸드폰에 다가가자 그녀는 곧바로 앞으로 달려가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절대 전화를 걸게 놔둬선 안 된다. 전연우가 더 많은 사람들을 부르면 장소월에겐 도망칠 일말의 기회도 남지 않게 된다.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이미 전연우가 파놓은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걸.사실 그 핸드폰은 배터리가 없어 전원이 꺼진 상태였다.전연우는 한 손으로 장소월을 잡아챘다. 마취약에 중독되긴 했으나 그 힘은 무서울 정도로 강력했다.장소월은 믿을 수가 없었다.“날 속였어!”“소월아... 그렇게 많이 당했으면서 아직도 교훈을 얻지 못했어?”“이거 놔! 놓으란 말이야!”장소월은 끊임없이 발버둥 치다가 그를 밀쳐버리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문 앞까지 도망쳤을 때, 전연우가 살기가 번뜩이는 눈빛으로 완전히 이성을 잃은 미치광이처럼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끌어당겼다.하늘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장소월은 정신이 혼미해진 채 침대에 쓰러져버렸다.전연우의 손에는 언제 꺼냈는지 모를 단도가 들려있었다. 그의 손바닥엔 칼에 베인 상처도 나 있었다.그는 자신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의식을 유지했던 것이다!장소월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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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2화

“안 돼. 이러지 마... 오지 마...”지금 전연우는 이성을 잃은 미치광이 그 자체였다. 장소월은 그의 체력이 바닥난 기회를 틈타 바로 그의 등 뒤 문을 향해 뛰었다.“으악!”하지만 그의 손이 또다시 그녀의 발목을 잡는 바람에 또다시 넘어지고 말았다.깨끗했던 옷이 그 순간 전연우가 흘린 피에 물들어버렸다. 장소월은 피로 얼룩진 그의 얼굴 위 차갑게 일렁이는 시뻘게진 눈을 본 순간 죽음의 공포에 휩싸였다. 그의 손이 천천히 장소월의 목을 움켜쥐었다. 전연우의 얼굴에서 피 한 방울이 목을 타고 떨어져 내렸다. 장소월은 고통스러운 얼굴로 그의 손을 잡았다.“전연우... 제발 놔줘...”“또 도망칠 거야?”장소월은 힘들게 눈을 감았다.“...”“말해! 또 도망칠 거냐고!”“왜 아직도 도망치려 하는 거야! 내가 너한테 충분히 잘해주고 있잖아!”고통스러워하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는 전연우의 마음도 괴롭기 그지없었다.장소월이 정신을 잃기 1초 전, 전연우가 손에서 힘을 풀었다. 이어 그녀의 옷을 끌어 내리고는 엎드려 힘껏 어깨를 깨물었다.“악!”장소월이 슬프게 울부짖었다. 문밖에 서 있던 경호원들은 우당탕탕 시끄러운 소리를 듣고 들어가려 했으나, 그 어떤 움직임이 있더라도 절대 들어오지 말라는 대표님의 말이 떠올라 들어가지 않았다. 그들은 사모님의 신음소리를 듣고서야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다시 뒤로 물러섰다.대표님은 정말 정력이 어마어마하다. 어젯밤 내내 해놓고선 또 시작하시다니.농후한 피 냄새가 전연우의 입안을 가득 메웠다.“소월아... 너 죽으면 이 오빠 옆에 줄곧 있을 수 있겠지? 너 강영수 보고 싶다며. 그럼... 내가 강영수를 죽여서 네 옆에 묻어줄게.”“너 정말... 미쳤어!”전연우는 그녀의 가는 목을 어루만졌다. 새하얀 피부에 어젯밤 다정했던 흔적이 아직 생생하게 남아 있건만, 왜 또 이 지경까지 되었단 말인가.“죽으면 소월이는 다시는 도망가지 못할 거야!”장소월은 전연우의 정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그의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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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3화

