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1041 - 챕터 1050

1051 챕터

제1041화

그와 회사에서 마주친다고 해도 상관없다. 여전히 다른 동료들과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그때 편집부 직원이 스태프 증 하나를 그녀에게 가져다주었다.“민아 씨... 신이랑 작가님과 무슨 사이예요? 오늘 사인회에 반드시 민아 씨를 들여보내 달라고 신신당부하시던데, 정말 너무 부러워요. 끝나면 사인받은 새 책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요?”소민아는 흐뭇한 얼굴로 스태프 증을 목에 걸고는 긴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걱정 말아요. 그것 하나 못 해주겠어요?”“그리고 하나 부탁할 게 더 있는데...”‘말해요.”“신이랑 씨 카톡에 친구추가 신청을 보냈는데 지금까지 계속 받지 않았어요. 신청 수락하게 도와줄 수 있어요?”“말해볼게요. 하지만... 그분이 정말 수락할지는 저도 장담 못 해요.”“괜찮아요. 제 느낌에 작가님은 민아 씨를 특별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민아 씨 말은 분명 효과적일 거예요.”“차가 밑에서 대기하고 있어요. 어서 가봐요. 작가님이 기다리고 계세요.”사인회는 9시 반 시작이라 아직 30분이 남아 있었다.사무실 사람들 모두 그녀가 신이랑의 사인을 받은 책을 가져다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경시 도서관, 그들은 조용한 직원 전용 통로를 통해 사인회장으로 향했다.2층까지 올라간 뒤, 소민아는 창가에서 잔뜩 흥분한 얼굴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녀가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이랑 씨, 진짜 톱스타에 버금가는 인기네요. 이랑 씨 진짜 얼굴을 보면 더 깊게 빠지겠어요.”동행하고 있던 편집부 직원이 말했다.“사인만 하시면 돼요. 누가 사진 찍자고 하시면 거절하세요.”소민아가 뒤를 돌아보니 신이랑은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듯 편집부 여우림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두 사람은 이상하리만치 잘 어울리고 닮은 것 같아 보였다.정장을 갖춰 입은 여우림이 자리에서 일어서 말했다.“소민아 씨, 2분 뒤면 시작할 거예요. 사인회 동안 팬분들 잘 지켜봐 주세요. 전 다른 일이 있어요. 곧 중요한 손님이 도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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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2화

차가 도착한 뒤, 여우림은 차 문을 열고 고개를 돌려 신이랑을 쳐다보았다.“왜 그래요?”“잠깐만 기다려요.”신이랑이 말하는 기다림의 대상은 다름 아닌 소민아였다. 머지않은 곳에서부터 소민아가 버블티 네 잔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얼굴이 시뻘게진 채 숨을 헉헉 몰아쉬며 말이다.“버블티 드세요. 제가 사는 거예요.”여우림은 잠시 고민하다가 거절했다.“죄송해요. 민아 씨. 저와 작가님은 다 버블티 안 마셔요. 마음만 받을게요.”신이랑은 소민아가 들고 있는 버블티를 가져갔다.“괜찮아요. 마실 수 있어요.”신이랑은 뒷좌석 차 문을 열어주었다.“타요.”소민아가 대답했다.“고마워요.”지금까지 바깥에서 이동할 때 신이랑은 늘 그녀와 함께 앉았었다. 그의 편집 어시스트라기보단 개인 비서에 더 가깝다 할 수 있었다. 예전 그들의 플랫폼은 그저 소수의 인원들이 드나드는 변방 문학 사이트에 불과했었다. 신이랑이 ‘풍신’이라는 이름으로 첫 책을 출간한 이후부터 방대한 이윤을 얻어 국내 유명 플랫폼들을 가뿐히 앞섰다.점점 커져가는 사이트의 영향력과 몸집 덕분에 이제 자신만의 판매 루트도 생겼다. 업계 가장 높은 위치까지 성장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그를 만난 건 여우림에겐 가장 큰 행운이었다.그녀의 엄마가 암 수술을 받고 입원했을 때, 병원 벤치에서 글을 쓰고 있는 신이랑을 만났다.그녀는 신이랑이 그저 작은 출판사 직원인 줄로 알았다.무협 소설 분야를 신설하려던 그때, 마침 신이랑도 비슷한 유형의 글을 쓰고 있었다.그렇게 여우림은 신이랑의 첫 독자가 되었다.신이랑의 소설은 세상에 얼굴을 내민 뒤 꽤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여우림도 적잖은 보너스를 받아 그 돈으로 자신의 소설 사이트를 개설했다.그녀가 신이랑의 손을 잡고 만든 사이트는 하루가 다르게 승승장구했다.단 두 명으로 시작해 점점 규모를 확장했다. 여우림의 뛰어난 사업가 기질과 신이랑의 현란한 글솜씨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다만... 그 과정도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여우림이 조수석에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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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3화

