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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3화

“디자인팀 팀장 연봉이 그 사람 한 달 수입에도 미치지 못한다니까요.”

“그만!”

기성은이 돌연 소리쳤다.

소민아는 깜짝 놀라 입을 닫았다. 하지만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역시 그와는 세 마디 이상 주고받지 못한다.

소민아는 어깨를 올렸다 내리고는 조용히 핸드폰을 만졌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도착하자 소민아는 갓 올라온 따끈따끈한 소설을 읽으며 만 원짜리 세 장을 꺼내 자리에 올려놓았다.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택시비만큼 돈 드릴게요.”

소민아는 핸드폰에 정신을 집중한 채 차에서 내렸다.

“소민아 씨!”

기성은이 핸들을 꽉 잡고서 소리쳤다.

소민아가 몸을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

“네?”

기성은이 창문을 내렸다.

“내 여자친구 해요.”

“?”

소민아는 온몸이 경직되고 동공이 확장되었다. 그 한마디 말에 그녀는 호흡하는 방법조차 잊어버린 것 같았다. 밤하늘에서 빗방울 하나가 그녀의 콧등에 떨어져서야 천천히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었다.

기성은이 시선을 거두고 차갑게 말했다.

“나 도착하려면 35분 정도 걸려요. 내가 목적지에 이르기 전에 민아 씨 대답을 들었으면 좋겠네요.”

소민아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서 눈만 끔뻑거렸다. 빗줄기가 거세지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복도에 뛰어 들어가 비를 피했다. 그녀는 힘껏 자신의 뺨을 두드렸다.

“나 꿈꾸는 거 아니지?”

소민아는 집에 돌아간 뒤 한동안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에서 흘러나오는 딸깍거리는 시곗바늘 소리에 최면이라도 걸릴 것 같아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얼마가 지났을까,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기성은의 문자였다.

[생각해 봤어요?]

소민아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심장이 너무 쿵쾅거려 가슴을 부여잡았다.

“왜 이러지?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손이 부들부들 떨려. 죽을 것 같아.”

“기성은이 나더러 여자친구가 되어달래. 이게 진짜라고?”

“진짜라고?”

소민아는 예전 그녀의 잘못으로 몇억이나 손해 볼 뻔했을 때도 이렇게까지 긴장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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