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151 - 챕터 1160

1173 챕터

제1151화

소민아는 핸드폰을 들고 방에서 나갔다. 본래 낯설었던 곳이 어느새 점점 더 제집 같이 익숙해졌다. 그녀는 방을 나서며 문을 닫는 것도 잊지 않았다.“이랑 씨, 밥 먹고 나서 회사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기 비서님이 절 찾으시네요.”신이랑이 그녀에게 삼계탕을 떠주며 말했다.“아침에 내가 말해뒀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먹어요. 그러고 나서 나랑 같이 회사 가요. 아직 시간 많아요.”“그래요.”식사를 마친 뒤, 소민아는 방에 돌아가 옷을 갈아입었다. 이번에도 신이랑의 차를 타고 회사에 출근했다.회사 지하주차장에 도착하자 그녀는 두말없이 기성은의 사무실로 향했다. 문밖에 다다른 뒤 잠시 고민하고는 똑똑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지금 비서팀에는 직원이 몇 명 남아 있지 않았다. 대표님이 결혼식 기념으로 직원들에게 휴가를 준 것이다.소민아가 들어간 뒤에야 기성은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한동안 그녀를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내 전화 왜 안 받았어요?”“배터리가 없었어요. 밤에 이랑 씨가 충전해줘서 그나마 빨리 확인할 수 있었어요.”그 말에 기성은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려왔다. 하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은 척 머리를 떨구고 서류에 시선을 돌렸다.“같이 있었어요?”소민아가 대답했다.“그건 제 사생활이에요. 기 비서님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잖아요? 기 비서님, 무슨 일로 절 부르신 거예요?”“대표님은 아직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해 중환자실에 계세요. 내가 병원에 가봐야 하는데 회사 일이 너무 바빠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거기에 갈 수 있는 사람은 민아 씨밖에 없어요.”“하지만 전 송 부대표님의 비서예요.”기성은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번뜩였다.“이제부턴 아니에요. 송 부대표님한테는 내가 얘기할게요. 이번 결혼식에서 있었던 일은 민아 씨가 똑바로 처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거예요. 대표님은 의식을 되찾으면 분명 민아 씨한테 그 죄를 물을 거예요. 그래서 내가... 조금이나마 속죄할 기회를 주는 거예요.”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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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화

기성은은 펜을 돌리던 손을 멈추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10분 줄 테니까 서류 가져와요. 내가 사인할게요.”“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소민아는 몸을 홱 돌려 사무실에서 나갔다. 그녀는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서류를 기성은의 눈앞에 내밀었다.기성은이 빠르게 사인했다.“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알아서 인수인계해요. 인사팀 쪽엔 내가 말해둘게요. 내일부턴 아래층에 출근하면 돼요.”소민아는 그를 더 화나게 만들려는 듯 쏘아붙였다.“내일까지 기다릴 필요 없어요. 지금 당장 갈게요.”기성은은 그녀에게 더는 눈길을 주지 않고 서류 페이지를 넘겼다.“나가요. 갈 때 문 닫는 거 잊지 말고요.”소민아는 나가며 일부러 문을 닫지 않았다. 그때 마침 들어오고 있던 소피아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녀의 도발적인 눈빛은 마치 드디어 속 시원히 꺼지는구나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런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고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소민아가 아니었다. 그녀는 바로 눈을 까뒤집고는 소피아의 어깨에 몸을 부딪쳤다. 그 바람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한 소피아는 분노가 잔뜩 실린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소민아는 종이 박스를 들고 와 자신의 물건을 모두 안에 집어넣었다.사무실에서 나선 순간, 무슨 이유에서인지 눈물이 흘러나와 손등으로 슥 닦았다. 그녀는 등 뒤에서 기성은이 그런 자신의 모습을 모두 눈에 담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소피아가 품 한 가득 서류를 안고 들어왔다.“기 비서님, 오늘 사인해야 할 서류입니다.”기성은은 그 한 무더기 서류 속에서 한참 동안 무언가 찾다가 말했다.“중동 석유 그룹과 개발했던 프로젝트에 관한 건 어디에 있어요?”소피아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송 부대표님의 부하직원이 가져갔어요. 부대표님이 직접 전화하셔서 저도 막을 수가 없었어요. 회사에 대표님이 안 계시니 부대표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거 비서님도 아시잖아요.”기성은의 눈동자에 날카로움이 번뜩였다.“송시아 핑계 대지 말아요. 됐어요.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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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3화

