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연우의 입가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방을 나선 뒤, 장소월은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진 얼굴로 그와 잡았던 손을 닦아냈다.전연우는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감시 어플을 살펴보았다. 불과 십여 분 전에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모두 장소월과 허이준이 디자인과 관련해 나눈 이야기였다.그는 이어 암호가 걸려있는 그녀의 메일을 열었다. 메일함은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전연우가 심어놓은 감시 어플엔 재부팅 기능이 있었다.메일 내용을 본 순간 그의 모든 움직임이 멈춰버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의 눈동자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다.태양이 모습을 감춘 시간, 미뤄두었던 회사 연말 파티가 오늘에야 시작되고 있었다.서철용이 함께 설을 보내려 저녁 식사를 요청했지만, 전연우는 무정히 거절해버렸다.전연우는 직접 그녀에게 조금의 살결도 드러나지 않는 롱 드레스를 골라주었다. 성세 그룹 안주인이 해야 마땅한 옷차림이었다. 그토록 두꺼운 드레스를 입었음에도 여전히 여리여리한 몸매를 자랑하는 장소월이었다. 그녀는 무겁고 거추장스럽다는 이유로 귀걸이도 하지 않았다.네 번째 손가락에 끼운 레드 다이아몬드 반지는 그녀를 더더욱 눈부시고 우아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장소월은 그야말로 하늘이 내려준 고귀한 분위기를 태어날 때부터 몸에 지닌 듯했다. 이 세상 아무도 그녀를 흉내조차 낼 수 없을 것이다.그녀의 몸에선 어렸을 때부터 명문가 규수의 자태가 뿜어져 나왔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행동일지라도 그녀가 하면 사람들로 하여금 완전히 매료되어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전연우는 거울을 비추는 그녀를 보고는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할 수만 있다면 너 꼭꼭 숨겨놓고 나 혼자만 보고 싶어.”그가 장소월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저녁에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어머... 대표님, 아가씨, 그렇게 대놓고 하시면 어떻게 해요. 별이가 보잖아요.”은경애가 아이를 안고 들어왔다.장소월은 순간 새빨갛게 얼굴이 달아올라 다급히 그를 밀어냈다. 은경애가 작은 나무 상자 하나를 내
그녀는 이 팔찌의 역사가 그리 간단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전생에서 송시아, 백윤서, 그리고 다른 어떤 여자에게서도 이 옥 팔찌는 보지 못했다.전연우가 군데군데 흠집까지 나 있는 낡은 반지를 이렇게 오랫동안 보관하고 있었다니.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 분명하다.장소월은 급기야 의심까지 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진정으로 그를 이해했던 적이 있었나?그녀의 기억 속 전연우는 옛것을 그리워하기보단 이익만 중요시하는 장사꾼이다.실은 예전부터 전연우에게 그만의 비밀이 있을 거라 생각하긴 했었다.차가 연말 파티 장소에 멈추자 정장을 갖춰있는 남자가 먼저 내렸다. 특별히 꾸미지도 않은 평소 같은 모습이었지만 더없이 고귀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방황하던 소년으로부터 현재 모든 것을 다 이룬 서른 살의 사업가로 성장한 그는 모든 여자들을 설레게 만드는 꿈의 이상형이 되어 있었다.“긴장할 필요 없어. 여보.”그의 입에서 그 호칭이 나올 때마다 장소월은 심장에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전해졌다.장소월은 그와 시선을 마주한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그녀는 조금 전 피어올랐던 그 감정이 무엇인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그들이 나타나자 시끌벅적했던 파티장에 순식간에 고요함이 내려앉았다. 장소월은 예전 장해진과 함께 적잖은 파티에 참석했기에 이런 자리는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번엔 유독 낯설고 긴장감에 사로잡혔다.성세 그룹 임원들과 직원들이 모두 일어서 박수를 쳤다...전연우는 나타난 순간부터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대표님? 대표님이 오셨어요! 세상에, 아까 한 내기에서 제가 이긴 거예요! 내가 말했잖아요. 대표님은 분명 오실 거라고.”그중 여직원 한 명이 흥분감에 몸을 흔들며 말했다.“옆에 서 있는 저분 사모님일까요? 정말 예쁘시네요. 와... 하늘에서 강림한 선녀 같아요.”“신기할 게 뭐가 있어요. 아가씨와 대표님은 이미 20년 가까이 알고 지내신 사이예요. 두 분이 결혼하신 거...
