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월은 편안히 그의 세안 서비스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부드러운 손길로 각종 클렌징을 그녀의 얼굴에 문질렀다.그녀가 그의 말에 대답했다.“딱히 없었어. 그냥 좀 듣기 싫은 말은 했는데 나한테 별로 타격 없어.”예전 그보다 더 독한 말도 수없이 들은 장소월이다.“다 지웠으면 나 가서 씻을게.”장소월이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하고 샤워하는 사이, 전연우는 기성은의 전화를 받으며 서재로 향했다.기성은이 보고했다.“유전자 검사 결과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녹음기엔 대표님과 서철용의 대화 내용이 들어있고요. 대표님, 이 물건들 없애버릴까요?”순간 전연우의 몸에 섬뜩한 살기가 감돌았다. 예전 인시윤에게 가졌던 그 감정이 일렁였다.하지만 전연우는 이미 장소월을 위해 손을 씻었다.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모조리 없애버려. 그리고... 그 여자한테 경고해. 한 번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인씨 집안 모든 것을 바쳐야 할 거라고.”“네, 대표님.”장소월은 씻으니 피곤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밥을 먹으려 아래층에 내려갔을 때 바깥에서 차 한 대가 들어왔다. 초인종이 울리자 별이에게 분유를 먹이던 장소월이 말했다.“아주머니, 누가 왔는지 나가보세요.”“네.”은경애가 문을 열어보니 익숙한 손님이 와 있었다.소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월아! 나 왔어!”장소월이 문밖을 내다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소현아 뒤에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와 있었다.강지훈!“저 사람이 여긴 왜 온 거야?”장소월이 일어서자 소현아는 바로 달려와 그녀를 껴안았다.“소월아, 보고 싶었어. 네가 오겠다고 해놓고도 안 와서 내가 이렇게 왔어! 이거 봐... 나 너 주려고 맛있는 것도 많이 갖고 왔어!”그녀는 당연히 강지훈은 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현아와 함께 왔으니 두 사람 모두 내쫓을 수는 없었다.“그렇게 큰 회사를 운영하면서 고작 이런 꼬락서니로 사는 거예요?”강지훈은 말투는 항상 이렇듯 직설적이다. 이어 그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아이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볼
장소월은 아이를 은경애에게 안겨주었다.“데리고 위에 올라가 있어요. 전 잠시 후에 갈게요.”은경애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세상에... 저 사람은 누구지? 좋은 사람 같아 보이진 않는데...’장소월은 주방에 돌아가 의자에 앉았다. 자꾸만 은밀하게 자신을 훑어보는 시선에 그녀는 불편함을 감추지 못했다. 괴이한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었지만, 소현아만큼은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소현아가 강지훈의 옆에 앉았다.“소월아... 역시 너희 집밥이 제일 맛있어.”장소월은 그녀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강지훈이 있어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맛있으면 많이 먹어. 아주머니한테 반찬 몇 개 더 해달라고 했어.”강지훈이 말했다.“오랜만에 왔는데 술 한 잔 주면 안 돼요?”전연우는 도우미를 시켜 최상품도, 싸구려도 아닌 중간 등급의 술을 가져왔다.그가 고개를 숙이고 생선 가시를 바른 뒤 장소월의 그릇에 놓아주었다.“마시고 얼른 가! 우린 외부인 집에 오래 안 둬.”외부인이라는 말을 들으니 소현아는 순간 기분이 가라앉았다. 그럼 앞으로 자주 소월이를 만나러 오면 안 된다는 거잖아?장소월이 고개도 들지 않고 말했다.“현아는 외부인 아니야. 누가 외부인인지는 스스로 알겠지.”“소월 씨, 여전히 예전처럼 까칠하네요. 우리 남자들과 같이 마시지 않을래요?”장소월은 단호히 대답했다.“난 인간쓰레기랑 술 안 마셔요.”팽팽히 맞서는 두 사람의 모습에 소현아가 식탁 아래에서 강지훈의 옷을 잡아당겼다.“사고 안 친다고 약속했잖아요. 소월이 괴롭히지 말아요. 아니면... 나 지훈 씨 안 볼 거예요.”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리가 사람들의 귀에 들려왔다. 강지훈은 애완동물 만지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얌전히 밥 먹어.”장소월이 이마를 찌푸렸다, 소현아와 강지훈이... 설마?그럴 리가 없다. 강지훈은 전연우와 똑같이 극악무도한 사람이다. 아니... 전연우보다 더 잔인한 짐승 같은 사람이다. 그의 손에 들어간 이는 그 누구도 빠짐없이 죽는