“나 차라리 네가 빨리 죽었으면 좋겠어! 난 분명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었어. 다 너 때문이야... 네 그 이기심이 내 모든 것을 망쳐버렸어!”전연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게 뭐가 어때서? 그 비밀을 아는 사람은 다 죽었어. 소월아... 오빠 곁에 돌아와.”그가 간절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오늘 일 다 없던 거로 해줄게. 응?”장소월은 그의 얼굴에서 뭐라도 보아내기 위해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건 마취약에 취해 완전히 미쳐버린 고집불통 남자 한 명뿐이었다.장소월은 대체 언제부터 전연우가 자신 때문에 이 지경까지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전연우가 정말 그녀를 사랑하는 걸까?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 저번 생에서 그녀가 몸과 마음을 다 바쳤음에도 전연우는 송시아를 선택하지 않았던가? 그럼... 전생에서 있었던 일은 대체 뭐란 말인가?“왜...”전연우!“사랑해.”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사랑해.”그가 세 걸음 다가왔다.여전히 그 한 마디였다.“사랑해.”장소월이 시뻘게진 눈으로 그를 쳐다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아니, 넌 날 사랑하지 않아. 네 마음속에 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야. 난 저번 생에서 너한테 모든 걸 바쳤어.”“전연우... 전생에서 널 위해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장소월의 목소리가 떨려왔다.전연우는 더는 움직이지 않고 원한이 가득 찬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송시아가 안 알려줬어? 넌 우리가 결혼 생활을 할 때에도 송시아를 데려와 내 침대에서 더러운 짓을 했어!”“결혼기념일에도! 넌 줄곧 송시아와 함께 있었다고!”“그 후... 넌 내가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바깥에서 송시아와 아이까지 낳아서 키웠어. 그렇게 난 모든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됐어.”“그 아이를 집에 데려오고 나서는 기성은을 시켜 나한테 이혼합의서를 가져다줬어. 그렇게 난 빈털터리로 집에서 쫓겨났어.”“오직 송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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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4화

장소월은 날카로운 칼날 절반이 전연우의 심장을 파고 들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어 그가 완전히 바닥에 쓰러지고 눈을 감았다.“전연우!”장소월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려왔다. 맑은 액체가 그의 옷에 스며들어 검붉은 피와 뒤섞였다.장소월은 감히 그의 몸에 손끝도 대지 못했다. 왜 눈물이 끊임없이 흐르는지 알 수가 없었다. 두려움 때문이거나... 제 손으로 직접 그를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이거나.“전연우, 너... 안 죽어. 내가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전연우의 가슴팍엔 단도 하나가 꽂혀 있었다. 장소월은 조심스레 그의 심장에서 흐르고 있는 피를 손바닥으로 막으며 소리쳤다.“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거기 누구 없어요!”“빨리 들어와 주세요!”“제발 살려주세요!”문밖에 있던 경호원들은 안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듣고 다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바닥에 온몸이 피로 흥건한 사람 한 명이 누워 있었다.경호원은 깜짝 놀라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119에 전화했다.다행히 산장에도 의료진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들에게 속해 있던 서철용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장소월의 손을 잡고 그 층을 벗어났다.서철용이 진지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지금 소월 씨에겐 두 가지 길이 있어요. 하나는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고 이곳을 떠나는 거예요. 기성은이 3분 뒤면 도착할 테니 그 전에 떠나야 해요. 다른 하나는... 다시 전연우의 곁에서 예전과 같은 삶을 이어가는 거예요.”“소월 씨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난 소월 씨 편이에요. 앞으로 전연우가 살든 죽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죽는다고?지금 장소월은 피를 온몸에 뒤집어쓴 채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지만 사실 그녀의 몸은 다친 곳 하나 없었다.장소월이 전연우를 죽이려 했음에도, 그는 결코 그녀의 몸을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예전 그가 알던 전연우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전연우가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어떤 말은... 서철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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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5화

