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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Author: 차라
현재의 그녀는... 모두 해탈한 사람처럼 태연하게 그와 마주한다.

이제 그녀 얼굴에 서려 있던 증오까지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장소월은 그를 공기 대하듯 무시하고 마른 수건 하나를 잡아 방을 나가 침실이 아닌 화실로 향했다.

오늘 밤 장소월은 한동안 야근해야만 마지막 프로젝트를 깔끔하게 완성할 수 있다.

전연우는 술기운이 올라온 탓인지 가슴이 더 격렬하게 일렁거렸다. 줄곧 애써 유지해왔던 통제력도 그녀가 자신을 무시한 채 돌아서 버린 순간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가 돌연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장소월이 들고 있던 붓을 빼앗았다. 그렇게 실랑이를 하는 바람에 종이가 절반으로 찢어지고 말았다.

“너... 뭐 하는 거야!”

장소월은 몸 전체가 창가로 확 밀려버렸다. 반응하기도 전에 그가 강제로 키스를 퍼부었다.

장소월은 눈앞의 사람을 밀어내려 안간힘을 썼지만 역시나 역부족이었다.

그저 이 역겨움을 참아내며 그가 멈추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반항하던 힘이 점점 사그라들자 그가 천천히 눈을 떴다. 꼭 감은 두 눈과 깊게 찌푸려진 눈썹이 그의 시선 속에 들어왔다. 반항 대신 결국 타협하는 쪽으로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가슴속에서 활활 타오르던 전연우의 불꽃은 조금씩 조금씩 꺼져버렸다.

순간 전연우는 이제 그 무엇으로도 그녀를 통제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 역시 그녀에게 아무런 작용을 하지 못한다.

전연우가 더는 움직이지 않자 장소월은 곧바로 그를 밀어냈다. 순간 위 속 깊은 곳에서부터 역겨움이 올라와 더는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뛰어가 미친 듯이 구토했다.

장소월은 변기를 잡고 앉아 조금 전 마셨던 생강차를 모두 토해냈다.

전연우가 가까이 다가오자 장소월은 팔을 뻗어 그를 멈춰 세웠다.

전연우는 3보 떨어진 거리에 서서 괴롭게 바들바들 떨고 있는 그녀의 등을 바라보았다.

속 안 모든 음식물을 토해낸 탓에 온몸에 힘이 풀린 그녀는 자리에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 전연우는 그녀를 안아 침대에 눕혔다.

그녀는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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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01화

    성세 그룹이 어떻게 되든 장소월은 관여할 수 없다. 그의 옆엔 송시아 한 명만 있으면 충분하다.또한 장소월의 일에 관해서도 전연우는 종래로 무어라 말하지 못한다. 그 역시 장소월의 몸이 성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충분히 휴식해야 한다는 당부만 할 뿐이었다.오늘은 그녀가 가장 늦게까지 일한 날이었다. 작업을 끝마치고 나니 바깥에서 해가 밝아오고 있었다.화상 회의는 아직 진행되고 있었다. 장소월, 박원근, 주시윤 외 다른 사람들은 늦게까지 회식하는 바람에 어젯밤 야근엔 참여하지 않았다.박원근이 말했다.“소월아, 이제 그만하고 들어가서 쉬어! 나머지는 우리가 할게.”“괜찮아요. 이제 조금 밖에 안 남았잖아요.”끝마치고 같이 쉬면 된다.주시윤이 말했다.“나 아침 식사 준비했는데 소월이 집은 너무 멀어서 보내지 못했어. 다음에 기회 되면 같이 먹자.”“네. 그래요.”“요즘 배달 어플이 잘 되어 있어서 30분이면 집에 도착하더라고.”음식을 주문하자마자 주시윤의 얼굴이 다시 화면에 나타났다.“원근 선배, 큰일 났어. 소희랑 정현이가 알코올 알레르기 때문에 병원에 실려 갔대.”“뭐라고? 대체 어떻게 된 거야?”장소월도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아직은 잘 모르겠어. 병원에서 방금 나한테 전화 왔어.”장소월의 목소리가 영상 속에서 흘러나왔다.“제가 먼저 알아볼 테니까 선배님들은 계속 작업 완성하세요.”박원근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내가 같이 갈게.”박원근은 밤새 휴식 없이 일한 그녀가 걱정되어 함께 가기로 마음먹었다. 또한... 작업실 총 관리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직원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못 본 척할 수가 없다.“그래요.”장소월은 자리에서 일어선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빠르게 책상을 잡지 않았다면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을지도 모른다.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침실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패딩을 집어 들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밥상을 차리고 있던 도우미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사모님, 오늘 왜 이렇게 일찍 깨셨어요? 밖에 나가시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02화

