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1051 - Chapter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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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1화

도우미가 급히 앞으로 달려갔다.“아가씨, 왜 내려오셨어요. 얼른 침대에 누워서 쉬세요. 아버님께서 이미 차를 보내셨어요.”“아가씨가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걸 알고 어르신이 얼마나 걱정하셨다고요.”“아가씨께선 서울시 시장님의 귀한 따님이세요. 기 선생님은 한낱 비서에 불과하고요. 어르신의 요구에 부합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아가씨께서 그런 사람과 왕래한다는 걸 알면 노여워하실 거예요.”“둘째 아가씨 일도 아직 끝나지 않았잖아요!”“어르신께선 원래 아가씨와 전 대표님의 식사 자리를 마련해주려 하셨습니다. 하지만 듣기론 그 전 대표가 이미 결혼했다며 어르신을 거절했다고 합니다. 오늘 누군가 조사해봤는데 전 대표에겐 아이까지 있다고 하더라고요.”“하지만 어르신께선 아마 아가씨만 원한다면 성세 그룹과의 혼인을 성사시켜 아가씨를 성세 그룹 안주인으로 만들어드릴 겁니다.”주가은은 통증이 전해져오는 가슴에 손을 올리고 창백한 얼굴로 기침했다.“내 이 병든 몸으론 그 안주인 자리 감당 못 해요. 이번 생엔... 나만의 온정한 삶도 살지 못할 거예요.”도우미가 곧바로 다급히 반박했다.“아가씨 걱정 마세요. 어르신께선 분명 심장을 구해오실 거예요. 병만 나으면 성세 그룹 대표는 물론이고 이 세상 모든 남자들을 아가씨 마음대로 다룰 수 있을 겁니다.”주가은이 말했다.“그랬으면 좋겠네요.”한창 잠을 자고 있던 소민아의 귀에 돌연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초인종이 연속 세 번이나 울리자 그녀는 베개를 안고 씩씩거리며 걸어갔다.“누구예요! 미쳤어요! 지금이 몇 시인지 몰라요?”거실에 나간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분명 문을 잠갔는데...“으악!”소파에 남자 한 명이 앉아있었던 것이다.“기... 기성은?”그녀가 의아한 표정으로 걸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우리 집 열쇠도 없으면서 어떻게 들어온 거예요?”기성은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다가오고 나서야 다시 핸드폰을 정장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집이 원래 이래요? 평소에 청소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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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기성은은 더는 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는 자신과 머리 하나는 차이나는 아담한 키의 소민아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알아서 생각해봐요.”소민아는 멍하니 문 앞까지 나가는 기성은을 쳐다보고 있었다.돌연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분이 좋아지고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기성은이 나가기 전, 소민아는 뒤에서 그의 등을 와락 끌어안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울하게 가라앉았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저랑 화해하러 올 줄 알았어요. 성은 씨... 사실 나 성은 씨도 날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제 헤어지자고 했던 말 취소할게요! 성은 씨가 모든 재산을 다 나한테 줬으니까 성은 씨는 이제 제 남자친구예요!”소민아는 참 다루기 쉬운 사람이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조금 달래면 금방 풀리곤 한다.더욱이 오늘은 기성은이 직접 집에 찾아오기까지 했으니 그 효과는 더할 나위 없었다.기성은은 별다른 감정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럼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후회 안 하는 거예요?”무언가 의미하는 바가 있는 뼈 있는 말이었다.하지만 소민아는 그 뜻을 알아채지 못한 듯 의문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는 그를 쳐다보았다. 머리 위에 털 한 오리를 붙이고 있는 그녀는 어딘가 약간 어리숙해 보이기도 했다.“제가 왜 후회하겠어요? 언젠간 후회한다고 해도 그때 가서 볼 일이에요. 성은 씨가 나한테 이렇게나 많은 돈을 줬잖아요. 서울에서 별장 하나는 거뜬히 살 수 있지 않아요?”기성은이 눈을 내리뜨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네.”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소민아의 머리 위에 달려있는 털을 잡아냈다.소민아가 흐뭇하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그럼 됐어요. 제 목숨을 요구하거나 장기를 빼내겠다고만 하지 않으면 뭘 하든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앞으로 나 상처 주면 안 돼요. 또 그랬다간 이 돈 다 써버릴지도 몰라요!”그 순간 소민아는 너무 신나 수소 풍선처럼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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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3화

