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065화

여우림의 눈에 불편함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들고 있던 서류를 신이랑에게 건넸다.

“일단 이 구절들 외워두세요. 촬영할 때 필요할 거예요.”

소민아는 과일을 먹으며 여우림이 신이랑의 옷을 정리해주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촬영 시작하면 긴장하지 말아요. 제가 옆에 있으니까 문제 있으면 수시로 얘기하고요.”

“그래요.”

신이랑은 고개를 숙이고 자료를 읽었다.

“먼저 옷 갈아입어요.”

신이랑이 탈의실에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간 뒤, 소민아가 고개를 돌려보니 몇 명의 직원이 더 와있었다.

“소민아 씨, 촬영팀 일도 하는 거예요?”

소민아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퇴근하는 길에 궁금해서 와본 거예요.”

여우림은 입을 다문 채 팔짱을 끼고 탈의실 쪽을 지켜보다가 잠시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랑 씨가 민아 씨와 있었던 일 말해줬어요. 두 사람 선봤다면서요.”

“예전엔 항상 소개팅을 원하지 않아서 제가 대신 거절했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달랐어요. 민아 씨가 이랑 씨 어머니 친구 딸이라서요.”

“지금까지 이랑 씨는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늘 가장 처음으로 절 찾아 털어놓았어요. 이랑 씨가 민아 씨한테 많은 도움을 줄 테니까 민아 씨도 계속 노력하세요. 이번 일이 잘 성사되면 집에서 평생 놀고먹어도 될 거예요.”

소민아는 고개를 숙이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꽤 긴 시간 비서로 일해온 경력이 있기 때문에 여우림의 행동과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조롱과 비난이 은은하게 담겨있는 말이었다. 회사가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여우림 씨, 자신의 위치를 명확히 하세요. 우림 씨는 이랑 씨의 편집장일 뿐, 집사가 아니에요. 저와 이랑 씨의 관계가 어떻든, 발전할 희망이 있든 없든, 우림 씨는 왈가왈부할 자격 없어요. 우림 씨도 이제 서른 살이 훌쩍 넘은 어른이잖아요. 저희 젊은 사람들의 일엔 자꾸 관심 둘 필요 없어요.”

소민아는 그녀에게 눈을 까뒤집어 보이고는 아예 체리 접시를 들고 자리를 옮겨버렸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