    그녀가 시선을 거두고 그의 눈길을 피했다.“전연우... 제발 다른 사람 하찮게 여기는 그 더러운 습관 좀 버려. 그 사람들 목숨도 똑같이 소중해! 앞으로 다른 사람이 날 욕하든 말든 상관하지 마! 그건 어디까지나 내 일이니까. 넌 네 회사 일이나 신경 쓰면 돼. 그리고 나 스스로 내 밥벌이는 할 수 있으니까 절대 너한테 손 안 내밀어.”장소월이 그의 손을 뿌리쳤다.“난 방에 들어갈게. 아침밥은 혼자 먹어.”그녀는 한 걸음 내디딘 순간 조금의 예고도 없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소월아!”전연우가 곧바로 그녀를 끌어안았다.그의 첫 반응은 그녀의 호흡을 확인하는 것이었다.“당장 구급차 불러요.”도우미가 다급히 대답했다.“네네... 지금 바로 전화할게요.”가만히 있다가 왜 갑자기 쓰러진단 말인가!병원에 도착한 뒤, 서철용은 일련의 검사를 진행했다.“큰일은 아니야. 그냥 좀 피곤했어서 그래.”서철용이 이마를 찌푸리고 전연우를 쳐다보았다.“돈을 그렇게 많이 벌면서 대체 어디에 쓴 거야? 몸이 안 좋다는 거 뻔히 알면서 밤새 일을 하게 만들어? 돈 벌어서 다 송시아한테 주기라도 한 거야?”“나랑 송시아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야. 장소월이 믿지 않으니 나도 이제 방법 없어.”방법이 없다고? 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다 나오다니.서철용은 무언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엔 다시 삼켜버렸다. 언젠간 그녀는 반드시 떠날 것이기에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무용지물일 테니 말이다.“그건 소월 씨가 깨어나면 직접 설명해. 나한테 말하는 건 아무 소용 없어.”“언제면 깨어날 수 있는데?”“조금 더 자면 깨어날 거야. 이 링거 다 맞고 나서 퇴원해.”서철용이 나간 뒤 전연우는 침대 옆에 앉아 장소월을 아프게 지켜보았다.가까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그가 눈을 떴다.“대표님, 그 두 사람 이틀 뒤면 퇴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성세 그룹 입사를 요구해 제가 인사팀 사람을 보냈습니다.”알코올 중독과 성세 그룹에 입사할 수 있는 기회를 맞바꾼 것, 그들에겐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03화

    송시아는 그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한다. 전연우가 관심을 두는 건 그저 그녀 배후의 그 사람일 뿐이다.송시아가 겁도 없이 그의 턱 밑에서 이런 일을 꾸미는 건 분명 성세 그룹을 장악하기 위함이다.그녀를 이대로 놔두는 건 등 뒤의 그 사람이 그녀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 송시아의 손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지켜보기 위함이었다.지금의 성세 그룹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단번에 먹어버리겠다고?송시아에겐 어림도 없는 일이다.전연우가 침대에 누워있는 장소월을 응시했다.“대체 언제면 나 걱정 안 시킬래.”“넌 나한테 송시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해.”남자의 손이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천천히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침대 위 여자는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 전연우는 그녀를 머릿속에 새기기라도 할 것처럼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그들은 혼인 신고를 했지만 장소월은 줄곧 반지를 끼지 않았다. 그녀가 원하지 않았기에 전연우도 강요하지 않았다.장소월이 깨어났을 때, 날은 어느덧 밝아있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의식을 잃었는지 머리가 어지럽고 목이 바짝 타들어 갔다. 손 하나가 그녀를 부축하자 장소월은 힘없이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귓가에 익숙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아직도 낫지 않는 거야?”“그냥 감기라고 하지 않았어?”서철용이 대답했다.“면역력이 약하다는 거 너도 알잖아. 보통 감기 맞아. 우리도 신은 아니야. 예상과 빗나갈 수도 있어.”그녀 일에 대면한 전연우는 늘 이렇듯 냉정함을 유지하지 못한다. 왜 처음부터 이러지 않았단 말인가.“물...”그들의 실랑이를 들으니 장소월은 머리가 더더욱 지끈거렸다.은경애는 집에 돌아갔다가 장소월이 병원에 갔다는 말을 듣고 곧바로 다시 돌아왔다.장소월 또한 고작 하룻밤 샌 것 때문에 이렇게까지 오래 누워있을 줄은 몰랐다.시끌벅적한 그믐날도 그녀는 의식을 잃은 채로 보내야 했다.장소월 때문에 성세 그룹에서도 연말 파티를 취소했다.전연우는 스카이 테크놀로지와 계약을 체결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04화