얼마 후, 단톡방이 또다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빅뉴스예요. 오늘 인사팀 쪽 누군가가 흘린 소식인데요, 기 비서님이 사직서를 내셨대요. 다들 사표를 수리할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대요.][뭐라고요? 기 비서님이 사직한다고요? 흑흑흑... 내 남신님이 떠난다고요? 그럼 회사 밖 여자들이 또 들러붙을 거잖아요. 짜증 나요. 어떻게 하면 제 남자를 붙잡을 수 있을까요?][기 비서님이 언제부터 당신 남자가 된 거예요? 당신 남자는 남편이겠죠!][난 누구처럼 지조 없는 여자가 아니에요. 왜 관심도 없다가 이제 와 내 남자를 빼앗으려 하는 거죠?][가정이 있는 아줌마는 이만 입 닫으시죠. 정말 걱정이에요. 성세 그룹은 휘청거리고, 기 비서님은 사직서를 내시다니요! 세상에,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요.]...신이랑이 외근을 마치고 편집팀에 돌아왔다. 사무실에서 안절부절못하며 핸드폰만 붙잡고 있는 여자를 본 그가 다가가 걱정스레 물었다.“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예요?”소민아가 한 통 한 통 반복적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야속한 통화음만 들려올 뿐이었다.“누구한테 전화하는 건데요?”소민아가 핸드폰을 내려놓고 말했다.“기성은이 사직서를 냈대요. 알고 있었어요?”신이랑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금방 들었어요.”소민아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왜 그랬을까요? 그것도... 하필 제가 부서이동하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떠나버렸어요. 회사에 정말 큰일이 생긴 걸까요?”신이랑이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민아 씨, 우리 구르미 시리즈는 성세 그룹에서 단독으로 분리된 독립적인 회사예요. 성세 그룹의 상황이 어떻든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어요. 또한... 그건 회사 기밀이에요. 일반적으로 쉽게 외부에 흘리지 않아요.”“회사에 안 좋은 일이 있다 하더라도 기성은 본인만 알고 있겠죠.”“안 되겠어요. 저 꼭 똑똑히 알아야겠어요. 대체 왜 제가 부서 이동하자마자 기성은이 사직서를 냈는지 말이에요. 분명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예요.”소민아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신이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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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화

