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71 - 챕터 1080

1151 챕터

제1071화

옆에 있던 여우람이 말했다.“이랑 씨, 우리가 기다리는 사람 곧 도착한대요. 어서 들어가요.”신이랑은 그녀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계속 소민아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말했다.“점심에 같이 밥 먹어요.”소민아는 신이 나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좋아요.”“내가 데리러 갈게요.”“네.”소민아는 사무실에 돌아간 뒤 계약서를 서랍에 집어넣고 빈둥거리는 생활을 이어갔다.백혜진이 옆에서 부러움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난 민아 씨가 너무 부러워요! 아무 일도 하지 않고도 월급은 꼬박꼬박 받잖아요. 매일매일 서류에 파묻혀 있는 우릴 봐요...”소민아는 땅콩 한 알을 입안에 집어넣었다.“전 송 부대표님의 비서니까요. 그분이 회사에 안 계시면 저도 일할 방법이 없거든요. 기 비서님의 눈앞에서 일하고 있으니 혜진 씨를 돕기도 쉽지 않아요.”백혜진이 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소민아는 이어폰을 켜고 드라마를 시청했다.그렇게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그녀가 자고 있을 때, 기성은은 그녀 옆을 몇 번이나 지나쳤는지 모른다.신이랑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어머, 저번 로비에서 봤던 그분 아니에요? 여긴 무슨 일로 왔을까요?”“저분 요즘 인기 엄청 많아요. 베스트셀러 작가인 데다가 연예인 뺨치는 훌륭한 외모도 갖고 있잖아요!”기성은은 웅성거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고 쳐다보았다가 1초 뒤 바로 다시 서류에 시선을 떨구었다.신이랑은 사무실을 한 바퀴 둘러본 끝에 소민아를 발견하고는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입에 간식을 물고 있는 것을 보고는 부드럽게 손을 뻗어 음식을 빼냈다.소민아는 아직 그의 손길을 느끼지 못하고 눈을 감은 채 입술을 한 번 핥고는 계속 잠이 들었다...그 모습을 본 신이랑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민아 씨.”“네?”그녀가 꿈을 꾸는지 잠든 상태로 대답했다.결국 백혜진이 그녀의 등을 두드려 깨웠다...회사 구내식당에 가는 길에서도 소민아는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였다.신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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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2화

성세 그룹 사내 단톡방.몇 마디 문자와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소민아 씨 보기엔 얌전한 것 같은데 뒤로는 정말 꼬리 아홉 개 달린 구미호가 따로 없네요. 기 비서님과 사귄다고 하지 않았어요? 오늘은 사람들 앞에서 떡하니 다른 남자의 손을 잡고 다니네요.]몇 초 뒤 다른 직원들이 아래에 말을 올렸다.[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민아 씨는 성세 그룹 안주인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두고 있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관심 두지 말아요.][그러니까요! 나도 상관하지 않을래요. 민아 씨 심기를 건드렸다가 대표님이 바로 해고해버리면 어떻게 해요. 전 그냥... 멀리 떨어져 있을래요.][우리한테 빽이 없는 걸 누굴 탓하겠어요. 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치는 데도 종일 놀고먹는 민아 씨보다 월급도 낮잖아요. 정말 억울해 미치겠어요.]소민아는 뒤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의논하고 있을 줄은 모르고 있었다. 단톡방 대화 내용은 캡처되어 빠르게 각 부서 단톡방에 뿌려졌다.그렇게 그 사진은 회사 전체에 일파만파 퍼져나갔다...소민아는 여전히 이 일에 대해 금시초문이었다.소민아는 그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진찰을 마친 뒤 흉부 CT를 찍어보니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약을 받으러 가려고 의사 사무실에서 나왔을 때, 소민아의 맞은 편으로 헐렁한 원피스를 입고 모자를 꾹 눌러쓴 누군가가 다가왔다. 옆으로 스쳐 지나가며 반쯤 가려진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소민아는 소스라치게 놀랐다.“세상에. 어떻게 사람 얼굴이 저렇게 타버릴 수가 있지!”신이랑이 걸어왔다.“뭘 봤길래 그래요?”소민아는 차마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못해 그녀 쪽으로 눈동자를 돌렸다.“방금 지나간 사람 얼굴이 완전히 타버렸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 언젠가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뭔가 낯익어요.”소민아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고급 브랜드 옷차림에 선글라스를 건 40대 여자가 뒤에 경호원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소민아는 순간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인하 그룹 대표 인정아?저 사람이 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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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3화

