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의 모든 챕터: 챕터 591 - 챕터 600

1206 챕터

제591화

생각보다 잘 즐기고 있는 안지영의 모습에 장선명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럼 10시 반까지 놀다가 같이 집에 가자."그러자 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때, 누군가로부터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역시나 왕여였다.안지영은 나태웅이 또 협박을 하려고 연락을 한거라 예상했다.한 기업의 대표라는 사람이, 이렇게 공과 사를 구분할 줄도 모르다니!"일단 받아. 안 받으면 어떻게 성질을 부릴지도 모르잖아.” 장선명은 웃으며 불안한 그녀의 마음을 달래주었다.안지영은 도무지 나태웅이 왜 자신한테 이렇게까지 집착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계속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그녀는 진저리가 났지만 장선명의 말대로 일단 어쩔 수 없이 대화를 해보기로 하였다."여보세요?""방금 대표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만약 지영 씨가 지금 공항에 서둘러 오지 않는다면, 하늘 그룹의 수안 프로젝트는 바로 취소할거라고요.”"뭐라고요?"수안 프로젝트... 그게 뭐지?안지영은 그동안 하늘 그룹에서 일해본 적도 없었던 탓에 아버지는 여태 자신의 사업에 대해서 공유를 해주지도 않았다.그리하여 그녀는 예비 상속자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룹에 대해 아는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다소 어리둥절해하는 안지영의 말투에 왕여는 더욱 단호하게 말했다."더이상 모른 척하지 마세요. 알다시피 대표님께선 뭐든지 말한대로 진행하시는 분입니다.” 이건 분명히 협박이었다.그런데, 고작 출장 한번 안 간다고 굳이 이렇게 직원을 협박할 필요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 대표님께서 이미 저의 휴가 신청서를 결제해주셨는데, 왜 굳이 저한테 출장을 강요하시는거죠?”안지영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제대로 따지기 시작했다.수안 프로젝트가 도대체 무엇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걸로 자신을 위협하려는 나태웅의 모습이 그저 기가 차기만 했다."지금 지영 씨랑 휴가를 내고 안 내고를 따지려는게 아니에요.” 사실 왕여도 이 상황이 난감하기만 했다. 어찌 됐든 안지영은 규정대로 휴가를 냈으니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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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나태웅이 갑자기 정신이 나간듯이 자신을 위협하길래, 안지영은 꽤나 크고 중요한 프로젝트인줄 알았다.하지만 아버지한테서 확인을 받았으니 그녀는 더이상 무서울게 없었다."누가 너를 위협했냐고?" 안진섭이 잔뜩 화가 난 말투로 물었다.자신의 딸이 집도 안 들어오고 대체 어디서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었으니 두번 다시는 이런 골치 아픈 일을 겪고 싶지가 않았다.더불어 그로 인해 자신의 회사가 좋지 않은 일에 휩쓸리는건 더더욱 용납할 수가 없었다."역시 미친 놈이었어. 아버지께서 중요한 프로젝트가 아니라고 하시니까 전 안심할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잠깐만.""또 무슨 일인데요?""너랑 장씨 가문은......""그건 신경 쓸 필요 없어요. 그리고 약혼식 당일에도 오실 필요 없어요. 어차피 전부 가짜잖아요."안지영은 다소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아버지가 자신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어차피 가짜인 약혼에 마음을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약혼식이든 결혼식이든 그게 가짜라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거니까.뿐만 아니라, 안지영은 굳이 자신의 아버지가 약혼식에 참석해서 굳어진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딸의 마음을 알 리 없던 안진섭은 그녀의 태도에 단단히 폭발하였다."너 정말 장선명이랑 약혼하려는거야?!""네. 할거예요!""난 반대야!"안진섭은 단호했다."..."아버지의 뜻밖의 반대에 안지영은 순간 머리가 아파졌다."제가 이미 말했잖아요. 어차피 가짜일 뿐이니 조금만 참으세요.”그녀는 애써 화를 참고 아버지를 달래주었다.하지만 안진섭은 도저히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정말 다른 선택은 없었던거니?"그는 안지영이 모든 일을 너무 쉽게 보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가짜면 다 쉬운 줄 알지만, 만약 두 사람이 언젠가 헤어지면 이혼녀라는 수식어가 붙게 될텐데.안진섭은 자신이 귀하게 키운 딸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했으면 했다. 