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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현재의 그녀는... 모두 해탈한 사람처럼 태연하게 그와 마주한다.

이제 그녀 얼굴에 서려 있던 증오까지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장소월은 그를 공기 대하듯 무시하고 마른 수건 하나를 잡아 방을 나가 침실이 아닌 화실로 향했다.

오늘 밤 장소월은 한동안 야근해야만 마지막 프로젝트를 깔끔하게 완성할 수 있다.

전연우는 술기운이 올라온 탓인지 가슴이 더 격렬하게 일렁거렸다. 줄곧 애써 유지해왔던 통제력도 그녀가 자신을 무시한 채 돌아서 버린 순간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가 돌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장소월이 들고 있던 붓을 빼앗았다. 그렇게 실랑이를 하는 바람에 종이가 절반으로 찢어지고 말았다.

“너... 뭐 하는 거야!”

장소월은 몸 전체가 창가로 확 밀려버렸다. 반응하기도 전에 그가 강제로 키스를 퍼부었다.

장소월은 눈앞의 사람을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역시나 역부족이었다.

그저 이 역겨움을 참아내며 그가 멈추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반항하던 힘이 점점 사그라들자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꼭 감은 두 눈과 깊게 찌푸려진 눈썹이 그의 시선 속에 들어왔다. 반항 대신 결국 타협하는 쪽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가슴속에서 활활 타오르던 전연우의 불꽃은 조금씩 조금씩 꺼져버렸다.

순간 전연우는 이제 그 무엇으로도 그녀를 통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 역시 그녀에게 아무런 작용을 하지 못한다.

전연우가 더는 움직이지 않자 장소월은 곧바로 그를 밀어냈다. 순간 위 속 깊은 곳에서부터 역겨움이 올라와 더는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뛰어가 미친 듯이 구토했다.

장소월은 변기를 잡고 앉아 조금 전 마셨던 생강차를 모두 토해냈다.

전연우가 가까이 다가오자 장소월은 팔을 뻗어 그를 멈춰 세웠다.

전연우는 3보 떨어진 거리에 서서 괴롭게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녀의 등을 바라보았다.

속 안 모든 음식물을 토해낸 탓에 온몸에 힘이 풀린 그녀는 자리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전연우는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그녀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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