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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6화

“있어요.”

순간 불어온 바람 소리에 소민아는 신이랑의 대답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길옆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 속에서 소민아는 실망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는 역시나 주가은을 데리고 사라져버렸다.

소민아는 팔로 몸을 감싸고 귓가에 잔머리를 내리뜨린 채 물었다.

“이랑 씨, 한번 말해봐요. 사귀자고 먼저 말한 건 저 사람인데 왜 항상 저한테 차갑게 대하는 걸까요?”

“어제 제가 헤어지자고 말하니까 오늘 또 절 찾아왔어요. 절 어장에 가둔 물고기라고 생각하는 거 맞죠!”

소민아는 명문대생은 아니지만 적어도 서울 유명 대학은 당당히 졸업한 사람이다. 학생 시절, 그녀는 연애를 별로 하지 않았다. 한 번 사귀었던 선배는 그녀가 너무 고지식하다는 이유로 무용과 퀸카와 바람을 피웠었다.

지금까지 솔로로 지내오다가 겨우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하지만 그 사람은 그녀를 이토록 냉담하게 대한다.

소민아는 이처럼 억울하고 답답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제가 아무리 예전 그 사람에게 들이댔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장난감 다루듯 막대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맞아요.”

신이랑이 검고 짙은 속눈썹을 평온하게 내리뜨리고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제가 그 사람에게 쓴 편지 봤을까요?”

그날 밤 기성은이 그녀에게 키스한 게 맞나?

그렇다. 소민아는 이미 오래전 기성은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언제부터 좋아했는지는 그녀도 알지 못했다.

그의 비서로 일하며 기성은이 회의실에서 당당히 임원들에게 발언하는 모습을 봤을 때부터? 아니면 급히 그의 뒤를 따라가다가 발이 접질려 그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을 때부터?

아니면... 처음 회사에 출근해 신입 사원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을 때 기성은이 그녀를 도와줬고 그 이후 비서로 일하게 해준 일로 좋아하게 된 건가?

하는 일은 많지 않았지만 매일 밥 먹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성은과 붙어 있었다. 주말과 명절을 포함한 쉬는 날에도 그와 함께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했다.

대표님이 회사에 계시지 않았던 저번 달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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