살아가는 길이 어려울거라고는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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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사실 그 말은 안진섭은 자신의 딸이 위협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뱉은 것이었다. 아무리 큰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딸만큼 소중한 건 없으니까. 만약 다른 재벌가였으면, 사업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자식을 팔 부모들은 흔하다. 다행히 안진섭이라는 아버지가 있다. 비록 재벌가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부터 속박에서 벗어나 있는 안지영이 진정한 행운아일 것이다. "나태웅 이 사람, 정말 미친 거 아니야? 고작 출장 한번 안 가는 것 가지고 이런 식으로 협박을 하다니."안지영은 생각할수록 더욱 화가 났다.전에는 배준우를 감당하기도 어려워 했는데 그보다 더한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잠깐만, 혹시 나태웅이 배준우 곁에서만 오래동안 일해오느라 나쁜 버릇만 배워온거 아니야?아니면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제 정신이 아닐 수가 있지?어느새 기온이 뚝 떨어진 탓에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장선명은 걸친 외투를 벗어 안지영에게 입혀주었다. "고마워요.""요즘은 기온차가 커서 외출할 때 꼭 옷 한 벌은 더 챙겨서 나가야 해."장선명은 쑥쓰러워 일부러 무심한 말투로 말했지만 안지영은 그 속에 감춰진 따뜻함을 알수 있었다. 안지영이 전부터 들어온 장선명의 소문은, 그가 오만하고 악랄하다는 얘기밖에 없었다.그리하여 처음엔 가짜 약혼이 아니라면 평생 그를 만나고 싶지도 않했다.그러니 그런 남자에게도 이렇게 부드러운 면이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장선명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말했다."가자. 데려다 줄게.""네? 벌써요?""왜?""친구들이 아직도 있는데요?" 먼 길 달려온 장선명의 친구들을 그대로 두고 이렇게 가는 거는 맞지 않은 것 같아 안지영은 혼자서 택시 타고 집에 가려고 하였다.하지만 장선명은 웃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걔들은 내가 나중에 전화로 말해주면 돼. 얼른 가자."그 말을 듣고서야 안지영도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장선명이 이렇게까지 말해주었으니 안지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곧이어 차에 오르자 안지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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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점점 심기가 불편해지는 나태웅의 눈치를 살피던 왕여는 또 재빨리 구석으로 가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두 번을 시도하고 나서야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금방 막 잠에서 깬 듯한 얼떨떨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왕여는 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 했다.잔거야? 대표님이 알면 큰 일인데! "왜 공항에 안 와요?""제가 거기를 왜 가요?""수안 프로젝트, 정말 잊은거 아니죠?""이젠 협박 같은건 안 통해요. 저 출장 안 가요."왕여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안지영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생각보다 당당하고 여유로운 그녀의 태도에 왕여는 다소 놀랐다. 이렇게까지 태도가 강경한 이유가 뭘까?언제는 배준우의 보복이 두려워서 장선명 곁으로 붙은거면서, 이제 와서는 꽤나 진심인 것 같았다."끊어요. 피곤해 죽겠으니까." 곧바로 안지영은 전화를 끊었다.그제서야 왕여는 더이상 어떤 방법을 써도 안지영이 공항에 오지 않을거라 생각이 들자 조심스레 나태웅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대표님...""안 온대?""네. 더이상 기다리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애요. 안 올 것 같습니다." 왕여는 내심 탄복했다. 일개 직원이 어찌 회사 대표한테 이렇게까지 반항을 할 수가 있다니.수안 프로젝트로 협박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안지영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훗. 이젠 세상 무서울게 없나봐.”나태웅은 여태 자신이 너무 잘해줘서 그런지 안지영이 자신을 더이상 무서워하지도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왕여도 잘 알고 있었다. 나태웅이 안지영을 데리고 출장 가려는건 장선명과의 약혼을 막기 위해서라는 것을. 심지어 공항으로 오기 전, 장선명에게도 간단히 귀띔을 해주었다.그런데 상황이 이렇게 흘러갈 줄이야! 나태웅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눈을 지그시 감고 있었다.