매니저가 만면에 웃음을 띠며 말했다.“오늘 귀한 세 분과의 약속을 위해 전 대표님과 사모님께서 식당 전체를 빌리셨습니다.”소민아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역시 부자는 다르네요. 부러워 죽겠어요. 저에게도 그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신이랑이 그를 바라보며 예쁜 눈웃음을 지었다.“분명 올 거예요.”룸 문 앞, 여우림이 걸음을 멈추었다.“사모님이 만나고 싶어 하시는 사람은 이랑 씨예요. 민아 씨, 우린 들어가지 말고 로비에서 기다리죠.”소민아가 배시시 웃어 보였다.“미안해서 어쩌죠? 저 이미 오는 길에 소월 언니한테 문자 보냈어요.”그녀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새하얀 치아를 드러냈다.신이랑도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아는 사이든 아니든 상관없으니까 나랑 같이 가요.”“우림 씨는 먼저 돌아가요. 식사 끝나면 내가 민아 씨 집에 데려다줄게요.”여우림은 잠깐 이마를 찌푸렸다가 이내 마음을 가라앉혔다.“잘됐네요. 마침 저도 책 출간에 관한 일 때문에 가려던 참이었어요. 이번 달 원고료 확인해봐요. 서프라이즈가 도착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들어가요.”신이랑은 그녀의 말을 별로 귀담아듣지 않고 문을 열었다. 소민아는 그를 보고 피식 웃고는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룸 안에선 장소월이 아이를 안고 젖병을 물리고 있었고 은경애는 뒤에서 상에 차려진 음식을 보며 조용히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세상에, 족발 먹음직스러운 것 좀 봐. 한 입 삼키면... 얼마나 맛있을까.’“소월 언니...”소민아가 엉덩이를 흔들거리며 달려와 장소월의 옆에 앉았다.“어머나, 아기 너무 예뻐요.”“왔어요?”“네. 오늘 길이 막혀서 좀 늦었어요. 저 빨리 아기 안아보고 싶어요.”장소월은 별이를 그녀에게 안겨준 뒤 신이랑에게로 시선을 돌렸다.“풍신 작가님?”신이랑이 고개를 끄덕였다.“안녕하세요.”장소월은 방긋 미소를 지었다.“이렇게까지 젊은 분일 줄은 몰랐네요. 얼른 앉아서 식사하세요.”소민아는 룸 안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그 사람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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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4화