    서철용은 한숨을 내쉬고는 책상 위 종래로 움직인 적 없는 약을 들어 전연우의 손에 쥐여주며 말을 돌렸다.“네 와이프가 약을 제때에 먹지 않아서 하는 말이야. 네가 잘 타일러. 난 이만 빠질게.”그는 전연우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부드럽게 말해. 어린아이한테 하듯 말이야.”틀린 말은 아니다. 전연우는 서른 살 중반이 되었고 장소월은 이제 고작 스무 살을 갓 넘겼다. 삼촌 조카 사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 차이다. 하여 늘 공통 화제가 없었기 때문에 전연우는 그녀에게 강요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서철용이 떠나니 병실엔 두 사람만 남았다. 시끌벅적하게 들려오는 불꽃놀이와는 달리 이 좁은 병실에선 숨이 턱턱 막혀오는 분위기가 사람을 옥죄고 있었다. 희미한 조명 몇 개가 병실을 비추었다.장소월은 힘없이 보온병을 들어 자신의 컵에 물을 따랐다. 물은 이미 식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입가에 가져갔다. 전연우가 이마를 찌푸리며 그녀를 제지했다.“누워서 쉬고 있어. 내가 물 끓여올게.”이 자리까지 올라오기 전 전연우는 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 세계에서 뒹굴며 갖은 고생을 했었다. 심지어... 돈을 벌기 위해 죽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을 겪기도 했다.그는 고급 정장 자켓을 벗고 회색 색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밖에 나가 뜨거운 물을 받았다. 그믐날 저녁이었지만 그 어느 날보다도 쓸쓸했다.왜 하필 이런 때에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단 말인가.장소월은 냉수욕을 한 탓인지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 정신을 차릴 수조차 없었다.전연우가 다시 돌아왔을 때 장소월은 침대 옆에 앉아 고통스럽게 구토하고 있었다.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탓에 나오는 거라곤 시큼한 위산밖에 없었다. 전연우가 다가가 그녀의 등을 두드리고는 입가심할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었다.입원한 지 5일이나 지났지만 호전되기는 커녕 오히려 점점 더 심각해지고만 있었다.“이런 골칫거리 같으니라고.”오랫동안 애지중지 보살펴 겨우 붙었던 살이 이 짧은 며칠 사이에 다시 빠져버리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05화

    “잠시 뒤면 퇴원할 수 있을 거예요.”전연우가 옆에 걸어두었던 정장을 입으며 기성은에게 분부했다.“물건 챙기고 퇴원 준비해.”기성은이 대답했다.“네. 대표님.”전연우가 장소월의 옷을 꺼내자 그녀는 차갑게 거절했다.“나가 있어. 나 혼자 갈아입을 수 있으니까.”“아직 몸도 안 좋은데 내가 해줄게.”장소월은 결국 거부하지 못하고 전연우의 손을 빌려 옷을 갈아입은 뒤 그의 품에 안겨 병원을 나섰다.떠나기 전 서철용이 장소월에게 약 두 개를 건넸다.“저번에 잠을 잘 못 잔다고 했잖아요. 이건 수면을 돕는 약이고 이건 면역력을 높여주는 약이에요.”장소월이 받지 않자 서철용은 약봉지를 뜯어 자신이 한 알 삼켰다. 그렇게 그녀를 안심시킨 뒤에야 그녀의 손을 들어 손바닥에 넣어주었다.“집에 가서 몸조리 잘해요. 밥 잘 먹고 약도 잘 챙겨 먹고요.”서철용이 그녀의 이마를 톡톡 두드렸다.“이제 가요.”장소월은 그의 스킨쉽이 싫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전연우가 말했다.“그 손 함부로 움직이지 마.”서철용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족보대로라면 전연우는 응당 그를 형님이라고 불러야 한다.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전연우의 차에 올라탔다. 출발하고 몇 분 뒤 그녀는 창문을 열고 바깥으로 약을 던져버렸다.전연우는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꼭 잡아 다리 위에 올려놓았다.“약 먹기 싫으면 먹지 마. 널 위해 준비한 새해 선물이 이미 집에 도착해 있어. 당분간은 일 뒤로 미루고 최대한 집에서 너랑 같이 있어 줄게.”“결혼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저번에 너무 성급하게 결정했어.”장소월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멍하니 창밖을 지나가는 나무와 꽃들만 멍하니 내다보고 있었다. 전연우가 그녀 손등에 키스하고는 깊고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전연우, 나 엄마한테 인사드리러 가고 싶어.”전연우는 별다른 생각 없이 동의했다.“그래. 기성은에게 준비하라고 할게. 오후에 가자.”장소월은 고개를 돌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06화

    고귀하다고?‘전연우... 전생의 넌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넌 매번 날 더러운 흙더미에 짓밟아 넣었었잖아.’장소월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몸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가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그저 반항하지 못할 뿐이었다.‘전연우, 예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지금 아무리 잘해준다고 해도 이미 너무 늦었어!’전연우는 그녀가 심심해할까 봐 가끔씩 그녀에게 말도 걸었다. 서철용이 그에게 해준 충고가 효력을 발휘하는 듯했다. 그와 장소월 사이엔 정말로 세대차이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는 틀림없이 세대차이를 극복하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그때 가져온 웨딩드레스 다른 사람이 만진 적도 없는 새것이야. 모두 다 내가 직접 디자인했고.”그가... 직접 디자인했다고?장소월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 전연우의 심장은 침착하고도 묵직하게 뛰고 있었다.“3년 전, 네가 떠나갔을 때...”“만약 송시아에게 마음이 있었다면 절대 인시윤과 이혼하려 애쓰지 않았을 거야. 내가 강씨 집안에 저지른 일은 되돌리려 노력하고 있어. 그리고... 네가 믿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강영수의 죽음은 정말 나랑 관련 없어. 강씨 저택과 강한 그룹은 모두 인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어. 강한 그룹을 다시 살리겠다고 한다면 난 반대 안 할 거야.”장소월은 눈을 감고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그의 설명조차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공동묘지에 도착해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 두꺼운 눈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지만, 유독 성예진의 묘지만큼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장소월의 얼굴이 약간 발갛게 얼어가고 있었다. 전연우는 그녀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며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었다.“강영수는 안 죽었어.”장소월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너...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그녀의 눈동자가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전연우가 그녀의 손을 들어 올렸다.“요즘 계속 강영수의 유골을 찾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07화