그 모습에 왕여는 불안해졌다."그럼 이만 돌아갈까요?"어찌 됐든 안지영은 오지 않을 것이니 왕여는 계속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때 나태웅이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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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약 한 시간의 시간이 흐른 뒤,장선명은 정말로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난 나태웅을 보고는 믿기지가 않았다.지금은 새벽 한 시가 다 되어가는 시각이었다. 바로 그때 나태웅이 다짜고짜 물었다."동성을 갖고 싶지 않은거야?""그딴 식으로 협박할 생각하지 마. 동성은 애초에 나한테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거였어.” "그래? 그럼 M국은?"그러자 장선명이 순간 멈칫했다.그가 줄곧 M국을 맡아오긴 했지만, 그 중에서도 아직 보완이 안 된 구역들이 좀 있었다. 장선명은 나태웅의 꿍꿍이를 직접적으로 물었다. "너한테 방법이라도 있는 거야?""안지영과의 약혼을 취소하면, 내가 도와줄게.""..."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갑자기 싸늘해졌고, 서로 아무 말 없이 눈을 마주치기만 했다.한참의 정적이 흐르고나서야 장선명이 비웃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그 여자가 너한테 그렇게나 중요한 사람이야?"하지만 나태웅은 가볍게 그 질문을 무시했다."내 제안 받아줄건지 아닌지만 말해."그는 굳이 자신의 마음을 실토하고 싶지 않았다."사람이 말이야, 건드려야 될게 있고 건드리면 안 될게 있어.” 나태웅의 얼굴은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만약 안지영도 진작에 너한테 마음이 있었다면, 애초에 배준우를 피해서 바로 너를 찾으러 갔을거야.""허, 너 혹시 그 여자가 정말 너한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 그 여자는 너를 찾기 전에 이미 진씨 가문도 찾아갔었고, 심지어 배준우와 연관되는 모든 사람들을 찾아갔었어.""아무리 급하고 흥분돼도 없었던 일을 지어 내면서까지 말하지 마.”"그럼 너는 여태 안지영이 너한테 진심이었다고 생각한거야?" 나태웅은 직설적으로 장선명을 비꼬았다. 그의 말대로, 안지영이 장선명을 찾아간건 당시 급한 마음에 내린 결정이었다.그리고 그 사이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사실은 장선명도 잘 알고 있었다."어차피 곧 나랑 약혼할 사이인데, 차라리 네가 가서 직접 물어봐. 안지영이 정말 싫다고 하면 나도 더이상 강요하지 않을게."나태웅의 위협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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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거듭되는 장선명의 조롱에 나태웅은 점점 얼굴이 굳어졌다."또 할 말 있어? 곧 두 시가 다 돼가. 난 얼른 자고 싶은데.""네가 이렇게 일찍 자는 사람이라고?""앞으로는 우리 약혼녀를 위해서라도 나쁜 습관은 고쳐야지."더이상 화를 참을 수가 없었던 나태웅은 그의 대답을 무시하고는 문을 박차고 나섰다.곧바로 차를 타고 도로를 달렸지만,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왕여는 무거워진 그의 안색을 보고는 조심스레 물었다. "장선명 쪽에서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나요?"왕여는 분명히 나태웅이 갖은 협박으로 장선명을 압박했을거라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그의 얼굴을 봐서는, 협의가 딱히 순조롭지는 않았던 것 같다.안지영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구는 사람이 또 있었다니, 누가 약혼남 아니랄까 봐.나태웅이 말한 조건은 장선명을 유혹하기에는 충분하긴 했지만, 그는 그렇게 쉬운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게 오늘 밤, 나태웅은 아무런 성과도 얻어내지 못했다.일이 단단히 꼬인 그는 화를 낼 기력도 없어 집에 가는 길에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이튿날, 전에 안지영이 신청했던 휴가는 단지 약혼식 전날의 휴가였기에 오늘 그녀는 하루 더 출근해야 했다.정식 휴가는 내일부터다.아침 일찍 회사에 도착한 그녀는 어젯밤에 일찍 잔 덕에 매우 활기차보였다.그런데, 재수 없게도 엘리베이터에서 잔뜩 화가 난 나태웅을 만나 크게 당황했다. "대, 대표님? 출장 가신거 아니었어요?" 안지영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어젯밤 왕여가 수십 통의 전화를 걸어왔는데, 그만큼 중요한 업무라면 지금쯤은 당연히 유럽에 있을거라 생각했다. 근데 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거지? 안지영의 물음에 나태웅은 화를 내지도 않고 그녀를 노려보기만 했다.그 눈빛은 안지영의 눈을 순간 피하게 만들었다. 설마, 내가 또 뭘 잘못한건가?그리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저... 나태현 대표님께서 저의 휴가를 허락해주셨기에 전 정당한 이유로 출장을 거부한겁니다.”