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31 - 챕터 1040

1151 챕터

제1031화

“저기요.”신이랑이 호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한곳을 가리켰다.“와. 진짜 부자시네요. 가요... 여기 한 달 월세 엄청 비싸지 않아요?”소민아는 그에게 끊임없이 말을 붙였다. 영화 한 편을 봤을 뿐인데 두 사람은 오래된 친구처럼 친해져 있었다. 소민아는 그가 말하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별로 안 비싸요.”“피곤하면 매일 집에서 소설만 써요. 힘들게 인간관계를 신경 쓰지 말고요. 이랑 씨는 모를 거예요. 제 예전 회사 상사들이 얼마나 괴물 같았는지.”그의 시선이 지긋이 소민아에게로 향했다.“출근하는 게 행복하지 않으면 하지 말아요.”소민아는 피식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난 한 달에 몇억씩 손쉽게 버는 이랑 씨와 달라요. 출근 안 하면 누가 절 먹여 살리겠어요? 이제 더는 삼촌한테 신세 지고 싶지 않아요.”신이랑이 말했다.“나 돈 많아요. 내가 먹여 살려 줄게요.”그 말에 소민아는 하마터면 사레에 들릴 뻔했다. 돌연 불어온 바람이 그녀의 앞머리를 흐트러뜨렸다. 그녀는 희미한 조명 아래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그런 농담 안 웃기거든요.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절 먹여 살리겠대요!”“천천히 가까워져야죠. 처음부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신이랑은 잘못된 말을 내뱉은 아이처럼 얌전히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한 고급 주택가에 들어서자 신이랑이 발걸음을 멈추었다.“도착했어요.”소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이 약 가지고 가요. 전 더는 안 따라갈게요.”“돈 줄게요.”신이랑이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 하자 소민아는 그의 팔목을 잡았다.“됐어요. 얼마 안 돼요.”“곧 열 시네요. 저도 이만 집에 갈게요. 어서 들어가요.”신이랑은 뒤돌아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말했다.“잘 자요.”“이랑 씨도 잘 자요!”소민아는 그를 등진 채 팔을 흔들었다.소민아는 주택가를 떠나 택시를 잡으려 거리에 나왔다. 차가운 바람이 팔을 스치고 지나서야 아직 그의 장갑을 끼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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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2화

차가 움직이자 소민아의 얼굴에 초조함이 깃들었다. 몸을 짓누르는 무형의 압력이 그녀로 하여금 숨이 막혀 말도 한마디 꺼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직하기 전이니 그녀는 아직 성세 그룹의 직원이다.소민아의 머릿속에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그를 흘겨보았던 오늘 낮 자신이 떠올랐다. 그는 정말 밴댕이 소갈딱지다. 누군가 듣기 싫은 말 한마디만 하면 줄곧 마음에 두고 괴롭힌다.설마... 복수하러 온 건 아니겠지.소민아는 이런 경직된 분위기 속의 고요함이 도무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얼마나 달렸을까, 돌연 흘러나오는 박하 향기에 그녀는 잠시 긴장을 풀었다.창문 유리에 달린 디퓨저를 본 소민아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기 비서님도 이거 사셨네요! 저번에 제가 추천해준 건데 써보니까 어때요?”빨간색 신호등 앞에 차가 천천히 멈춰 섰다. 기성은은 손을 핸들에 올리고 전방을 주시하며 차갑게 말했다.“소피아 씨가 준비한 거예요. 요즘 함께 출장 가는 일이 많이 차에 토할까 봐 걱정된다면서.”“아, 네.”소민아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약간의 씁쓸함이 느껴졌다... 아무튼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이상한 감정이었다.차 안이 조용해지던 그때, 마침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익숙한 번호로부터 보내온 문자였다.[차 탔어요?]소민아가 살짝 도발했다.[밖에 나갈 때 핸드폰도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이 문자도 다 보내네요!]신이랑은 그 말에 반응하지 않고 문자를 보냈다.[집에 도착하면 문자 보내요. 난 소설 올려야겠어요.][그래요. 최대한 많이 써서 저희 독자들의 기대감을 만족시켜주세요.]부드러운 조명 아래, 신이랑은 물컵을 들고 책상에 앉아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알겠어요.]그때 신이랑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그의 엄마인 남지선이었다.“우리 아들! 선본 거 어떻게 됐어?”“좋았어요.”엄마가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이놈 마음에 들었나 보네. 그럼 한번 잘 만나봐. 매일 집에 틀어박혀 소설에만 매달려있지 말고 같이 산책도 좀 하고. 민아 엄마랑 난 오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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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디자인팀 팀장 연봉이 그 사람 한 달 수입에도 미치지 못한다니까요.”“그만!”기성은이 돌연 소리쳤다.소민아는 깜짝 놀라 입을 닫았다. 하지만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역시 그와는 세 마디 이상 주고받지 못한다.소민아는 어깨를 올렸다 내리고는 조용히 핸드폰을 만졌다.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하자 소민아는 갓 올라온 따끈따끈한 소설을 읽으며 만 원짜리 세 장을 꺼내 자리에 올려놓았다.“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택시비만큼 돈 드릴게요.”소민아는 핸드폰에 정신을 집중한 채 차에서 내렸다.“소민아 씨!”기성은이 핸들을 꽉 잡고서 소리쳤다.소민아가 몸을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네?”기성은이 창문을 내렸다.“내 여자친구 해요.”“?”소민아는 온몸이 경직되고 동공이 확장되었다. 그 한마디 말에 그녀는 호흡하는 방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밤하늘에서 빗방울 하나가 그녀의 콧등에 떨어져서야 천천히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었다.기성은이 시선을 거두고 차갑게 말했다.“나 도착하려면 35분 정도 걸려요. 내가 목적지에 이르기 전에 민아 씨 대답을 들었으면 좋겠네요.”소민아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만 끔뻑거렸다. 빗줄기가 거세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복도에 뛰어 들어가 비를 피했다. 그녀는 힘껏 자신의 뺨을 두드렸다.“나 꿈꾸는 거 아니지?”소민아는 집에 돌아간 뒤 한동안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에서 흘러나오는 딸깍거리는 시곗바늘 소리에 최면이라도 걸릴 것 같아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얼마가 지났을까,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기성은의 문자였다.[생각해 봤어요?]소민아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심장이 너무 쿵쾅거려 가슴을 부여잡았다.“왜 이러지?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손이 부들부들 떨려. 죽을 것 같아.”“기성은이 나더러 여자친구가 되어달래. 이게 진짜라고?”“진짜라고?”소민아는 예전 그녀의 잘못으로 몇억이나 손해 볼 뻔했을 때도 이렇게까지 긴장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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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4화