송시아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무슨 일 있어요?”소피아가 빠르게 말했다.“송 부대표님, 대표님께서 다치셨어요! 대표님이 구급대원들에게 들려 방 안에서 나가는 걸 제가 똑똑히 봤어요. 온몸에 피가 가득했고, 가슴엔 칼이 하나 꽂혀 있었어요. 심각한 상태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모님께서 도망치셨어요.”“부대표님, 저희 지금이라도 신고할까요? 하지만... 기 비서님께선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게 막으라고 하셨는데...”“뭐라고요? 장소월이 감히 대표님한테 손을 댔다는 거예요? 지금 어느 병원에 있어요?”송시아의 음산한 눈동자가 번뜩거렸다.“부대표님과 같은 병원이에요.”“알겠어요. 계속 지켜보고 있어요. 절대 들키면 안 돼요.”“네, 부대표님. 전 먼저 회사에 들어가 볼게요. 다른 일이 생기면 연락드리겠습니다.”송시아는 전화를 끊은 뒤 간호사에게 휠체어에 앉혀달라고 부탁했다.“환자분, 죽 안 드실 거예요?”“제 남자가 다쳤어요. 가봐야 해요.”송시아가 알아보니 전연우는 수술을 받고 있는 중이고 기성은은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기성은은 휠체어를 타고 온 여자를 보고서도 얼굴에 표정 변화 하나 생기지 않았다.송시아가 ‘수술 중’이라는 빨간색 글자를 보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수술실 밖에서 연우 씨가 나오길 기다리는 날이 올 줄은 몰랐네요.”“연우 씨, 이게 바로 당신이 그토록 원하던 여자예요. 신혼 첫날 밤 가슴에 칼을 꽂아 넣는...”장소월 또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반복적으로 그녀를 시험해본 결과 이제 확신이 들었다.장소월은 확실히 그녀처럼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다.아니면 그토록 전연우를 좋아하면서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기성은이 쏘아붙였다.“부대표님께선 자신의 일에나 신경 쓰면 됩니다. 대표님께선 무사하실 겁니다.”그때, 돌연 수술실 문이 열렸다.간호사가 안에서 걸어 나오자 기성은이 다급히 일어나 물었다.“상황이 어떻습니까?”“...”그때, 강지훈은 위풍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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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6화

“누가 타라고 했어?”강지훈의 그 말은 선명히 소민아를 가리키고 있었다.뒤에 있던 부관이 말했다.“현아 아가씨가 차에 태우셨습니다. 함께 며칠 동안 머물러야 한다면서요. 현아 아가씨가 너무 기뻐하시는 걸 보니 저희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소민아는 차 가장 안쪽에 앉아 있었다. 한없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강지훈의 모습에 그녀는 그를 향해 올렸던 손을 빠르게 내려놓았다.소민아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소현아의 등 뒤로 조심스레 몸을 숨겼다.이 강지훈이라는 놈은 대표님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다.정말이지 사람을 등골이 오싹하게 만든다.대체 언니는 이런 사람과 어떻게 만났단 말인가.그들과 기성은을 비교해보니, 기성은은 그야말로 천사와 다름없었다.또한... 그녀를 보는 강지훈의 눈빛은 항상 그녀로 하여금 소름이 돋아오르게 만들었다. 서늘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볼 때마다 식은땀이 흘러내렸다.강지훈이 말했다.“외부인을 데려가는 게 그렇게 좋아?”소현아는 허리를 굽혀 바닥에 떨어진 과자를 줍고는 톡톡 먼지를 털며 말했다.“민아는 제 동생이에요. 엄마가 언니는 동생을 잘 챙겨줘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민아는 좋은 사람이에요. 예전 절 도와 나쁜 사람을 쫓아주기도 했는 걸요. 저 민아와 함께 살고 싶어요.”“지훈 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나도 민아랑 집에 갈 거예요.”소민아는 더러워진 과자를 입에 넣으려는 소현아를 보고는 재빨리 과자를 빼앗아 창밖에 던져버리고 말했다.“바닥에 떨어진 건 먹지 마.”왜인지 현아 언니의 병증이 더 심해진 것 같았다.그녀가 팔을 뻗으니 소매 안으로 멍이 든 흔적이 보였다. 색깔이 옅지 않은 거로 보아 적어도 3, 4일 전에 다친 것 같았다.저 상처는 대체 어떻게 생긴 거지?소민아는 최대한 얼굴로 드러날 뻔한 의심을 가라앉혔다.강지훈은 더는 말을 하지 않았다. 소민아를 데리고 북경 감옥에 가는 걸 허락한 것이다.다만 소민아는 아직 그들이 가려는 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있었다.그때, 정장을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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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7화