“인시윤 씨가 예전에 절 찾아왔었어요.”“무슨 뜻이에요?”신이랑은 그녀에게 전혀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얘기했다.“4년 전 인시윤이 이랑 씨한테 찾아와 소월 언니를 찾아달라고 했다고요? 왜요?”“4년 전이면 이랑 씨도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잖아요. 왜 이랑 씨를 찾아간 거예요? 이랑 씨... 대체 누구예요?”신이랑은 덤덤한 얼굴로 머지않은 곳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그냥 보통 사람일 뿐이에요. 이 일은... 비밀로 해줘요.”“걱정 말아요. 이랑 씨, 절대 말 안 할게요.”“집에 가요. 아직 할 일이 남았어요.”“그래요.”“이랑 씨, 오늘 몇 화 올릴 거예요?”“얼마나 보고 싶어요?”“저야 빨리 결말을 보고 싶죠. 300만 자나 썼는데 아직 완결이 안 났어요?”“글자 수가 많다고 해서 꼭 끝나야 하는 건 아니죠. 나한텐 아직 시작일 뿐이에요.”“인시윤이 아직 살아있다는 거 소월 언니는 아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저런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으니 소월 언니한테 좋은 일은 아니에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여자의 질투라는 말이 있잖아요. 이성을 잃고 소월 언니한테 해코지할까 봐 걱정되네요.”“걱정하지 말아요. 민아 씨가 소월 씨에게 아무 일도 없기를 원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될 거예요.”“그러길 바라야죠.”...남원 별장 화원.장소월은 돌연 마음이 어지러워져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는 바람에 장미꽃을 다듬던 날카로운 가위로 네 번째 손가락을 찔러버렸다. 피부에서 새빨간 피가 흘러나와 바닥에 뚝뚝 떨어졌다.도우미가 소리쳤다.“사모님, 손이!”“제가 지금 바로 의약 상자 가져올게요.”장소월이 덤덤히 말했다.“조금 베었을 뿐이에요. 호들갑 떨 필요 없어요.”그때 마침 일을 마치고 온 전연우가 다친 그녀의 손을 보고는 어두워진 얼굴로 소리쳤다.“대체 당신들 뭐 하는 인간들이야! 똑바로 지켜보라고 했더니!”장소월은 물로 흐르는 피를 씻겨냈다.“내가 조심하지 않아서 다친 거야. 도우미들한테 화낼 것 없어.”“이렇게 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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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4화

그녀는 파, 마늘, 식초, 그리고 매운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전연우는 이 모든 것들을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도우미가 실수로 만둣국에 파를 넣었다.“정말 죄송합니다, 사모님. 제가 정신이 나갔나 봐요. 파를 안 드신다는 걸 깜빡했어요. 지금 바로 다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장소월은 차려놓은 만둣국에 초록색 파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고는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걸러내면 돼요.”전연우가 말했다.“다음엔 조심해요.”“대표님, 다음번엔 꼭 조심하겠습니다.”도우미는 거실에서 나가 그들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전연우가 장소월의 그릇 안에 있는 파를 집어 자신의 그릇에 넣었다.장소월이 물었다.“네가 직접 빚은 거야?”“응.”장소월은 이루 말 못 할 감정이 피어올랐다. 전생에서 그와 결혼해 함께 살았던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는 전연우를 위해 빨래, 요리, 집 청소 모든 것들을 새롭게 익혔었다. 이번 생엔 도리어 전연우가 그녀를 위해 만두 빚는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언제 배웠어?”“마음만 먹으면 뭔가를 새로 익히는 건 어렵지 않아.”장소월은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오 아주머니의 손맛이 느껴졌다. 순간 그녀가 떠올라 코끝이 시큰거렸다. 그녀는 애써 감정을 짓눌러 눈에 고였던 눈물을 거두어들였다.“맛은 괜찮네. 앞으로... 날 위해 이런 거 해줄 필요 없어. 난 너한테 고마워하지 않아.”전연우는 만둣국에 손도 대지 않고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네가 처음이야. 윤서와 보육원에서 자랄 때 내가 줄곧 윤서를 챙겨줬었어. 의부님한테 입양된 이후엔 단 한 번도 음식이라는 거 만들어본 적 없어.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제 많은 일들을 잊어버렸어. 소월아,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그래서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 걸까?그녀가 자신한테 특별한 존재라는 거?수많은 여자들이 그에게 구애했으나, 결국 전연우가 선택한 건 원수의 딸이었다. 그렇다면... 그녀는 기뻐해야 하는 걸까? 넓은 아량을 베풀어 죽이지 않았을뿐더러 사랑까지 해주면서 최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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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5화

