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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화

기성은은 펜을 돌리던 손을 멈추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는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10분 줄 테니까 서류 가져와요. 내가 사인할게요.”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

소민아는 몸을 홱 돌려 사무실에서 나갔다. 그녀는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서류를 기성은의 눈앞에 내밀었다.

기성은이 빠르게 사인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알아서 인수인계해요. 인사팀 쪽엔 내가 말해둘게요. 내일부턴 아래층에 출근하면 돼요.”

소민아는 그를 더 화나게 만들려는 듯 쏘아붙였다.

“내일까지 기다릴 필요 없어요. 지금 당장 갈게요.”

기성은은 그녀에게 더는 눈길을 주지 않고 서류 페이지를 넘겼다.

“나가요. 갈 때 문 닫는 거 잊지 말고요.”

소민아는 나가며 일부러 문을 닫지 않았다. 그때 마침 들어오고 있던 소피아와 정면으로 마주쳤다. 그녀의 도발적인 눈빛은 마치 드디어 속 시원히 꺼지는구나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고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소민아가 아니었다. 그녀는 바로 눈을 까뒤집고는 소피아의 어깨에 몸을 부딪쳤다. 그 바람에 하마터면 넘어질 뻔한 소피아는 분노가 잔뜩 실린 눈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소민아는 종이 박스를 들고 와 자신의 물건을 모두 안에 집어넣었다.

사무실에서 나선 순간, 무슨 이유에서인지 눈물이 흘러나와 손등으로 슥 닦았다. 그녀는 등 뒤에서 기성은이 그런 자신의 모습을 모두 눈에 담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소피아가 품 한 가득 서류를 안고 들어왔다.

“기 비서님, 오늘 사인해야 할 서류입니다.”

기성은은 그 한 무더기 서류 속에서 한참 동안 무언가 찾다가 말했다.

“중동 석유 그룹과 개발했던 프로젝트에 관한 건 어디에 있어요?”

소피아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송 부대표님의 부하직원이 가져갔어요. 부대표님이 직접 전화하셔서 저도 막을 수가 없었어요. 회사에 대표님이 안 계시니 부대표님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거 비서님도 아시잖아요.”

기성은의 눈동자에 날카로움이 번뜩였다.

“송시아 핑계 대지 말아요. 됐어요. 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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