틀린 말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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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안지영은 정말 하루 빨리 나태웅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하지만 그의 협박은 끊이지 않았다."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당장 장선명이랑 파혼해.""네?"파혼?이게 나태웅 당신이랑 뭔 상관인데?안지영은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파혼이라뇨? 제 약혼이 회사에 뭔 영향이라도 줬나요?”그녀는 멍하니 나태웅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이내 기가 죽어 눈을 재빨리 피했다.그리고 마음속으로는 확신했다. 나태웅 이 사람, 지금 제 정신이 아니라는 것을."내가 참아줄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야. 오늘 오후까지 파혼하지 않으면 그 결과는 네가 알아서 책임져.""이게 무슨...?"안지영은 이 상황이 전혀 납득이 가지 않아 재차 확인했다."지금 대체 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협박하고 있잖아. 몰라?""그러니까 왜요? 왜 나를 협박하는데요?""..."안지영은 그가 이렇게까지 협박하는 원인이 매우 궁금했다.어리둥절한 그녀의 모습에 나태웅은 답답하기만 했다. 정말 그 이유를 모른다고? 안지영의 입장으로선, 고작 업무 실적을 쌓기 위해 출장을 강요하며 협박을 하는 나태웅이 이해가 안 갈 뿐이었다.진작 이럴 줄 알았다면 애초에 고은영을 데리고 배준우한테 가 도움을 청할걸 하며 내심 후회가 됐다. "대표님께서는 제 실적을 위해서 이렇게 애 쓰시는걸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제 약혼은 업무에 아무런 영향도 안 줘요."“......”"정장해랑 협력하고 싶지 않으시면 제가 바꿀게요. 딱 한 달만 기다려 주세요. 이렇게까지 저를 협박하실 필요는 없어요."안지영은 점점 다급해진 말투로 말했다. 나태웅의 대답은 듣지도 않은 채 하고싶은 말만 계속하여 내뱉었다."대표님이 원하시는 실적, 200억이면 충분하잖아요?"하지만 200억이라는 수치는 천락 그룹에게 있어 그저 새발의 피일뿐이었다.안지영 또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고작 그 정도 실적을 위해서 난동을 부리는 나태웅의 태도를 더이상 참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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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안지영은 자신의 업무와 상관도 없는 약혼으로 트집 잡으며 자신을 협박하는 나태웅이 어이가 없기만 했다. 그 와중에 둘의 사이를 확인 받으려는 나태웅의 모습에 안지영은 아무런 대답도 할 수가 없었다."우리 무슨 사이냐고?""당연히 직장 상사와 직원 사이죠."안지영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러자 나태웅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그래, 우리는 비지니스 관계였구나...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여태 그렇게 생각해왔구나?""그거 말고 또 있나요?"알 수 없는 그의 반응에 안지영은 어리둥절해했다.나태웅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이어 그녀를 내쫓았다."당장 나가.""..."드디어 탈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지영은 내심 기뻤다.비록 이해가 가지 않는 일들이 많았지만, 그녀는 더이상 따지고 싶지가 않았다. 그저 한시라도 이 상황에서 빨리 얼른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다. "그럼 전 먼저 나가볼게요."말을 마치자마자 얼른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안지영이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또 다시 “쾅!"하는 소리와 함께 나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잔을 탁자 위에 세게 내리쳤다.그때 마침 서류를 가지고 들어오던 왕여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나태웅을 발견하였다.대충 분위기를 보아도 안지영과의 대화가 순조롭지는 않았던 것으로 예상할 수 있었다.왕여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다가갔다."대표님께서 서명해야 될 서류들을 챙겨왔습니다.""수안 프로젝트 말이야, 당분간은 안씨 집안한테 맡기지 마."이 말을 들은 왕여는 온몸이 굳어져 버렸다. 진짜 이렇게까지 하기로 한건가?"혹시 안지영 씨 때문인가요? 제 개인적인 견해긴 하지만, 이 기회에 안지영 씨한테분명하게 말해주는게 어떨가요?"그동안 나태웅과 안지영 사이의 갈등을 가까이에서 봐온 왕여는 괜히 조급해졌다.