    “...소월아... 오빠가 널 너무 곁에 두고 싶어서 그랬어.”그렇다... 그는 전생의 전연우가 아니다. 그때처럼 잔인하지도, 죽을 것처럼 괴롭히지도 않는다.그가 정성껏 챙겨줬던 것들... 장소월도 부인하지는 않는다. 아니, 확실히 마음이 움직였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아이를 생각하면...그녀는 자신에게 단호히 경고했다. 이 모든 건 널 현혹시키기 위한 그의 술수이고 연기라고!하마터면 잊을 뻔했다!전연우가 가장 잘하는 게 바로 사람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것이다.전연우는 아무리 노력해도 절대 그녀로부터 용서를 받지 못할 것이다.방에 돌아온 뒤 장소월은 약을 꺼냈다.‘전연우... 너만 계획이 있고, 너만 생각이 있는 게 아니야.’이건 그녀가 떠나갈 수 있는 마지막 유일한 기회다.전연우가 그토록 원한다면 장소월은 그에게 협조해 연기할 것이다.그녀가 복종하기를 원한다면... 그런 척해줄 것이다...다음 날 아침, 이번 설날은 예전 장씨 가문에서 지냈던 것과 흡사했다.전연우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빗겨주었다.“... 설 인사하러 온 사모님들 모두 우리 회사랑 협력관계 회사 안주인들이야. 시끄러운 게 싫으면 내가 돌려보낼게.”장소월은 열심히 자신의 머리를 정리해 주고 있는 거울 속 전연우를 쳐다보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선물도 많이 보내왔던데 도우미들한테 창고에 넣어두라고 했으니까 네가 다시 돌려줘.”전연우가 말했다.“마음에 드는 건 남기고, 싫은 건 버려.”장소월은 머리가 지끈거렸다.“핑계 찾아서 오지 못하게 해. 너무 시끄러워서 머리 아파. 나 며칠 쉬고 싶어.”사모님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 그녀와 함께 차를 마시고 카드놀이를 했다. 그녀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일부러 그녀에게 져주기도 했다.카드놀이로 딴 돈만 해도 서울에서 집 한 채는 살 수 있을 것이다.시끄러운 건 딱 질색인 그녀였지만, 이미 집에 들어온 사람을 매정히 내칠 수는 없었다.문득 귀국한 이후 한 번도 백윤서를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008화

    그가 원하는 건 바로 고분고분 말 잘 듣는 와이프다.그렇다면 그의 소원을 들어주면 된다.그가 나간 뒤 핸드폰이 진동했다. 허이준이 보내온 문자였다. 그녀는 곧바로 핸드폰을 들고 옷방으로 들어갔다.이 핸드폰은 전연우가 그녀에게 줬던 스마트폰이었다. 예전 썼던 핸드폰은 그가 너무 낡았다는 이유로 어디론가 버려버렸다.전연우의 성격대로라면 아마 이 핸드폰에 일찌감치 감시 어플을 깔아놓았을 것이다. 그녀가 뭘 하든 실시간으로 그에게 전송될 것이고, 심지어 그녀에게 오는 메시지나 전화를 차단시킬 수도 있다.만약 허이준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쩌면 전혀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수단은 5년 전과 똑같이 더럽고 추악하다.그녀는 자신이 숨겨두었던 핸드폰을 꺼냈다. 메일함에 허이준의 메일이 와있었다.[네가 부탁했던 거 찾았어. 서민용은 해외에 없어. 서씨 가문에서 일부러 그 사람의 행적을 감추고 있어. 서씨 집안 도우미를 찾아 알아봤는데 서민용은 다시 해외로 나간 적이 없대. 그래서 병원 기록을 찾아봤는데 불치병에 걸렸더라고. 내가 보기에... 서민용은 이미 세상을 떠난 것 같아.]이미 죽었다고?그럼 배은란과 서철용은 또 무슨 관계란 말인가?그녀는 어떻게 서민용을 잊을 걸까.그녀와 서민용은 어렸을 때부터 인연을 맺고 대학 졸업 후 결혼까지 했다. 그 오랜 세월 쌓아온 감정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사라지겠는가. 분명 숨겨진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의문은 허이준이 빠르게 해결해 주었다.[서철용이 형수님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었어. 하지만 더 자세한 건 나도 몰라...][소월아... 그 사람들은 왜 조사하는 거야?]장소월이 답장했다.[아무것도 아니야. 고생했어.]서철용은 대체 무슨 방법으로 배은란이 모든 것을 잊게 만든 걸까...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를 들은 장소월은 다급히 핸드폰을 원래 자리에 감추고는 문을 열고 나갔다. 전연우가 죽 한 그릇을 들고 일그러진 얼굴로 물었다.“뭐 하는 거야?”장소월이 느긋하게 그가

