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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6화

시계를 보니 정각 아홉 시였다. 소민아는 눈을 감고 책상에 엎드렸다.

“저 30분만 잘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깨워주세요!”

말이 끝나기 바쁘게 검은색 정장을 입은 기성은이 한 손에 서류를 들고 다른 한 손은 호주머니에 넣은 채 바깥에서 걸어들어왔다. 소민아는 눈을 감자마자 잠이 들어 미세한 발걸음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비서팀에서 소민아를 제외하고는 기성은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감히 근무 시간에 잠을 자다니.

기 비서님이 왔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해가 전혀 안 되는 건 아니다. 소민아는 지금 송 부대표의 사람이기 때문에 기성은과 비슷한 위치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송 부대표는 일을 할 때 전연우에 버금갈 정도로 공포스럽다.

그들 역시 늘 괴롭힘을 당하는 소민아를 동정하고 있었다.

소민아가 지금 이렇게 마음 놓고 잘 수 있는 건 송시아는 오전엔 거의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 그녀를 찾지 않기 때문이었다.

소피아는 기성은의 사무실에 들어가다가 엎드려 자고 있는 소민아를 보고는 이마를 찌푸렸다. 하지만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소피아는 업무 보고를 마치고 다른 일을 처리하러 나갔다. 11시 30분쯤, 다시 돌아왔을 때에도 소민아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성세 그룹에 어떻게 이런 날로 먹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그녀의 얼굴에 또다시 불만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조심스레 기성은에게 말했다.

“기 비서님, 소민아 씨 아직도...”

한 번 든 잠이 점심시간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다.

백혜진이 소민아의 등을 톡톡 두드렸다.

“민아 씨... 이제 일어나요. 사무실 사람들 다 나갔어요.”

소민아는 깜짝 놀라 부르르 떨며 몸을 일으키고 고개를 들었다. 몽롱한 정신으로 주위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지금 몇 시예요?”

“벌써 점심시간이에요!”

백혜진의 시선이 안쪽 사무실에 있는 사람에게로 향했다. 순간 정면으로 마주친 차가운 눈동자에 백혜진은 화들짝 놀랐다.

“민아 씨, 저 먼저 식당에 갈게요.”

소민아는 얼굴을 톡톡 두드리고는 커피를 한 잔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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