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991 - 챕터 1000

1151 챕터

제991화

장소월이 답장을 마치고 핸드폰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보도 기사 하나가 튀어나왔다.소씨 가문 사모님이 병원으로 향하던 도중 사고를 당해 응급실에 이송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차량이 칠십 퍼센트나 훼손된 큰 사고였다.후속 기사도 계속 보도될 것이라 한다!소씨 가문?장소월은 사진을 확대해 차 번호판을 확인한 순간 머리 안이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지?그녀는 다급히 소현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몇 번 시도했음에도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장소월은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일은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 일부러 낸 사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송시아나 전연우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그녀는 반드시 전연우를 찾아가 따져 물어야 했다.장소월은 문고리를 잡은 순간 멈춰 섰다. 그녀의 이성이 무슨 일이나 그에게 기대서는 안 된다고 말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하여 그녀는 소민아의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어쩌면... 그녀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통화는 빠르게 연결되었다.“소월 언니!”“기사 봤어요. 사고 어떻게 된 거예요?”성세 그룹 기성은의 사무실 안, 소민아는 전화를 받으며 기성은을 쳐다보았다. 그 역시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자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었다.“소월 언니, 숙모가 차 사고를 당했어요. 하지만 생명에 위험은 없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은 병원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치료받고 계세요.”장소월이 또 물었다.“현아는요?”“언니는... 언니는 잘 지내고 있어요!”간단한 몇 마디 대화를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다.장소월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화를 끊은 뒤, 소민아가 기성은에게 말했다.“기 비서님, 소월 언니한테 숨기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알면 분명 화낼 거예요.”기성은이 책상 위에 놓아두었던 핸드폰을 들고 일어나 덤덤한 말투로 말했다.“괜찮아요. 알려줘도 아가씨가 할 수 있는 건 없어요. 민아 씨는 내 말대로만 하면 돼요. 그리고 그 입 간수 좀 잘하고요.”그 경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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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장소월은 잡생각을 떨쳐버리고 그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어 그녀에게 주시윤과 박원근으로부터 문자가 도착했다.스튜디오에서 올해 마지막 회의를 진행하고 회식까지 한다는 내용이었다.장소월이 포함되어있는 그룹 채팅방에서 다들 열정적으로 그녀를 초청하고 있었다.“소월 선배님, 꼭 오셔야 해요!”“맞아요! 저번엔 너무 급하게 가셔서 제대로 된 대화도 못 해봤잖아요.”채팅방이 너무 시끄러워 그녀는 알림을 끄고 박원근에게 문자를 보냈다.[최대한 갈게요.]장소월이 맡은 작업량이 많기 때문에 다들 그녀의 그림을 기다리고 있어 게으름을 피울 수 없었다.겨울의 밤은 늘 꽤나 긴 편이다. 장소월은 완성된 결과물을 의뢰인에게 보내고 문제없다는 확답을 받았다.그 후 작업실에도 보내주려 했으나 오늘 밤 회식한다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안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혹시 또 야근을 할지도 모르니...날이 어두워지자 장소월은 자리에서 일어나 뻐근해진 목을 주물렀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사모님, 식사하실 시간입니다.”장소월이 문을 열어보니 도우미가 서 있었다.“괜찮아요. 저 오늘은 밖에서 먹을 거예요.”도우미가 포기하지 않고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대표님께서 오늘 밤 회사 파티엔 안 오셔도 되지만 밖엔 나가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사전에 대표님에게 허락을 맡지 않으면 안 됩니다. 참... 사모님, 약 드시는 것도 잊지 마세요.”송시아는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웨딩 사진 일정도 망가뜨렸고, 회사 연말 파티에도 참석할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장소월은 짜증 나는 도우미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고 침실에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차를 불렀다.