소민아의 마음속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실망감이 깃들었다.“내가 떠나고 나면 내 자리는 민아 씨 것이에요. 송시아가 뒤를 봐주고 있으니 회사에서 떵떵거리며 일할 수 있을 거예요. 아무도 민아 씨 건드리지 못해요.”소민아가 그가 보내온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왜 제가 그 자리에 앉는다는 거예요? 기성은 씨...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예요? 또 날 체스 위에 말처럼 쥐고 흔들려는 거죠?”기성은이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핸드폰과 연결된 차 스크린에 발신자 이름과 번호가 떴다.“...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나 해외에 나가서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앞으로 회사 일은 나랑 상관없어요. 내려요!”소민아는 스크린에 쓰여진 주가은이라는 이름을 보자 화가 치밀어올랐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짜증이 밀려와 당장 욕설을 퍼붓고 싶었다.대체 무슨 계획을 하고 있는지 그녀는 알고 싶었지만 알 길이 없었다.그녀가... 무슨 자격으로 꼬치꼬치 캐묻겠는가?소민아가 차에서 내리고 기성은이 멀리 몰고 갔을 때, 신이랑이 그녀 옆으로 다가왔다.“괜찮아요?”소민아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그 후 일주일 내내 소민아는 회사에서 그를 보지 못했다. 소피아가 그녀를 대신해 송시아의 비서직을 맡았다.소민아는 가끔 비서팀 사무실을 지나갈 때면 저도 모르게 가장 안쪽 아무도 없는 공허한 방을 쳐다보곤 했다.그는... 정말 돌아오지 않았다!소민아도 서서히 바빠지기 시작했다. 영화 제작사와 협업해 편집 일을 하고 있었다.회의실 안. 편집팀 직원들이 한창 회의를 하고 있었다.“를 쓴 작가한테 연락이 안 닿아요. 지금 촬영팀에서 이미 카메라 테스트까지 마친 상태란 말이에요. 이런 장르물은 세세한 부분까지 작가랑 상의해야 하는데 걱정이에요. 이 일은 원래 하수빈 씨가 맡았는데 지금 출산 휴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는 중이에요.”신이랑이 물었다.“언제부터 연락이 안 된 거예요?”“이제 2주가 다 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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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5화

“고마워요. 나 먼저 갈게요. 무슨 일 있으면 문자 할게요.”“몸조심해요.”소민아는 검은색 가죽 가방을 들고 무릎까지 오는 짙은 색 코트를 입고 사무실을 나섰다. 아래층에 도착해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순간, 비서팀 직원과 하하호호 웃으며 걸어오고 있는 소피아와 정면으로 마주쳤다.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소민아는 못 본 척 지나가려 했으나, 그녀 앞에서 거들먹거릴 기회를 그냥 지나쳐 보낼 소피아가 아니었다.소피아가 소민아의 길을 막아섰다.“아직도 회사에 다니는지는 몰랐네요. 짤린 줄 알았는데... 쯧쯧... 그래도 10층 편집장님 아래에서 비서 일을 하고 있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이네요!”소민아는 소피아가 몸에 걸치고 있는 옷, 신발, 그리고 시계까지 모두 성세 그룹에서 갓 발표한 몇천만 원짜리 신상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 비서팀 직원들의 월급은 고작 몇백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그녀의 힘으로 어떻게 이런 고가의 물건을 살 수 있겠는가.소민아가 고개를 떨구고 피식 웃고는 날카롭게 일침했다.“그런가요? 부비서장 자리에 앉자마자 몇천만 원짜리 액세서리도 서슴없이 사는 누구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서계향 씨... 스폰서라도 생긴 거예요?”“그 입 닫아요!”소민아가 입을 막고 쿡쿡 웃어댔다.“참, 깜빡했네요. 서계향은 예전 이름이었죠. 지금은 소피아고요. 내 정신 좀 봐. 아래층으로 부서를 바꾸니 잊어버렸네요.”“우리 귀한 사모님은 그만큼 마음도 넓으실 테니까 작은 일로 저와 싸우진 않으시겠죠? 그럼 전 이만 갈게요.”소피아의 본명은 서계향이었다. 촌스럽기 짝이 없는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옆에 있던 사람들은 몰래 웃음을 터뜨렸다.‘감히 내 앞에서 저렇게까지 기고만장하다니.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면 너부터 치워버릴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소민아!’소민아는 익숙한 길로 차를 몰고 한 오피스텔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그녀가 이 일을 맡은 건 그 작가 외에도...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소민아는 주소에 적힌 집 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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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6화

