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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4화

장소월의 눈동자에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미안해요. 잘못 봤네요.”

그녀가 앞으로 걸어가자 소년은 오토바이를 타고 따라갔다.

“누나, 어디 가요? 내가 데려다줄게요. 연락처 주고받을래요?”

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나 결혼했어요. 학생이 이러는 거 알면 남편이 화낼 거예요.”

상대방은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

“아... 그래요.”

장소월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어둡게 일그러지는 그의 표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소년이 장소월에게 한눈에 반했지만, 결혼했다는 말을 듣고 괴로워하는 줄로 알 것이다.

그녀는 웃는 듯했지만 눈동자엔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

“일찍 집에 돌아가요. 아직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그 나이엔... 열심히 공부해야 해요.”

그때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장소월의 앞에 멈춰 섰다. 창문이 스르르 내려가자 인정아가 선글라스를 내리고 초췌한 얼굴을 드러냈다.

“타.”

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 저번 기자회견 후 소리 없이 종적을 감추었으니 말이다.

블루데이 커피숍.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인정아는 줄곧 선글라스를 하고 있었다. 등 뒤엔 경호원들을 대동했다.

종업원이 커피 한 잔을 가져왔다. 장소월은 따뜻한 물 한 컵만 시켰다.

종업원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인정아가 입을 열었다.

“전연우는 널 갖기 위해 갖은 수를 써서 내 아들과 딸을 해쳤어. 그 자리 영원히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그녀는 아들과 딸을 함께 잃어버렸다. 그 충격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것이다. 2주도 안 되는 사이에 십 년은 더 늙은 것 같았다.

“그건 저나 사모님이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어쩌면... 전연우도 아주 잠시 저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일 수도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싫증 나면 이 자리 주인이 바뀌겠죠!”

장소월은 들고 있던 보온병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사모님, 인과응보란 말 믿으세요?”

“...”

인정아는 그녀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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