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Chapter 1011 - Chapter 1020

1151 Chapters

제1011화

장소월은 전연우가 껍질을 깐 포도알이 놓여있는 과일 접시를 들고 일어나 조금 전 말했던 그 직원에게로 향했다. 모든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장소월은 자연스럽게 그들 앞에 접시를 내려놓았다.“전 다이어트 중이라 다 못 먹어서요.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하고 드세요.”예쁘게 꾸민 아가씨는 깜짝 놀라며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아니, 아니에요... 사모님, 그냥 농담이었어요.”머지않은 곳에 서 있던 기성은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저건 또 무슨 속셈이란 말인가?장소월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양은 많지 않지만 나눠 드세요.”“전 손 씻으러 화장실에 다녀올게요.”다른 한 명의 직원이 재빨리 일어섰다.“사모님, 제가 모시고 갈게요.”장소월은 담담히 웃으며 거절했다.“괜찮아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즐거운 시간 보내요.”하지만 그때, 송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장소월 씨, 사람을 모욕하는 것도 장소를 가려서 해야죠. 여긴 회사 연말 파티장이에요. 소월 씨 집 방구석이 아니라고요.”증오가 다분히 담긴 그 뾰족한 말과 함께 송시아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모든 사람들이 불꽃 튀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성세 그룹 직원들은 모두 비서로부터 시작해 이 자리까지 올라온 부대표가 대표님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부대표님, 이런 자리에선 그렇게 막말을 하면 안 되죠. 그럼 다들 부대표님에게 돈 버는 능력만 있지, 예의는 전혀 없다고 생각할 거잖아요! 고작 포도 한 접시일 뿐이에요. 제가 언제 사람을 모욕했다고 그래요? 말하기 전에 그 뇌로 생각부터 좀 하세요. 혹시... 지금도 제가 부대표님을 모욕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장소월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옆에 앉아있던 직원은 경직되는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천진난만하게 포도를 들고 말했다.“아니에요.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 이 포도는 대표님께서 직접 껍질을 발라 사모님에게 주신 거예요. 사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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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2화

장소월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벗어나자 전연우의 팔에서 손을 뗐다. 그녀가 감정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아저씨?”“소월 씨?”한의준이 그녀 옆에 서 있는 남자를 훑어보며 물었다.“이분은?”전연우는 말하지 않고 장소월이 소개하기만을 기다렸다.장소월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고 말머리를 돌렸다.“아저씨,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해성에 간다고 하지 않으셨어요?”한의준이 대답했다.“요즘 심장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다가 지금 호텔에 다시 들어가는 길이었어요. 소월 씨는요? 몸은 좀 괜찮아졌어요?”장소월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좋아졌어요.”“다행이네요.”한의준이 호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새해잖아요. 내 마음이에요.”장소월은 곧바로 거절했다.“이러지 마세요, 아저씨. 저 이제 어린애 아니에요. 이런 건 안 주셔도 돼요.”“이 아저씨 눈에 소월 씨는 아직 어린아이에요. 얼른 받아요. 아니면 나 화낼 거예요.”한의준의 부드럽고 신사 같은 말투는 장소월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그럼 고맙게 받을게요, 아저씨.”그녀가 손을 뻗었을 때 전연우는 이미 먼저 봉투를 받아들었다.“엘리베이터 왔어.”전연우는 한의준과 잠시 시선을 맞추다가 장소월을 데리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전연우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아까... 왜 나 소개 안 했어? 내가 부끄러워?”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의 손은 장소월이 추워할까 봐 그녀 몸에 걸쳐있는 정장을 따뜻하게 정리해주고 있었다.장소월이 봉투를 열어보니 노란색 지폐 다섯 장이 들어있었다...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전연우는 더더욱 화가 치밀어올랐다.“...내가 돈 줄 때와는 다르게 되게 기분 좋아 보이네.”이어 씩씩거리며 그녀의 차디찬 손을 잡아 자신의 따뜻한 체온으로 녹여주었다.장소월이 말했다.“너랑은 달라. 저분은 어르신이잖아.”어쩌면... 그녀 주위 유일한 가족이라고도 할 수 있다.한의준은 어렸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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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3화