소민아는 이 추위에 얇은 티셔츠 한 장만 걸치고 있는 기성은을 보기만 해도 온몸이 덜덜 떨려왔다. 아파트 단지를 나가니 대형 마트가 보였다. 소민아는 자연스럽게 카트를 밀고 기성은의 옆에서 걸어갔다.“회사에 감시하는 사람이라도 심어놓은 거예요? 그리고... 우리 구르미 시리즈 직원은 본사에 실질적인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해요. 물론 돈을 조금 벌어다 주긴 하지만 회사 전체 수입의 백 분의 일도 안 되잖아요. 기성은 씨... 설마 아직도 저한테 마음이 있는 건 아니죠?”소민아는 그 말을 내뱉은 순간 바로 후회했다. 그녀가 조심스레 그의 표정을 살피려 시선을 돌려보니 그는 진지한 얼굴로 토마토를 고르고 있었다. 그녀의 말을 조금도 듣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니 분노가 치밀어올랐다.기성은이 토마토를 카트 안에 집어넣자 소민아가 곧바로 다시 빼냈다.“바보 아니에요? 이 토마토는 신선하지 않잖아요. 제가 골라줄게요. 얼마나 살 거예요?”기성은은 손에 묻은 흙은 툭툭 털고는 호주머니에서 검은색 지갑을 빼내 소민아에게 던져주고 몸을 돌렸다.“알아서 사요. 난 담배 피우고 올게요.”소민아는 책임감 없는 그의 태도를 보니 또다시 짜증이 몰려왔다.소민아는 한 번도 그의 지갑을 뒤져본 적이 없다. 열어보니 안엔 현금 외에 회사 월급 카드와 주민등록증이 들어있었다. 그녀는 지갑에서 주민등록증을 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 생년월일을 보니 그녀보다 10살이 더 많았다.이럴 수가!얼굴만 보면 절대 25, 6살을 넘을 것 같지 않은 그가 서른이 넘었다니.주민등록증 사진 속 기성은은 지금보다 약간 앳되어 보이긴 했지만 그 이목구비는 똑같이 사납게 자리 잡고 있었다.“공짜로 준 돈인데 놓치면 안 되지.”소민아는 채소를 조금 산 뒤 과일과 과자도 가득 담았다. 이것저것 담다 보니 두 개 카트를 가득 채울 양이었다.직원이 그녀를 도와 카트를 이동시키고 계산을 하려고 할 때, 기성은이 마침 나타났다. 입고 있던 잠옷은 멋있게 각 잡힌 정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소민아가 거액의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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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7화

소민아는 멀어져가는 그의 곧게 뻗은 건장한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기성은이 조금 변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게 다른지는 당장 생각나지 않았다. 얼마 후, 돌연 머릿속에 무언가 떠오른 그녀가 중얼거렸다.“오늘... 나한테 시끄럽다며 짜증 내지 않았어. 평소 같았으면 욕 된통 먹었을 텐데.”소민아는 기분이 좋아져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기성은이 없으니 그녀는 마음 놓고 그의 집을 둘러보았다. 기성은은 예전 그녀가 신었던 슬리퍼를 버리지 않고 잘 보관해 두고 있었다. 그 슬리퍼는 기성은이 그녀에게 처음으로 사준 물건이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자체 제작한 것이었는데 가격은 몇십만 원이 넘었다.소민아는 보통 집에서 몇천 원짜리 저가의 슬리퍼를 신곤 한다. 그녀는 바로 기성은이 준 그 슬리퍼로 갈아신었다.그가 나간 지 30분이 지났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그녀는 인덕션을 끄고 조심스레 구멍으로 내다보았다. 불청객 주가은이었다.주가은이 여기엔 왜 왔단 말인가?소민아는 현관에 있는 거울로 자신을 비춰보고는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그러고는 입고 있던 외투까지 벗어 던지고 야한 하얀색 민소매 끈을 드러낸 채 문을 열었다.“자기야, 이렇게나 빨리 돌아온 거야?”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주가은의 눈앞에 소민아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주가은의 얼굴엔 여전히 담담한 미소가 걸려있었다.“소민아 씨?”소민아는 팔짱을 끼고 나른하게 문에 기대어 섰다.“주가은 씨였네요! 여긴 무슨 일로 오신 거예요? 들어와서 앉아요! 마침 밥을 하고 있던 참이었어요. 성은 씨는 한 시간 뒤에 돌아올 거예요. 괜찮으면 같이 저녁 먹어요.”“아니에요. 오늘은 물건을 돌려주려고 온 거예요.”주가은이 들고 있던 쇼핑백을 가리켰다.“이건 기성은 씨가 저번에 제 차에 두고 내렸던 옷이에요. 이미 다 세탁했어요. 돌려줄게요.”소민아가 말했다.“우리 성은 씬 정말 너무 덤벙거려서 문제예요. 어떻게 옷을 두고 내릴 수가 있어요. 주가은 씨한테 신세를 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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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8화

