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민아는 핸드폰을 들고 방에서 나갔다. 본래 낯설었던 곳이 어느새 점점 더 제집 같이 익숙해졌다. 그녀는 방을 나서며 문을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이랑 씨, 밥 먹고 나서 회사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기 비서님이 절 찾으시네요.”신이랑이 그녀에게 삼계탕을 떠주며 말했다.“아침에 내가 말해뒀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먹어요. 그러고 나서 나랑 같이 회사 가요. 아직 시간 많아요.”“그래요.”식사를 마친 뒤, 소민아는 방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다. 이번에도 신이랑의 차를 타고 회사에 출근했다.회사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자 그녀는 두말없이 기성은의 사무실로 향했다. 문밖에 다다른 뒤 잠시 고민하고는 똑똑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지금 비서팀에는 직원이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 대표님이 결혼식 기념으로 직원들에게 휴가를 준 것이다.소민아가 들어간 뒤에야 기성은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한동안 그녀를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내 전화 왜 안 받았어요?”“배터리가 없었어요. 밤에 이랑 씨가 충전해줘서 그나마 빨리 확인할 수 있었어요.”그 말에 기성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머리를 떨구고 서류에 시선을 돌렸다.“같이 있었어요?”소민아가 대답했다.“그건 제 사생활이에요. 기 비서님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잖아요? 기 비서님, 무슨 일로 절 부르신 거예요?”“대표님은 아직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해 중환자실에 계세요. 내가 병원에 가봐야 하는데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거기에 갈 수 있는 사람은 민아 씨밖에 없어요.”“하지만 전 송 부대표님의 비서예요.”기성은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번뜩였다.“이제부턴 아니에요. 송 부대표님한테는 내가 얘기할게요. 이번 결혼식에서 있었던 일은 민아 씨가 똑바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거예요. 대표님은 의식을 되찾으면 분명 민아 씨한테 그 죄를 물을 거예요. 그래서 내가... 조금이나마 속죄할 기회를 주는 거예요.”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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