Pinakabagong kabanata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2화

    분개하고 있던 천효연의 시야에 문득 옆 방문 앞에 놓인 목욕 가운이 들어왔다.목욕 가운 허리띠에는 검은색 은은한 무늬가 수 놓여 있었는데 누가 봐도 강지훈의 것이었다!강지훈이 그녀를 침대에 버려두고 저 바보 같은 여자를 찾아온 것이다!그 사실을 깨달은 천효연은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었다.강지훈은 바람기가 있긴 했지만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천효연은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하여 그녀는 강지훈이 바깥에서 몇 명의 여자를 만나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저 바보 같은 여자가 나타난 이후로, 강지훈은 그녀를 안고 있으면서도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그 바보를 위해 그녀에게 손찌검까지 했다!설상가상으로 그 바보는 강지훈의 아이까지 가졌다...천효연은 간신히 벽에 몸을 기댄 채 바닥에 놓인 목욕 가운을 쏘아보았다. 동시에 숨을 죽이고 방 안에서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하지만 한참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도우미가 다가오자 천효연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어서 요염한 자태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떴다.“아.”소현아는 입을 크게 벌리고 미진이 밥을 먹여주기를 기다렸다.그녀도 남의 손을 빌려 밥을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늘 아침 일어났을 때부터 손목이 끊어질 듯이 아파 어쩔 수가 없었다.아침밥은 강지훈이 직접 먹여주었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규영과 미진에게 밥을 먹여주라고 지시하고 서둘러 떠났다.“아가씨, 오늘은 어디 불편한 곳 없으신가요?”어제 주인님의 모습은 너무나 무서웠다. 그가 아이를 해치지는 않았을까, 규영과 미진은 걱정이 태산이었다.그들의 마음을 알 리 만무한 소현아는 고개를 흔들었다가 다시 끄덕였다.“손목이 너무 아파요. 어떡하죠?”두 사람은 안도하며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달랬다. “이따가 저희가 마사지해 드리면 괜찮아지실 거예요.”소현아는 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점심 식사를 마친 후, 규영과 미진은 의사의 말에 따라 소현아를 데리고 방안을 걸어 다녔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1화

    강지훈의 움직임은 이전 그 어느 때보다 격렬했다.소현아는 배가 짓눌리는 느낌에 불안해졌다. 또한 콧속으로 불쾌한 향수 냄새가 흘러들어왔다.“윽...”너무나 불편하니 그만해달라고 강지훈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가 입을 틀어막고 있어 다급해진 소현아는 그의 입술을 꽉 깨물어 버렸다.순간 입안에 비릿한 피 냄새가 퍼져나갔다.강지훈이 통증에 약간 뒤로 물러섰다.“강지훈 씨 때문에 아기가 눌렸어요. 그리고 당신한테서 이상한 냄새 나요. 토할 것 같아요.”소현아는 찡그린 얼굴로 몸을 일으켜 앉아 퉤퉤 침을 뱉었다.강지훈의 서늘한 표정을 본 소현아는 토끼처럼 재빨리 배를 감싸 안고 구석으로 도망쳤다.험악한 인상에 입가에 피까지 묻히고 음침한 눈빛을 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사납기 그지없었다.소현아는 겁을 먹고 몸을 웅크렸다.“의사 선생님이 아기 다칠 수도 있다고 이러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다른 사람 찾아가서 같이 자요. 하지만 자고 나서는 깨끗하게 씻고 저 찾아와야 해요. 낯선 냄새가 나면 토할 것 같단 말이에요.”그녀가 코를 찡그리며 말했다.“지금 당신 옷에서 이상한 냄새 나요. 도우미 언니들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 같아요. 저도 싫고 아기들도 싫어할 거예요.”강지훈은 그녀의 천진난만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마음속의 욕망은 가라앉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격렬하게 끓어올랐다.눈앞의 이 토끼 같은 여자를 당장이라도 삼켜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는 몸에 걸치고 있던 목욕 가운을 벗어 던지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았다.“옷 벗으니까 냄새 안 나지? 이리 와.”소현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갈래요. 당신 때문에 아기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 찾아가세요.”강지훈의 눈빛이 험악하게 변했다. “네가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소현아는 밖으로 도망쳐 나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문까지 도착하기도 전에 강지훈에게 붙잡혀 다시 끌려가고 말았다.그의 무릎에 앉혀진 소현아가 또 울먹거리기 시작하자 강지훈이 소리쳤다.“울지 마!”강지훈도 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500화