아이보리색 니트 상의에 아래엔 몸매가 드러나는 검은색 치마를 입고 긴 머리는 위로 자연스럽게 묶었다. 대충 꾸며도 정교하게 치장한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손목엔 붉은색 수건을 걸고 가방을 들었다.“사모님, 정말 나가시려고요?”“하지만 대표님께서 오늘 나가지 마시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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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천하 일성.야간 업소 룸 밖, 전연우는 전화를 끊었다. 장소월이 또 이렇게 가만히 있지 못하고 남원 별장을 뛰쳐나갈 거라는 예상은 한치도 벗어나지 않았다.그는 기성은에게 그녀를 찾아보라고 분부한 뒤 다시 룸으로 돌아왔다. 송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과학 회사 대표와 사업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남자가 돌아오자 그녀는 상 밑에서 검은색 스타킹을 신은 다리를 남자의 몸에 가져가며 도발했다.“부대표, 먼저 마시고 있어. 난 화장실 다녀올게.”그가 나가자 송시아는 뒤를 따라나섰다. 이어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웨딩 사진은 못 찍었지만 대신... 6조짜리 계약은 성사됐어요. 연우 씨... 이번엔 나한테 감사해야 하지 않아요?”“말해. 네가 원하는 게 뭐야?”전연우가 차 키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송시아는 몸을 일으키고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연우 씨도 알고 있잖아요? 내가 원하는 건 연우 씨 와이프 자리라는 걸. 지금은 장소월에게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증명해 줄 거예요. 이번 6조는 그저 시작일 뿐이에요...”“언젠간 분명 나야말로 당신 아내 자리에 가장 잘 아울리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연우 씨... 이 세상에 나보다 당신을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우리 둘은 똑같이 이익이 무엇보다 우선인 사업가잖아요...”“이제 나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기다릴게요...”‘전연우, 넌 수차례 장소월을 사랑한다고 나한테 증명해 보이긴 했어... 하지만 결국 계약서 한 장에 녹아버렸잖아!’‘난 너와 장소월의 웨딩 사진을 망쳐버렸어. 하지만 이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날 어떻게 하지 못하겠지.’‘6조... 전연우, 난 너에 대해 너무 잘 알아... 장소월에게 아무리 감정이 깊다고 해도 종이 위 이 차가운 숫자엔 비하지 못할 거야.’닫지 않은 룸 안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종업원이 대답했다.“아가씨, 죄송합니다. 맞은 편 룸에서 손님들이 회식을 하고 있는데 제가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드릴게요.”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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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장소월이 빙그레 웃어 보였다.“농담이에요.”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후배님이 이제 농담하는 것까지 배웠다니.하지만 그때, 장소월의 미소가 순식간에 경직되었다. 머지않은 곳 코너에서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박원근과 주시윤도 깜짝 놀라며 장소월을 쳐다보았다.박원근이 재빨리 반응하고는 말했다.“전... 전 대표님, 송 부대표님!”레드 드레스를 입고 검은색 정장을 어깨에 걸친 채 걸어온 송시아가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었다.“소월 씨? 여기에 온다는 말 왜 안 했어요? 했으면 나랑 연우 씨가 데리러 갔을 텐데.”“연우 씨도 참! 같이 좀 오지 그랬어요.”장소월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옅은 미소만 지을 뿐 어떤 말도 하지 않았고, 얼굴엔 별다른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이어 그녀는 그들을 무시해버리고 걸어가 문을 열고 룸 안으로 들어갔다.정말 역겹다.박원근과 주시윤도 얼른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주시윤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소월아, 저 사람 네 오빠 아니야? 얼마 전에 너랑 저 사람이 결혼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진짜야?”박원근이 주시윤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장소월은 전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루머예요. 어떤 집 오빠가 자기 여동생과 결혼하겠어요?”주시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저번 그들이 귀국해 전시회를 열었을 때, 성세 그룹 대표가 직접 장소월은 자신의 여동생이라고 했으니 아마 결혼 기사는 거짓일 것이다.