전송 버튼을 눌러 보내버린 문자는 망망대해에 뿌린 모래알과도 같이 조금의 파란도 일으키지 못하고 조용히 밑으로 가라앉았다.소민아는 넋이라도 빠진 듯 핸드폰을 안고 있었다. 2분이 지나도록 그는 답장을 보내오지 않았다.그녀는 소파에 기대어 앉아 멍하니 천장을 쳐다보았다. 실은 아직도 기성은이 왜 여자친구가 되어달라고 했는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는 기성은과 같은 사람에게 조금의 저항력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비서팀을 포함한 회사 모든 직원들은 그와 한 마디만 섞으면 그거로 하루종일 행복해한다.기성은은 대표님을 제외하고 회사 여직원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남자였다. 그는 회사 일을 제외한 사생활을 내비친 적이 없다. 그는 출중한 외모뿐만 아니라 회사 임원들 세 배나 되는 연봉까지 갖추고 있다.유일한 결점이라면 성격이 너무 차갑다는 것이다!너무 냉정해 모든 사람들이 거리감을 느끼게 만든다. 예전 회사에 대학교 퀸카가 인턴으로 온 적이 있었다. 회사 전체를 통틀어 그녀보다 예쁜 여자는 없을 정도로 빼어난 미모였다.하지만 어느 날 기성은의 발을 밟은 일이 고의로 그의 주의력을 끌기 위함이었다는 게 들통나자 3일도 안 되어 회사에서 쫓겨났다.퀸카는 그렇게 울며불며 회사를 떠났다.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그 퀸카는 한 도시 시장의 딸인데 그를 유혹하는 걸 목적으로 들어왔다고 했다.소민아는 그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하고 나서야... 기성은이 자신에겐 그리 독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그녀가 잘못한 일이 어찌 그의 발을 밟은 것뿐이겠는가.기성은은 그녀가 시끄럽다고 나무란 것 외에 다른 건... 정말 불평한 적이 없다.비서팀 사람들 모두가 기성은의 옆에서 일하는 그녀를 부러워했었다.또한... 그녀는 그와 함께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일한 사람이다.이용당했다는 걸 알고 이직을 결심했을 때, 그의 맞은편 자리에서 일하고 있으면 늘 등 뒤에서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었다.소민아는 배시시 웃는 얼굴로 자신에게 흠뻑 도취되어 있었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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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5화