    “지훈 씨, 아랫부분으로 도와줄게요...”그녀의 말은 파편처럼 흩어져버렸다. 강지훈은 끝낼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천효연은 더 이상 요염한 표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너무나 고통스러워 손가락으로 강지훈의 다리를 꽉 움켜쥐어 길게 할퀸 자국까지 남겼다.죽을 것 같이 괴로워하는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도 강지훈의 마음속엔 조금의 파동도 일지 않았다.여전히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그는 짜증 섞인 얼굴로 천효연의 입에서 물건을 빼내고 그녀를 잡아 벽에 밀어붙인 다음 다시 아래로 밀어 넣었다.질식하기 직전, 천효연은 삽입을 알아차리고 재빨리 허리를 비틀며 그에게 맞춰 움직였다.“지훈 씨, 정말 대단하네요...”강지훈의 붉게 충혈된 두 눈엔 살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손에 잡히는 대로 천 조각을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천효연의 목소리는 입안에 갇혀버렸다. 쾌감에 찡그려졌던 미간이 더욱 깊게 찌푸려졌다.왜 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걸까? 예전에는 분명 신음소리를 내는 걸 좋아했었는데...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천효연은 기진맥진하여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제서야 강지훈은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흥분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았다.그는 침대에 널브러진 여자를 힐끗 보고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일어나 욕실에서 간단히 씻은 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새 잠옷을 아무렇게나 집어 들고 소현아의 방으로 향했다.소현아는 간신히 울음을 그치고 규영과 미진의 보살핌을 받으며 음식을 먹고 있었다.강지훈이 옆에서 방해하지 않으니 밥상에 차려진 맛있는 음식을 와구와구 먹고 있었다.규영과 미진의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아가씨, 오늘 너무 많이 드셨어요. 의사 선생님께서 조금만 드시라고 하셨잖아요...”소현아는 퉁퉁 부은 눈으로 그들을 가련하게 바라봤다.“이번 한 번만 먹을게요. 강지훈 씨가 먹으라고 했어요. 못 믿겠으면 직접 물어보세요.”확실히 강지훈이 시킨 것이다. 하여 더 이상 말을 하진 않았지만, 걱정스러움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그때 강지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99화

    소현아의 울음은 좀처럼 멈출 줄을 몰랐다. 강지훈은 잠시 달래주다가 금세 인내심이 바닥났다.그는 탈옥수를 쫓느라 며칠 동안 뜬눈으로 지새웠음에도 부랴부랴 먼 길을 달려 집에 돌아왔다. 한시라도 빨리 이 여자를 품에 안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가 이토록 난동을 부릴 줄이야.“아직도 다 못 울었어?”강지훈은 그녀를 품에 가두고 한 손으로 턱을 쥐어 억지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소현아의 속눈썹은 눈물에 젖어 엉겨 붙어 있었다. 너무 심하게 울어서인지 딸꾹질이 멈추지 않아 괴로워진 그녀는 힘껏 입술을 깨물었다.딸꾹질을 멈추려는 그녀의 생각을 알아챈 강지훈은 손가락을 움직여 그녀의 입술을 벌리고 안에 집어넣었다.조금씩 훌쩍거리던 소현아가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당신 싫어요. 당신은 전연우랑 똑같이 나쁜 놈이에요! 소월이한테 갈 거예요. 소월이는 나 굶기지 않을 거라고요...”“흐엉, 소월이가 해주는 밥 먹고 싶어요. 소월이가 만든 밥이 제일 맛있는데...”한참을 울고 나서도 머릿속엔 여전히 먹을 것뿐이다.강지훈은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고는 한 손으로 그녀를 안고, 다른 한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요리사한테 다시 음식을 만들어 가져오라고 해!”잠시 후 따뜻한 음식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향긋한 냄새를 맡자 소현아의 울음소리가 서서히 멈추었다. 그녀는 강지훈의 몸에서 내려와 식탁에 앉아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분명 아까 일이 기분을 상하게 한 듯했다.“주인님, 아가씨께선 임신 중이십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임산부는 정서가 불안정하기에 기분을 잘 살펴줘야 한다고 하셨어요.”규영과 미진은 소현아의 붉어진 눈과 코를 보고 용기를 내어 조심스럽게 강지훈에게 말했다.강지훈은 섬뜩한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복도에서 여자 도우미가 새 목욕 가운을 들고 안방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한 아름다운 여인이 그녀 앞에 나타나 손에 들린 옷을 빼앗았다.“줘. 내가 가져다줄게.”도우미는 당황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98화