“지금 어쩌면 이미 몰래 잡아서 숨겨놓았는지도 모르겠네요.”“그런 쓸데없는 얘기 듣고 싶지 않아.”그와 인씨 가문 사이 일은 이미 깨끗이 끝났다. 인시윤이 어떻게 됐든 그와는 전혀 상관없다.위층에서 장소월이 받은 선물은 고작 소식 하나였다.다만 그 소식은 그녀로 하여금 너무 놀라 말도 나오지 못하게 만들었다.소현아는 동그랗게 불러온 배를 만지며 말했다.“의사 선생님이 내 배 속에 아기 두 명이나 있대! 나 아기들이 싸울까 봐 매일 밤 동화 읽어줘.”“아기들 진짜 착해. 하나도 안 보채.”임신한 지 2개월밖에 안 됐으니 당연히 느낌이 없는 게 정상이다.정말 강지훈의 아이였다.“현아야, 임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 왜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강지훈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장소월은 소현아의 일인 이상 남처럼 수수방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정도로 진행되고 말았다.강지훈 그 더러운 놈은 송시아와도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니 절대 소현아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앞으로... 상처를 받는 건 강지훈이 아니라 소현아 한 명일 뿐이다.노원우의 배신으로 인해 충격을 받지 않았다면, 현아 역시 지금처럼 나약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소현아는 맑고 투명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배시시 웃어 보였다.“소월아, 강지훈 나쁜 놈인 거 나도 알아. 나 하나도 안 멍청한데 자꾸 바보라고 욕해. 소월아... 나 강지훈한테 말 안 했어!”“절대 강지훈이 아이 아빠가 되게 하지 않아!”“내 뱃속 아이 아빠는 다른 사람이야!”장소월이 물었다.“다른 사람?”“그래!”소현아는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고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조용히 얘기했다.“강용이야! 소월아... 이건 내 비밀이니까 다른 사람한테 알려주면 안 돼.”강용...작은 돌멩이 하나가 평온한 호수에 떨어져 층층이 물보라를 일으켰다.소현아는 천진난만하게 말했다.“예전 학교 다닐 때 강용이 나한테 약속했었어. 돌아오면 내 아이의 아빠가 되어주겠다고. 그럼 영원
장소월이 전연우의 옆을 지나가자 그는 웃으며 그녀 손목을 잡아 품에 끌어안고는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보며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여보... 난 강지훈과 달라. 다시는 저놈과 접촉하지 않을게. 이번이 마지막이야. 응?”그 목소리는 마치 약물처럼 만신창이가 된 그녀의 심장을 치유했다. 그의 체취를 맡으니 이루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이 온몸에 깃들었다.그녀는 마치 깊은 바닷속에서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물을 벗어나려 해도 결국엔 파도에 밀려 다시 돌아가곤 했다.계속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넌 항상 그렇게 말뿐이잖아. 송시아도 안 만나겠다고 했으면서 먹이 하나만 던져주면 나 버리고 가서 만나잖아. 강지훈도 마찬가지야. 나랑 한 약속 언제 한번 제대로 지킨 적 있어? 10조짜리 계약이랑 나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뭐 선택할래?”전생의 장소월이었다면 감히 이런 질문을 입에도 담지 못했을 것이다.그녀에게 너무나도 치명적인 질문이었다.묻지 않아도 그의 선택이 무엇인지는 똑똑히 알 수 있다.10조가 아니라 6억짜리 계약도 그녀의 목숨과 맞바꿀 수 있을 것이다.‘전연우’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처참하게 버릴 것이다.그녀는... 정말 너무나도 미약한 존재였다.장소월이 돌연 그를 밀어냈다.“의미 없는 질문이네. 알고 싶지 않아. 별이 보러 가야겠어.”“돈은 없으면 다시 벌면 돼. 내가 원하는 건 단 하나, 내 아내야.”장소월의 발걸음이 문 앞에서 멈춰서고 눈초리가 파르르 떨렸다.평온하게 내뱉은 그 말이 그녀의 심장을 움직였다.그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도우미가 남원 별장 정원에서 나뭇가지를 정리하고 있던 그때, 어둠 속에서 은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검은 후드를 입고 마스크를 한 탓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오 아주머니세요?”도우미가 소리쳤다.돌연 그 그림자는 당황하며 도망쳐버렸다.“도둑이야! 도둑 들었어요!”도우미가 몇 번을 소리치자 경호원이 달려왔다. 하지만 날이 너무 어두워