소민아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기본적인 부끄러움이 없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그녀는 그를 빤히 쳐다보다가 무언가 깨달은 듯 물었다.“기성은 씨, 내 눈 똑바로 보고 말해요. 정말 나 좋아하는 거 맞아요? 진심으로 나랑 사귀려는 거예요, 아니면 그냥 갖고 놀고 싶은 거예요?”기성은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소민아는 이미 그의 눈동자에서 답을 찾은 것 같았다.일분일초 그녀의 마음은 커다란 기복을 보였다.소민아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어 한숨을 푹 내쉬고는 침대 끝에 놓인 잠옷을 깔고 앉았다.“기 비서님이 저 같은 사람을 좋아할 리가 없다는 거 알고 있었어요. 사귀자고 했을 때부터 다른 목적이 있었던 거 맞죠?”“그냥 나한테 솔직히 말해요. 대체 무슨 목적이길래 자신의 감정을 이용하고 이렇게 많은 돈까지 쓰면서 여기에서 연기하는 거예요? 제가 철이 좀 없긴 해도 바보는 아니에요. 상대가 날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눈을 보면 다 알 수 있어요. 난 기 비서님 좋아하고 있다는 거 인정해요. 진심으로 기 비서님과 사귀어보고 싶고요. 전 종래로 제 감정을 이용해 장난을 치지는 않아요.”소민아는 발갛게 실핏줄이 선 눈으로 묵묵부답인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 쥐 잡듯 잡으며 사납게 구는 것보다 지금 이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더 비참했다.그녀를 이용해 뭘 하려는지 왜 지어내서라도 말하지 않는단 말인가.짧게라도 좋아한다고 하면 될 텐데...그는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아마도... 어제 만났던 주가은 씨야말로 그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겠지.“가세요. 저랑 같이 있는 거 힘들잖아요. 당신 같은 사람은 연기에 소질 없어요.”기성은은 확실히 사람을 속이는 데에 능하지 않았다.“민아 씨 사직서는 내가 없앴어요. 회사 규정대로 다시 들어와 일할 수 있을 거예요. 월급은 전의 3배로 줄게요. 왜 이렇게 하는지는 알 필요 없어요.”그는 단호히 몸을 돌렸다. 나가기 전 탁자 위에 지갑도 다시 내려놓았다.“꺼져요! 나한테서 썩 떨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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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4화

그가... 지각했다.성세 그룹이 설립된 이후로 기성은은 단 한 번도 지각했던 적이 없다. 오늘 특별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백혜진은 발갛게 부은 얼굴로 출근한 소민아를 보고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민아 씨, 눈이 왜 그래요? 어젯밤 울었어요? 소피아 씨가 또 괴롭혔어요?”“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제 슬픈 영화를 많이 봐서 그래요. 송 부대표님께서 찾으셔서 올라가 볼게요.”송시아가 그녀를 찾은 건 회사 일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일 때문이었다.오랜만에 보는 송시아는 평소와 약간 다른 듯한 모습이었다. 오늘은 반듯한 정장이 아닌 헐렁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기성은과 사귀어요?”송시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소민아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녀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쭈뼛거리며 말했다.“부대표님...”송시아는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마우스를 움직여 메일함을 열었다.“오늘 아침 기성은이 나한테 메일을 하나 보냈어요. 무슨 내용인지 알아요?”기성은이 그녀에게 메일을 보내다니. 기성은과 송시아는 늘 서로 터치하지 않고 각자의 일만 해왔다. 또한 기성은이 자리 잡은 방향은 아주 명확하다. 무슨 일이 있든 그는 줄곧 전연우 편이다.송 부대표와 대표님의 관계는 그 시작부터 뚜렷하지가 않았다. 회사 직원들 모두 그녀가 성세 그룹 다음 안주인이 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소월이 귀국한 이후부터 송시아는 대표님의 총애를 잃었고, 급기야 대표님은 장소월과 결혼 발표까지 했다.그 뒤로부터 송시아와 전연우의 관계엔 금이 가기 시작했고, 심지어 이젠 완전히 두 패로 나뉘었다. 송시아가 비서로부터 부대표까지 승진한 건 대표님이 그녀에게 준 공헌에 대한 보상이다.성세 그룹은 두 사람이 함께 일으켜 세운 회사다. 지금 이 위치까지 오르는 데에 송시아의 노력을 무시할 수 없다.소민아가 고개를 저었다.“저... 전 모르겠어요.”송시아는 컴퓨터 모니터를 돌려 그녀에게 메일을 보여주었다. “기성은이 나한테 민아 씨 사직서 수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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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5화