이번에 보낸 문자도 결국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아버렸다.소민아는 욕실에서 씻고 나온 뒤 핸드폰을 안고 방에 들어가 열어보았다. 여전히 감감무소식인 답장에 그녀는 이성을 잃고 욕설을 퍼부었다.“진짜 짜증 나. 좀 적극적이면 어디가 덧나나!”“됐어. 잠이나 자자.”그날 밤 소민아는 밤새 침대에서 뒤척이며 좀처럼 잠이 들지 못했다.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가도 다시 눈을 뜨고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새벽 3시, 그녀는 더는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정말 미치겠어요. 내가 왜 비서님과 사귀겠다고 했을까요!][스스로를 괴롭히는 거나 다름없는데!]소민아는 분노에 차올라 미친 듯이 문자를 보냈다.[안 사귈 거예요. 다른 사람 찾아봐요!]그때 답장 하나가 도착했다.[일이 이제 끝났어요. 자요.]헤어지겠다는 소민아의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래요. 잘 자요.]그리고... 다음은 없었다...그날 밤 소민아는 완전히 잠을 이루지 못했다.하여 이튿날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피곤한 상태로 회사에 출근했다.그녀는 다크서클이 턱밑까지 내려온 얼굴로 마지막 1분에 사무실에 발을 들이고는 책상에 축 늘어졌다.옆에서 누군가의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민아 씨, 어젯밤 늦게까지 데이트한 거예요? 다크서클 심각한 거 좀 봐요!”“그러니까요! 남자친구 어떤 사람이에요? 듣기론 엄청 잘 생겼다던데 진짜예요?”소민아는 앞머리를 이마에 늘어뜨린 채 희미한 정신으로 말했다.“네? 제가 남자친구 생겼다는 거 어떻게 알았어요? 누가 말한 거예요?”뒤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전부 다가왔다.“몰랐어요? 어젯밤 소피아 씨가 소민아 씨와 남자 한 명이 건물에서 걸어 나오는 사진을 단톡방에 보냈잖아요. 사진이 희미하긴 했지만 뒷모습만 봐도 잘생겼던데요!”“맞아요! 민아 씨, 남자친구랑 기 비서님 중에서 누가 더 잘생겼어요?”소민아는 그녀에게 건네주는 핸드폰 속 사진을 보고는 말했다.“아니에요! 이 사람은 엄마가 소개해준 맞선남이에요. 남자친구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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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시계를 보니 정각 아홉 시였다. 소민아는 눈을 감고 책상에 엎드렸다.“저 30분만 잘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깨워주세요!”말이 끝나기 바쁘게 검은색 정장을 입은 기성은이 한 손에 서류를 들고 다른 한 손은 호주머니에 넣은 채 바깥에서 걸어들어왔다. 소민아는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어 미세한 발걸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비서팀에서 소민아를 제외하고는 기성은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감히 근무 시간에 잠을 자다니.기 비서님이 왔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이해가 전혀 안 되는 건 아니다. 소민아는 지금 송 부대표의 사람이기 때문에 기성은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송 부대표는 일을 할 때 전연우에 버금갈 정도로 공포스럽다.그들 역시 늘 괴롭힘을 당하는 소민아를 동정하고 있었다.소민아가 지금 이렇게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건 송시아는 오전엔 거의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 그녀를 찾지 않기 때문이었다.소피아는 기성은의 사무실에 들어가다가 엎드려 자고 있는 소민아를 보고는 이마를 찌푸렸다. 하지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소피아는 업무 보고를 마치고 다른 일을 처리하러 나갔다. 11시 30분쯤,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소민아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성세 그룹에 어떻게 이런 날로 먹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녀의 얼굴에 또다시 불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그녀는 조심스레 기성은에게 말했다.“기 비서님, 소민아 씨 아직도...”한 번 든 잠이 점심시간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백혜진이 소민아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민아 씨... 이제 일어나요. 사무실 사람들 다 나갔어요.”소민아는 깜짝 놀라 부르르 떨며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들었다. 몽롱한 정신으로 주위를 둘러보고는 말했다.“지금 몇 시예요?”“벌써 점심시간이에요!”백혜진의 시선이 안쪽 사무실에 있는 사람에게로 향했다. 순간 정면으로 마주친 차가운 눈동자에 백혜진은 화들짝 놀랐다.“민아 씨, 저 먼저 식당에 갈게요.”소민아는 얼굴을 톡톡 두드리고는 커피를 한 잔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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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7화

