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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2화

기성은은 더는 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고는 자신과 머리 하나는 차이나는 아담한 키의 소민아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알아서 생각해봐요.”

소민아는 멍하니 문 앞까지 나가는 기성은을 쳐다보고 있었다.

돌연 그녀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기분이 좋아지고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기성은이 나가기 전, 소민아는 뒤에서 그의 등을 와락 끌어안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울하게 가라앉았던 감정이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저랑 화해하러 올 줄 알았어요. 성은 씨... 사실 나 성은 씨도 날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어제 헤어지자고 했던 말 취소할게요! 성은 씨가 모든 재산을 다 나한테 줬으니까 성은 씨는 이제 제 남자친구예요!”

소민아는 참 다루기 쉬운 사람이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조금 달래면 금방 풀리곤 한다.

더욱이 오늘은 기성은이 직접 집에 찾아오기까지 했으니 그 효과는 더할 나위 없었다.

기성은은 별다른 감정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럼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후회 안 하는 거예요?”

무언가 의미하는 바가 있는 뼈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소민아는 그 뜻을 알아채지 못한 듯 의문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옆으로 젖히고는 그를 쳐다보았다. 머리 위에 털 한 오리를 붙이고 있는 그녀는 어딘가 약간 어리숙해 보이기도 했다.

“제가 왜 후회하겠어요? 언젠간 후회한다고 해도 그때 가서 볼 일이에요. 성은 씨가 나한테 이렇게나 많은 돈을 줬잖아요. 서울에서 별장 하나는 거뜬히 살 수 있지 않아요?”

기성은이 눈을 내리뜨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소민아의 머리 위에 달려있는 털을 잡아냈다.

소민아가 흐뭇하게 웃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럼 됐어요. 제 목숨을 요구하거나 장기를 빼내겠다고만 하지 않으면 뭘 하든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앞으로 나 상처 주면 안 돼요. 또 그랬다간 이 돈 다 써버릴지도 몰라요!”

그 순간 소민아는 너무 신나 수소 풍선처럼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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