신이랑은 자리에 앉아있었다.“사 온 버블티 왜 안 드렸어요.”소민아는 바닥에서 버블티 석 잔을 들어 올렸다.“소월 언니는 얼마 전에 수술받아서 아직 몸을 채 회복되지 못한 상태예요. 이런 음료 마시면 안 돼요. 그리고 시간이 꽤 오래 지나서 상했을지도 모르잖아요. 만에 하나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대표님은 절 가만 놔두지 않을 거예요. 이랑 씨는 몰라요... 그분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소민아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는 말했다.“역시 제가 나서서 다 먹어치워야겠네요.”신형 벤틀리 하이브리드 벤, 바로 전연우가 최근 새로 뽑은 자동차였다. 요즘 전연우는 결혼식 준비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그녀의 곁에서 보냈다. 조금의 흔들림도 느껴지지 않는 훌륭한 승차감을 자랑하는 차 안, 거대한 공간에 술과 음료, 대량의 아기용품... 그리고 각종 간식들도 들어있었다.전연우가 물었다.“만났어?”“응. 되게 젊더라고. 내가 보기에 민아 씨랑 이랑 씨 사귀는 것 같아. 엄청 잘 어울려.”전연우의 얼굴 표정은 변덕스러운 오늘의 날씨와도 같았다. 첫 마디에 확연히 어두워졌다가 마지막까지 들으니 바로 정상으로 회복됐다.“넌 이미 결혼한 몸이니까 다른 생각 하면 안 돼.”강렬한 소유욕이 가득 담겨 있는 한 마디였다.하지만 장소월은 바로 전연우의 숨통을 옥죄었다.“현실은 인정해야지. 신이랑 씨는 천부적인 재능으로 16살에 을 쓰기 시작해 17살에 출간했어. 18살엔 완전한 유명세를 탔고. 중요한 건 너보다 젊다는 거야.”전연우는 그다지 화가 나지 않는 듯했다. 그는 느릿하게 입고 있던 정장을 벗고 셔츠 손목 단추를 풀고는 소매를 걷어 올려 건장한 팔뚝을 드러냈다.“혼나고 싶은가 보네.”“기획팀에서 신이랑 작품 편집권을 손에 넣었어. 지금쯤 스카이 스튜디오에 계약서가 갔을 거야. 곧 네 남신의 작품을 직접 그리게 될 텐데 만족해?”장소월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휴가 내겠다고 작업실에 얘기했어. 앞으로 한 달 동안은 일 받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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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5화

소민아가 말했다.“안 탈 거예요. 이미 퇴근했어요.”“오늘 내가 했던 말 잊었어요? 안 타면 그 후과 책임져야 할 거예요.”흑흑... 또 협박하고 있다.소민아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를 향해 소리쳤다.“헤어졌는데 왜 날 찾아왔어요! 퇴근했는데도 시간을 내 마음대로 자유롭게 못 써요? 정말 양심도 없는 사람이야!”그녀는 일부러 상처받은 모습으로 눈물을 훔치는 척했다.인내심이 바닥난 기성은은 차에서 내렸다.“닦기 전에 먼저 얼굴에 눈물이 흘러내려 왔는지나 확인하는 게 어때요?”“기 비서님.”더없이 부드럽고 친절한 목소리가 머지않은 곳에서 들려왔다.소민아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까딱하며 인사했다.“주가은 씨.”“이런 우연이! 또 만나네요.”“민아 씨, 오늘 바람이 너무 거세네요. 우리 얼른 집에 들어가요.”주가은은 하얀색 털 외투로 온몸을 꽁꽁 감싸고 있었다. 긴 머리는 깔끔하게 위로 올려 묶었고, 온몸에선 단아하고 부드러운 기품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몸매는 바람이라도 불면 흔들려 나갈 것처럼 여리여리했다.“전 괜찮아요. 나온 김에 좀 걷고 싶어요.”주가은은 무슨 병에라도 걸린 사람같이 얼굴이 창백했다. 하지만 핑크색을 띄는 입술만큼은 반짝반짝 아주 예뻤다.“기 비서님, 다친 데는 좀 어때요? 당분간 상처에 물이 닿으면 안 돼요.”기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이제 많이 괜찮아졌어요. 전 다른 일이 있어 먼저 가볼게요. 가은 씨, 몸조심해요.”주가은의 입꼬리가 빙그레 말려 올라갔다.“네.”소민아는 기성은이 누군가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마음속에서 순간 살벌한 불길이 밀려 올라오는 것 같았다.여자의 직감이 두 사람은 예사로운 관계가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그녀는 주가은을 아래위로 살펴보고는 자신과 비교하기 시작했다.가슴도 그녀보다 크지 않고, 엉덩이도 그녀보다 탱탱하지 않으며 허리 역시 그녀보다 가늘지 않았다.또한 그녀는 목소리도 부드럽기 그지없었다. 입만 열면 쩌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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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6화