회사 정원에 있는 산책로.“이랑 씨! 회사엔 왜 온 거예요? 제가 여기에서 일하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소민아는 기쁨보단 놀라움이 더 컸다.신이랑이 눈을 내리뜨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인터넷에서 회사 위치를 검색해봤죠. 민아 씨한테 문자 보냈는데 답장이 없더라고요.”소민아가 핸드폰을 살펴보니 정말 문자 하나와 부재중 전화 한 통이 와있었다.“미안해요. 아까 잘 때 무음으로 해놓았었는데 깜빡했네요. 참, 밥은 먹었어요? 제가 식사 대접해 드릴까요?”신이랑이 말했다.“내가 가져왔어요.”소민아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랑 씨...”“내가 직접 만들었어요.”소민아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저기...”신이랑은 그녀를 향해 씩 웃으며 말했다.“민아 씨 입맛에 맞춰 만들었어요. 민아 씨가 좋아하는 매운 닭 날개도 있어요...”소민아는 워낙 먹성이 좋은 사람인지라 그 말에 약간 마음이 움직였다. 하지만 남자가 직접 요리를 해온다는 건 분명 의도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맛있다 해도 그의 마음을 이대로 받을 수는 없다.“이랑 씨, 미안해요... 저 이미 남자친구 있어요!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사람인데 제가 많이 좋아해요. 어제 고백받았어요. 정말 미안해요. 이제 이랑 씨 호의 더는 못 받겠어요!”신이랑의 눈동자에서 반짝이던 빛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그럼... 우리 친구는 할 수 있을까요?”“...”신이랑 같은 거물 작가가 이렇게까지 자세를 낮추다니.“당연하죠. 이랑 씨는 제 중학교 시절 우상이었는데 제가 어떻게 거절할 수가 있겠어요. 다만 조금 놀라긴 했어요. 이랑 씨처럼 대단한 사람은 도도하고 차가운 줄 알았거든요. 이랑 씨와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건 제 영광이에요...”신이랑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그래요.”소민아는 그가 상처받았을까 봐 조심스레 말했다.“저희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 가요. 지금 사람 별로 없을 거예요.”“네.”소민아의 걸음이 그리 빠른 편이 아니라 신이랑은 일부러 속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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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8화

소민아는 마지막 5분을 남겨두고 사무실에 도착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신이랑에게 문자를 보냈다.[맞선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우린 여전히 친구예요. 저 같은 사람도 남자친구 생겼으니, 이랑 씨는 더 좋은 여자친구 찾을 수 있을 거예요.][그리고 오늘 점심 고마웠어요. 너무 맛있었어요. 하지만 앞으론 만들어줄 필요 없어요.]대화창에 곧바로 답장이 나타났다.[남자친구 좋은 사람이에요?]소민아는 고개를 숙이고 몇 초간 생각에 잠겼다. 점심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완벽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원래 차갑고 융통성 없는 사람이에요. 머릿속에 일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요.][오늘 점심 제가 사무실에 들어가서 그 사람 자리에 앉았다고 벌컥 화를 내더라고요.][그럼 그 사람이 왜 좋은 거예요?][감정이라는 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예요. 결점은 많지만, 한 번 좋아하게 되면 그 결점들이 모두 보이지 않게 되거든요.]소민아는 길을 걷다가 돌연 누군가와 부딪혔다. 이마가 남자의 딱딱한 가슴팍에 닿아 얼얼했다.핸드폰이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소피아의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소민아 씨, 지금은 근무 시간이에요. 오전엔 잠만 자더니, 오후엔 핸드폰 들고 산책이나 하는 거예요? 통제하는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 막 나가세요?”소민아는 태연한 얼굴로 핸드폰을 주워 먼지를 툭툭 털었다.“그 말 왠지 소피아 씨가 날 통제하고 싶어 하는 거로 들리네요?소민아의 시선이 기성은에서 소피아로 향했다. 그녀가 무표정한 얼굴로 쏘아붙였다.“소피아 씨가 부대표 자리에 앉으면 다시 얘기해요.”그 말을 끝으로 소민아는 자신의 자리에 걸어가 앉았다. 사무실에서 싸움 구경을 하던 사람들도 얼른 시선을 거둔 뒤 고개를 숙이고 일하는 척했다.소피아가 말했다.“기 비서님, 소민아 씨 좀 보세요.”기성은은 차갑게 그녀에게 말했다.“자기 일이나 똑바로 해요.”백혜진은 조용히 소민아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소민아는 송시아와 같은 층에서 근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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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9화