그 말은 룸 밖 사람들의 귀에도 똑똑히 들려왔다.전연우가 팔짱을 끼고 있던 송시아의 손을 뿌리쳤지만 그녀는 조금도 화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복수를 했다는 쾌감까지 들었다.장소월의 기분 한 번 잡치게 만든 것과 6조짜리 계약을 맞바꾼 것, 전혀 아깝지 않았다.하지만 장소월은 그들이 뭘 하든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차라리 송시아와 전연우 두 사람을 애초부터 알지 못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룸 안 뜨거운 분위기는 장소월로 하여금 빠르게 머릿속 잡념을 떨쳐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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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4억 원짜리 와인이라고? 난 전 재산 더 털어도 4억 원 안 되는데... 어떻게 이런 비싼 와인을 마실 수가 있어!”“맞아, 맞아! 이게 다 소월 누나 덕분이지.”“와, 소월 언니, 오빠분도 여기에 계셨던 거예요? 아니면... 우리 오빠분과 같이 식사할까요? 저흰 성세 그룹 대표님을 유명한 인물을 담는 잡지에서만 봤지 한 번도 직접 보지 못했어요.”“그러니까요. 소월 언니... 그분 만나게 해주면 안 돼요?”“난 그 사람과 안 친해.”장소월의 냉담한 그 한 마디가 사람들의 입을 단번에 다물게 만들었다.장소월은 다시 케이크를 자르기 시작했고, 주시윤과 박원근이 옆에서 그녀를 도왔다.박원근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 열심히 케이크를 자르는 그녀의 정교한 옆모습에 닿았다. 귀 옆으로 흘러내려 온 머리카락을 보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손을 뻗어 귀 뒤로 넘겨주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백옥같이 하얗고 투명한 그녀의 피부는 잠시만 봐도 사람을 깊게 매료되게 만들었다.장소월은 칼을 내려놓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박원근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다 잘랐어요. 나눠주세요!”“그리고... 이 술 돌려보내 주세요! 우리도 술은 충분히 주문했으니 남의 것은 필요 없잖아요!”오늘 비싼 술을 맛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잔뜩 들떠있던 작업실 직원들은 그 말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입을 꾹 닫았다.종업원이 난처함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아가씨, 이건 전 대표님께서 특별히 분부하신 겁니다. 또한... 오늘 이 룸에서 소비하신 것 모두 그분이 계산하시겠다고 하니 걱정할 필요 없으십니다.”이 술을 팔기만 하면 그녀 역시 적지 않은 보너스를 받게 된다.장소월은 박원근이 건네준 휴지로 손에 묻은 생크림을 닦아주며 다시 한번 예의 있게 거절했다.“그 사람의 호의 필요 없어요. 이 술은 너무 비싸 저희들에겐 과분하다고 전해주세요.”“그리고... 그 사람이 낸 돈 모두 돌려주세요. 그 정도는 저희도 낼 수 있어요. 고마워요!”“하지만...”종업원이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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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순식간에 고요함이 내려앉은 룸 안, 주시윤이 사람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말했다.하지만 얼마 후 누군가 호기심에 물었다.“소월 선배님, 전 대표님은 선배님 오빠 아닌가요? 왜 그렇게... 낯선 사람 대하듯 하는 거예요?”인턴생 한 명이 눈치 없이 물었다.박원근이 일그러진 얼굴로 경고의 눈빛을 보내자 그제야 무언가 깨달은 그녀는 다급히 자신의 입을 막았다.“죄송해요... 일부러 한 말은 아니에요. 더는 질문 안 할게요.”장소월은 덤덤히 웃으며 설명했다.“괜찮아요. 나와 그 사람 예전엔 확실히 남매였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그 사람과의 사이도 거의 끊어져 버렸어요. 그리고... 세상에 공짜는 없어요. 받은 게 있으면 반드시 언젠가는 돌려줘야 해요. 4억 원짜리 술... 우리 스튜디오에서 십몇 년을 일해도 모으지 못할 돈이에요.”누군가 질문을 이어갔다.“그럼 얼마 전 시끌벅적하게 전해졌던 결혼 기사는 무엇인가요?”장소월이 저도 모르게 주스가 들어있는 컵을 꽉 움켜쥐었다.“우린 결혼 안 해요.”혼인 신고를 했다고 해도 그녀는 영원히 인정할 수 없다. 그 아이와 마찬가지로 말이다.주시윤이 얼른 자리에서 일어섰다.“됐어. 기자도 아니면서 뭣 하러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그렇게 캐물어. 빨리 밥이나 먹어. 다 먹고 나서 오늘 밤... 사우나까지 가야지!”장소월은 이제 사람들 앞에서 진실을 말하는 게 전혀 두렵지 않았다. 오늘 이 상황 또한 송시아가 그녀를 난처하게 하기 위해 만들었을 것이다.‘송시아... 이번 생엔 너와 이런 시답지 않은 거로 안 싸워.’장소월은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고 있었다. 가끔씩 다른 사람이 그녀와 말을 걸면 간단히 대답하곤 했다.장소월은 그들의 흥겨운 분위기에 어우러지지 못하는 듯했다.혼자 조용히 밥을 먹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단아하고 우아했다. 