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어쩌면 이미 몰래 잡아서 숨겨놓았는지도 모르겠네요.”“그런 쓸데없는 얘기 듣고 싶지 않아.”그와 인씨 가문 사이 일은 이미 깨끗이 끝났다. 인시윤이 어떻게 됐든 그와는 전혀 상관없다.위층에서 장소월이 받은 선물은 고작 소식 하나였다.다만 그 소식은 그녀로 하여금 너무 놀라 말도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소현아는 동그랗게 불러온 배를 만지며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내 배 속에 아기 두 명이나 있대! 나 아기들이 싸울까 봐 매일 밤 동화 읽어줘.”“아기들 진짜 착해. 하나도 안 보채.”임신한 지 2개월밖에 안 됐으니 당연히 느낌이 없는 게 정상이다.정말 강지훈의 아이였다.“현아야, 임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강지훈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장소월은 소현아의 일인 이상 남처럼 수수방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정도로 진행되고 말았다.강지훈 그 더러운 놈은 송시아와도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니 절대 소현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앞으로... 상처를 받는 건 강지훈이 아니라 소현아 한 명일 뿐이다.노원우의 배신으로 인해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현아 역시 지금처럼 나약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소현아는 맑고 투명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소월아, 강지훈 나쁜 놈인 거 나도 알아. 나 하나도 안 멍청한데 자꾸 바보라고 욕해. 소월아... 나 강지훈한테 말 안 했어!”“절대 강지훈이 아이 아빠가 되게 하지 않아!”“내 뱃속 아이 아빠는 다른 사람이야!”장소월이 물었다.“다른 사람?”“그래!”소현아는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고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조용히 얘기했다.“강용이야! 소월아... 이건 내 비밀이니까 다른 사람한테 알려주면 안 돼.”강용...작은 돌멩이 하나가 평온한 호수에 떨어져 층층이 물보라를 일으켰다.소현아는 천진난만하게 말했다.“예전 학교 다닐 때 강용이 나한테 약속했었어. 돌아오면 내 아이의 아빠가 되어주겠다고. 그럼 영원
장소월이 전연우의 옆을 지나가자 그는 웃으며 그녀 손목을 잡아 품에 끌어안고는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여보... 난 강지훈과 달라. 다시는 저놈과 접촉하지 않을게. 이번이 마지막이야. 응?”그 목소리는 마치 약물처럼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심장을 치유했다. 그의 체취를 맡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이 온몸에 깃들었다.그녀는 마치 깊은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물을 벗어나려 해도 결국엔 파도에 밀려 다시 돌아가곤 했다.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넌 항상 그렇게 말뿐이잖아. 송시아도 안 만나겠다고 했으면서 먹이 하나만 던져주면 나 버리고 가서 만나잖아. 강지훈도 마찬가지야. 나랑 한 약속 언제 한번 제대로 지킨 적 있어? 10조짜리 계약이랑 나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뭐 선택할래?”전생의 장소월이었다면 감히 이런 질문을 입에도 담지 못했을 것이다.그녀에게 너무나도 치명적인 질문이었다.묻지 않아도 그의 선택이 무엇인지는 똑똑히 알 수 있다.10조가 아니라 6억짜리 계약도 그녀의 목숨과 맞바꿀 수 있을 것이다.‘전연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처참하게 버릴 것이다.그녀는... 정말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였다.장소월이 돌연 그를 밀어냈다.“의미 없는 질문이네. 알고 싶지 않아. 별이 보러 가야겠어.”“돈은 없으면 다시 벌면 돼.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 내 아내야.”장소월의 발걸음이 문 앞에서 멈춰서고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평온하게 내뱉은 그 말이 그녀의 심장을 움직였다.그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도우미가 남원 별장 정원에서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있던 그때, 어둠 속에서 은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검은 후드를 입고 마스크를 한 탓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오 아주머니세요?”도우미가 소리쳤다.돌연 그 그림자는 당황하며 도망쳐버렸다.“도둑이야! 도둑 들었어요!”도우미가 몇 번을 소리치자 경호원이 달려왔다. 하지만 날이 너무 어두워