소민아가 물었다.“그런 일이 있었어요? 전 왜 몰랐죠?”“민아 씨가 출장 갔을 때였을 거예요. 당시 민아 씨는 없었어요.”“소피아 씨가 기 비서님에게 얘기하면...”그때 소민아는 확실히 회사에 없었다. 냉정하고 차가운 줄로만 알았던 남자가 그녀의 편을 들어주었다니. 정말이지 해가 서쪽에서 솟아오를 일이다.소민아가 흐뭇한 얼굴로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걱정 말아요. 기 비서님은 저한테 해코지 못 해요... 할 수 없죠.”“왜요? 설마 기 비서님이 민아 씨를 계속 비서로 두고 싶어 하시는 거예요?”소민아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그건 알 필요 없어요.”소민아는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변기에 앉아 한참을 망설인 뒤에야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소피아 씨 좀 제대로 관리할 수 없어요? 눈 달린 사람이라면 다 알 거예요. 소피아 씨가 심심하면 날 건드린다는 걸.]2분 뒤.긴 기다림 끝에 기성은의 문자가 도착했다.[소피아 씨 말이 틀렸어요? 근무 시간에 뭐 하는 거예요? 심심한 건 민아 씨였죠.]소민아는 그 문자를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올라 숨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지금 이게 무슨 태도예요? 난 기 비서님 여자친구라고요! 어떻게 날 두고 그 여자 편을 들 수가 있어요? 나쁜 사람.][됐어요! 참 대단하시네요. 전 이제 여자친구 안 할래요. 다른 여자 찾아보든 말든 마음대로 하세요!]그 문자를 끝으로 소민아는 기성은의 연락처를 차단해버렸다.사무실에 발을 들였을 때 마침 회의하러 나가던 기성은과 마주쳤다.그녀는 대놓고 흥 콧방귀를 뀌고는 고개를 홱 돌리고 자리를 떴다.퇴근 시간, 기성은은 회의를 끝마쳤고, 소민아는 물건을 모두 챙겨 시곗바늘이 정각을 가리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소민아는 가장 일찍 회사를 나서는 직원이었다. 얼마 전부터 30분 연장 근무를 하게 된 프런트 직원들은 그녀의 칼퇴근에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회사를 나간 뒤, 소민아는 가방을 메고 확연히 축 처진 상태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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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0화

신이랑은 소민아에게 눈길을 고정한 채 빙그레 웃어 보였다.“아는 사이 맞아요.”“퇴근했어요? 내가 데려다줄게요.”“그건...”그럴 필요 없어요.소민아는 말을 채 마치기 전 회사 정류장을 지나치는 버스를 발견했다. 그러고는 바로 말을 바꾸었다.“그럼 부탁할게요.”옆에 있던 편집부 직원은 재미있는 구경이라도 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저기, 작가님, 제가 이미 차 불러뒀어요. 곧 올 거예요.”“네.”갑자기 이런 행운이?택시가 도착하자 소민아는 신이랑과 함께 차에 올라탄 뒤 편히 의자에 등을 기댔다.“퇴근할 때마다 버스 탔었는데 오늘은 이랑 씨 덕분에 택시를 타고 집에 가네요. 헤헤헤... 고마워요.”신이랑은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소민아가 물었다.“이랑 씨, 저희 회사엔 무슨 일로 오셨어요? 왔으면서 왜 저한텐 아무 말 안 했어요. 말했으면 마중 나갔을 텐데.”“그냥 인터뷰 좀 했어요. 별거 아니에요.”“인터뷰요? 인터뷰 싫어하는 거 아니었어요? 사람들이 이랑 씨는 신비주의라던데...”신이랑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3일 뒤에 경시 도서관에서 사인회를 열 예정인데, 그날... 같이 가줄 수 있어요?”소민아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되죠! 저 정말 같이 가도 돼요?”그때 호주머니에 넣어두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차가 덜컹거리는 바람에 손끝이 잘못 스쳐 통화가 연결되었다. 그 순간에도 소민아는 쉴 새 없이 차 안에서 신이랑에게 수다를 떨고 있었다. 택시 운전기사까지도 귀가 얼얼해질 지경이었다.하지만 신이랑은 조금도 불편한 기색 없이 그녀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7시 반, 신이랑과 그녀는 함께 밥을 먹기로 했다.그들은 한 중식당에 들어가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을 주문했다. 종업원이 컵에 물을 따라주자 그녀는 바로 목을 적시고는 말했다.“제가 말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랑 씨가 처음이에요. 제 말을 끊지 않는 사람도 이랑 씨가 처음이고요. 친구들도 제가 말이 많다며 짜증 내거든요.”신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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