“있어요.”순간 불어온 바람 소리에 소민아는 신이랑의 대답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길옆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속에서 소민아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역시나 주가은을 데리고 사라져버렸다.소민아는 팔로 몸을 감싸고 귓가에 잔머리를 내리뜨린 채 물었다.“이랑 씨, 한번 말해봐요. 사귀자고 먼저 말한 건 저 사람인데 왜 항상 저한테 차갑게 대하는 걸까요?”“어제 제가 헤어지자고 말하니까 오늘 또 절 찾아왔어요. 절 어장에 가둔 물고기라고 생각하는 거 맞죠!”소민아는 명문대생은 아니지만 적어도 서울 유명 대학은 당당히 졸업한 사람이다. 학생 시절, 그녀는 연애를 별로 하지 않았다. 한 번 사귀었던 선배는 그녀가 너무 고지식하다는 이유로 무용과 퀸카와 바람을 피웠었다.지금까지 솔로로 지내오다가 겨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녀를 이토록 냉담하게 대한다.소민아는 이처럼 억울하고 답답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제가 아무리 예전 그 사람에게 들이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장난감 다루듯 막대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맞아요.”신이랑이 검고 짙은 속눈썹을 평온하게 내리뜨리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제가 그 사람에게 쓴 편지 봤을까요?”그날 밤 기성은이 그녀에게 키스한 게 맞나?그렇다. 소민아는 이미 오래전 기성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그녀도 알지 못했다.그의 비서로 일하며 기성은이 회의실에서 당당히 임원들에게 발언하는 모습을 봤을 때부터? 아니면 급히 그의 뒤를 따라가다가 발이 접질려 그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을 때부터?아니면... 처음 회사에 출근해 신입 사원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을 때 기성은이 그녀를 도와줬고 그 이후 비서로 일하게 해준 일로 좋아하게 된 건가?하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매일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성은과 붙어 있었다. 주말과 명절을 포함한 쉬는 날에도 그와 함께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했다.대표님이 회사에 계시지 않았던 저번 달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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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7화

소민아는 소파에 엎드려 초롱초롱한 눈으로 서류를 보는 모습까지도 멋있는 기성은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서팀 모든 직원들은 기성은의 옆에서 일하는 소민아를 얼마나 부러워하는지 모른다. 그 준수한 얼굴과 마주하고 밥을 먹으면 맛없는 것도 맛있게 느껴질 것이다.그가 일을 끝마치자 소민아는 마지막으로 사무실 불을 껐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아래층에 내려가니 마침 옆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직원들과 마주쳤다. 그들은 흥미진진하게 오늘 밤 야식 메뉴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그중 용감한 여직원 한 명이 기성은을 불러세웠다.“기 비서님도 퇴근하시는 거예요? 저희랑 같이 야식 드시러 가요! 회사에서 이렇게나 큰 프로젝트를 따냈는데 기 비서님이 한턱 쏘셔야하지 않겠어요?”“그러니까요! 오랜만에 이렇게 늦게까지 야근했는데 저희랑 함께 가요.”한 무리의 직원들이 덩달아 말을 보태기 시작했다.“그렇게 힘이 남아돌면 내일도 계속 야근하세요.”기성은이 찬물을 확 끼얹었다. 그의 말 한마디에 사람들은 말문이 막혀버렸다.앞장서 기성은을 조르던 직원이 소민아를 끌고 와 조용히 말했다.“민아 씨, 기 비서님과 접촉할 수 있는 이런 어려운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도와주세요. 그동안 우리 마케팅팀에서 가십거리 많이 들려줬잖아요. 마침 새 이야깃거리도 있으니까 식사할 때 몰래 알려줄게요.”소민아는 조용히 그녀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나만 믿어요.”소민아는 앞으로 총총 달려갔다.“헤헤헤. 기 비서님, 저 배고픈데 저희도 같이 야식 먹으러 갈까요?”“언제부터 저 사람들과 한패가 된 거예요? 안 힘들어요?”소민아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어 보였다.“조금 전까지 푹 잤잖아요! 저희도 같이 가요. 저 사람들한테 호언장담했어요. 비서님이 함께 가신다에 10만 원 걸었고요. 10만 원 받으면 그중 4만 원 드릴게요.”“참 할 일 없네요.”“휴. 욕심 많으시네요. 알았어요. 그럼 6만 원 드릴게요.”기성은이 호주머니에서 차 키를 꺼내자 소민아는 얼른 그의 손을 잡고 진정어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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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8화