소민아는 의문스러운 얼굴로 메일을 열어보았다. 정직원으로 전환된 인턴들 명단이었다. 한 명은 디자인팀, 한 명은 마케팅팀, 그리고 소민아였다.소민아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정말 그녀의 이름이 쓰여있었다.비서실 문밖에서 몇 명 여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괜찮아요. 소피아 씨. 울지 말아요. 이번 달엔 안 됐지만 다음 달엔 분명 기회가 있을 거예요.”“맞아요! 다들 뒷배가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이 어떻게 이기겠어요. 원망할 건 한 사람밖에 없어요. 말로는 퇴사하겠다고 해놓고선 뒤로는 소피아 씨 자리 차지한 그 사람 말이에요!”“이렇게 뻔뻔한 사람은 진짜 처음 봐요.”벽을 뚫고 들어오는 커다란 소리에 소민아는 더는 못 들은 척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소피아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위로를 받고 있었다. 정직원 자리 하나 때문에 소민아는 그들에게 상종도 하지 못할 파렴치한 인간말종이 되어버렸다.소민아는 더는 참지 못하고 책상을 쾅 치고는 일어섰다.“다시 한번 말해봐요! 비겁하게 뒷담화나 하지 말고! 그 입 함부로 놀리지 말아요. 나 그렇게 만만한 사람 아니에요!”소피아는 방금 울었는지 눈시울이 새빨개진 상태였다. 그녀가 씩씩거리며 소민아 앞으로 걸어가 따귀를 날렸다.“소민아 씨! 능력이면 능력, 학력이면 학력 다 나보다 한 수 아래잖아요. 사모님이 뒤를 봐주는 것 외에 소민아 씨가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는데요! 그래요! 난 당신처럼 뻔뻔하지 못해서 정직원 자리 하나 때문에 기 비서님을 침대까지 꼬드기지 못했어요. 나한테 이번 정직원 전환이 얼마나 중요했는지 알아요?”소민아의 얼굴에 곧바로 다섯 개 손가락 자국이 남았다. 그녀는 참지 않고 바로 따귀를 날려 받은 대로 되돌려주었다.“그깟 정직원 자리 난 관심도 없어요. 갖고 싶으면 기성은에게 직접 말해요. 병신처럼 내 앞에서 징징거리지 말고.”“날... 때렸어요? 감히 날 때려요? 우리 엄마도 내 몸엔 손 안 댄다고요! 소민아 씨, 당신 죽여버릴 거예요!”소피아는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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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6화

회사 내 중요한 결정을 제외한 다른 일엔 전연우는 종래로 관여하지 않는다. 이렇듯 사소한 일에까지 대표가 나서야 한다면 성세 그룹은 한 번 완전히 뒤엎어야 한다. 전연우가 그 어떤 회사보다도 높은 연봉을 직원들에게 주는 건 이유가 있는 것이다. 성세 그룹은 그런 쓰레기 같은 인력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기성은은 비서실에 도착하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할 말을 잃었다. 소민아가 소피아를 완전히 제압하고 몸을 누르고 앉아 주먹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밑에 깔린 사람은 이미 얼굴 전체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기성은이 소리쳤다.“소민아 씨, 내가 나가자마자 반역이라도 하는 거예요?”기성은이 바닥에서 소민아를 끌어올렸다. 살펴보니 소민아의 목도 그리 무사하지는 않았다. 군데군데 손톱에 긁혀 피까지 나오고 있었다.소민아는 억울한 얼굴로 기성은을 쳐다보았다.“반역한다고 하면 어쩔건데요? 할 수 있으면 해고하세요!”기성은의 얼굴이 차갑게 굳고, 서늘한 한기가 그녀의 몸을 감쌌다. 이렇게까지 화가 난 모습은 처음이라 소민아는 순간 겁에 질려 더는 말하지 못했다.소피아가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일어서자 그가 이마를 짓누르며 말했다.“얼른 병원에 데려가세요. 모든 병원비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그 말에 사람들은 모두 의아한 눈빛으로 기성은과 소민아를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기성은이 왜 개인적으로 혼자 병원비를 낸단 말인가? 이런 병원비는 본래 회사에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기성은이 개인적으로 이런 행동을 하려는 것일까?설마... 소민아와 기성은이 사귄다는 게 사실일까?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감싸니 사람이라면 그들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실은... 그 말은 기성은이 무의식적으로 뱉어낸 말이었다. 그는 저도 모르게 소민아를 보호해주고 있었던 것이다.어젯밤 일이 일어난 지도 불과 몇 시간밖에 지나지 않았다. 기성은이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소민아에게 말했다.“사무실로 따라 들어와요.”소민아는 아직 화가 채 가시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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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기성은이 장소월을 쳐다보았다.