“내일 문 앞에 조명 몇 개 더 달아야겠어. 그리고 마침 회사에서 새 기술을 개발했어. 그것만 쓰면 내가 없을 때 집에 들어온 사람 모두의 정보가 네 핸드폰으로 전송돼.”도둑 방지가 아니라 그녀를 감시하는 게 목적인 황당무계한 말이다....어둠 속에 숨은 범인은 고개를 들고 밝았다가 어두워지는 위층 방을 지켜보고 있었다.검은 모자 아래 그 눈동자엔 고통과 원한이 가득 담겨있었다.얼마 후 미세하게 새어 나오던 달빛이 완전히 검은 구름에 가려졌다.이어 하늘에서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빗물이 몸을 적시니 차가운 한기가 온몸을 뚫고 들어갔다.새벽 네 시,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지고 하늘에선 번개가 쳤다.옆방 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장소월은 몸을 뒤집으며 이불 속에서 옆에 누운 남자를 툭툭 찼다.“전연우... 별이한테 가. 또 울어.”발길질에 잠이 깬 전연우는 한숨을 내쉬고는 조명을 켰다.그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와 잠옷을 입고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전연우가 옆방에서 아이를 달래고 있음에도 울음소리는 더 커져만 갔다. 장소월은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별이에게 향했다.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며 비가 내리면 별이는 울음을 그칠 줄을 모른다.장소월이 다가갔다.“내가 할게. 언제 집 보수공사 하는 거야? 방음이 너무 안 돼. 비 오면 별이가 너무 울잖아. 계속 이렇게 울다간 몸 상할지도 몰라.”전연우가 말했다.“알았어. 내일 기 비서한테 와서 보라고 할게. 나 담배 한 대 피울 거야.”별이는 장소월의 품에 안겨서야 천천히 조용해졌다.비가 조금씩 그치자 장소월은 창문을 열어 시원하게 환기를 시켰다.장소월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를 보고는 손가락으로 콧등을 톡톡 두드렸다.“남자애가 왜 이렇게 겁이 많아?”“엄... 엄마...”장소월이 입꼬리를 올리며 빙그레 웃었다.‘네가 만약 내가 낳은 아이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난 네 엄마가 아니야. 넌 내 아이가 아니고.’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그 순간, 장소월은
“발자국의 크기와 깊이로 봐선 여자인 것 같습니다. 경찰에 신고할까요?”“내일 내가 처리할게.”“네. 대표님.”전연우는 젓가락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내가 목적이 아닐 수도 있어. 오늘 밤엔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하고 푹 자. 내일 다시 얘기하자.”“먹어봐. 내 솜씨도 꽤 괜찮아.”장소월이 말했다.“입맛 없어.”그녀의 경직된 모습에 전연우는 차분하게 달랬다.“아침밥으로 조금만 먹어. 두 시간 뒤면 날이 밝을 거야.”장소월이 시계를 쳐다보니 어느덧 네 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전연우, 더는 나쁜 짓 하지 마. 응?”“그래. 안 해.”...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빗속에서 달려 나왔다.인정아의 눈에 손에 날카로운 돌멩이를 쥐고 피를 뚝뚝 흘리며 이성을 잃은 듯 뛰어오는 여자가 들어왔다. 인정아가 다가갔을 때 여자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시윤아... 왜 그래? 엄마 왔어!”인정아는 그녀 손에서 돌멩이를 빼내려 했으나 인시윤은 더더욱 힘껏 말아쥐었다.“장소월이에요! 장소월이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갔어요. 전연우와 함께 있어야 할 사람은 나라고요!”“우린 결혼까지 했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또 결혼할 수가 있어요.”그렇다... 온몸이 화상으로 뒤덮여 괴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인시윤이었다.그녀가 살아남았다.하지만 목숨을 지킨 대가는 흉측한 괴물이 된 것이었다.그녀의 목소리 역시 듣기 힘들 정도로 거북했다.그녀가 거리에 나타난다면 모든 사람들이 피하기에 급급할 것이다.“시윤아... 그놈 더는 생각하지 마! 전연우는... 처음부터 우리 집안을 이용하고 네 오빠를 이용할 생각이었어. 너랑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시윤아... 열심히 치료받으면 흉터도 다 사라질 거야! 엄마가 세계에서 제일 유능한 성형외과 의사들을 데려와서 너 예전처럼 만들어줄게...”인시윤은 더럽고 으슥한 어둠 속에서 한 쌍의 부부처럼 아이를 안고 있는 그들을 보았다.“전연우가... 장소월에게 국수까지 끓여주더라고요.”