가십거리는 무슨, 목적이 따로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함정에 빠뜨릴 줄 알았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당하고만 사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다.소민아는 팔꿈치로 옆에 앉은 사람을 툭 건드리고는 말했다.“어머, 저한테 월급을 하사하시는 물주님이 여기 계시잖아요? 이분이 계시는 한 오늘 밥값 결제는 제 차례까지 오지 못하겠네요.”성주미는 마케팅팀에서 영업 실적이 가장 좋은 에이스였다. 부드럽고 애교스러운 목소리는 사람들의 정신을 집중시키는 훌륭한 필살기였다. 예쁘게 매니큐어를 한 손을 아래턱에 괴고 기성은을 향해 큰 눈을 깜빡거리는 모습을 남자 동료들은 넋을 잃고 보고 있었다.“민아 씨 말투를 들어보니까 왠지 두 사람 보통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요? 설마 사귀고 있는 거예요?”“설마요! 성세 그룹은 사내 연애를 금지하잖아요. 들키면 바로 해고예요. 기 비서님은 절대 앞장서 회사 규정을 어길 분이 아니에요.”기성은은 신경 쓰지 않고 컵 안 물을 마시고 있었다. 상에 차려져 있는 꼬치구이엔 손도 대지 않았다.소민아가 한창 맛있게 먹고 있을 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10만 원 이체 알림 문자와 자리를 바꿔 앉자는 성주미의 문자였다.돈 버는 게 이렇게나 쉬운 거였다니. 벌써 20만 원이나 손에 들어왔다.소민아는 얼른 알겠다고 답장했다.소민아는 배가 아프다는 핑계로 화장실에 갔고 성주미는 그 기회를 틈타 기성은의 옆에 자리 잡았다.화장실에서 나온 소민아의 눈에 자신의 자리에 앉아있는 성주미가 들어왔다. 기성은은 성주미와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일할 땐 그토록 말이 없던 기성은이 말이다.소민아는 돌연 입맛이 떨어져 버렸다. 하여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몸에 밴 냄새를 떨쳐내고 있었다.그때 누군가 걸어와 그녀 옆에 앉았다.“다 먹었어요?”소민아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남자 동료가 캔맥주를 건네자 그녀는 별다른 생각 없이 뚜껑을 따고 한 모금 마셨다. 그녀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정말...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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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9화