그녀가 팔짱을 끼고 전연우의 앞으로 다가가 못마땅한 얼굴로 물었다.“아까 사람들 앞에서 왜 그렇게 날 망신 준 거예요? 전연우 씨... 예전엔 나한테 이러지 않았잖아요.”송시아의 거친 행동에 장소월이 말했다.“난 차에서 기다릴게.”전연우가 그녀의 팔목을 꽉 잡았다.“용건이 뭐야? 회사 일이면 기 비서한테 말하고, 사적인 일이면 난 할 말 없어.”“거기 서요!”송시아는 소민아의 손에서 계약서를 빼앗아 전연우의 몸에 던졌다.“이거 똑똑히 보고 결정해요... 나랑 갈지 아니면 저 여자랑 갈지!”전연우가 그녀의 팔에서 힘을 풀고 서류를 살펴보았다.“먼저 차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장소월은 조수석에 올라탔다. 창문이 닫혀 있어 전연우와 송시아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전연우는 이미 송시아와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손목시계만 만지작거렸다.그녀는 이런 상황에 꽤나 익숙했다. 송시아는 매번 나타날 때마다 전연우에게 서프라이즈를 선물한다. 또한 그것들은 모두 장소월은 할 수 없는 것들이다.저번엔 6조짜리 계약이었다...이건 또 얼마나 거액의 계약일까.사업가는 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한다.사랑 같은 감정은... 그들에겐 더없이 사소하고 비천한 것이다.장소월은 몸에 걸쳐있던 정장을 벗고 차에서 내려 혼자 주차장을 걸어 나갔다.3분 뒤, 전연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나 갑자기 일이 생겼어. 기 비서한테 너 데려다주라고 할게.”장소월은 오가는 행인들 속에서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빠르게 걸어가고 있었다.그녀가 횡단보도를 건너며 말했다.“...됐어. 나도 일 생겨서 가봐야 해. 기 비서님 귀찮게 할 필요 없어.”전연우의 목소리가 불편하게 가라앉았다.“내 말대로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 너 혼자 보내는 거 마음이 안 놓여.”장소월은 말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기다리라니... 그녀는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그를 기다리는 건 더더욱 싫다.그저 그의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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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장소월의 눈동자에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았다.“미안해요. 잘못 봤네요.”그녀가 앞으로 걸어가자 소년은 오토바이를 타고 따라갔다.“누나, 어디 가요? 내가 데려다줄게요. 연락처 주고받을래요?”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나 결혼했어요. 학생이 이러는 거 알면 남편이 화낼 거예요.”상대방은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아... 그래요.”장소월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어둡게 일그러지는 그의 표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소년이 장소월에게 한눈에 반했지만, 결혼했다는 말을 듣고 괴로워하는 줄로 알 것이다.그녀는 웃는 듯했지만 눈동자엔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일찍 집에 돌아가요. 아직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그 나이엔... 열심히 공부해야 해요.”그때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장소월의 앞에 멈춰 섰다. 창문이 스르르 내려가자 인정아가 선글라스를 내리고 초췌한 얼굴을 드러냈다.“타.”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 저번 기자회견 후 소리 없이 종적을 감추었으니 말이다.블루데이 커피숍.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인정아는 줄곧 선글라스를 하고 있었다. 등 뒤엔 경호원들을 대동했다.종업원이 커피 한 잔을 가져왔다. 장소월은 따뜻한 물 한 컵만 시켰다.종업원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인정아가 입을 열었다.“전연우는 널 갖기 위해 갖은 수를 써서 내 아들과 딸을 해쳤어. 그 자리 영원히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아?”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그녀는 아들과 딸을 함께 잃어버렸다. 그 충격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것이다. 2주도 안 되는 사이에 십 년은 더 늙은 것 같았다.“그건 저나 사모님이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어쩌면... 전연우도 아주 잠시 저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일 수도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싫증 나면 이 자리 주인이 바뀌겠죠!”장소월은 들고 있던 보온병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사모님, 인과응보란 말 믿으세요?”“...”인정아는 그녀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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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5화