“흑흑흑... 이랑 씨, 저 죽을 것 같아요!”소민아는 쓰러질 듯 힘없이 신이랑에게 다가가 이마를 그의 가슴에 기댔다. 신이랑은 조금 놀라긴 했지만, 보이지 않는 얼굴엔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말해봐요.”신이랑이 손목을 들어 시계를 확인했다.“아침밥 먹었어요?”“저 지금은 아무것도 못 먹겠어요.”“내가 집에 데려다줄게요. 일단 차에 타서 얘기해요.”쌀쌀한 아침이라 산장 길옆에 내린 서리는 아직 채 녹지 않았다. 신이랑이 손에 들고 있던 목도리를 소민아의 목에 걸어주었다. 그가 눈을 내리뜨리니 검은 속눈썹이 조금씩 떨려왔다.“아침엔 추워요. 얼른 타요.”신이랑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손을 잡고 머지않은 곳에 주차되어 있는 차로 향했다.조수석 문을 열어주고 소민아가 차에 탄 뒤, 신이랑은 운전석에 올라타 얼이 빠진 채 앉아 있는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해주었다.신이랑은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평온하게 운전했다.“어젯밤 일은 미안했어요. 민아 씨를 또 귀찮게 했네요.”“괜찮으면 그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래요?”소민아는 입이 가벼운 사람이라 아무것도 숨기지 못한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몇 글자 내뱉었다가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입을 닫았다.“아니에요. 이랑 씨까지 위험하게 만들 필요 없어요. 이번 일은 모르는 게 더 나을 거예요.”“알겠어요. 묻지 않을게요. 일단 조금 자요. 도착하면 깨워줄게요.”신이랑은 초췌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필시 어젯밤 무슨 일이 있어 밤을 새웠을 거라 생각했다.신이랑은 차 속도를 늦추었다.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던 소민아는 조수석 의자에 기대어 앉아 빠르게 잠이 들었다. 시내에 들어와 신호등 앞에 멈춰 섰을 때, 돌연 소민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가 희미한 정신으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서울 경찰서입니다.”소민아가 번쩍 눈을 떴다. 단번에 모든 졸음이 사라져버렸다.25분 뒤.소민아는 경찰서에 도착했다.그녀는 이유도 모른 채 취조실에 갇혀버렸다.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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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8화

떠나기 전, 소월 언니의 몸엔 핏자국이 가득했었다... 설마... 그 피... 소월 언니가 다쳐서 묻은 게 아니라 대표님의 것이었던 거야?경찰이 물었다.“소민아 씨, 더 하고 싶은 말 있어요?”소민아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문득 신이랑이 떠오른 그녀가 말했다.“저 제 친구랑 몇 마디 얘기 나눠도 될까요?”“용의 선상에서 벗어나기 전엔 소민아 씨와 친구분 모두 풀려날 수 없습니다. 누군가 이 일이 두 사람과 관련이 없다는 걸 증명해 주어야만 나갈 수 있습니다.”소민아의 머릿속엔 기성은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오직 기성은 만이 당시 방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그녀는 정말 자신이 신이랑을 위험에 빠뜨릴 줄은 몰랐다.그녀가 기성은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울린 지 1분이 다 되어가고 있었지만 좀처럼 연결이 되지 않았다.소민아는 인내심을 갖고 한번 또 한 번 반복해 걸었다.마지막으로 그 번호에 걸었을 땐 이미 전원이 꺼진 상태가 되어버렸다.분명 기성은도 대표님이 다친 일이 그녀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그녀를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소민아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전화를 끊었다.“누군가 제 결백을 증명해 주어야만 나갈 수 있는 거예요?”“이번 건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저흰 성세 그룹 사람이 직접 와 두 사람이 이번 일과 확실히 관련이 없다는 걸 확인시켜줘야만 풀어드릴 수 있습니다.”소민아가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바깥에 서 있는 저 사람은 성세 그룹의 편집장이에요, 소설 을 쓴 작가님이기도 하고요. 저 사람은 절대 이번 일과 아무런 연관이 없어요. 몸도 좋지 않은데 먼저 보내면 안 될까요? 전 계속 여기에 있을게요.”옆에 있던 여경이 보내온 서류를 훑어보고는 말했다.“이 일은 저희가 처리할게요.”옆 유치장.여우림은 소식을 듣고 경찰서에 달려와 신이랑의 알리바이를 증명한 뒤 그를 유치장에서 빼냈다.신이랑이 형사에게 물었다.“민아 씨 상황은 어떤가요?”“죄송하지만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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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9화