“너 오늘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 일단 이거 먹어. 입에 안 맞으면 도우미한테 새로 만들어달라고 할게.”장소월이 차갑게 내뱉었다.“너 혼자 먹어.”인씨 가문은 왜 아직도 전연우와 연락을 이어가고 있는 걸까. 인정아는 전연우를 극도로 증오해야 마땅한데 말이다.다시 고민해보니 어쩌면 그에게 또 어떤 국회의원 딸을 소개해주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얼마 전, 전연우가 파티에 참석한 다음 날부터 서울시 시장이 자신의 딸을 그에게 소개해주었다는 소문이 전해졌다.그날 밤 두 사람은 함께 저녁 식사를 즐겼다...그런 강력한 권력에 전연우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장소월은 결코 믿지 않았다.전연우가 파티에서 돌아온 이후 장소월은 각종 방법을 동원해 그가 자신의 몸을 만지지 못하게 했다. 생각만 해도 역겹기 그지없었다.장소월은 벽에 걸린 엄마의 초상화를 보고 있으니 마음속 모든 부정적인 감정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창가에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아래층 주방에서 전연우는 만둣국 두 그릇을 모두 혼자 비웠다.전연우는 어떤 물건은 완전히 소유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예전의 전연우는 살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었다. 지금 그녀에겐...그는 자신이 원하는 건 단지 그녀의 몸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까지 포함된 그녀의 모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전연우는 인내심이 두둑한 사냥꾼과도 같았다.전연우는 직접 국수 요리를 만들어 작업실에 올려갔다.그가 장소월이 손에 쥐고 있는 붓을 빼앗아 내려놓고는 딸을 달래듯 젓가락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너무 화내면 몸이 상해. 일단 빨리 밥 먹어. 서재에 갔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내 눈에 국 한 방울이라도 보이게 하지 마.”듣기엔 협박 같은 말이었지만, 그녀는 전혀 위협적이라고 느끼지 않았다.먹음직한 냄새가 코로 흘러들어왔다. 국수 위에 계란 후라이가 얹어져 있었는데 거기에 간장까지 뿌려져 있어 향긋한 냄새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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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6화