그녀는 온몸의 피가 응고되고 사지가 마비되는 것 같았다... 5년 전... 너무 괴로워 바다에 뛰어들 뻔했던 그 순간과 흡사한 느낌이었다.전연우... 너 정말...너무나도 무서웠다!머리가 지끈거리고 정신이 아찔해졌다.유전자 검사 결과서엔 그녀와 전연우가 남매라고 쓰여 있었다.전연우는... 그녀의 친오빠였던 것이다!아니... 그럴 리가 없다!그녀와 전연우 사이엔 절대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못한다!이 유전자 검사는 틀린 것이다!장소월은 얼른 이성을 되찾고 최대한 마음을 추슬렀다. 그녀는 장해진의 딸이 아니다. 그녀의 친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에게 자식은 그녀 한 명밖에 없다!그렇다면 가능성은 단 하나뿐이다. 이 서류가 조작되었다는 것.전연우는 어쩌면 정말 장해진의 아들일지도 모른다.하지만... 대체 누가 이 결과를 조작했단 말인가.장소월은 서류를 다시 봉투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 순간 거대한 산이 짓누르는 것 같아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그녀는 급히 컵에 있던 물을 마시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그때 종업원이 다가와 따뜻한 우유 한 컵을 건네주었다.“아가씨, 천천히 드세요.”장소월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난 우유를 주문하지 않았어요.”종업원이 손으로 한곳을 가리켰다.“저분이 시키신 겁니다.”장소월이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그 오토바이 소년이었다. 그가 헬멧을 벗고 차에서 내리려던 그때,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커피숍 앞에 멈춰 섰다. 전연우가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온 순간, 장소월은 그의 얼굴에서 처음 보는 불안함을 감지했다.‘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 전연우, 대체 뭐가 무서운 건데?’전연우는 장소월의 앞에 놓여있는 우유를 쳐다보았다. 당황스러움이 역력한 그와는 달리 장소월은 차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여긴 왜 왔어? 급한 일 있다며?”기성은은 탁자 위 봉투와 만년필을 보자마자 그녀의 동의도 거치지 않고 가져갔다.“그건 내 물건이에요.”전연우가 손을 뻗어 우유를 마시려는 그녀를 막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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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6화

장소월은 편안히 그의 세안 서비스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부드러운 손길로 각종 클렌징을 그녀의 얼굴에 문질렀다.그녀가 그의 말에 대답했다.“딱히 없었어. 그냥 좀 듣기 싫은 말은 했는데 나한테 별로 타격 없어.”예전 그보다 더 독한 말도 수없이 들은 장소월이다.“다 지웠으면 나 가서 씻을게.”장소월이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하고 샤워하는 사이, 전연우는 기성은의 전화를 받으며 서재로 향했다.기성은이 보고했다.“유전자 검사 결과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녹음기엔 대표님과 서철용의 대화 내용이 들어있고요. 대표님, 이 물건들 없애버릴까요?”순간 전연우의 몸에 섬뜩한 살기가 감돌았다. 예전 인시윤에게 가졌던 그 감정이 일렁였다.하지만 전연우는 이미 장소월을 위해 손을 씻었다.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모조리 없애버려. 그리고... 그 여자한테 경고해. 한 번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인씨 집안 모든 것을 바쳐야 할 거라고.”“네, 대표님.”장소월은 씻으니 피곤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밥을 먹으려 아래층에 내려갔을 때 바깥에서 차 한 대가 들어왔다. 초인종이 울리자 별이에게 분유를 먹이던 장소월이 말했다.“아주머니, 누가 왔는지 나가보세요.”“네.”은경애가 문을 열어보니 익숙한 손님이 와 있었다.소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월아! 나 왔어!”장소월이 문밖을 내다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소현아 뒤에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와 있었다.강지훈!“저 사람이 여긴 왜 온 거야?”장소월이 일어서자 소현아는 바로 달려와 그녀를 껴안았다.“소월아, 보고 싶었어. 네가 오겠다고 해놓고도 안 와서 내가 이렇게 왔어! 이거 봐... 나 너 주려고 맛있는 것도 많이 갖고 왔어!”그녀는 당연히 강지훈은 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현아와 함께 왔으니 두 사람 모두 내쫓을 수는 없었다.“그렇게 큰 회사를 운영하면서 고작 이런 꼬락서니로 사는 거예요?”강지훈은 말투는 항상 이렇듯 직설적이다. 이어 그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아이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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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7화