장소월은 전연우가 껍질을 깐 포도알이 놓여있는 과일 접시를 들고 일어나 조금 전 말했던 그 직원에게로 향했다. 모든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장소월은 자연스럽게 그들 앞에 접시를 내려놓았다.“전 다이어트 중이라 다 못 먹어서요. 대표님이 직원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하고 드세요.”예쁘게 꾸민 아가씨는 깜짝 놀라며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아니, 아니에요... 사모님, 그냥 농담이었어요.”머지않은 곳에 서 있던 기성은의 눈썹이 찌푸려졌다. 저건 또 무슨 속셈이란 말인가?장소월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요. 양은 많지 않지만 나눠 드세요.”“전 손 씻으러 화장실에 다녀올게요.”다른 한 명의 직원이 재빨리 일어섰다.“사모님, 제가 모시고 갈게요.”장소월은 담담히 웃으며 거절했다.“괜찮아요.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즐거운 시간 보내요.”하지만 그때, 송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장소월 씨, 사람을 모욕하는 것도 장소를 가려서 해야죠. 여긴 회사 연말 파티장이에요. 소월 씨 집 방구석이 아니라고요.”증오가 다분히 담긴 그 뾰족한 말과 함께 송시아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모든 사람들이 불꽃 튀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성세 그룹 직원들은 모두 비서로부터 시작해 이 자리까지 올라온 부대표가 대표님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부대표님, 이런 자리에선 그렇게 막말을 하면 안 되죠. 그럼 다들 부대표님에게 돈 버는 능력만 있지, 예의는 전혀 없다고 생각할 거잖아요! 고작 포도 한 접시일 뿐이에요. 제가 언제 사람을 모욕했다고 그래요? 말하기 전에 그 뇌로 생각부터 좀 하세요. 혹시... 지금도 제가 부대표님을 모욕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장소월이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매혹적인 미소를 지었다.옆에 앉아있던 직원은 경직되는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했는지 천진난만하게 포도를 들고 말했다.“아니에요. 절대 그런 거 아니에요. 이 포도는 대표님께서 직접 껍질을 발라 사모님에게 주신 거예요. 사모님
장소월은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벗어나자 전연우의 팔에서 손을 뗐다. 그녀가 감정을 채 추스르기도 전에 엘리베이터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아저씨?”“소월 씨?”한의준이 그녀 옆에 서 있는 남자를 훑어보며 물었다.“이분은?”전연우는 말하지 않고 장소월이 소개하기만을 기다렸다.장소월은 그 질문에 답하지 않고 말머리를 돌렸다.“아저씨, 여긴 무슨 일로 오셨어요? 해성에 간다고 하지 않으셨어요?”한의준이 대답했다.“요즘 심장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다가 지금 호텔에 다시 들어가는 길이었어요. 소월 씨는요? 몸은 좀 괜찮아졌어요?”장소월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좋아졌어요.”“다행이네요.”한의준이 호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꺼냈다.“새해잖아요. 내 마음이에요.”장소월은 곧바로 거절했다.“이러지 마세요, 아저씨. 저 이제 어린애 아니에요. 이런 건 안 주셔도 돼요.”“이 아저씨 눈에 소월 씨는 아직 어린아이에요. 얼른 받아요. 아니면 나 화낼 거예요.”한의준의 부드럽고 신사 같은 말투는 장소월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그럼 고맙게 받을게요, 아저씨.”그녀가 손을 뻗었을 때 전연우는 이미 먼저 봉투를 받아들었다.“엘리베이터 왔어.”전연우는 한의준과 잠시 시선을 맞추다가 장소월을 데리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전연우는 불만이 가득 담긴 얼굴로 차갑게 입을 열었다.“아까... 왜 나 소개 안 했어? 내가 부끄러워?”말은 그렇게 했어도 그의 손은 장소월이 추워할까 봐 그녀 몸에 걸쳐있는 정장을 따뜻하게 정리해주고 있었다.장소월이 봉투를 열어보니 노란색 지폐 다섯 장이 들어있었다...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전연우는 더더욱 화가 치밀어올랐다.“...내가 돈 줄 때와는 다르게 되게 기분 좋아 보이네.”이어 씩씩거리며 그녀의 차디찬 손을 잡아 자신의 따뜻한 체온으로 녹여주었다.장소월이 말했다.“너랑은 달라. 저분은 어르신이잖아.”어쩌면... 그녀 주위 유일한 가족이라고도 할 수 있다.한의준은 어렸을 때