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기성은은 종래로 그녀를 대표님의 와이프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했던 행동들 모두 전연우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다.그를 조선 시대에 비유한다면 충심으로 똘똘 뭉쳐 주인님인 전연우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장군이다.장소월이 말했다.“기 비서님, 그런 눈빛으로 날 볼 필요 없어요. 기 비서님이 날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거 나도 알아요.”“아까 민아 씨랑 했던 말 조금 들었어요. 기 비서님이 민아 씨를 이용해 뭘 하려는지 짐작이 가네요. 정말 전연우와 똑같은 부류의 인간이에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자를 이용하는 그런 비겁한 짓을 왜 하는 거예요?”“똑똑히 들어요!”장소월의 목소리가 돌연 딱딱하게 굳고 차가워졌다.“민아 씨에게 진심이든 아니든, 멀리 떨어지세요...”“두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니에요. 그냥 민아 씨가 기 비서님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사람이라 그래요...”“신이랑 씨가 훨씬 더 좋은 사람이에요. 전연우의 그 더러운 수단 배우면 안 되죠...”장소월은 아이의 편을 들어주러 온 학부모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기성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장소월은 사무실을 나섰다. 문 앞까지 걸어갔을 때 그녀가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기 비서님과 민아 씨의 일에 대해 전연우와 상의할 거예요. 필경... 지금의 그 사람은 내 말이라면 다 들으니까요.”기성은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가 가늘게 뜬 눈으로 멀어져가는 장소월을 쳐다보았다.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확실히 이 자리가 가져다주는 영광은 그녀에게 너무 과분하다.“아니, 소민아 씨 대체 어떤 사람이에요? 어떻게 사모님까지 직접 걸음 하셔서 두둔해줄 수가 있죠? 세상에... 우린 이제 끝났어요...”“흑흑... 이제 어떻게 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건데. 이제 회사 짤릴지도 모르겠네요.”“저희... 지금 민아 씨에게 사과하면 너무 늦은 거겠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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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8화

장소월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미세한 곡선을 그렸다.“민아 씨... 난 민아 씨가 그들의 희생품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아요. 민아 씨는 정말 착하고 귀한 사람이에요. 내 말 들어요... 성세 그룹을 떠나야 해요. 기성은이 놓아주지 않는다면 내가 전연우에게 말해볼게요. 기성은보단... 신이랑 씨가 민아 씨와 더 잘 어울려요.”소민아는 순진한 사람이다. 장소월 역시 직장 내 암투를 경험한 적은 없지만 소민아는 그들이 권력 다툼을 하는 데에 쓰이는 도구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기성은과 소민아의 스캔들이 전해진 그 순간부터 전연우와 송시아의 싸움이 정식으로 시작된 것이다.지금 상황에서 소민아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은 바로 떠나는 것이다.장소월은 그녀에게 연고를 다 발라준 뒤 소염제를 손에 올려주었다.“몸 관리 잘해야 해요.”장소월의 시야에 머지않은 곳에서 달려오고 있는 벤틀리가 들어왔다.그녀는 그렇게 전연우와 함께 떠났다.소민아는 줄곧 그녀가 했던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장소월이 뒷좌석에 올라타자 전연우는 들고 있던 담요를 그녀 다리에 덮어주었다.“아무한테나 다 잘해주면서 나한테만 쌀쌀맞지.”장소월이 차갑게 말했다.“네 말 한마디면 곧이곧대로 복종할 사람 줄 섰잖아.”전연우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왜 또 화가 난 거야. 하루 24시간 내가 네 옆에 있잖아. 그거로도 부족해?”장소월은 가감 없이 솔직하게 그에게 말했다.“난 민아 씨가 너와 송시아 두 사람의 싸움에 피해받는 희생품이 되게 하고 싶지 않아.”전연우가 어두워진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장소월도 똑바로 그와 시선을 맞추었다.“송시아의 목적이 뭔지 너도 알고 있잖아. 널 사랑하기 때문에 자신이야말로 성세 그룹 안주인에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 해. 너희 두 사람이 피 터지는 싸움 끝에 갈라섰을 때 영향받는 건 너희뿐만이 아니야! 지금의 넌 예전과는 달라, 전연우...”“수많은 사람들이 성세 그룹에서 일하며 가족들을 지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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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9화