장소월은 아이를 은경애에게 안겨주었다.“데리고 위에 올라가 있어요. 전 잠시 후에 갈게요.”은경애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세상에... 저 사람은 누구지? 좋은 사람 같아 보이진 않는데...’장소월은 주방에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자꾸만 은밀하게 자신을 훑어보는 시선에 그녀는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괴이한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었지만, 소현아만큼은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소현아가 강지훈의 옆에 앉았다.“소월아... 역시 너희 집밥이 제일 맛있어.”장소월은 그녀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강지훈이 있어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맛있으면 많이 먹어. 아주머니한테 반찬 몇 개 더 해달라고 했어.”강지훈이 말했다.“오랜만에 왔는데 술 한 잔 주면 안 돼요?”전연우는 도우미를 시켜 최상품도, 싸구려도 아닌 중간 등급의 술을 가져왔다.그가 고개를 숙이고 생선 가시를 바른 뒤 장소월의 그릇에 놓아주었다.“마시고 얼른 가! 우린 외부인 집에 오래 안 둬.”외부인이라는 말을 들으니 소현아는 순간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럼 앞으로 자주 소월이를 만나러 오면 안 된다는 거잖아?장소월이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현아는 외부인 아니야. 누가 외부인인지는 스스로 알겠지.”“소월 씨, 여전히 예전처럼 까칠하네요. 우리 남자들과 같이 마시지 않을래요?”장소월은 단호히 대답했다.“난 인간쓰레기랑 술 안 마셔요.”팽팽히 맞서는 두 사람의 모습에 소현아가 식탁 아래에서 강지훈의 옷을 잡아당겼다.“사고 안 친다고 약속했잖아요. 소월이 괴롭히지 말아요. 아니면... 나 지훈 씨 안 볼 거예요.”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리가 사람들의 귀에 들려왔다. 강지훈은 애완동물 만지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얌전히 밥 먹어.”장소월이 이마를 찌푸렸다, 소현아와 강지훈이... 설마?그럴 리가 없다. 강지훈은 전연우와 똑같이 극악무도한 사람이다. 아니... 전연우보다 더 잔인한 짐승 같은 사람이다. 그의 손에 들어간 이는 그 누구도 빠짐없이 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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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8화

“지금 어쩌면 이미 몰래 잡아서 숨겨놓았는지도 모르겠네요.”“그런 쓸데없는 얘기 듣고 싶지 않아.”그와 인씨 가문 사이 일은 이미 깨끗이 끝났다. 인시윤이 어떻게 됐든 그와는 전혀 상관없다.위층에서 장소월이 받은 선물은 고작 소식 하나였다.다만 그 소식은 그녀로 하여금 너무 놀라 말도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소현아는 동그랗게 불러온 배를 만지며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내 배 속에 아기 두 명이나 있대! 나 아기들이 싸울까 봐 매일 밤 동화 읽어줘.”“아기들 진짜 착해. 하나도 안 보채.”임신한 지 2개월밖에 안 됐으니 당연히 느낌이 없는 게 정상이다.정말 강지훈의 아이였다.“현아야, 임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강지훈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장소월은 소현아의 일인 이상 남처럼 수수방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정도로 진행되고 말았다.강지훈 그 더러운 놈은 송시아와도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니 절대 소현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앞으로... 상처를 받는 건 강지훈이 아니라 소현아 한 명일 뿐이다.노원우의 배신으로 인해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현아 역시 지금처럼 나약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소현아는 맑고 투명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소월아, 강지훈 나쁜 놈인 거 나도 알아. 나 하나도 안 멍청한데 자꾸 바보라고 욕해. 소월아... 나 강지훈한테 말 안 했어!”“절대 강지훈이 아이 아빠가 되게 하지 않아!”“내 뱃속 아이 아빠는 다른 사람이야!”장소월이 물었다.“다른 사람?”“그래!”소현아는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고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조용히 얘기했다.“강용이야! 소월아... 이건 내 비밀이니까 다른 사람한테 알려주면 안 돼.”강용...작은 돌멩이 하나가 평온한 호수에 떨어져 층층이 물보라를 일으켰다.소현아는 천진난만하게 말했다.“예전 학교 다닐 때 강용이 나한테 약속했었어. 돌아오면 내 아이의 아빠가 되어주겠다고. 그럼 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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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9화

