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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서철용은 한숨을 내쉬고는 책상 위 종래로 움직인 적 없는 약을 들어 전연우의 손에 쥐여주며 말을 돌렸다.

“네 와이프가 약을 제때에 먹지 않아서 하는 말이야. 네가 잘 타일러. 난 이만 빠질게.”

그는 전연우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부드럽게 말해. 어린아이한테 하듯 말이야.”

틀린 말은 아니다. 전연우는 서른 살 중반이 되었고 장소월은 이제 고작 스무 살을 갓 넘겼다. 삼촌 조카 사이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 차이다. 하여 늘 공통 화제가 없었기 때문에 전연우는 그녀에게 강요하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서철용이 떠나니 병실엔 두 사람만 남았다. 시끌벅적하게 들려오는 불꽃놀이와는 달리 이 좁은 병실에선 숨이 턱턱 막혀오는 분위기가 사람을 옥죄고 있었다. 희미한 조명 몇 개가 병실을 비추었다.

장소월은 힘없이 보온병을 들어 자신의 컵에 물을 따랐다. 물은 이미 식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고 입가에 가져갔다. 전연우가 이마를 찌푸리며 그녀를 제지했다.

“누워서 쉬고 있어. 내가 물 끓여올게.”

이 자리까지 올라오기 전 전연우는 빛도 들어오지 않는 지하 세계에서 뒹굴며 갖은 고생을 했었다. 심지어... 돈을 벌기 위해 죽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을 겪기도 했다.

그는 고급 정장 자켓을 벗고 회색 색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밖에 나가 뜨거운 물을 받았다.

그믐날 저녁이었지만 그 어느 날보다도 쓸쓸했다.

왜 하필 이런 때에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단 말인가.

장소월은 냉수욕을 한 탓인지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 정신을 차릴 수조차 없었다.

전연우가 다시 돌아왔을 때 장소월은 침대 옆에 앉아 고통스럽게 구토하고 있었다.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탓에 나오는 거라곤 시큼한 위산밖에 없었다. 전연우가 다가가 그녀의 등을 두드리고는 입가심할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었다.

입원한 지 5일이나 지났지만 호전되기는 커녕 오히려 점점 더 심각해지고만 있었다.

“이런 골칫거리 같으니라고.”

오랫동안 애지중지 보살펴 겨우 붙었던 살이 이 짧은 며칠 사이에 다시 빠져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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