송시아가 이토록 반쯤 미치광이 같은 모습으로 변할 줄은 기성은도 예상하지 못했다.“거추장스러운 것!”송시아는 전연우의 무명지에서 은색 반지를 빼내 바닥에 던져버렸다.“이건 대표님의 물건입니다. 송시아 씨, 대표님이 깨어나셔서 찾으면 어쩌려고 그래요?”송시아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장소월은 한번 또 한 번 전연우를 해쳤어요. 전연우 성격에 어떻게 장소월 그 나쁜 년을 가만 놔둘 수가 있겠어요. 그리고... 기 비서가 연우 씨 옆에서 일한 오랜 세월을 생각해 이곳에 오는 걸 허락할게요. 하지만... 기 비서를 제외한 다른 쓸데없는 사람은 절대 들어오게 하면 안 돼요.”“장소월은 연우 씨를 죽이려 했어요. 난 절대 쉽게 장소월을 놓아주지 않을 거예요. 곧 경찰에 신고해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들어야죠. 그리고 나와 전연우가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 똑똑히 보여줄 거예요. 평생 땅을 치며 후회하겠죠.”기성은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송 부대표님이 실망하실 텐데 이걸 어쩌죠. 실은 대표님께선... 처음부터 이런 일이 생길 거라는 걸 예상하고 계셨어요. 결혼식을 치르기 전 이미 법무팀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사모님을 다치게 하면 안 된다고 일러두셨거든요.”“뭐라고요?”송시아의 얼굴이 못마땅하게 일그러졌다. 그녀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기성은을 쳐다보았다.“연우 씨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고요?”“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연우 씨... 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 말해봐요! 대체 그 이유가 뭐냐고요!”송시아는 미쳐버렸다. 완전히 미쳐버렸다!기성은은 눈을 내리뜨리고 눈앞의 여자를 쳐다보았다.“대표님이 뭘 하시려는 지는 저와 송 부대표님 모두 잘 알고 있잖아요.”기성은은 병실에서 전해져 오는 우당탕탕 시끄러운 소리를 뒤로하고 자리를 떴다.기성은 역시 대표님이 왜 이러시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자신의 목숨으로 도박을 하다니...기성은이 집에 돌아왔을 땐 저녁 8시 반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는 안에서 비쳐나오는 밝은 조명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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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9화