날이 밝아오도록 밤새 뒹굴었음에도 전연우의 정력을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그는 욕실에서 씻고 나온 뒤 진한 색 셔츠들 속에서 꽃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검은색 셔츠를 골랐다. 장소월이 그에게 사준 것이었는데 처음엔 이런 화려한 건 싫다고 투덜거렸으나 매번 별다른 고민 없이 빼내는 옷이다. 요즘 그는 거의 그녀가 사준 셔츠 두 장만 돌려 입는다.장소월은 6시에 깬 이후로 줄곧 잠들지 못했다. 별이의 이마를 만져보니 열이 나는 것 같아 아이의 전용 의약 상자에서 약을 꺼내 먹였다. 이제 체온을 재보니 많이 괜찮아졌다.“옷 갈아입어. 오늘은 나랑 회사 같이 가자.”장소월은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전연우, 나 병난 것 같아.”단추를 잠그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가 이마를 찌푸리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이리 와봐.”장소월의 이마를 만져보니 확실히 조금 뜨거운 것 같았다.“오전 회의만 마치고 집에 올게. 그리고 바로 서철용 보낼게.”장소월은 침대에 기대어 앉아 함께 병을 앓고 있는 별이를 바라보았다.“됐어. 그 사람 보고 싶지 않아.”“말 들어. 건강이 제일 중요해.”장소월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감정이 어렸다.“서철용 엄청 믿나 봐.”“엘리트 개인 병원은 성세 그룹 투자로 세워진 병원이야. 그러니 서철용을 찾는 건 당연한 거지.”전연우가 서철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침대에 누워있던 서철용은 시계를 보니 욕설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이봐, 전 대표, 지금 몇 시인지 알아? 나 아직 두 시간 밖에 못 잤단 말이야.”서철용은 요즘 수술이 많이 잡혀있어 새벽 두 시까지 야근하곤 했었다. 금방 세수하고 누웠는데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30분 줄게. 별장으로 와.”전연우는 서철용이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서철용은 장소월에게 또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숨돌릴 틈도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배은란은 뱃속 아이가 짓궂어 계속 발길질을 하는 바람에 조금의 소리만 있어도 잠에서 깨어났다.하여 임신한 이후로 두 사람은
서철용이 물었다.“그럼 날 부른 게 소월 씨 안전을 지켜주라고 하기 위해서야?”“인시윤이 살아있다는 거 아직은 말하지 마. 그럼 직접 나가서 강영수를 찾으려 할 거야.”서철용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너 지금 설마 인시윤을 두려워하는 거야? 그 여자가 이성을 잃고 소월 씨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그는 전연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하긴, 처참하게 상처받아 미쳐버린 여자는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지.”“전연우... 네가 저지른 나쁜 짓의 대가를 소월 씨가 감당하게 해선 안 돼. 이번 일 제대로 처리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걱정되는 건 인시윤보다 송시아야! 송시아가 제일 무서운 사람이야. 계속 옆에 두다간 회사까지 노릴 수도 있어.”송시아는 그 어떤 여자보다도 더 야망이 큰 사람이다.전연우 같은 사람은 약점을 만들어선 안 된다. 한 번 적에게 발견되면... 그 후과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장소월은 성예진이 목숨과 바꿔온 딸이다. 서철용은 어렸을 적 그녀에게 장소월을 반드시 지켜줄 거라 약속했었다... 그 약속은 늦었지만 지금은 꼭 지켜야 한다.전연우가 회사에 나가고 서철용이 장소월의 방에 돌아왔을 때 은경애는 그녀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 그녀가 은경애를 내보내고 서철용에게 물었다.“두 사람 무슨 얘기 했어요?”“나한테 소월 씨 잘 지키고 있으래요.”“나랑 한 약속 잊으면 안 돼요!”서철용은 망설이다가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인시윤이 돌아왔어요... 그날 밤 소월 씨가 봤다던 그 사람이에요.”장소월은 믿을 수가 없었다.“시윤이가요?”“네. 인시윤이 그 사고에서 살아남았나 봐요.”장소월은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급히 물었다.“인시윤이 살아있다면... 그럼 강영수는요? 영수도... 살아있는 거 아닐까요?”서철용은 그녀가 아직 강영수를 놓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시선 속에서 머릿속 성예진의 모습과 장소월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당시 연선우가 변을 당했을 때 걱정하던