“내일 문 앞에 조명 몇 개 더 달아야겠어. 그리고 마침 회사에서 새 기술을 개발했어. 그것만 쓰면 내가 없을 때 집에 들어온 사람 모두의 정보가 네 핸드폰으로 전송돼.”도둑 방지가 아니라 그녀를 감시하는 게 목적인 황당무계한 말이다....어둠 속에 숨은 범인은 고개를 들고 밝았다가 어두워지는 위층 방을 지켜보고 있었다.검은 모자 아래 그 눈동자엔 고통과 원한이 가득 담겨있었다.얼마 후 미세하게 새어 나오던 달빛이 완전히 검은 구름에 가려졌다.이어 하늘에서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빗물이 몸을 적시니 차가운 한기가 온몸을 뚫고 들어갔다.새벽 네 시, 빗줄기는 점점 더 거세지고 하늘에선 번개가 쳤다.옆방 별이가 울음을 터뜨렸다.장소월은 몸을 뒤집으며 이불 속에서 옆에 누운 남자를 툭툭 찼다.“전연우... 별이한테 가. 또 울어.”발길질에 잠이 깬 전연우는 한숨을 내쉬고는 조명을 켰다.그는 이불을 걷고 침대에서 내려와 잠옷을 입고는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었다.전연우가 옆방에서 아이를 달래고 있음에도 울음소리는 더 커져만 갔다. 장소월은 하는 수 없이 일어나 별이에게 향했다.번개가 치고 우레가 울며 비가 내리면 별이는 울음을 그칠 줄을 모른다.장소월이 다가갔다.“내가 할게. 언제 집 보수공사 하는 거야? 방음이 너무 안 돼. 비 오면 별이가 너무 울잖아. 계속 이렇게 울다간 몸 상할지도 몰라.”전연우가 말했다.“알았어. 내일 기 비서한테 와서 보라고 할게. 나 담배 한 대 피울 거야.”별이는 장소월의 품에 안겨서야 천천히 조용해졌다.비가 조금씩 그치자 장소월은 창문을 열어 시원하게 환기를 시켰다.장소월은 여전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이를 보고는 손가락으로 콧등을 톡톡 두드렸다.“남자애가 왜 이렇게 겁이 많아?”“엄... 엄마...”장소월이 입꼬리를 올리며 빙그레 웃었다.‘네가 만약 내가 낳은 아이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난 네 엄마가 아니야. 넌 내 아이가 아니고.’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그 순간, 장소월은
“발자국의 크기와 깊이로 봐선 여자인 것 같습니다. 경찰에 신고할까요?”“내일 내가 처리할게.”“네. 대표님.”전연우는 젓가락을 그녀의 손에 쥐여주었다.“내가 목적이 아닐 수도 있어. 오늘 밤엔 아무 일도 없었다고 생각하고 푹 자. 내일 다시 얘기하자.”“먹어봐. 내 솜씨도 꽤 괜찮아.”장소월이 말했다.“입맛 없어.”그녀의 경직된 모습에 전연우는 차분하게 달랬다.“아침밥으로 조금만 먹어. 두 시간 뒤면 날이 밝을 거야.”장소월이 시계를 쳐다보니 어느덧 네 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전연우, 더는 나쁜 짓 하지 마. 응?”“그래. 안 해.”...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빗속에서 달려 나왔다.인정아의 눈에 손에 날카로운 돌멩이를 쥐고 피를 뚝뚝 흘리며 이성을 잃은 듯 뛰어오는 여자가 들어왔다. 인정아가 다가갔을 때 여자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시윤아... 왜 그래? 엄마 왔어!”인정아는 그녀 손에서 돌멩이를 빼내려 했으나 인시윤은 더더욱 힘껏 말아쥐었다.“장소월이에요! 장소월이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갔어요. 전연우와 함께 있어야 할 사람은 나라고요!”“우린 결혼까지 했었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과 또 결혼할 수가 있어요.”그렇다... 온몸이 화상으로 뒤덮여 괴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인시윤이었다.그녀가 살아남았다.하지만 목숨을 지킨 대가는 흉측한 괴물이 된 것이었다.그녀의 목소리 역시 듣기 힘들 정도로 거북했다.그녀가 거리에 나타난다면 모든 사람들이 피하기에 급급할 것이다.“시윤아... 그놈 더는 생각하지 마! 전연우는... 처음부터 우리 집안을 이용하고 네 오빠를 이용할 생각이었어. 너랑은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야! 시윤아... 열심히 치료받으면 흉터도 다 사라질 거야! 엄마가 세계에서 제일 유능한 성형외과 의사들을 데려와서 너 예전처럼 만들어줄게...”인시윤은 더럽고 으슥한 어둠 속에서 한 쌍의 부부처럼 아이를 안고 있는 그들을 보았다.“전연우가... 장소월에게 국수까지 끓여주더라고요.”