여우림은 그 말을 끝으로 씩씩거리며 자리를 떴다.얼마나 기다렸을까. 아침부터 시작된 기다림은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이어져가고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경이 더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다가가 설득했다.“신이랑 씨, 이렇게 기다리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여자친구분이 신이랑 씨 건강을 걱정하고 있어요. 여자친구를 위해서라도 집에 돌아가세요.”신이랑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계속 이렇게 기다리는 건... 휴. 됐어요! 그럼 음식이라도 좀 드세요.”얼마 후 그녀가 경찰서 안에서 빵과 따뜻한 물을 들고 나왔다.물이 담겨 있는 컵을 감싸니 얼음장같이 차가워진 그의 손에 따스한 온도가 전해졌다.눈을 내리뜨니 차갑고 무거운 무언가가 속눈썹에서 느껴졌다. 쌀쌀한 날씨에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다 보니 서리가 내려앉은 것이다.신이랑은 고개를 들고 눈을 깜빡이며 가로등 아래 내리는 눈송이를 바라보았다...그는 들고 있던 물이 차갑게 식어버린 뒤에야 다시 내려놓았다.마지막으로...신이랑은 핸드폰을 꺼내 그 번호에 전화를 걸었다. 문밖에 홀로 서 있는 그의 얇은 뒷모습은 너무나도 고독하고 쓸쓸해 보였다...몇 초 뒤, 전화기 너머로 두꺼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10년 전 이후로 처음 연결된 통화였다.남자는 애써 흥분한 감정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신이랑이 입을 열었다.“도움을 청할 일이 하나 있어서요...”“그래...”얼마 후.“어떻게 된 일인지 알겠어.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시간이 있으면 이쪽으로 와. 어쨌든 난 네 아버지잖아. 네가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들 난 자랑스럽게 생각해.”신이랑은 아무런 감정 없이 차갑게 한 글자만 내뱉었다.“네.”“다음 주 월요일 시간 되면 우리 가족 같이 밥 한 끼 먹자. 장소는 네가 정해.”“그럴 필요 없어요. 이번 일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상대방이 한동안 침묵하자 신이랑이 다시 말했다.“다음번엔 꼭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릴게요.”전화를 끊고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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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0화

소민아는 신이랑의 차에 올라탔다. 똑같이 경찰서 문 앞에 정차되어 있던 검은색 승용차 안에서 기성은이 깊은 눈동자로 멀어져가는 차를 바라보고 있었다. 조금 전 그들의 꼭 맞잡은 두 손까지도 그는 똑똑히 보았었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소피아가 어두워진 기성은의 얼굴을 보고는 조심스레 물었다.“기 비서님, 소민아 씨 이제 괜찮은 것 같은데 그래도 들어가실래요?”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일에 기성은이 직접 여기까지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대표님은 지금 병원에 입원해 사경을 헤매고 계신다. 하여 성세 그룹이 직격탄을 맞은 이 혼란한 시점에 소민아에게 낭비할 시간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기성은은 차가운 얼굴로 액셀을 밟아 경찰서를 떠났다.소민아는 밤새 휴식하지 못했던 탓에 조수석에 올라타자마자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신이랑도 차 속도를 늦추었다. 아파트 단지 아래 도착한 뒤 조심스레 그녀를 안고 집으로 올라갔다.소민아는 깊이 잠이 든 것 같았다. 신이랑이 침대에 눕히고 신발을 벗겨주자 그녀는 이불 속으로 쏙 파고 들어갔다.신이랑의 입꼬리가 슥 올라갔다. 하루종일 쌓였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는 침대 옆 서랍 안에서 진통제 한 통을 꺼내고 이미 차가워진 물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다음 날, 소민아는 오후 한 시가 되어서야 깨어났다. 거실에서 음식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자신이 신이랑의 방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화들짝 놀라 일어나 앉았다.침대 옆 정연하게 개어진 깨끗한 옷 위 쪽지 한 장이 놓여있었다.[새 옷이니까 깨면 갈아입고 나와서 밥 먹어요.]다정한 그 한 마디를 본 순간 마음속에서 따스함이 피어올랐다.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소민아는 누군가에게 따뜻하게 보살핌을 받아본 적이 없다. 늘 혼자였기에 외로운 생활에 익숙해질 때로 익숙해진 상태였다.처음으로 이런 대접을 받아보니... 기분이 꽤나 좋았다.소민아는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신이랑이 입으려고 샀던 옷이라 그녀가 입으니 사이즈가 조금 커 긴 소매를 말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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