전연우가 떠나갔을 때, 바닥은 온통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크고 작은 값비싼 물건들 모두 산산조각이 나 버렸다.기성은은 전연우와 함께 일한 이후로 그가 이렇듯 크게 반응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예전 같은 성격이었다면 인시윤은 뼈도 추리지 못했을 것이다. 경호원들이 훼손한 물건들은 인씨 가문에게 아무런 타격도 없었지만 엄준한 경고를 준 건 분명하다.인시윤이 그날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살았다면, 왜 그녀 한 명뿐이란 말인가?“대표님, 혹시 인씨 가문에서 손을 써 성세 그룹을 망가뜨리려 하지 않을까요?”앞에서 걸어가던 전연우가 손에 들고 있던 담배꽁초를 버리며 말했다.“내가 언제 저 집안 무서워하는 거 봤어?”“일단 회사로 돌아가.”“네. 대표님.”성세 그룹 부대표 사무실.송시아는 전화를 끊고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소민아는 커피를 들고 들어와 책상 위에 내려놓을 때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역시 내가 과대평가했어.”소민아가 말했다.“부대표님, 커피 여기 있습니다. 다른 일 없으면 가보겠습니다.”송시아가 최근 회사에 출근하기 시작한 이후로 소민아는 송시아의 비서로 일했다. 이직 전 마지막 2주라고 할지라도 맡겨진 일엔 최선을 다했다.“잠시만요. 내가 가져오라고 했던 대표님 스케줄표 왜 아직도 안 줘요?”“부대표님, 대표님의 스케줄은 기 비서님만 알고 계십니다. 어제 문자를 보냈었는데 아직까지 답장이 없으십니다. 몇 번 전화해도 할 때마다 바로 끊으셨고요. 저도 정말 방법이 없어요. 비서팀 다른 직원들한테 물어보니까 대표님께선 최근 별로 회사에 나오지 않으시고 집에서 일을 처리하신다고 합니다. 사인할 서류가 있을 땐 기 비서님이 직접 남원 별장에 가시고요.”송시아는 턱을 괴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말했다.“알겠어요. 나가봐요. 저녁에 나랑 남원 별장에 갈 준비도 하고요. 대표님에게 사인 받아야 할 서류가 있거든요.”“네. 알겠습니다.”소민아는 사무실에서 나간 뒤 핸드폰을 꺼내 장소월에게 문자를 보냈다.작업실에서 그
소민아가 또 문자를 보낸 순간 핸드폰 상단에 차단 메시지가 떴다. 그 순간 그녀는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나쁜 자식, 양아치. 네가 뭐 그렇게 대단하다고 이래. 차단할 테면 하라고 해. 누가 아쉬워하는 줄 아나.’소민아도 그리 만만한 사람은 아니다. 기성은이 그녀를 차단했다고 하니, 그녀는 아예 그의 연락처를 삭제해 버렸다.‘앞으로 연락해 달라고 빌지나 마.’소민아가 송시아에게 말했다.“부대표님, 조금 전 기 비서님에게 저희가 왔다고 문자를 보냈는데요... 기 비서님이 절 차단해버렸어요.”송시아가 씩씩거리며 말했다.“너 같은 비서 필요 없어 이제!”소민아는 두 걸음 뒤로 물러서며 다급히 용서를 빌었다.“죄송합니다, 부대표님. 시말서 쓰겠습니다.”송시아는 고개를 든 순간 3층에서 평온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장소월과 눈이 마주쳤다.처음 느끼는 온몸을 휘감는 수치심에 그녀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장소월! 네가 뭔데 그런 같잖은 표정을 지어! 전생에서 내 발아래에 무릎 꿇고 손이 발이 되게 빌다가 끌려나간 게 누군데!’지금까지도 송시아는 전생의 기억에 사로잡혀 오만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장소월은 송시아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조용히 그녀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장소월 씨, 아직 이겼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남자한테 빌붙는 것 외에 당신이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어요? 전연우가 옆에 없으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거지 신세잖아요!”전생에서도 송시아는 그녀에게 똑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당시 그녀에겐 확실히 아무것도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전연우를 떠난다고 해도 더 잘 살 수 있다.득의양양한 얼굴로 웃음 짓고 있는 송시아를 보며 장소월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전연우는 그저 당신 손에서 얻을 이익만 보고 당신을 남겨두고 있는 거예요. 지금 전연우는... 나 없인 못 살아요!”“송시아 씨, 앞으로 다시는 찾아오지 말아요. 괜히 제 발로 찾아와서 이렇게 창피와 모욕을 당할 필요는 없지 않겠어요?”장소월은 먼저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