사무실엔 아무도 없었다. 하여 그녀는 위층 회의실로 뛰어 올라갔다. 회사 직원들 모두가 소란을 떨고 있는 그녀를 보았지만 아무도 감히 뭐라고는 하지 못했다. 성세 그룹 안주인이라는 뒷배를 갖고 있는 그녀를 누가 건드리겠는가.저번 사모님이 직접 비서실로 걸음해 기 비서를 호되게 꾸짖었다는 소문이 회사에 자자했다. 대표님이 수십 년을 함께 해온 비서를 해고한다는 말도 함께 돌고 있었다.이후 소문은 점점 더 부풀어 올라 소민아가 강제로 결혼한다고까지 했다.소민아는 99층에서 마침 대표 사무실에서 나오는 기성은과 마주쳤다. 기성은은 서류를 들고 그녀를 못 본 척 지나가 버렸다. 소민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날 무시해?’소민아는 돌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기성은의 넥타이를 움켜쥐었다.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동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말이다.기성은은 그녀가 회사에서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행동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조용한 복도, 센서등이 켜졌다가 몇 초 뒤 다시 꺼졌다. 비상구 표지판만 희미한 초록색 불빛을 내뿜는 어둠 속에서 소민아는 고개를 들고 빛나는 남자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기성은의 경고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소민아는 차가운 그 목소리를 들으니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기성은 씨, 나 이제 다 알겠어요... 당신이 내가 뭘 하길 원하는지 알겠다고요. 아니, 아직은 모른다고 해도 앞으로는 분명 알게 되겠죠. 지금은 때가 아니라면요.”“이거 놔요!”기성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일갈했다.소민아는 바로 손을 내렸다. 그의 목소리에 꺼졌던 센서등이 다시 켜졌고 기성은의 얼굴을 환하게 비추었다. 그의 눈동자는 조금의 감정도 없는 기계 사람처럼 텅 비어 있었다. 정말...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었던 말인가?“그럼 이렇게 하죠! 제가 회사에 계속 남아서 당신들이 하라는 대로 할게요.”소민아 역시 자신은 이용당하는 도구에 적합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로울 것 하나 없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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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0화

소민아는 어쩔 수 없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길명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주머니, 이런 우연이... 여기에 계셨네요!”소민아와 기성은의 일은 순식간에 일파만파 퍼져버렸다.소민아가 사무실에 돌아와 보니 책상 위에 간식과 선물들이 가득 놓여 있었다. 그녀는 책상 위의 사원증을 목에 걸었다. 등 뒤에서 전해져오는 자신을 향한 수많은 시선을 느낀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다들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소민아는 당연히 이 선물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녀 돈을 쓴 것도 아닌 공짜 선물이니 말이다.오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선 아무도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소민아에게 대표님의 와이프라는 거대한 뒷배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대표님이 사모님을 얼마나 아끼시는지는 회사 전체를 통틀어 모르는 사람이 없다.회사 직원들은 처음엔 그저 꽃뱀이 조강지처를 밀어내고 안주인 자리를 꿰찼다고 생각해 뒤에서 장소월을 욕하고 조롱했었다. 대표님은 그 사실을 알고는 소문을 퍼뜨린 사람들을 모조리 해고해버렸다. 그들이 얼마나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말이다.대표님은 사모님에 관한 일에만 대면하면 정서가 불안정해지고 이성을 잃는다.남천 그룹 옛직원들이 회사에 들어와 알려줘서야 그들은 깨달았다. 장소월은 대표님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온 죽마고우라는 걸... 또 전연우는 장소월의 아버지가 입양한 양자라는 걸...두 사람에게 이토록 깊은 역사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 제아무리 배짱 있는 사람이라도 혀를 함부로 놀릴 수는 없다.또한... 그들은 대표님이 장소월을 얻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애쓰셨는지도 알고 있다. 대표님이 어쩔 수 없이 인씨 가문 딸과 결혼했을 때 장소월은 괴로워 서울을 떠나 4년 동안이나 실종된 상태로 지냈다. 그녀가 다시 돌아오고 나서야 두 사람 사이는 겨우 회복되었다.인시윤과 장소월을 대하는 전연우의 태도는 정말이지 비교할 가치조차 없다. 대표님은 정말 진심을 다해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오늘 아침 6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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