그녀가 팔짱을 끼고 전연우의 앞으로 다가가 못마땅한 얼굴로 물었다.“아까 사람들 앞에서 왜 그렇게 날 망신 준 거예요? 전연우 씨... 예전엔 나한테 이러지 않았잖아요.”송시아의 거친 행동에 장소월이 말했다.“난 차에서 기다릴게.”전연우가 그녀의 팔목을 꽉 잡았다.“용건이 뭐야? 회사 일이면 기 비서한테 말하고, 사적인 일이면 난 할 말 없어.”“거기 서요!”송시아는 소민아의 손에서 계약서를 빼앗아 전연우의 몸에 던졌다.“이거 똑똑히 보고 결정해요... 나랑 갈지 아니면 저 여자랑 갈지!”전연우가 그녀의 팔에서 힘을 풀고 서류를 살펴보았다.“먼저 차에 가서 기다리고 있어.”장소월은 조수석에 올라탔다. 창문이 닫혀 있어 전연우와 송시아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들리지 않았다.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전연우는 이미 송시아와 함께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장소월은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손목시계만 만지작거렸다.그녀는 이런 상황에 꽤나 익숙했다. 송시아는 매번 나타날 때마다 전연우에게 서프라이즈를 선물한다. 또한 그것들은 모두 장소월은 할 수 없는 것들이다.저번엔 6조짜리 계약이었다...이건 또 얼마나 거액의 계약일까.사업가는 늘 이익을 가장 우선시한다.사랑 같은 감정은... 그들에겐 더없이 사소하고 비천한 것이다.장소월은 몸에 걸쳐있던 정장을 벗고 차에서 내려 혼자 주차장을 걸어 나갔다.3분 뒤, 전연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나 갑자기 일이 생겼어. 기 비서한테 너 데려다주라고 할게.”장소월은 오가는 행인들 속에서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빠르게 걸어가고 있었다.그녀가 횡단보도를 건너며 말했다.“...됐어. 나도 일 생겨서 가봐야 해. 기 비서님 귀찮게 할 필요 없어.”전연우의 목소리가 불편하게 가라앉았다.“내 말대로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 너 혼자 보내는 거 마음이 안 놓여.”장소월은 말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기다리라니... 그녀는 기다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그를 기다리는 건 더더욱 싫다.그저 그의 앞
장소월의 눈동자에 어둠이 천천히 내려앉았다.“미안해요. 잘못 봤네요.”그녀가 앞으로 걸어가자 소년은 오토바이를 타고 따라갔다.“누나, 어디 가요? 내가 데려다줄게요. 연락처 주고받을래요?”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나 결혼했어요. 학생이 이러는 거 알면 남편이 화낼 거예요.”상대방은 약간 아쉬운 듯 말했다.“아... 그래요.”장소월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어둡게 일그러지는 그의 표정을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소년이 장소월에게 한눈에 반했지만, 결혼했다는 말을 듣고 괴로워하는 줄로 알 것이다.그녀는 웃는 듯했지만 눈동자엔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일찍 집에 돌아가요. 아직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그 나이엔... 열심히 공부해야 해요.”그때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장소월의 앞에 멈춰 섰다. 창문이 스르르 내려가자 인정아가 선글라스를 내리고 초췌한 얼굴을 드러냈다.“타.”그녀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 저번 기자회견 후 소리 없이 종적을 감추었으니 말이다.블루데이 커피숍.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인정아는 줄곧 선글라스를 하고 있었다. 등 뒤엔 경호원들을 대동했다.종업원이 커피 한 잔을 가져왔다. 장소월은 따뜻한 물 한 컵만 시켰다.종업원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인정아가 입을 열었다.“전연우는 널 갖기 위해 갖은 수를 써서 내 아들과 딸을 해쳤어. 그 자리 영원히 차지할 수 있을 것 같아?”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그녀는 아들과 딸을 함께 잃어버렸다. 그 충격은 그야말로 치명적인 것이다. 2주도 안 되는 사이에 십 년은 더 늙은 것 같았다.“그건 저나 사모님이 결정하는 게 아니에요... 어쩌면... 전연우도 아주 잠시 저에게 흥미를 느끼는 것일 수도 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싫증 나면 이 자리 주인이 바뀌겠죠!”장소월은 들고 있던 보온병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사모님, 인과응보란 말 믿으세요?”