    소현아는 접시를 끌어안고 좀처럼 내려놓지 않았다.“오늘 모처럼 입맛이 돈다고요. 규영 씨, 미진 씨, 저 조금만 더 먹으면 안 될까요? 아주 조금만 먹고 강지훈 씨에게는 말 안 할게요.”규영과 미진의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이 가득했다.그들 역시 소현아를 좋아하는지라 마음껏 먹게 해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힘들어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 때문에 주인님에게 혼나는 건 더더욱 싫었다.“아가씨, 배고프시면 제가 과일 좀 가져다드릴까요? 과일은 아기에게 좋을 거예요.”규영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와 협상했다.소현아는 고기가 가득 담긴 접시를 눈앞에 두고도 먹을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까지 왈칵 차올랐다.하지만 배에서 또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자 더는 고집을 부리지 못하고 결국 접시를 내려놓았다.“알겠어요. 그럼 과일 많이 먹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저녁에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오거든요.”규영과 미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식기를 치우고 과일을 잘라 가져다주었다. 그러고는 맛있게 먹고 있는 소현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사실 소현아는 살이 잘 찌는 체질은 아니었다. 많이 먹어도 과도하게 뚱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동글동글 귀여운 편이었다. 식사량을 줄이자 며칠 만에 눈에 띄게 체중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밖에서 돌아온 강지훈은 한눈에 그녀의 얼굴이 핼쑥해졌음을 알아챘다. 살이 빠져 더 커진 눈은 전보다 더욱 청순하고 순진무구해 보였다.“그동안 제대로 못 먹었어?”그가 손을 뻗어 뺨을 꼬집었다. 감촉도 예전만큼 부드럽지 않았고 손에 잡히는 살도 별로 없었다.소현아의 얼굴이 그의 손에 일그러졌다. 그녀는 배고픔에 가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강지훈 씨, 저 배가 너무 고파요. 아기 낳는 거 너무 힘들어요. 그만두면 안 될까요? 아기 그냥 다시 돌아가게 해줘요!”강지훈은 어이없음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돌아가? 어디로 돌아가?”소현아는 눈알만 이리저리 굴릴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녀 역시 아기가 어디로 돌아갈 수 있는지 알 리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97화

    다음 날, 소현아는 배고픔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다.뱃속에서는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고 두 아기는 불안한 듯 계속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아가들, 착하지. 의사 선생님께서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하셨어. 조금만 참아. 태어나면 엄마가 맛있는 거 많이 사줄게.”소현아는 배를 쓰다듬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두 아기를 달랬다.하지만 아기들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더욱 격렬하게 움직였다.소현아의 배 위에 놓여 있던 강지훈의 손에서도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는 깜짝 놀라며 번쩍 눈을 떴다.귓가에 소현아의 억울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너희들 자꾸 차지 마. 내가 안 먹이는 게 아니잖아. 나도 배고프단 말이야.”강지훈의 눈에서 경계심과 냉기가 사라지고 짜증스러움만 남았다.그는 고개를 숙여 소현아의 배를 툭툭 두드리며 음산하게 경고했다.“너희 둘 얌전히 있어. 말 안 들으면 아주 혼쭐을 내줄 테니까.”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소현아가 그의 손등을 찰싹 내리쳤다.그녀는 씩씩거리며 그를 쏘아보았다.“앞으로는 나랑 같이 자지 말아요. 아기들이 당신 싫다고 계속 차는 거예요. 그리고 당신 말은 들리지도 않으니까 아기들 겁주지 마세요!”강지훈은 손등이 찌릿했지만 화는 내지 않았다.“안 들린다는 거 너도 알아?”소현아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당신 말은 못 들어도 내 말은 들을 수 있어요. 내 뱃속에 있으니까요.”강지훈은 코웃음을 치며 이불을 걷어 올리고 몸을 일으켜 앉았다. 탄탄한 근육질의 헐벗은 상체가 드러났다. 새로 생긴 상처와 오래된 흉터들이 뒤섞여 있어 섬뜩한 느낌을 자아냈다.소현아는 수없이 봐왔지만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손가락 사이로 몰래 그를 쳐다보았다.“강지훈 씨, 그 나쁜 놈에게 전화했어요? 소월이 저 보러 언제 와요?”이 작은 머릿속에 어젯밤 했던 말이 아직도 남아있을 줄이야.그는 소현아를 등지고 천천히 옷을 입으며 지극히 평온한 말투로 말했다.“전화했어. 전연우가 안 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96화

    강지훈은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알았어. 가 봐.”의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려 방을 나섰다.“강지훈 씨, 의사 선생님이 제가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는다고 했어요.”소현아는 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웅얼거렸다.맛있는 것을 먹을 수는 없어도, 소월이나 다른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는 건 되지 않겠는가?그녀가 민감한 부위를 찌른 탓에 강지훈은 마음속에 짜증이 밀려왔지만 그래도 꾹 참고 고개를 돌렸다.그 눈에선 음산한 기운이 일렁이고 있었다.“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거야?”또 도망가고 싶다는 건가?그는 이미 한 번 이 토끼를 눈앞에서 놓친 적이 있다. 그런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소현아는 그와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던지라, 그가 화가 났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리고는 겁을 먹고 몸을 움츠렸다.“그냥 소월이가 보고 싶어요.”장소월과 놀고 싶다는 마음이 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었다.강지훈은 입꼬리를 서서히 끌어올려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럼 북경 감옥으로 불러올까?”그 말을 들은 순간 소현아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아까의 우울함은 온데간데없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작은 얼굴에 기대감을 가득 실은 채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좋아요, 좋아요! 내가 소월이 집에 놀러 갈 때마다 그 나쁜 놈이 나더러 많이 먹는다면서 자꾸 구박하고 화를 냈어요. 소월이가 여기에 놀러 오면 당신은 절대 그러면 안 돼요. 맛있는 것도 많이 준비해줘야 해요!”강지훈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장소월이 오기만 한다면.”소현아는 도망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다시 잡혀 왔다. 그런데도 강지훈은 그녀를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가두어 두었다.전연우는 어떻겠는가.장소월은 전연우의 시야에서 반걸음도 벗어날 수 없다에 그의 손모가지도 걸 수 있었다.장소월을 오지 못하게 막는 사람은 강지훈이 아닌 전연우가 될 것이다.저 작은 토끼의 화가 전연우를 향하게 하면 될 일이다.소현아는 그의 말에서 조금의 이상함도 느끼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95화