장소월이 전연우의 옆을 지나가자 그는 웃으며 그녀 손목을 잡아 품에 끌어안고는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여보... 난 강지훈과 달라. 다시는 저놈과 접촉하지 않을게. 이번이 마지막이야. 응?”그 목소리는 마치 약물처럼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심장을 치유했다. 그의 체취를 맡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이 온몸에 깃들었다.그녀는 마치 깊은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물을 벗어나려 해도 결국엔 파도에 밀려 다시 돌아가곤 했다.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넌 항상 그렇게 말뿐이잖아. 송시아도 안 만나겠다고 했으면서 먹이 하나만 던져주면 나 버리고 가서 만나잖아. 강지훈도 마찬가지야. 나랑 한 약속 언제 한번 제대로 지킨 적 있어? 10조짜리 계약이랑 나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뭐 선택할래?”전생의 장소월이었다면 감히 이런 질문을 입에도 담지 못했을 것이다.그녀에게 너무나도 치명적인 질문이었다.묻지 않아도 그의 선택이 무엇인지는 똑똑히 알 수 있다.10조가 아니라 6억짜리 계약도 그녀의 목숨과 맞바꿀 수 있을 것이다.‘전연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처참하게 버릴 것이다.그녀는... 정말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였다.장소월이 돌연 그를 밀어냈다.“의미 없는 질문이네. 알고 싶지 않아. 별이 보러 가야겠어.”“돈은 없으면 다시 벌면 돼.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 내 아내야.”장소월의 발걸음이 문 앞에서 멈춰서고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평온하게 내뱉은 그 말이 그녀의 심장을 움직였다.그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도우미가 남원 별장 정원에서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있던 그때, 어둠 속에서 은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검은 후드를 입고 마스크를 한 탓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오 아주머니세요?”도우미가 소리쳤다.돌연 그 그림자는 당황하며 도망쳐버렸다.“도둑이야! 도둑 들었어요!”도우미가 몇 번을 소리치자 경호원이 달려왔다. 하지만 날이 너무 어두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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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0화

“내일 문 앞에 조명 몇 개 더 달아야겠어. 그리고 마침 회사에서 새 기술을 개발했어. 그것만 쓰면 내가 없을 때 집에 들어온 사람 모두의 정보가 네 핸드폰으로 전송돼.”도둑 방지가 아니라 그녀를 감시하는 게 목적인 황당무계한 말이다....어둠 속에 숨은 범인은 고개를 들고 밝았다가 어두워지는 위층 방을 지켜보고 있었다.검은 모자 아래 그 눈동자엔 고통과 원한이 가득 담겨있었다.얼마 후 미세하게 새어 나오던 달빛이 완전히 검은 구름에 가려졌다.이어 하늘에서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빗물이 몸을 적시니 차가운 한기가 온몸을 뚫고 들어갔다.새벽 네 시,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지고 하늘에선 번개가 쳤다.옆방 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장소월은 몸을 뒤집으며 이불 속에서 옆에 누운 남자를 툭툭 찼다.“전연우... 별이한테 가. 또 울어.”발길질에 잠이 깬 전연우는 한숨을 내쉬고는 조명을 켰다.그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와 잠옷을 입고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전연우가 옆방에서 아이를 달래고 있음에도 울음소리는 더 커져만 갔다. 장소월은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별이에게 향했다.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며 비가 내리면 별이는 울음을 그칠 줄을 모른다.장소월이 다가갔다.“내가 할게. 언제 집 보수공사 하는 거야? 방음이 너무 안 돼. 비 오면 별이가 너무 울잖아. 계속 이렇게 울다간 몸 상할지도 몰라.”전연우가 말했다.“알았어. 내일 기 비서한테 와서 보라고 할게. 나 담배 한 대 피울 거야.”별이는 장소월의 품에 안겨서야 천천히 조용해졌다.비가 조금씩 그치자 장소월은 창문을 열어 시원하게 환기를 시켰다.장소월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를 보고는 손가락으로 콧등을 톡톡 두드렸다.“남자애가 왜 이렇게 겁이 많아?”“엄... 엄마...”장소월이 입꼬리를 올리며 빙그레 웃었다.‘네가 만약 내가 낳은 아이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난 네 엄마가 아니야. 넌 내 아이가 아니고.’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그 순간, 장소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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