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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7화

기성은이 장소월을 쳐다보았다.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입을 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기성은은 종래로 그녀를 대표님의 와이프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그가 했던 행동들 모두 전연우의 명령에 복종했을 뿐이다.

그를 조선 시대에 비유한다면 충심으로 똘똘 뭉쳐 주인님인 전연우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장군이다.

장소월이 말했다.

“기 비서님, 그런 눈빛으로 날 볼 필요 없어요. 기 비서님이 날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거 나도 알아요.”

“아까 민아 씨랑 했던 말 조금 들었어요. 기 비서님이 민아 씨를 이용해 뭘 하려는지 짐작이 가네요. 정말 전연우와 똑같은 부류의 인간이에요. 목적을 이루기 위해 여자를 이용하는 그런 비겁한 짓을 왜 하는 거예요?”

“똑똑히 들어요!”

장소월의 목소리가 돌연 딱딱하게 굳고 차가워졌다.

“민아 씨에게 진심이든 아니든, 멀리 떨어지세요...”

“두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 게 아니에요. 그냥 민아 씨가 기 비서님에게 너무나도 과분한 사람이라 그래요...”

“신이랑 씨가 훨씬 더 좋은 사람이에요. 전연우의 그 더러운 수단 배우면 안 되죠...”

장소월은 아이의 편을 들어주러 온 학부모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기성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장소월은 사무실을 나섰다. 문 앞까지 걸어갔을 때 그녀가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

“기 비서님과 민아 씨의 일에 대해 전연우와 상의할 거예요. 필경... 지금의 그 사람은 내 말이라면 다 들으니까요.”

기성은의 눈동자가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가 가늘게 뜬 눈으로 멀어져가는 장소월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확실히 이 자리가 가져다주는 영광은 그녀에게 너무 과분하다.

“아니, 소민아 씨 대체 어떤 사람이에요? 어떻게 사모님까지 직접 걸음 하셔서 두둔해줄 수가 있죠? 세상에... 우린 이제 끝났어요...”

“흑흑... 이제 어떻게 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런 말은 하지 않는 건데. 이제 회사 짤릴지도 모르겠네요.”

“저희... 지금 민아 씨에게 사과하면 너무 늦은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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