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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1화

“저기요.”

신이랑이 호주머니에서 손을 꺼내 한곳을 가리켰다.

“와. 진짜 부자시네요. 가요... 여기 한 달 월세 엄청 비싸지 않아요?”

소민아는 그에게 끊임없이 말을 붙였다. 영화 한 편을 봤을 뿐인데 두 사람은 오래된 친구처럼 친해져 있었다. 소민아는 그가 말하기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

“별로 안 비싸요.”

“피곤하면 매일 집에서 소설만 써요. 힘들게 인간관계를 신경 쓰지 말고요. 이랑 씨는 모를 거예요. 제 예전 회사 상사들이 얼마나 괴물 같았는지.”

그의 시선이 지긋이 소민아에게로 향했다.

“출근하는 게 행복하지 않으면 하지 말아요.”

소민아는 피식 웃으며 그를 쳐다보았다.

“난 한 달에 몇억씩 손쉽게 버는 이랑 씨와 달라요. 출근 안 하면 누가 절 먹여 살리겠어요? 이제 더는 삼촌한테 신세 지고 싶지 않아요.”

신이랑이 말했다.

“나 돈 많아요. 내가 먹여 살려 줄게요.”

그 말에 소민아는 하마터면 사레에 들릴 뻔했다. 돌연 불어온 바람이 그녀의 앞머리를 흐트러뜨렸다. 그녀는 희미한 조명 아래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그런 농담 안 웃기거든요.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절 먹여 살리겠대요!”

“천천히 가까워져야죠. 처음부터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어디에 있어요?”

신이랑은 잘못된 말을 내뱉은 아이처럼 얌전히 고개를 숙이고 서 있었다.

한 고급 주택가에 들어서자 신이랑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도착했어요.”

소민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약 가지고 가요. 전 더는 안 따라갈게요.”

“돈 줄게요.”

신이랑이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려 하자 소민아는 그의 팔목을 잡았다.

“됐어요. 얼마 안 돼요.”

“곧 열 시네요. 저도 이만 집에 갈게요. 어서 들어가요.”

신이랑은 뒤돌아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며 말했다.

“잘 자요.”

“이랑 씨도 잘 자요!”

소민아는 그를 등진 채 팔을 흔들었다.

소민아는 주택가를 떠나 택시를 잡으려 거리에 나왔다. 차가운 바람이 팔을 스치고 지나서야 아직 그의 장갑을 끼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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