“세상에, 민아 씨 대단하네요! 언제부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흠모를 받는 인기녀가 된 거죠?”기성은은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으로 들고 있던 유리컵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얼굴은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기성은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휘청거리며 다가오는 소민아를 지켜보고 있었다. 다들 그녀가 무언가 저지를 거라 예감하고는 있었지만...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그녀가...맥주캔을 들고 기성은의 뒤까지 걸어오고는 철퍼덕 그의 등에 엎드려 한 손을 어깨에 걸쳐놓았다.“아이고, 이분 누구예요? 아까는 왜 못 봤죠? 이름이 뭐예요? 어느 팀 직원이에요? 어디 살아요? 애인은 있어요? 올해 몇 살이에요? 가족 관계는 어때요? 다 나한테 말해봐요.”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민아 씨, 미쳤어요!”기성은이 위압력 가득한 눈빛으로 옆에 있는 주건형을 쏘아보았다.“얼마나 마시게 한 거예요?”“아까 한 병 마셨을 때는 괜찮았었는데... 지금은 세 병 마신 상태예요. 하지만... 이 맥주 도수도 별로 안 높아서 이렇게 쉽게 취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죄송합니다, 기 비서님. 제 잘못입니다. 이렇게 많이 마시게 하는 게 아니었어요. 제가 지금 집에 데려다줄게요.”“집에 간다고요? 난 안 가요! 끝나려면 아직 멀었다고요!”소민아는 하얀 이를 드러내며 기성은에게 헤헤 웃었다.“어이, 기생오라비, 누나한테 한 잔 따라봐.”기성은은 소민아의 허리를 감싸고 번쩍 들었다.“밥값은 내일 재무부에서 해결할 거예요. 내가 말해놓을게요.”그 한마디 말을 남긴 뒤 기성은은 쌀가마니 들 듯 소민아를 둘러메고 가게를 나섰다.소민아는 그렇게 강제로 차 조수석에 태워졌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직원들은 아쉬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이럴 줄 알았다면 저도 취할 걸 그랬어요. 그럼 기 비서님한테 저렇게 안겼을지도 모르잖아요.”기성은이 그녀에게 안전벨트를 해주려고 몸을 기울이자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어 앉아있던 소민아는 팔을 뻗어 그의 넥타이를 잡고는 입술을 슥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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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0화

바로 그날 야식 모임 이후로 기성은과 그녀의 관계는 미묘해지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데엔 특별한 이유가 필요 없다. 그저 자신만이 인정하는 마음이 움직인 순간 하나만 있으면 된다.그 일이 일어난 날짜는 다름 아닌 기성은이 그녀와 소현아를 남원 별장에 머물게 함으로써 그들을 장소월을 협박하는 도구로 사용했을 때였다.그가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소민아는 기성은에게 자신은 그저 부하직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에게 그 어떠한 특별한 감정도 없다.여자들은 마음속에 늘 자신보다 몇백 배 더 훌륭한 남자 한 명을 품고 있다.그런 때엔 눈에 콩깍지가 씌어 모든 것이 아름답고 환상적으로 보인다...하지만 그저 환상일 뿐 현실과는 다르다...그 콩깍지가 벗겨진 순간에야 깨닫는다. 그 시절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은 실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다는 걸.하지만 잊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소민아는 얼이 빠진 것 같은 상태로 고개를 푹 숙이고 아파트 단지 안으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뒤에서 신이랑이 줄곧 따라오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 한 채 말이다. 그녀는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가고는 바로 닫아버렸다.신이랑은 두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 굳게 닫힌 문을 향해 말했다.“잘 자요.”소민아는 12시를 향하고 있는 벽시계를 한참 멍하니 쳐다보다가 100평이나 되는 넓은 집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깊은 밤이 아닌데도 쓰라린 고독함이 엄습했다.이곳은 부모님 회사에서 보너스로 나눠준 오피스텔이다. 하여 매달 월세가 몇만 원밖에 되지 않을 뿐더러 지리 위치도 아주 좋다. 하지만 집이 아무리 좋다 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녀는 여전히 혼자인 것을.소민아는 손에 들고 있던 베개를 던져버렸다. 그 바람에 깔끔하게 정리해두었던 탁자 위 물건이 우수수 떨어졌고 컵 안에 담겼던 물이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진짜 나쁜 놈이야!”마음에 담아두었던 모든 감정이 저 컵 안 물처럼 깨끗이 사라져버리는 것 같았다....엘리트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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