너무나도 고급스러운 그 분위기는 아무도 쉬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만들었다.그녀는 그야말로 완벽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머리카락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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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장소월은 꽤 오랜 시간 동안 불꽃놀이를 보지 못했다.“그래요. 먼저 화장실 다녀올게요.”룸에서 나가자 종업원이 손짓으로 화장실을 가리켰다. 가까이 가니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자 두 명이 화장실 거울 앞에서 헤어를 정리하고 있었다.“장소월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시윤 선배와 원근 선배는 그렇게 싸고도는 거야? 장소월이 하는 작업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잖아!”“그러니까! 그까짓 술 나도 먹어봤다고! 아까 그 얼굴 봤어? 우리가 빚이라도 진 줄 아나 봐! 그저 돈 많은 오빠 하나 있는 게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유세야!”“그리고 그 오빠라는 사람... 애초에 장소월한텐 관심도 없는 거 아니야? 장소월은 그저 우리 앞에서 허세 부린 것뿐이고...”“우리 중에서 연기 제일 잘하는 게 장소월이잖아. 그 술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떻게 알겠어!”장소월은 의연한 얼굴로 몸을 돌렸다.그녀는 룸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조용한 곳을 찾아 의자에 앉았다.희미한 조명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는 이곳은 원래 야외 레스토랑이었는데 날씨 때문에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뼈를 에일듯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이곳이야말로 그녀로 하여금 다른 생각 없이 평온함을 느끼게 만드는 곳이었다.그녀는 추위에 몸이 경직되어 급기야 아무런 온도도 느껴지지 않았다.그때 종업원이 코너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어 그녀를 살펴보고는 자리를 떴다. 장소월이 룸에서 나와 이곳에 올 때까지 쭉 지켜봐 온 종업원이었다.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나온 두 여자가 돌연 초대를 받았다.“전 대표님께서 두 분에게 물으실 것이 있으시답니다.”“전 대표님이요? 성세 그룹 그 전 대표님?”여자의 목소리가 한껏 흥분되었다.“맞습니다!”“세상에! 정말 그분이야!”갑작스러운 초대를 받은 그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그들이 조심스럽게 룸 안으로 들어갔다.“대표님... 저희는 무슨 일로 부르신 건가요!”전연우가 잔에 술을 따랐다.“와서 앉아요.”두 여자는 심장이 바깥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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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다 마시면 죽을지도 모른다.하지만 마시지 않을 수도 없다...그리고... 장소월이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던가?왜 갑자기 와이프라는 말이 전연우의 입에서 나온단 말인가.이럴 줄 알았다면 화장실에서 절대 그런 말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전연우가 룸으로 돌아갔다.송시아는 어두워진 얼굴로 들어오는 그를 보고는 옆으로 다가가 헝클어진 그의 셔츠를 정리해 주었다.“난 소월 씨가 부러워요. 무슨 말을 해도 욕 한 번 안 하잖아요. 연우 씨... 나한텐 언제 그런 특권 줄 거예요?”전연우는 그녀를 밀어내고 책상 위 차 키를 쥔 다음 자리를 뜨려 했다.송시아가 곧바로 그에게 소리쳤다.“전연우 씨! 오늘 밤엔 절대 못 가요! 6조나 되는 계약을 따온 날 이렇게 푸대접하면 안 되죠! 나랑 하룻밤 보내는 것도 안 돼요?”그녀는 전연우에게 다가가 뒤에서 끌어안았다.술 때문인지 그녀의 감정은 극한까지 올라와 있었다.“나 이제 당신이 장소월과 결혼하든 말든 상관없어요. 그냥... 날 위해 하루만 함께 있어 주면 안 돼요? 장소월이 당신한테 하는 거 나도 다 할 수 있어요...”알코올은 한 사람의 신경을 마비시키는 것 외에도 그 사람으로 하여금 평소를 초월하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 하룻밤만 함께 있어달라고 비참하게 구걸하고 있는 송시아가 바로 그 예다.“연우 씨... 오늘 내 생일이에요. 장소월과의 웨딩 사진 일정을 망친 건 다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었어요! 전생에서... 당신은 한 번도 내 생일을 잊어버린 적이 없었어요. 하물며 작은 기념일에도 늘 내 옆에 있어 줬어요. 당신은... 또 내 눈이 제일 좋다고 말했어요...”전연우가 잔뜩 어두워진 얼굴로 이마를 일그러뜨렸다.“너 많이 취했어. 일찍 들어가 쉬어.”그는 송시아를 밀어내고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걸음을 뗐다.“연우 씨! 가지 말아요!”