다음날, 아침.장소월은 최근 며칠간 가슴 통증이 더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가 얼굴을 찌푸리고 가슴에 손을 얹었다.전연우가 물었다.“몸이 불편해? 서철용 부를까?”장소월은 창밖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요즘 자꾸 누군가 날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아. 하지만 매번 아주머니가 내려가 봤을 땐 아무도 없었어.”전연우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을 어루만져주었다.“그런 생각하지 마. 경호원들이 있으니까 별장을 나가지만 않으면 안전해. 설사 위험해진다고 해도 내가 곧바로 달려올 거야.”“저번에 분명 검은 그림자가 정원에서 나왔다가 사라지는 거 봤단 말이야. 진짜 이상해.”“괜찮아. 내가 옆에 있는 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전연우는 확실히 그녀를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장소월의 안전을 위해 서울시 전체 치한에 힘을 쏟고 있으니 말이다.“내려와. 국수 만들어줄게.”장소월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손을 뿌리쳤다.“안 먹어. 요즘 며칠 동안 계속 그 국수 먹었잖아. 오늘은 다른 거 먹을래.”“그래.”전연우는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자마자 창밖 어딘가를 보고는 몸 전체에서 차가운 한기를 뿜어내며 말했다.“너 먼저 가. 나도 곧 갈게.”장소월이 나가자 전연우는 바깥을 내다보며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기다리다가 끊으려고 한 순간 통화가 연결되었다.상대방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전연우가 서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아직도 장난 안 끝났어? 마지막이야. 내가 직접 움직이게 만들지 마.”얼마 후, 전연우가 그 한 마디를 남기고 떠나자 어둠 속에서 검은 모자를 눌러쓴 그림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형체를 알아볼 수조차 없을 정도로 화상을 입은 얼굴 위, 혼탁한 눈동자가 괴로움으로 충만된 채 그가 사라진 자리를 쳐다보고 있었다.며칠 동안 인시윤은 그녀의 남편이 다른 여자와 다정히 함께 살고 있는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전연우는 어디에 가든 그녀를 데려갔고, 또 직접 음식을 만들어주기도 했다.하지만 그의 아내였을 때... 또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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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아무도 없었어. 네가 잘못 본 거야.”그때, 검은색 정장을 입은 경호원이 걸어왔다.“사모님! 조금 전 보셨다는 사람 아마 저일 겁니다.”장소월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당신이라고요?”경호원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쪽에서 경호를 서다가 갑자기 문밖에 일이 생겨 다녀왔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본의 아니게 사모님을 놀라게 했습니다.”전연우가 손을 휘젓자 경호원이 자리를 떴다.“이제 됐지? 요즘 내가 별장에 경호원들을 많이 배치해서 네가 그런 착각을 했을 거야.”“이제 밥 먹자, 응?”장소월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고개를 돌려 다시 살펴보았다. 정말 그녀가 잘못 본 걸까?장소월이 현관까지 걸어갔을 때 별이가 돌연 손에 비행기 장난감을 들고 뒤뚱거리며 불안하게 뛰어왔다. “엄마...”장소월이 아이를 안으려고 할 때 은경애가 먼저 껴안았다.“아가씨, 제가 할게요.”장소월은 자신의 손을 힐끗 보고는 다시 거두어들였다.“그래요.”전연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다시 식탁으로 갔다.그녀의 손에 관해선 두 사람 모두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모두 예전에 생겼던 상처다.지금 장소월은 무거운 물건을 들지 못한다. 시간이 조금만 길어지면 손에 힘이 빠지고 부들부들 떨린다.은경애는 그녀가 아이를 안고 있는 걸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돌연 손에 힘이 풀렸고, 그 바람에 하마터면 아이를 바닥에 떨어뜨릴 뻔했었다. 두 사람 모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은경애가 빠르게 아이를 받아 안지 않았다면 어쩌면 별이는 지금 병원에 누워있었을지도 모른다.장소월은 의자에 앉아있을 때만 겨우 별이를 안아줄 수 있었다.장소월의 몸에 남은 상처는 천천히 옅어지고 있었다. 전연우가 저녁마다 그녀가 잠든 사이에 상처에 연고를 발라준 덕분이었다.장소월은 아직 자신의 상처가 옅어지기 시작했다는 걸 알지 못했다.밥을 먹고 있을 때 도우미가 초대장 하나를 들고 다가왔다.“대표님, 저번 탁자 위에 있던 것입니다. 중요한 물건 같아서 서랍 안에 넣어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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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8화

“날 걱정하는 거야?”전연우가 장소월의 손을 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손을 빼냈다. 전연우는 그녀의 눈빛만 봐도 답을 알 수 있었다.그럼에도 전연우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그가 원하는 건 장소월이 자신의 곁에 머물러 있는 것이니 말이다.“그런 장소는 너와 어울리지 않아. 밖에 나가 놀고 싶으면 다른 사모님들과 피부과 다니거나 카드나 쳐.”“여자들이 그런 걸 좋아한다는 건 언제부터 알게 된 거야?”장소월은 가끔씩 기분이 좋을 때면 사모님들과 만나 카드나 화투를 치거나 피부과에서 관리를 받았었다.전연우는 그녀가 오해할까 봐 다급히 설명했다.“매번 경호원들이 네 일정을 나한테 보고하잖아. 네가 나가서 뭘 하는지 난 빠짐없이 다 알고 있어.”전연우는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하자 화를 낼 겨를을 주지 않고 바로 화제를 돌렸다.“소민아 씨 일은 이미 내가 해결했어...”전연우가 장소월의 손을 덥석 잡아 그녀를 무릎에 앉히고는 두 팔로 허리를 감쌌다.“어떻게 나한테 감사 인사를 할 거야?”장소월은 그의 어깨를 애써 밀어냈으나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건 네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어.”도우미는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은경애도 별이를 안아 들고 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전연우는 손가락을 장소월의 검고 반짝이는 머리카락 안으로 집어넣었다. 많이 자라긴 했지만 아직은 좀 짧았다. 예전만큼 자라려면 아직도 몇 년은 더 걸려야 할 것이다.전연우가 그녀의 머리를 자신과 가까이 가져가자 장소월은 그가 뭘 하려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결코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지 않았다.“착하지. 키스하자.”야릇한 분위기가 점점 더 농후해졌다. 지금 도망치기엔 이미 늦어버렸다.오늘 키스는 그야말로 짙고 길었다. 장소월은 온몸에 힘이 빠져버린 채 그에게 안겨 있었다.전연우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내가 없을 땐 밖에 나가지 마. 집은 경호원들이 있어서 안전하잖아. 내가 보고 싶으면 전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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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9화