한쪽은 여전히 마음이 남아있었지만, 다른 한쪽은 그 마음조차 알지 못하고 있으니 계속해서 나아가면 서로 오해만 쌓일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했던 나태웅은 왕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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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어느덧 점심이 된 시각, 안지영과 함께 식사를 하는 내내 고은영의 안색은 많이 밝아졌다.아마 기분 좋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나봐?" 궁금했던 안지영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바로 물었다.그러자 고은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무슨 일인데 그래?"“나랑 더이상 헤어지지 않을거래.”"배 대표가?" 고은영은 얼굴을 붉히며 쑥쓰러워했다."어머, 좋은 일이네. 근데 정말 배준우가 그렇게 얘기했다고?""응. 절대 헤어지지 않겠대.""배 대표가 그렇게 말한 이상 믿을만한 말인거네. 그 사람은 절대 함부로 빈 말 하는 사람이 아니잖아."배준우는 언제나 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이었다.그 얘기에 안지영도 진심으로 기뻐했다."그럼 됐네. 그나저나 배씨 가문은 지금 어떤 상황이야?"안지영은 배준우에 대한 믿음은 있었지만, 다소 혼란스러운 배씨 가문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심지어는 얼마 전,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배항준에게 또 다른 여자가 있다는 것을 듣기도 했다.나이 많은 노인네가 왜 이렇게 바람기가 많은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에 이런 유전자가 어떻게 배준우와도 같은 의리 넘치는 아들을 낳은건지 싶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아버지를 둔 배준우가 내심 안쓰러웠다.고은영 또한 배씨 가문을 생각하면 한숨이 나오곤 했다."천의의 일은 이미 끝났고, 량천옥도 이미 R국으로 갔어.""뭐? 벌써 갔다고?" 그러자 안지영은 충격에 휩싸였다.그동안 량천옥이 배씨 가문의 재산을 갖고 얼마나 많은 사건과 사고를 일으켰는데 그렇게 파렴치한 여자를 쉽게 놓아줬다고?안지영은 믿기지가 않았다."이미 가버린건 어쩔 수 없어. 근데 내가 놀란 일은 따로 있어.""뭔데?""그 여자가 천의의 60% 나 되는 주식을 내 명의로 두고 가버렸어.""어?"그 얘기에 안지영은 더욱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량천옥이 갑자기 배씨 가문 전체를 망가뜨린 것만으로도 충격인데, 지분을 고은영한테 넘겼다니!대체 무슨 꿍꿍이인걸까?"다들 추측하기로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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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배항준의 심보대로라면 한시라도 빨리 고은영의 손에서 그 주식을 빼앗으려 했을게 뻔하다. "명의 변경 수속을 진행할 때, 량천옥이 배준우랑 5년 동안 이 지분을 변경하지 못하는 협의를 체결했대.""5년이나?"생각보다 치밀한 량천옥의 수법에 안지영은 다시 한번 감탄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5년이나 기다려야 된대."량천옥은 기어코 배항준이 항복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배준우와 고은영의 이혼을 기다리기만 해오던 배항준은 이제 더이상 그조차도 바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건 이 협의를 받아들인 배준우였다. 아마도 정말로 고은영한테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지분이 누구의 손에 있든 그에게는 별로 상관이 없었다. 량천옥보다는 고은영의 손에 들려있는게 오히려 다행이라 생각했다."괜찮아. 이렇게 된 이상 결국 가장 이득을 보는건 너일테니.""난 아직도 얼떨떨해."고은영은 기쁜 마음보다는 어리둥절했다.량천옥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몰아붙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일단 복잡한 생각은 하지 마. 아무튼 지금으로선 너한테 나쁠 게 하나도 없어. 오히려 량천옥이 너를 한 번 도와준 셈이야."배씨 가문에 폭풍이 휘몰아치게 된 지금 이 시점, 고은영과 배준우는 절대로 이혼할 수 없는 사이가 되었다.......두 사람이 식사를 마친 후, 고은영은 잊지 않고 배준우의 식사까지 포장했다.그렇게 둘은 헤어진 뒤, 안지영은 바로 천락그룹으로 향했다.회사로 돌아온 고은영은 배준우의 사무실에 있던 배지영을 발견하고는 순간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마찬가지로 고은영을 발견한 배지영의 얼굴 또한 굳어졌다.이때 배준우가 말했다."일단 넌 돌아가.""오빠...""돌아가."두 사람이 방금까지 도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배준우의 표정은 좋지가 않았고, 노발대발하며 배지영한테 화를 내고 있었다.배준우의 쌀쌀맞은 태도에 배지영은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고은영을 지나치는 그녀의 몸에서는 왠지 모를 싸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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