날이 밝아오도록 밤새 뒹굴었음에도 전연우의 정력을 사그라들 줄을 몰랐다. 그는 욕실에서 씻고 나온 뒤 진한 색 셔츠들 속에서 꽃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검은색 셔츠를 골랐다. 장소월이 그에게 사준 것이었는데 처음엔 이런 화려한 건 싫다고 투덜거렸으나 매번 별다른 고민 없이 빼내는 옷이다. 요즘 그는 거의 그녀가 사준 셔츠 두 장만 돌려 입는다.장소월은 6시에 깬 이후로 줄곧 잠들지 못했다. 별이의 이마를 만져보니 열이 나는 것 같아 아이의 전용 의약 상자에서 약을 꺼내 먹였다. 이제 체온을 재보니 많이 괜찮아졌다.“옷 갈아입어. 오늘은 나랑 회사 같이 가자.”장소월은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전연우, 나 병난 것 같아.”단추를 잠그던 그의 손이 멈추었다. 그가 이마를 찌푸리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이리 와봐.”장소월의 이마를 만져보니 확실히 조금 뜨거운 것 같았다.“오전 회의만 마치고 집에 올게. 그리고 바로 서철용 보낼게.”장소월은 침대에 기대어 앉아 함께 병을 앓고 있는 별이를 바라보았다.“됐어. 그 사람 보고 싶지 않아.”“말 들어. 건강이 제일 중요해.”장소월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감정이 어렸다.“서철용 엄청 믿나 봐.”“엘리트 개인 병원은 성세 그룹 투자로 세워진 병원이야. 그러니 서철용을 찾는 건 당연한 거지.”전연우가 서철용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직 침대에 누워있던 서철용은 시계를 보니 욕설이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이봐, 전 대표, 지금 몇 시인지 알아? 나 아직 두 시간 밖에 못 잤단 말이야.”서철용은 요즘 수술이 많이 잡혀있어 새벽 두 시까지 야근하곤 했었다. 금방 세수하고 누웠는데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30분 줄게. 별장으로 와.”전연우는 서철용이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서철용은 장소월에게 또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숨돌릴 틈도 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배은란은 뱃속 아이가 짓궂어 계속 발길질을 하는 바람에 조금의 소리만 있어도 잠에서 깨어났다.하여 임신한 이후로 두 사람은
서철용이 물었다.“그럼 날 부른 게 소월 씨 안전을 지켜주라고 하기 위해서야?”“인시윤이 살아있다는 거 아직은 말하지 마. 그럼 직접 나가서 강영수를 찾으려 할 거야.”서철용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너 지금 설마 인시윤을 두려워하는 거야? 그 여자가 이성을 잃고 소월 씨한테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그는 전연우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하긴, 처참하게 상처받아 미쳐버린 여자는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지.”“전연우... 네가 저지른 나쁜 짓의 대가를 소월 씨가 감당하게 해선 안 돼. 이번 일 제대로 처리하는 게 좋을 거야. 내가 걱정되는 건 인시윤보다 송시아야! 송시아가 제일 무서운 사람이야. 계속 옆에 두다간 회사까지 노릴 수도 있어.”송시아는 그 어떤 여자보다도 더 야망이 큰 사람이다.전연우 같은 사람은 약점을 만들어선 안 된다. 한 번 적에게 발견되면... 그 후과는 상상하기조차 어렵다.장소월은 성예진이 목숨과 바꿔온 딸이다. 서철용은 어렸을 적 그녀에게 장소월을 반드시 지켜줄 거라 약속했었다... 그 약속은 늦었지만 지금은 꼭 지켜야 한다.전연우가 회사에 나가고 서철용이 장소월의 방에 돌아왔을 때 은경애는 그녀에게 물을 먹이고 있었다. 그녀가 은경애를 내보내고 서철용에게 물었다.“두 사람 무슨 얘기 했어요?”“나한테 소월 씨 잘 지키고 있으래요.”“나랑 한 약속 잊으면 안 돼요!”서철용은 망설이다가 결국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인시윤이 돌아왔어요... 그날 밤 소월 씨가 봤다던 그 사람이에요.”장소월은 믿을 수가 없었다.“시윤이가요?”“네. 인시윤이 그 사고에서 살아남았나 봐요.”장소월은 곧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다급히 물었다.“인시윤이 살아있다면... 그럼 강영수는요? 영수도... 살아있는 거 아닐까요?”서철용은 그녀가 아직 강영수를 놓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시선 속에서 머릿속 성예진의 모습과 장소월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당시 연선우가 변을 당했을 때 걱정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