“전 대표님, 혹시 저와 손잡고 일하지 않으실래요?”전연우가 다리를 꼬고 앉아 손을 무릎 위에 올렸다.“말해봐요.”데니안이 손을 휘젓자 어둠 속에서 경호원 몇 명이 나와 10개 돈 가방을 탁자 위에 놓아두었다. 열어보니 달러로 가득 차 있었다.“이건 첫인사로 대표님에게 드리는 겁니다.”“저와 마음을 합쳐 일한다면 아마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겁니다. 제가 알기로 전 대표님은 국내외에서 제일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분입니다. 서울, 아니 화국 전체에서 대표님의 말 한마디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하더군요.”전연우가 말했다.“과찬이에요.”“대표님에게 넓은 인맥이 있다면, 저에겐 최고 품질의 물건이 있습니다... 저 강지훈 씨와도 오랫동안 일해왔어요. 제 최고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죠.”“오늘 이렇게 전 대표님까지 만나 뵐 수 있어서 영광입니다.”인정아가 말을 보탰다.“위험할까 봐 망설인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네. 데니안 씨한테 안전하게 자금을 옮길 수 방법이 있네. 며칠만 지나면 이 돈이 모두 한화로 환산되어 자네 계좌에 들어갈 걸세. 함께 일하겠다고 결정만 하면 이 돈은 아무것도 아니네. 하루에 몇십억 달러도 거뜬히 벌 수 있을 걸세.”“아마 성세 그룹이 가져다주는 수익보다도 훨씬 더 크겠지.”“잠시 손을 놓았을 뿐이지, 이런 일은 자네한테 별로 어렵지도 않지 않은가.”전연우는 고개를 숙이고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한참을 고민했다. 이후 천천히 얇은 입술을 움직였다.“내 인맥은 확실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어요.”“하지만 사모님께서 잘못 생각하셨어요. 오늘 일은 못 들은 걸로 할게요.”전연우가 일어서자 인정아는 그의 반응을 예상한 듯 바로 그를 잡았다.“이렇게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게. 이대로 가면 그 후과를 감당하지 못할지도 모르네.”전연우는 성큼성큼 걸어가 룸을 나섰다.“Fuck.”룸 안에서 남자의 유창한 영어 욕설이 흘러나왔다. 그는 상 위에 있는 돈 가방들을 모조리 바닥에 뒤엎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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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0화

전연우가 차 뒷좌석에 올라탔다.“남원 별장 상황은 어때?”기성은이 대답했다.“모두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가씨께선 줄곧 별장에 계십니다. 별장을 나서지만 않으면 아무 문제도 일어나지 않습니다.”전연우가 눈을 감고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마음속에서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좀처럼 떨쳐낼 수가 없었다.“일단 집으로 가.”그녀가 혼자 집에 있으면 전연우는 늘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는 장소월을 최대한 혼자 밖에 내보내지 않는다. 경호원들이 그녀를 보호한다고 해도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감이 엄습했기 때문이었다.장소월은 화실에서 신이랑 소설 주인공 외모에 대해 핸드폰으로 소민아와 상의하고 있었다.전연우가 나간 지 한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녀가 핸드폰을 내려놓는 순간 조명이 돌연 꺼져버렸다.뒷이어 모든 조명이 꺼지고 남원 별장은 암흑 속에 갇혀버렸다. 도우미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장소월이었다.“큰일 났어요. 빨리 사모님한테 가봐야 해요.”“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 대표님께서 사모님에게 만들어주신 화원에 불이 났어요.”모든 사람들이 불을 끄러 달려나갔다. 그 틈을 타 검은색 그림자가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사납게 번지는 불길을 장소월도 발견했다. 그녀가 그 불빛을 빌려 벽을 더듬으며 문밖으로 나갔을 때 계단을 오르고 있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어렴풋한 윤곽이 그녀 눈앞에 나타났다.“당신 누구예요. 뭘 하려는 거예요?”장소월은 점점 더 다급해지는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위험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예감이 온몸에 감돌았다.그녀는 바로 몸을 돌려 문을 닫았다.이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문에 부딪혔다. 상대는 분명 그녀에게 돌진한 것이 틀림없다.문밖에서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 죽여버릴 거야!”장소월은 등에 소름이 돋아올랐다. 어딘가에서 들어본 목소리 같았다.또 그 순간 머리 위 조명이 켜지고 복도에서 울리던 소리도 사라졌다.이 문은 전연우가 특별히 그녀에게 만들어준 방범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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