“...”인정아는 그녀 입에서 그 단어가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그녀는 온몸의 피가 응고되고 사지가 마비되는 것 같았다... 5년 전... 너무 괴로워 바다에 뛰어들 뻔했던 그 순간과 흡사한 느낌이었다.전연우... 너 정말...너무나도 무서웠다!머리가 지끈거리고 정신이 아찔해졌다.유전자 검사 결과서엔 그녀와 전연우가 남매라고 쓰여 있었다.전연우는... 그녀의 친오빠였던 것이다!아니... 그럴 리가 없다!그녀와 전연우 사이엔 절대 혈연관계가 존재하지 못한다!이 유전자 검사는 틀린 것이다!장소월은 얼른 이성을 되찾고 최대한 마음을 추슬렀다. 그녀는 장해진의 딸이 아니다. 그녀의 친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에게 자식은 그녀 한 명밖에 없다!그렇다면 가능성은 단 하나뿐이다. 이 서류가 조작되었다는 것.전연우는 어쩌면 정말 장해진의 아들일지도 모른다.하지만... 대체 누가 이 결과를 조작했단 말인가.장소월은 서류를 다시 봉투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 순간 거대한 산이 짓누르는 것 같아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그녀는 급히 컵에 있던 물을 마시고 나서야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그때 종업원이 다가와 따뜻한 우유 한 컵을 건네주었다.“아가씨, 천천히 드세요.”장소월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난 우유를 주문하지 않았어요.”종업원이 손으로 한곳을 가리켰다.“저분이 시키신 겁니다.”장소월이 고개를 돌려보니 아까 그 오토바이 소년이었다. 그가 헬멧을 벗고 차에서 내리려던 그때, 검은색 롤스로이스가 커피숍 앞에 멈춰 섰다. 전연우가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온 순간, 장소월은 그의 얼굴에서 처음 보는 불안함을 감지했다.‘뭐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 전연우, 대체 뭐가 무서운 건데?’전연우는 장소월의 앞에 놓여있는 우유를 쳐다보았다. 당황스러움이 역력한 그와는 달리 장소월은 차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여긴 왜 왔어? 급한 일 있다며?”기성은은 탁자 위 봉투와 만년필을 보자마자 그녀의 동의도 거치지 않고 가져갔다.“그건 내 물건이에요.”전연우가 손을 뻗어 우유를 마시려는 그녀를 막으며 말했
장소월은 편안히 그의 세안 서비스를 즐기고 있었다. 그는 부드러운 손길로 각종 클렌징을 그녀의 얼굴에 문질렀다.그녀가 그의 말에 대답했다.“딱히 없었어. 그냥 좀 듣기 싫은 말은 했는데 나한테 별로 타격 없어.”예전 그보다 더 독한 말도 수없이 들은 장소월이다.“다 지웠으면 나 가서 씻을게.”장소월이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하고 샤워하는 사이, 전연우는 기성은의 전화를 받으며 서재로 향했다.기성은이 보고했다.“유전자 검사 결과 보고서가 있었습니다. 녹음기엔 대표님과 서철용의 대화 내용이 들어있고요. 대표님, 이 물건들 없애버릴까요?”순간 전연우의 몸에 섬뜩한 살기가 감돌았다. 예전 인시윤에게 가졌던 그 감정이 일렁였다.하지만 전연우는 이미 장소월을 위해 손을 씻었다.그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모조리 없애버려. 그리고... 그 여자한테 경고해. 한 번 더 이런 일이 있으면 인씨 집안 모든 것을 바쳐야 할 거라고.”“네, 대표님.”장소월은 씻으니 피곤이 조금 가시는 것 같았다. 밥을 먹으려 아래층에 내려갔을 때 바깥에서 차 한 대가 들어왔다. 초인종이 울리자 별이에게 분유를 먹이던 장소월이 말했다.“아주머니, 누가 왔는지 나가보세요.”“네.”은경애가 문을 열어보니 익숙한 손님이 와 있었다.소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월아! 나 왔어!”장소월이 문밖을 내다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소현아 뒤에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와 있었다.강지훈!“저 사람이 여긴 왜 온 거야?”장소월이 일어서자 소현아는 바로 달려와 그녀를 껴안았다.“소월아, 보고 싶었어. 네가 오겠다고 해놓고도 안 와서 내가 이렇게 왔어! 이거 봐... 나 너 주려고 맛있는 것도 많이 갖고 왔어!”그녀는 당연히 강지훈은 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현아와 함께 왔으니 두 사람 모두 내쫓을 수는 없었다.“그렇게 큰 회사를 운영하면서 고작 이런 꼬락서니로 사는 거예요?”강지훈은 말투는 항상 이렇듯 직설적이다. 이어 그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아이를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