    의사가 도착했을 때, 소현아는 여전히 훌쩍이며 울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혹시라도 죽는 건 아닐지 알고 싶어 하면서도 의사를 강력히 거부하고 있었다.의사가 검사를 하려고 다가가자 소현아는 엉덩이만 바깥에 내민 채 계속 강지훈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계속되는 완강한 거부에 의사도 난감해졌다.강지훈은 품 안에 웅크린 작은 토끼를 바라보다가 얼굴을 굳히고 귓불을 잡아 올렸다.“죽을까 봐 무섭다며? 빨리 검사받아봐.”소현아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흑흑, 너무 무서워요...”강지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사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가운 벗어.”의사가 흰 가운을 벗자 소현아의 거부감이 조금 줄어들었다.검사가 진행되는 내내 강지훈은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지켜보았다.의사는 엄청난 압박감과 긴장감에 식은땀까지 흘러나왔다.“어때?”검사가 끝나자 강지훈은 소현아가 다시 그의 품에 안기도록 두 팔을 벌렸다.의사는 식은땀을 닦아내며 말했다.“별문제 없습니다. 최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좀 받으신 것 같습니다. 또한 임신 중에는 음식을 너무 많이 드시면 안 됩니다. 적당히 드시고 꾸준히 운동을 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태아가 너무 커져서 출산할 때 힘드실 수 있습니다.”별문제가 없다는 말에 강지훈의 굳었던 얼굴이 조금 풀리기 시작했다.소현아는 못마땅한 얼굴로 강지훈의 품에서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제가 배부르게 먹지 못하면 아기들도 배고플 텐데요.”“드시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양을 줄이시라는 겁니다. 아니면 출산하실 때 고통스러우실 수 있습니다.”그녀는 가련한 표정으로 촉촉한 눈망울을 반짝이고 있었다.“아기 낳으면 맛있는 거 먹을 수 있는 거죠? 강지훈 씨, 그럼 지금 당장 낳으면 안 될까요? 그러면 내일은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잖아요.”소현아는 예전 창고에 갇혀 하루에 작은 찐빵 하나로 버텼던 때를 떠올렸다. 가끔씩은 찐빵조차도 먹지 못했었다. 당시 그녀는 억지로 잠을 청하며 허기를 버텼다.아기가 뱃속에 있어서 배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494화

    “저 졸려요. 의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잠들어 있을 테니까 검사 못 받을 거예요!”한동안 강지훈의 대답이 들리지 않자, 소현아는 그가 갔을 거라 생각하고 이불을 살짝 걷어 눈만 내놓고 주위를 살펴보았다.하지만 강지훈의 음산한 눈빛과 정면으로 마주치고 말았다.순간 온몸의 털이 쭈뼛 솟아오르는 느낌에 힘껏 몸을 움츠렸다.“다, 당신 왜 아직도 안 갔어요? 아무 말도 안 하고. 일부러 저 놀라게 하려고 그러는 거죠? 저 안 그래도 바보인데 이러면 더 멍청해질지도 모른다고요!”강지훈은 몸을 기울여 코끝을 그녀의 코에 가져갔다.“괜찮아졌으면 아까 하던 일 마저 해야겠어. 내 몸에 토해놓고 어물쩍 그냥 넘어가려고?”소현아는 이불 속에 온몸을 웅크리고 앉아 동그란 눈만 내놓고 있었다.“토해서 미안해요. 하지만 분명히 불편하다고 말했는데 당신이 억지로 안고 있었던 거잖아요. 꾹 참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토한 거예요.”강지훈은 그녀의 속눈썹이 유난히 곱슬거린다는 것을 발견하고 몸을 일으켜 앉아 흥미로운 듯 꼼지락거렸다.소현아는 그가 아직 화가 나 있다는 생각에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화내지 말아요. 그냥 비긴 거로 해요. 어차피 당신도 제 몸에 더러운 거 묻힌 적 있잖아요. 다음에 또 그랬을 땐 안 때릴게요.”그녀는 강지훈의 하반신을 쳐다보며 마지못해 말했다.강지훈의 움직임이 멈추었다.수 없는 여자들을 겪어봤지만, 이렇게 순진무구한 말투로 그 행동을 당당하게 말하는 여자는 처음이었다.그는 위험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게 다야?”소현아는 얼굴에 경계심을 가득 드러낸 채 더욱 이불 속으로 파고들며 그와의 거리를 두려고 애썼다.“다, 당신 또 뭘 하고 싶은 건데요? 현아 때리면 안 돼요. 뱃속에 아기도 있잖아요. 아기가 무서워할 거예요!”강지훈의 눈에서 장난기가 점차 사라지고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피어올랐다.“강지훈 씨, 저에게서 멀리 떨어져 줄래요? 당신 몸에서 이상한 냄새 나요. 토할 것 같아요.”소현아가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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