기성은이 다급히 셔츠를 몸에 걸쳤다.“누가 마음대로 들어오라고 했어요! 나가요!”소민아는 순간 하려던 말까지 잊어버렸다.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문밖으로 나와 손으로 가슴을 짓누르며 크게 심호흡했다. 머릿속에 기성은의 몸에 덕지덕지 새겨진 흉터들이 떠올랐다.기성은은 대표님의 비서가 아니었던가?비서에게 어떻게 저렇게 많은 상처가 생길 수가 있지?또한 모두 칼에 찔린 자상이었다. 지금 이 시대에 누가 칼을 휘두르고 다닌단 말인가.대체... 그는 무슨 일을 겪었던 걸까.기성은은 욕실에서 거울로 자신을 비추어 보았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일어났던 모든 일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떠올랐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눈 깜빡할 사이에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어떤 일은 뇌 속에 박혀버린 것처럼 한번 또 한 번 반복적으로 재생되어 그로 하여금 끊임없이 떠올리게 만들었다.기성은이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고 욕실에서 나왔다. 아직 집에 남아있는 소민아를 향해 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언제까지 있을 생각이에요?”소민아가 주방에서 젓가락 두 쌍을 가져오며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식자재는 기성은 씨가 사긴 했지만 음식을 만든 건 저예요. 기성은 씨를 기다리느라 저도 한 입도 못 먹었어요. 아무리 그래도... 손님한테 밥은 먹이고 보내야 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기성은 씨를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회사 일 때문에 이곳에 온 거예요. 마침 같은 아파트에 제가 맡은 소설 작가님이 살고 계시거든요. 그분이 집에 돌아오시면 드라마 제작 세부 사항에 관해 상의해야 해요.”“가서 침대 옆에 있는 핸드폰 가져와요.”소민아는 말없이 그의 말대로 핸드폰을 가져다주었다. 그녀의 시선이 기성은의 헐렁한 옷소매 안으로 드러난 상처에 닿았다. 그녀는 깜짝 놀랐다. 왜 지금까지 한 번도 그의 손목에 이토록 깊은 흉터가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단 말인가.“...지금 이쪽으로 와.”그 한마디 말을 끝으로 기성은은 전화를 끊었다.“설영우 곧 올 거예요.”소민아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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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0화

“현실에 부합되지도 않는 쓸데없는 상상하지 말아요. 소민아 씨한테 어울리는 사람은 신이랑이에요. 가서 일이나 열심히 해요, 내 체면 떨어뜨리지 말고.”결과야 어찌 됐든 소민아는 기성은이 키워온 사람이다.소민아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정말 저한테 하고 싶은 말 없어요?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정말 없어요?”“저에 대한 이랑 씨 마음 저도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난...”“기성은 씨를 좋아한단 말이에요!”문밖에 서 있던 설영우가 호기심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들어왔다.“어머나, 형한테도 드디어 봄이 왔네요. 여자한테 고백을 다 받다니요!”소민아는 얼마나 어렵게 용기를 내어 그 말을 내뱉었는지 모른다. 한 달 내내 찾아다녔던 소설 작가가 지금 이 순간 기성은에게 형이라고 부르며 나타날 줄이야.“꺼져.”설영우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소민아 씨, 전 이만 갈게요. 형과 얘기 끝나면 문자 주세요. 바로 올라올게요.”소민아는 솔직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이다. 실은 그녀 또한 알지 못했다. 대체 왜 하필이면 성격도 나쁜 그 사람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었는지 말이다.얼굴이 조금 반반한 것 외엔 별다른 장점도 없다.“제가 방금 했던 말 들었어요?”기성은이 말했다.“소민아 씨 같은 귀찮은 사람이랑 사귀어서 나한테 좋은 게 뭔데요? 아까 내가 했던 말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모양이네요.”기성은이 와인 냉장고로 걸어가 와인을 한 병 꺼냈다. 그를 따라 소민아의 시선도 옮겨졌다.소민아가 그의 뒤를 쫓아가며 말했다.“하지만 좋아하는 사람한테 진심을 고백해야 맞는 거 아닌가요? 저도 제가 충동적이라는 거 알아요. 하지만 저에게도 눈이 있고 생각이라는 게 있어요. 나더러 신이랑에게 붙어있으라는 거 날 보호하기 위해 한 말이라는 게 느껴진다고요. 기성은 씨도 날 좋아하잖아요. 그런데 왜 자꾸 절 밀어내려고만 해요? 정말 이해가 안 돼요.”기성은이 말했다.“정말 황당한 생각이네요. 이용가치가 떨어진 물건을 더 남겨서 뭘 하겠어요?”기성은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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