단호히 떠나는 그의 모습에 송시아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하지만 또 이내 하하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정신이 나간 듯한 괴이한 그 모습에 종업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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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나지막한 목소리가 폭죽 소리에 파묻혔다. 적잖은 사람들이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바깥으로 뛰어나왔다.장소월은 마지막으로 손바닥에서 녹아내린 눈송이를 말아쥐고 어두운 밤공기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등 뒤 화려한 불꽃은 그녀와 아무 상관도 없는 것처럼 고요함 속으로 점점 더 깊이 들어갔다.그 불꽃놀이보다 장소월은 혼자 있는 게 더 좋았다. 예전엔 혼자가 싫었지만, 지금은 결국... 그녀 혼자만 쓸쓸히 남게 되었다.장소월은 목수건을 얼굴에 감싸고 시끌벅적한 번화가를 거닐었다.저녁 12시였지만, 여전히 수많은 오고 가는 사람들로 붐비었다...그녀가 기억하기로 예전 이 시간 서울 거리엔 별로 사람이 없었다.고개를 들어보니 거리는 설날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조용한 좁은 길을 선택했다.폭죽 소리는 그녀로부터 점점 더 멀어지고 있었다.검은색 차량 한 대가 천천히 그녀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느끼지 못했다.그녀가 좁은 골목길에 발을 들인 순간, 눈부신 상향등이 돌연 그녀의 등을 비추었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걸음을 멈추지 않고 더욱 어두운 곳으로 걸어갔다.차 경적이 울렸음에도 그녀는 못 들은 척했다.얼마 후, 장소월의 눈에 자신의 옆을 스쳐 지나가는 남자가 들어왔다. 그의 뒷모습을 쳐다보는 그녀의 청초한 눈동자가 눈송이보다도 더 차갑게 가라앉았다.장소월은 그의 반대로 방향을 틀어 한 걸음 한 걸음 그와 멀리 떨어졌다...‘전연우, 넌 지금 모든 걸 다 가졌지만 무언가를 더 찾고 있어.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절대 손에 넣을 수 없을 거야.’‘전연우... 나 사실 마음 놓은 지 오래야. 더는 너 미워하지 않아.’‘예전엔 너 자체가 내 세상이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넌 그저 보통 사람에 불과했어.’장소월은 스스로 택시를 잡아 남원 별장에 돌아갔다.도우미가 그녀를 마중 나왔다.“사모님, 드디어 오셨군요. 얼른 대표님한테 전화하세요. 대표님께서 너무 걱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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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현재의 그녀는... 모두 해탈한 사람처럼 태연하게 그와 마주한다.이제 그녀 얼굴에 서려 있던 증오까지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장소월은 그를 공기 대하듯 무시하고 마른 수건 하나를 잡아 방을 나가 침실이 아닌 화실로 향했다.오늘 밤 장소월은 한동안 야근해야만 마지막 프로젝트를 깔끔하게 완성할 수 있다.전연우는 술기운이 올라온 탓인지 가슴이 더 격렬하게 일렁거렸다. 줄곧 애써 유지해왔던 통제력도 그녀가 자신을 무시한 채 돌아서 버린 순간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그가 돌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장소월이 들고 있던 붓을 빼앗았다. 그렇게 실랑이를 하는 바람에 종이가 절반으로 찢어지고 말았다.“너... 뭐 하는 거야!”장소월은 몸 전체가 창가로 확 밀려버렸다. 반응하기도 전에 그가 강제로 키스를 퍼부었다.장소월은 눈앞의 사람을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역시나 역부족이었다.그저 이 역겨움을 참아내며 그가 멈추기를 기다릴 뿐이었다.반항하던 힘이 점점 사그라들자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꼭 감은 두 눈과 깊게 찌푸려진 눈썹이 그의 시선 속에 들어왔다. 반항 대신 결국 타협하는 쪽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그 모습에 가슴속에서 활활 타오르던 전연우의 불꽃은 조금씩 조금씩 꺼져버렸다.순간 전연우는 이제 그 무엇으로도 그녀를 통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아이 역시 그녀에게 아무런 작용을 하지 못한다.전연우가 더는 움직이지 않자 장소월은 곧바로 그를 밀어냈다. 순간 위 속 깊은 곳에서부터 역겨움이 올라와 더는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뛰어가 미친 듯이 구토했다.장소월은 변기를 잡고 앉아 조금 전 마셨던 생강차를 모두 토해냈다.전연우가 가까이 다가오자 장소월은 팔을 뻗어 그를 멈춰 세웠다.전연우는 3보 떨어진 거리에 서서 괴롭게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녀의 등을 바라보았다.속 안 모든 음식물을 토해낸 탓에 온몸에 힘이 풀린 그녀는 자리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전연우는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그녀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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